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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75화 (1,176/1,419)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수많은 서류들에 거침없이 도장이 찍혀지기 시작하였다.

결재와 반려

두 개의 도장들이

적절히 뒤섞인 채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콰앙

마지막 남은 서류까지 도장이 찍히게 되었다.

"하아아아.."

철푸덕

그와 동시에 도장을 찍던 여인, 당서윤의 상체가 그대로 책상 위로 나자빠지게 되었다.

진이 완전히 빠진 것이다.

'조금만...쉬자...조금만.'

곧이어 당서윤의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하였다.

아주 잠깐의 휴식을 취할 요량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엎드려있었을까

똑 똑 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십니까?"

당서윤은 피곤 가득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언니란다. 우리 동생~"

그러자 산뜻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와락

그 목소리를 들은 당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 반갑지 않은 손님의 목소리가 들린 까닭이었다.

"돌아가세요."

당서윤은 딱잘라 축객령을 내렸다.

안그래도 피곤으로 인해 짜증이 치밀어오르고 있는데

당진설까지 마주하고 싶진 않았다.

"보통 무슨 용건인지는 물어보는게 맞이 않을까?"

"보나마나 쓸데없는 용건이겠죠. 들을 가치 없습니다. 돌아가세요."

"쓸데없지 않아! 상반기 결산 서류를 가지고 왔단 말이야!"

거듭대는 축객령에 당진설은 다급히 말을 내뱉었다.

"하아....알겠어요. 들어오세요."

당서윤은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개인적 용무라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축객령을 내렸게지만

끼이이익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문틈사이로 표독스러운 인상의 귀부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당서윤의 언니이자

선우의 암퇘지.

당진설의 등장이었다.

"우리 동생,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얼굴 보기가 왜 그렇게 힘들어? 이러다가 자매의 우애가 상할까 심히 걱정되는구나."

당진설은 살포시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상할 우애가 남아있던가요?"

당서윤은 까칠하게 답을 하였다.

"당연히 남아있고 말고, 유일하게 남은 혈육이 아니니? 서로 의지하고 위하며 살아야지."

"남보다도 못한 혈육도 존재하는 법이죠."

당서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그런 혈육도 있니? 이 언니는 모르겠구나."

당진설은 모르겠다는듯 시치미를 뚝 떼었다.

마치 남얘기를 듣는 것처럼 말이다.

"...됐습니다..."

당서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더 말해봤자 소용없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서류만 책상 위에 올려두고 나가세요."

"정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니니?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차라도 한잔해야지."

"됐습니다."

"아니야, 이렇게 헤어지면 너무 아쉽잖아. 마침 혼자먹기 아까울 정도로 괜찮은 찻잎을 구하기도 했거든."

당진설은 품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들며 말을 이었다.

"내가 준비할게. 저 찻잔 써도 되지?"

곧이어 당진설은 한쪽에 마련된 탁자 위에 앉았다.

그리고 탁자 위에 다기를 이용해 차를 우려내기 시작하였다.

"하아아아."

그 모습에 당서윤은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리 막무가내로 나온이상

쫓아내기도 뭣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한 잔만이예요."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탁월한 선택이야."

당진설은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기를 이용해 곧바로 차를 우려내기 시작하였다.

모락 모락 모락

그러자 찻잔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홀짝 홀짝

곧이어 두 여인은 서로 마주보며 차를 홀짝이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상반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홀짝였을까

"원하는 게 뭐예요?"

이내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원하는 거라니?"

당진설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시치미떼지마요. 별안간 친한척하면서 달라붙는데 이유가 있을 거 아니예요?"

"슬프구나, 언니에 대한 믿음이 이리도 없다니...난 그저 점점 잊혀져가는 자매간의 우애를 상기시키기 위해 자리를 마련..."

당진설은 슬픔 가득 찬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마치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듯이 말이다.

"네에, 잘들었습니다."

그 말에 당서윤은 의자를 밀며 그대로 몸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하였다.

마치 더 들을 가치조차 없다는듯이 말이다.

"잠깐! 잠깐! 말할게! 말할게!"

그 모습에 당진설은 말을 끊고 다급히 그녀를 붙잡았다.

털썩

그 말에 당서윤은 마지못해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당진설을 노려보았다.

또다시 수작을 부린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내가 오늘 여기 온건 네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란다."

당진설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게 뭔데요?"

"혹시 전권을 위임할 내정자를 찾았니?"

"전권을 위임한다뇨?"

당서윤은 눈살을 찌푸린 채 되물었다.

전권을 위임한다니

저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너 임신했잖니? 그럼 슬슬 전권을 위임할 사람을 찾아야하지 않겠어?"

당진설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말을 이었다.

당서윤이 출산휴가에

육아휴직까지 하게된다면

자연스레 공백이 생기고 만다.

그 공백을 메꿔줄 내정자를 찾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 건에 대해서라면 이미 내정해둔 사람이 있습니다."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게 누군데?"

"금 부인입니다."

"네가 미쳤구나! 지금 외인에게 당가를 맡기겠다는 말이니?"

그 말에 당진설은 화들짝 놀라며 언성을 높였다.

금적화는

당씨성조차 가지지 못한 외인에 불과하였다.

그런 그녀에게 세가를 좌지우지할 전권을 위임하겠다니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네에 그분께 맡길 생각입니다. 외인이긴 하나 당가에 있는 그 어떤 세가원보다 유능하고 믿음직한 분이니까요."

금적화는 당가가 반토막나있던 시절부터 부흥기인 지금까지 함께해온 동료였다.

그녀라면 얼마든지 전권을 위임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렴, 그 여자는 외인이란다. 당가의 성씨조차 없는 여자가 세가를 잘돌볼 수 있을 것 같더냐?"

당진살은 다급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적어도 당가를 말아먹으려고 했던 당가 성씨의 여자보단 잘돌볼 것 같은데요?"

당서윤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뼈있는 말을 내뱉었다.

제 욕심에 당가를 말아먹으려고 한 주제에 누굴 평가한다는 말인가

"무릇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란다. 그리고 그때의 선택은 이 당진설의 통한의 실수이기도 하였지. 감히 주제도 모르고 주인님을 적대하고 당가를 망하게 하려고 하였으니까 말이야."

당진설은 변명하듯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몸도 마음도 선우님의 노예가 되어 누구보다 유능할 자신이 있단다. 전권 위임은 금적화가 아닌 이 언니를 믿고 맡겨주렴. 네가 자리를 비운동안 당가를 지금보다 몇 배는 성세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도록 하마. 너도 알고 있지 않니? 금적화따위보단 이 언니의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걸."

그리고 은근한 목소리로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싫어요."

그리고 그 은근한 제안을 당서윤은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일말의 고민조차 없이 말이다.

"어째서!"

당진설은 발작하듯 언성을 높였다.

"언니가 충성하는 건 선우지 당가가 아니잖아요?"

"그게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

당진설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당연히 문제죠, 언니는 당가의 이익이 아니라, 선우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일할테니까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게 뭐가 나빠!"

"나쁘죠, 당가 본연의 이익이 아닌 선우의 눈치를 보면서 일하게 될테니까요. 전 객관성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게 중책을 맡길 수 없어요."

가주라는 자리는

객관적으로 세가의 손익을 따지며

냉철하게 결정을 내리는 자리였다.

객관성을 유지할 수 없는 이가 맡을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닌 것이다.

"눈치 안볼게! 당가의 손익만을 생각할게!"

"퍽이나."

당서윤은 코웃음을 쳤다.

이제와서 입장을 바꾼다고

누가 믿는다는 말인가

"나가요. 귀찮게 하지말고."

당서윤은 곧바로 축객령을 내렸다.

더는 들을 가치도 없다는듯이 말이다.

"서윤아 잘생각해봐! 내게 전권을 위임해준다면 당가는 영광이 가득하게 될거야! 너도 나도 주인님께 크게 예쁨을 받게 될거야!"

당진설은 다급히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우우우우우웅

그 모습에 당서윤은 말없이 만류귀원신공을 운용하였다.

그러자 지독한 독기가 그녀 주위로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냥 갈래요? 아니면 가게 해줄까요?"

"............"

그 물음에 당진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가 내뿜는 지독한 독기에 완전히 압도된 까닭이었다.

".......너 후회할거야."

벌떡

그리고 이내 몸을 일으켜세운 뒤 입을 떼었다.

표독스럽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하아...피곤해."

그녀가 나가자 당서윤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쉬자.'

철푸덕

그리고 이번엔 탁자 위에 그대로 엎드렸다.

이번에야말로 꿀같은 휴식을 취하자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엎드려있었을까

흔들 흔들 흔들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누군가 몸을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으득

당서윤은 이를 갈았다.

분명 축객령을 내렸건만

다시 돌아와 이리 자신을 괴롭히다니

어찌 화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녀의 몸에서 독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혼을 내줄 요량이었다.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그렇게 얼마나 독기를 흘려보냈을까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당서윤은 의아함을 느꼈다.

아무리 독기를 흘려도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던 까닭이었다.

'......뭐지?'

의문이 든 당서윤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너무나 익숙한 남자의 모습을

"선....선우?"

당서윤의 눈빛이 크게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화 많이 났어? 독기가 심상치 않더라, 너"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아니..정말 너 맞아?"

당서윤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맞지, 그럼, 이렇게 잘생긴 얼굴이 흔치는 않잖아?"

선우는 능글거리는 표정을 지은 채 농을 내뱉었다.

와락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당서윤은 그대로 선우를 와락 껴안았다.

능글거리는 그의 말에

반가운 마음이 물밀듯 차오른 까닭이었다.

"오면 온다고 말하던가...깜짝 놀랐잖아. 이 바보야."

콩 콩 콩

당서윤은 선우의 넓은 품에 안긴 채 가슴을 콩콩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나도 갑자기 오게 돼서.....미리 말하지 못했네. 미안해. 서윤."

"됐어.그래도 왔으니까 됐어."

당서윤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미안할 만한 일은 아니였다.

결국 이렇게 눈앞에서 마주하게 되었으니.

"근데 독기는 왜 흩뿌린 거야? 누군지도 모르면서."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의아한듯 물었다.

그녀가 냬뿜은 독기는 꽤나 따가운 수준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견디지 못하고 비명성을 내지를 정도로 말이다.

그런 독기를 내뿜은 저의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게...언니인줄 알고."

"당진설? 걔가 왜?"

"사실 네가 오기 전에 언니가 다녀갔거든.."

당서윤은 당진설과 있었던 일들을 간략히 설명해주었다.

청탁을 위해 찾아온 그녀와 대판 싸우고 쫓아낸 이야기까지 전부 말이다.

"너한테 그렇게 말했다고? 안되겠네. 한 번 혼내줘야겠어."

선우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리 좀 비웠더니

노예 기강이 말이 아니였다.

감히 부인 서열에게 이리 개기는 걸 보니 말이다

"아니야, 구태여 그렇게 안해도 돼, 어차피 자존심상해서 내뱉은 말일테니까."

당진설 입장에선 나름 자존심이 상할만한 일이였다.

한참이나 어린 동생에게 머리 숙여 부탁했건만 단박에 거절당하였으니 말이다.

"정말 괜찮아?"

"괜찮아, 그리 원래 여자들 일은 여자끼리 처리하는 게 맞아, 남자가 끼어들면 감정이 더 상하기 마련이거든."

"......흐음..알았어 그럼."

선우는 수긍한듯 말을 내뱉었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본디 여자의 기강은 여자가 가장 잘잡는 법이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괘씸하니까. 나중에 소양이한테 기강 한 번 잡으라고 해야겠다.'

노예대장부 출신인 주소양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슬쩍 말만 흘려도

당진설은 눈물과 콧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호되게 혼나고 마리라

"그것보다 어쩐 일로 이렇게 빨리 오게 된거야? 몇 달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당서윤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능소화와 주소양의 출산을 지켜보기 위해 길을 떠났던 그였다.

예정대로라면 몇 달은 더 머무르면서 산후조리에 힘을 써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예정과는 달리 선우는 너무나 빨리 당가로 복귀하였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마교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 물음에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당가의 힘이 필요해."

그리고 올곧은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였다

"당장 내각 회의를 소집하도록 할게."

그 눈빛을 마주한 당서윤은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전쟁을 위해서."

그저 전쟁을 위한 준비를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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