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66화 (1,167/1,419)

"쯔쯧, 아둔한 놈."

천하를 오시할 오만함을 물씬 풍기는 노인

음양마는 바닥에 처박힌 선우를 내려다보며 가벼이 혀를 찼다.

"어찌 그리 아둔하여 등선한 스승을 매번 현신시킨단 말이더냐? 굼벵이도 가르쳐도 네놈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리고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움찔 움찔 움찔

그 말에 반응을 한 것일까

바닥에 처박혀있던 선우의 몸이 움찔거리기 시작하였다.

스르르륵

그리고는 이내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운 뒤

말없이 음양마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뭘 꼬나보느냐? 눈깔 파주랴?"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스승."

선우는 싸늘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무슨 짓이긴, 처맞고도 모르더냐? 아둔한 네놈에게 손수 매타작을 하지 않았더냐?"

"아둔하다라니....의미를 모르겠군요."

선우는 알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쯔쯧, 그게 바로 아둔하다는 증거이니라, 네놈 스스로 뭘 잘못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으니.."

음양마는 다시금 혀를 차기 시작하였다

"전 현세에는 감당할 수 없는 크나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등선을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순리입니다. 그런데 대체 뭐가 잘못됐다는 겁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초월의 깨달음은

현세의 균형을 붕괴시킬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힘이다.

세상의 균형을 위해

섭리에 따라 등선을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그런데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확실히 네놈의 깨달음은 세상의 균형을 파괴하는 재앙같은 힘이니라. 세상의 순리대로라면 네놈말대로 등선하여 선계에 오르는 게 맞겠지."

음양마는 태연자약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네놈은 순리를 벗어난 존재가 아니더냐? 그런 놈이 뭣하러 순리에 따라?"

아둔한 제자놈은 세상의 순리를 벗어난 존재였다.

구태여 순리에 순응하며 모든 걸 내버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 분명 말했을텐데? 네놈만의 질서를 만들고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되라고. 그런데 어찌 세상의 질서에 순응하여 그대로 따르려고 드는 것이더냐? 어찌 스스로 하늘의 율법에 얽매이려고 드는 것이더냐?"

음양마는 되려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 스스로 율법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어찌 범새끼가 늑대 밑에 들어갈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스스로 호령하는 산군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상의 균형을 위해서입니다. 저만의 질서를 만든다면 이 세상은 불균형해지고 혼란이 야기될 것입니다."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네놈에게 이 세상의 균형이 그리도 중요하더냐?"

"중요합니다."

"소중한 이들을 모두 내버릴만큼 말이더냐?"

"소중한 이들을 위해서입니다."

세상의 혼란이 초래된다면

소중한 이들이 필연적으로 다칠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떠나는 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리라.

"남겨질 이들의 슬픔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더냐?"

"착한 여인들이니, 모두 이해해줄 것입니다."

"끌끌, 감정이 메말라도 한참이나 메말랐구나. 이리도 인간미가 없어서야.."

음양마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눈물많던 울보놈이

시릴정도로 냉철하게 변해버렸다.

초월적인 깨달음이

감수성 넘치던 그 감정들을 모조리 앗아가버린 것이다.

"등선할 신선에게 인간미가 어찌 필요하겠습니까?"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 틀린 말이 아니구나."

그 말을 들은 음양마는 유쾌한듯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게 있구나, 아둔한 제자야."

"그게 무엇입니까?"

"네놈은 등선하지 못한다."

음양마는 웃음기를 지우며 말을 이었다.

"내가 오늘 네놈에게 인간미라는 걸 손수 새겨넣어줄테니."

우드득 우드득

음양마는 목을 가벼이 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살벌한 뼛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저와 맞서실 생각이십니까?"

"맞서다니.....단어 선택에 잘못되었구나."

음양마는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맞선다는 건 동등했을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이니라."

"제가 동등치 못하다는 말입니까?"

선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등선의 깨달음을 얻었음에도

자신을 아래로 두는 음양마의 태도가

그의 자존심을 건드려버린 까닭이었다.

"하하하하,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놈이 건방지구나. 이제 막 깨달음을 얻은 네놈이 정녕 내게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냐?"

음양마는 가소롭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웃음을 터트렸다.

격장지계가 아닌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

"스승님은 제게 태산같은 존재였습니다. 감히 닿는 것조차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높고 커다란 분이셨죠."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금이라면 닿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 또한 선계에 이를 정도의 깨달음을 얻었다.

어찌보면 음양마와 동등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충분히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저 태산과 같은 스승에게

"건방지구나. 아주 건방져."

스르르륵

그 말을 끝으로 음양마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선우는 곧바로 기감을 퍼트리기 시작하였다..

티끌같은 움직임이라도 잡아내기 위해

빠아아아악

그 순간 선우의 뒤통수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앙

그와 함께 선우의 안면이 그대로 바닥에 처박혀버렸다.

"같은 수에 두 번 당하면 어쩌자는 게냐?"

음양마는 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덥석

그리고 손을 뻗어 선우의 뒤통수를 움켜쥐었다.

꾸우우우욱

그다음 안면을 바닥에 강하게 짓눌러버렸다.

콰직 콰직 콰지직

그러자 대리석으로 된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타타타타타탁

음양마는 그 상태로 표홀한 신법을 발휘하여 그대로 질주하였다.

콰지지지지지직

그러자 선우의 안면이 바닥을 갈아버리며 함께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어떠느냐? 돌밥을 좀 먹으니까, 감정이 좀 돌아오더냐?"

이내 걸음을 멈추선 음양마는 선우를 들어올린 채 물었다.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쿨럭...쿨럭.."

선우는 대답 대신 코와 입속에 잔뜩 들어간 대리석 잔해물들을 뱉어내기 시작하였다.

"저런, 아직도 정신이 안돌아온 모양이구나."

콰아아앙

음양마는 이번엔 선우의 안면을 벽에 처박아버렸다.

콰가가가가각

그리고 다시금 질주를 하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수련관의 벽을 전부 갈아버릴듯한 기세로

그렇게 얼마나 질주하였을까

"어떠느냐? 이제 인간미가 새겨지더냐?""

음양마는 다시금 선우를 들어올린 채 되물었다.

"쿨럭...쿨럭...."

하지만 선우는 이번에도 기침과 함께 돌가루를 내뱉을 뿐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나."

휘익

그 말을 끝으로 음양마는 선우를 허공쪽으로 그대로 던져버렸다.

타탁

그다음 초속에 가까운 속도로 그대로 신형을 쏘아보내기 시작하였다.

콰앙 콰아앙 콰아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그리고 허공에 떠있는 선우를 쉴새없이 매타작하기 시작하였다.

눈과 코, 입 그리고 턱 있는 안면은 물론이고

양 어깨, 가슴,파다리 허리, 엉덩이 , 허벅지, 무릎, 발등까지

손에 닿는 곳이라면 모조리 두들기고 또 두들기기 시작하였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주먹이 닿을 때마다 폭탄이 터지는듯한 굉음성이 울려퍼졌고

공기가 터져나가는 파공성 또한 선우의 몸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수련관 전체가 전쟁터를 연상케하는 소음들로 가득 메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두드리고 또 두드렸을까

음양마는 선기와 음양조화기를 듬뿍 담은 주먹을 선우의 명치에 그대로 쑤셔박아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러자 천지가 진동하는 거대한 굉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선우의 신형은 급강하하며 그대로 바닥에 꼬라박히더니 대리석을 뚫고 흙속으로 그대로 잠식되기 시작하였다.

마치 심해 속에 빠져드는 것처럼 말이다.

"정신이 돌아오더냐?"

음양마는 선우가 처박혀진 흙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당연스럽게도 흙 속에선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이제 좀 정신을 차렸나보군."

음양마는 그제서야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선우님!!!!!"

그러자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주소양이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사랑하는 남편이 생매장 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충격에 혼란에 빠져든 것이다.

그녀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선우님! 선우님! 선우님!"

그리고 다급히 흙을 파헤치기 시작하였다.

생매장당한 선우를 구해내기 위해

하지만 아무리 흙을 파내도 소용없었다.

흙들을 옆으로 제쳐두어도

다시금 흙알갱이들이 굴러들어와

파둔 곳을 메꿔버린 까닭이었다.

"제발...제발..파여져....파헤쳐지란 말이야."

주소양은 울먹이기 시작하였다.

이러다간 선우가 죽을 지도 몰랐다.

사랑하는 낭군이 등선도 아닌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파내도 소용없느니라."

그때 귓가로 늙그수레한 음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선배님께선....뭔가 알고 있는거죠?"

"알다마다, 노부가 흙을 굴리고 있는데 어찌 모르겠느냐?"

음양마는 태연자약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이러다간 그이가 죽어요!"

"걱정말거라, 아무렴 신선이 쉽게 죽겠느냐?"

음양마는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정도 상처라면 죽을지도 몰라요! 분명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거예요! 당장...당장 치료해야해요!"

주소양은 잔뜩 울먹이는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주먹이 맞닿을 때마다 포탄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울렸고

온사방에 핏물이 비산하였고

뼈가 어그러지는 끔찍한 소리가 사방을 퍼져나갔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 심각한 중상을 입었을 게 분명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대로 방치한다는 말인가

"그놈은 좀더 아파도 되느니라."

음양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선배님께선 그이의 스승님이시잖아요! 이대로 제자가 죽게 내버려둘 생각이신건가요?"

"끌끌, 죽는다면 그것도 제놈의 명이 아니겠느냐?"

주소양의 간절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음양마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털썩

그때 주소양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선배님.....제발..제발...그이를 꺼내주세요...,그이를 살려주세요.."

그리고 간절히 빌기 시작하였다.

선우에 대한 걱정에

천검후로서

여중제일인으로서

의천맹주로서

자부심과 자존심따윈

모두 내버린 채 무릎을 꿇으며 애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디 선우를 꺼내달라고

부디 선우를 살려달라고

"그리도 그놈이 좋더냐?"

음양마는 차분한 어조로 그녀에게 물었다.

"좋아한다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로 소중한 정인입니다....."

"널 버리고 떠나려던 못난 놈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좋더냐?"

"야속하긴 하나 그럼에도 제겐 소중한 사람입니다..제발 그이를 꺼내주세요...선배님..제발..제발.."

"흥, 아둔한 놈이 여복은 있구나."

음양마는 코웃음치며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네 청은 들어줄 순 없다."

그리고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어..어째서!?"

주소양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저놈은 지금 무無의 세계의 빠져들었느니라."

"무無의 세계요?"

"그래, 생과 사에 기로에 섰을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중간 지점라고 할 수 있는 곳이지."

"어째서..그곳에?"

"그곳에 가야찾을 수 있기 때문이니라."

"무엇을 말이죠?"

주소양은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저 아둔한 놈 스스로 죽여버린 오욕칠정을 말이야."

음양마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

주소양은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예상치 못한 말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그러니 얌전히 관망토록 하거라. 네 낭군이 등선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음양마는 태연자약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아아.."

주소양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채 탄식을 내뱉었다.

다친 낭군을 위해

무엇 하나 해줄 수 없다는 현실에

허탈함을 느낀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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