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73화 (1,174/1,419)

의천맹 대회의실

대장로 계상득, 이세진 등 의천맹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한 자리씩 차지한 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끼이이이익

회의실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열린 문틈사이로 두 명의 남녀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의천맹주이자 천검후라고 불리우는 여중제일인 주소양과

그녀를 보좌하는 총군사 제갈찬의 등장이었다.

순간 장로들의 눈빛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출산휴가로 몸조리를 하고 있을 주소양의 등장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총군사에게 대다수 전권을 위임한 맹주가 어찌 직접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인가

그렇게 모두가 의문을 품고 있을 때였다.

"역시 모두들 의아해하시는 표정이시군요."

주소양은 예상했다는듯 입을 떼었다.

그들의 반응을 예상 못한 바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어찌..맹주께서...이곳에?."

계상득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 말을 이었다.

한창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쌍둥이들을 돌보고 있어도 모자랄 판국에

맹내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긴급 소집령을 내린 게 바로 접니다. 장로님"

주소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순간 계상득들을 비롯한 장로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소집령을 내린 주체가 맹주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이다.

".......대체 무슨 연유기에..?"

계상득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급박한 일이기에

맹주가 직접 소집령을 내렸을 지

의문이 든 까닭이었다.

"마교가 준동하였습니다."

주소양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마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감히 입에 담는 것조차 끔찍한 사교집단이자

그간 수많은 학살을 자행하였던 중원무림의 주적.

마교의 준동이라니?

어찌 동요치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 청해에 있는 정철문에서 전서 하나가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전서에는 마교 준동이 의심되는 정황들이 적혀있었지요.."

주소양은 동요하는 장로들을 바라보며 정철문으로부터 전해들은 것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정철문의 동맹 문파인 참철문의 멸문.

수많은 이들을 학살하고 동남동녀만을 살려 납치하는 행태.

그들과 맞서기 위해 십만대산 부근으로 전력을 파견한 정철문의 결정까지

토씨하나 빠짐없이 전부 전해주었다.

"...인신공양입니다! 인신공양이 분명합니다!"

그 말이 끝나자 계상득은 잔뜩 흥분한 채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이들을 학살을 하며 동남동녀만을 납치하다니

예로부터 마교에서 자행해온 끔찍한 인신공양의 전조가 아니던가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청해성에서 학살을 저지른 집단이 마교임을 말이다.

"저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참철문정도 되는 중견 문파가 버티고 있는 곳에서 학살을 자행할 정도의 세력은 마교정도 밖에 없을테니."

주소양은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비록 변방에 위치하고 있긴하지만

정철문과 함께 청해성을 양분하는 참철문의 위명은 주소양 또한 모르지 않았다.

그런 참철문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정도로 강대한 세력이라면

마교정도를 꼽을 수밖에 없으리라

"당장 토벌대를 구성하고 쳐들어가야합니다!"

계상득은 잔뜩 흥분한 채 언성을 높였다.

"죄없는 백성들을 학살하고 동남동녀들을 납치하여 인신공양하려고 하다니! 결코 좌시할 수 없습니다!"

"계장로님, 잠시 진정하시지요."

그때 잠자코 있던 이세진이 그를 만류하였다

"감정적으로 움직일 일이 아닙니다. 좀더 신중을 기하여합니다."

"신중이고 자시고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이순간에도 죄없는 백성들이 핍박받고 있거늘! 무슨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섣불리 움직였다간 오히려 당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차근차근 계획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세진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감정이 앞서게 되면 될 일도 흐지부지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접근하자는 말인가! 이 장로!"

계상득은 눈살을 찌푸린 채 그에게 되물었다.

"일단 저희만으로는 무리입니다. 그걸 염두해두셔야합니다."

현 마교는 단일세력 최강의 집단이었다.

의천맹의 전력만으로는

상대하는 것은 하책에 가까웠다.

"무리인지 아닌지는 상대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게 아니오!"

계상득은 지지않겠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싸워보지도 않고 꼬리말 생각부터 하다니

어찌 의협을 숭상하는 의천맹의 장로라는 작자가 이리도 겁이 많다는 말인가

"마교와 전쟁은 조직의 명운이 걸린 문제입니다. 의기만 앞세울 수는 없습니다."

"그럼 이대로 손가락 빨고 지켜보자는 말인가!"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하여 대비를 하자는 말이지!"

"같은 말이 아닌가!"

"전혀 다른 말입니다!"

두 장로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맹렬히 대립하기 시작하였다.

서로 의견이 극명히 갈린 까닭이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틀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본질은 관점이었다.

의협이라는 창립 이념을 우선시 하느냐

아니면 실리라는 조직의 운영이라는 우선시 하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린 것이니

그렇게 한창 열띤 대립을 하던 그 때였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거대하기 그지없는 중압감이 대회의실 전체를 짓누르기 시작하였다.

"크으으윽!"

"으으으읏!"

그리고 그 중압감에 짓눌린 장로들은 하나같이 신음성을 흘렸다.

무공으로 일가를 이룬 그들조차 견딜 수 없는 커다란 중압감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죄송합니다.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어 본의치 않게 기운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잠자코 있던 주소양이 그들을 바라보며 사과를 하였다.

기운을 흘려 그들을 제압한 건 다름아닌 그녀인 까닭이었다.

"...아닙니다. 맹주."

"적절한...판단이였습니다."

계상득과 이세진은 고개를 내저었다.

한 번 제압을 당하니

한창 과열된 감정이 어느정도 추스려진 까닭이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앗

그 말을 끝으로 주소양은 기운을 풀었다.

"하아...하아...하아."

"허억..허억..허억."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두 분의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 장로님 말씀처럼 인신공양임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 이 장로님 말씀처럼 의천맹의 전력만으로 무작정 쳐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주소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관점의 차이일 뿐

두 사람의 주장 중 틀린 말은 없었다.

"그러니 중원 전체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중원 전체에!?"

"마교의 토벌은 비단 의천맹만의 일이 아닙니다. 황실은 물론 구파연합, 사천연맹을 비롯한 중원에 적을 두고 있는 중소문파들까지 중원무림에 적을 두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갈망하고 있는 원대한 목표이기도 하지요."

황실은 죄없는 백성들을 잔학하게 학살하는 마교와 척을 질 수밖에 없었고

중원무림에 적을 두고 있는 무림문파라면 중원을 정벌을 꿈꾸는 마교를 증오할 수밖에 없었다.

마교의 준동은 비단 의천맹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저는 이번 기회에 이재원의 실각으로 흐지부지되었던 마교 토벌을 실현시킬 생각입니다."

주소양은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과거 마교 토벌은 이재원의 실각으로 흐지부지된 전적이 있었다.

토벌의 구심점이었던 천무맹이 사라지면서

토벌을 위해 모여들었던 수많은 세력들이 자연스레 해산된 까닭이었다.

그게 못내 아쉬웠다.

잘만했더라면

마교를 역사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수도 있었을지도 몰랐을테니

그런데 절호의 기회가 왔다.

마교를 토벌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심할 확고한 명분이 생긴 것이다.

어찌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맹주, 수많은 세력들을 결집시켜 토벌대를 만든다면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 기간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계상득은 조심스레 의견을 내었다.

대단위 토벌대 구성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서로 위치와 업무 그리고 조직의 성향에 따라 적절히 분배하여 토벌대를 조직하여야했고

그들을 먹일 식량을 비롯한 무구들을 제작해두어야했기 때문이다.

계상득의 입장에선 그런 시일조차 아깝게 느껴졌다.

시일이 소요되는 동안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갈테니 말이다.

"그전처럼 시일이 오래 소요되진 않을 것입니다."

주소양은 단호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오래 소요되지 않는다뇨? 그게 무슨?"

계상득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천무맹 시절엔 장기전을 각오한터라 식량조달과 무구 제작에 상당한 시일을 소요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번 싸움은 단기결전이 될테니까요."

""단기결전!?""

장로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단일 최강의 세력과 단기결전이라니?

"현재 마교의 세력은 약해질대로 약해져있습니다. 주요 타격대들은 전멸하였고 새외세력의 도움 또한 요원치 않은 상황이지요."

주소양은 눈을 빛내며 입을 떼었다.

수 차례나 반복되었던 중원 침략에 의해 마교 세력은 심각할 정도로 약세가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단기결전을 상정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중원 전력은 어떻습니까? 천하제일검이라고 불리우는 검신劍神과 더불어 현경에 다다른 저와 새외세력들을 박살냈던 사천연맹의 숨은 고수들 그리고 구파의 고수들과 황실의 원조까지."

현 중원은 무림 최전성기라고 칭해도 어색치 않을 정도로 강맹한 이들이 차고넘쳤다.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마교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을 강맹한 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현 중원은 무림 최전성기입니다. 지금처럼 고수들이 즐비한 시절도 없었지요. 그러니 저는 확신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마교를 멸滅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지금이 아니라면 그 어떤 때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소양은 뜨거운 눈빛으로 장로들을 응시하였다.

"그러니 도와주시겠습니까? 마교를 완전히 멸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완전한 멸滅"

"...멸滅이라니.."

그 뜨거운 눈빛을 마주한 장로들은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마교를 멸하는다는 말의 울림이

가슴을 뒤흔든 까닭이었다.

중원무림인으로서

협을 숭상하는 협사로서

바라마지 않았던 일.

마교 멸문.

그걸 실현시킨다니

어찌 가슴이 떨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로 계상득! 맹주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로 이세진! 맹주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로 사팔득! 맹주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이내 장내에 있던 장로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우렁차게 답하였다.

그 원대한 계획에 찬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 의견에 따라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모습을 마주한 주소양은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라도 반대하는 이가 나오는 건 아닐까 내심 걱정한 까닭이었다.

"그럼 바로 토벌대를 구성토록 하지요."

이내 신색을 회복한 주소양은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총군사, 문파내 모든 전력을 집결시켜주세요. 그리고 모이는 즉시 청해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제갈찬은 고개 숙여 명을 받들었다.

"계 장로님"

"말씀하십시오."

"구파 연합에 사절로 가주세요. 그들과 친분이 두터운 장로님이라면 흔쾌히 허락해주실 것입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계상득은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이 장로님."

"하명하십시오. 맹주."

"복건문파 연합에 사절로 가주세요. 복건성출신인 이장로님이라면 그들과 대담하기 한결 수월할 것입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사 장로, 장로님께선 하남으로.."

곧이어 주소양은 장로들에게 일일히 사절을 부탁하였다.

중대한 사안인 만큼 장로급을 보내어 최대의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이상입니다. 각자 무운을 빌겠습니다."

모두에게 적절한 명을 내린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저기.....맹주님"

그때 장로 이세진이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손을 들어올렸다.

"말씀하세요."

"아직 황실과 사천연맹의 사절로 누구를 보낼 지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곳에는 사절을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주소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떼었다.

"네에?"

이세진은 어안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황실과 사천연맹

두 곳 모두

토벌대 최고전력이라고 칭할 수 있는 곳이 아니던가

그런데 사절을 보낼 필요가 없다니?

"그곳엔 따로 가실 분이 있거든요."

주소양은 미소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황실과 사천연맹

그곳에는 이미 갈 사람이 정해져있었다.

누구보다 밀접하여

그 어떤 사절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

십만대군이 아니라

백만대군조차 내려받을 수 있는 존재.

연맹원뿐 아니라

사천 전체를 동원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

군왕 장선우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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