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62화 (1,163/1,419)

덥석

손을 뻗어 안면을 움켜쥐었다.

쫘아아아악

그리고 망설임없이 그대로 찢어버렸다.

그러자 평범함 속에 가려져있던 경국지색의 외모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칠흑처럼 검은 머릿결

그에 대비되는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결

묘하게 나른해보이는 퀭한 눈동자

살짝 처져있는 묘한 눈매

명검을 연상케하는 베일것 같은 콧날

어두운 인상과 대비되는 붉은 입술

그리고 은연중 드러나는 퇴폐적인 분위기

가히 절세가인이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는 외모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사락 사락 사락

곧이어 하수련은 꽁꽁싸매고 있던 의복을 이리저리 풀어헤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점점 몸선의 변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런 특징도 없던 평평한 몸매가

점점 굴곡지게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강제로 동여매고 있던 가슴은 튀어나오고

허리는 잘록해지며

펑퍼짐한 옷에 가려져있던 커다란 둔부가 드러나며

여인으로서 우월하기 그지없는 몸매로 변모해버린 것이다.

"후우우."

변장을 모두 풀어낸 그녀는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전신을 휘감고 있던 갑갑함이 일시에 사라진 까닭이었다.

'정말 못할 짓이야.'

인피면구 자체가 피부에 그리 좋은 재질도 아닐뿐더러 공기를 차단시키기 때문에 피부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가슴을 강제로 동여맬 경우

가슴 모양이 망가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본능적으로 미美를 중시하는 여인의 입장에선 금기에 가까운 행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맨얼굴을 드러내고 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맨얼굴로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선천적으로 남자를 홀리는 외모를 타고난 자신이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간

여러모로 불상사가 벌어질게 될터이니.

'실질적인 업무 지원말고 외부지원쪽으로 바꿔달라고 말해야겠어.'

마침 오늘 밤은 주인님과 대면하게 된다.

사정을 잘 말하면 어느정도 수긍해주실 것이다.

'마침 공도 세우기도 했으니까.'

훌륭한 바람잡이 역할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의천맹주의 입지를 오히려 탄탄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정도 공훈이면 저정도 부탁정도는 기분 좋게 들어주리라.

'그나저나 무슨 상을 주려는걸까?....특별한 상이라고 했는데..'

하수련은 문뜩 의문이 들었다.

저 속을 알 수 없는 주인님께서

대체 무슨 상을 주려고

변장까지 풀고 오라고 했는지

'그것도 하필이면 야심한 시각에.......'

화아아아악

이내 하수련의 얼굴이 빨갛게 익기 시작하였다.

순간 떠오른 낯뜨거운 망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까닭이었다.

'그럴 리 없잖아! 그런 사이도 아니고!'

부웅 부웅

고개를 좌우로 거칠게 내저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망상을 전부 날려버리려는듯이

하지만 한 번 떠오른 의심은 좀처럼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몸집을 키워 머릿속에 가득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만약이라는 전제를 붙인 채 말이다.

'만약에...특별상이...정말 승은이면 어떻게 하지?...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곧이어 하수련은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심각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특별상이 승은일 경우를

상정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거절은 못할 거야...왕명을 어떻게 거절하겠어?......그럼 만약 수락하게 되면...'

화아아아아악

간신히 진정했던 얼굴이 다시금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망상이 극에 치달아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성교육이 시작된 까닭이었다.

'으아아아아아!'

부웅 부웅 부웅

하수련은 머릿속에 떠오른 망상을 필사적으로 지우기 시작하였다.

머릿속에서 성교육이 더 재생되었다간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경쓰지말자..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

곧이어 그녀는 강제로 결론을 지어버렸다.

더 깊게 생각하다간

낯뜨거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충 준비나 하자.'

어느정도 마음을 진정시킨 그녀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였다.

겉옷과 속옷 전부 깔맞춤한 채로 말이다.

**************

두근 두근 두근

하수련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하였다.

주인님의 처소가 가까워질수록

그 고동이 한층 더 격렬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별일 없다니까.'

하수련은 답답하다듯 가슴을 두드렸다.

이놈의 심장은

주인의 말을 전혀 들어먹지 않았다.

멋대로 쿵쾅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낼 뿐

그렇게 얼마나 쿵쾅거렸을까

어느새 선우의 처소 코앞에 닿게 되었다.

"후우우우우."

가벼이 심호흡을 내뱉었다.

똑 똑 똑

그리고 부드러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와."

그러자 처소 안쪽에서 주인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덜컥

끼이이이익

그 허락에 하수련은 문고리를 잡고 그대로 밀어내었다.

그러자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어서와, 하수련. 기다렸다고."

문이 열리자 선우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환대해주었다.

"네에...주인님."

하수련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답하였다.

혹시나 누군가 있을까싶은 마음에 슬며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꿀꺽

그리고 곧이어 그녀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방 안에는 주인님외엔 그 어떤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야심한 밤

밀폐된 장소에

주인님과 단둘이 남게 된 것이다.

'설마..아니겠지...아닐거야..'

하수련은 쉽사리 방 안으로 걸음을 떼지 못하였다.

방 안으로 들어갔다간 꼼짝없이 특별상을 받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 까닭이었다.

"뭐해? 안들어오고."

선우는 그런 그녀를 의아한듯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문을 코앞에두고 뭐하는 딴짓이란 말인가

"...저희 둘뿐인 건가요?"

하수련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너만을 위한 특별상이라고 했잖아? 혼자만 봐야 의미 있지."

선우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게 배려해주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니, 넌 배려받을 자격 있다, 하수련."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소양에게 들었어, 그간 의천맹의 행정을 도맡아하면서 크게 힘써주었다지?"

".......그저 주인님이 명하신 일을 충실히 수행한 것 뿐이에요."

"충실하다는 건 그만큼 내 명을 성실하게 수행했다는 거잖아?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야."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바람잡이 역할을 해준 덕에 여론까지 반전시킬 수 있었잖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되진 않았을 거야."

애초에 바람잡이 역할은 사전에 예정된 일조차 아니였다.

그녀의 독단으로 여론 반전을 꾀한 것이다.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얌전히 배려받도록 해."

선우는 단정짓듯 말을 내뱉었다.

"......알겠습니다."

하수련은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그 고집을 꺾을 수 없다 여긴 까닭이었다.

"따라와."

선우는 안쪽에 연결되어있는 작은 방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기는....'

하수련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곳은 다름아닌 침실이었다.

어찌 자신을 저곳으로 데려간다는 말인가

끼이이이익

곧이어 경첩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러자 어두컴컴한 실내가 그대로 비치기 시작하였다.

하수련은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본능적인 두려움이 걸음을 멈춰세운 까닭이었다.

"뭐해? 안들어오고."

침실로 들어간 선우는 의아한듯 물었다.

"하지만..그곳은..침실..."

"그런데?"

선우는 뭐가 문제냐는듯 되물었다.

"...그..그럼 혹시 특별한 상이라는게.."

화아아악

하수련은 얼굴을 잔뜩 붉히며 입을 떼었다.

"그런 거 아니니까 들어와, 나 못믿어?"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왜 하필..침실에서."

"여기서만 보여줄 수 있는 거거든."

"..............알겠어요."

이내 하수련은 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다음 침실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안쪽으로 완전히 들어온 순간

덥석

끼이이익

선우가 문을 서서히 닫기 시작하였다.

"뭐..뭐하시는 거예요!"

그녀는 다급히 그를 만류하였다.

이게 별안간 무슨 짓이란 말인가

"문 닫는데?"

"그러니까 문을 왜 닫냐구요!"

"상주려고."

선우는 태연자약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상 필요 없어요! 안 받을래요!"

그녀는 다급한 어조로 언성을 높였다.

이제야 확실해졌다.

주인님

아니 주인놈이 자신에게 주는 상은

필시 승은일 것이다.

자신의 처녀를 무자비하게 꿰뚫고

강제로 회임이시켜 승은을 입게 만들 심산인 것이다.

'싫어!'

싫었다.

만일 처녀를 꿰뚫게 된다면

적어도 사랑하는 정인에 의해 꿰뚫리고 싶었다.

이런 강제적인 관계는 원치 않는 것이다.

"이미 늦었어, 난 네게 상을 주기로 마음먹었거든."

하지만 선우는 막무가내였다.

강제로 문을 닫기 시작한 것이다.

"싫어어어어어어어!!!!!!"

하수련의 비명성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짜잔! 야광명주야!"

번쩍

그와 함께 사방에 광채가 빛나기 시작하였다.

"....에?"

순간 하수련은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선우가 손에 쥐고 있는 커다란 야광명주를

"..............."

화아아아아악

하수련의 얼굴이 터질듯 뻘겋게 익어가기 시작하였다.

***********

"하하하하하하하."

선우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하였다.

"......웃지마세요."

하수련은 얼굴을 푹 숙인 채 입을 떼었다.

"하하하하하하하...이렇게 웃긴 걸 어떻게 안웃어?"

"그래도 웃지마세요...저 민망하다구요."

하수련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말을 이었다.

"넌 진짜 나에 대한 믿음이 털끝만큼도 없구나, 어떻게 내가 강제로 덮친다는 생각을 하냐? 내가 짐승이야?"

"......상황이 그랬잖아요! 상황이! 야심한 밤에 밀폐된 공간에 단둘 뿐인 상황에서! 어두컴컴한 침실로 데려가 문을 닫으면 누구든 저처럼 반응할 거라구요!"

하수련은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상황만 놓고보면 객관적으로도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여자로서 위기감을 느끼기 충분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저리 놀려먹는단 말인가

"놀려먹으려고 일부러 그런거 아니예요?"

하수련은 의심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를 떼었다.

"아니, 별뜻은 없었어, 그냥 야광보주는 어두울 때봐야 더 환하게 보이니까. 밤에 부른 것뿐이지."

선우는 태연한 표정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딱히 놀려먹을 의도는 없었다.

단순히 밤에 잘보이니까

가장 어두울 때 불렀을 뿐

"........뭔가 억울하고 분해요."

"뭐가 분해?"

"혼자 멋대로 착각해서 추태를 보인거잖아요."

추태도 이런 추태가 없었다.

"아니야, 그래도 난 재밌었어."

선우는 나름의 위로를 건네주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힘을 내길 바라는 마음에

"전 하나도 재미없거든요!"

하수련은 뺴액하며 언성을 높였다.

아무래도 화만 더 돋운듯 하였다.

"자아, 여기 야광명주 보고 화좀 풀어, 이거 십만냥은 거뜬히 나가는 물건이라고."

선우는 야광명주를 들이밀며 말을 이었다.

"...........십만냥."

순간 씩씩대던 그녀의 표정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였다.

십만냥이라는 울림이 치솟은 분노 점점 사그라들게 만든 까닭이었다.

"정말 주시는 건가요?"

"정말이고 말고. 왜 싫어?"

"아뇨, 액수가 너무 많아서요."

십만냥.

웬만한 중소상단의 일년치 예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거액

그런 거액을 선뜻 준다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제가 이런 거액을 받아도 되는지..."

"받아도돼."

"하지만.."

"토달지말고."

"그래도 너무 많아서,.."

하수련은 좀처럼 부담감을 지울 수 없었다.

"알았어, 그럼 차라리 정식으로 의뢰를 하나할게. 마침 알아볼 것도 있었으니까 말이야."

"의뢰를요?"

"응, 그럼 부담없이 받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야......"

하수련은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의뢰의 대가라면 부담감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이네."

선우는 흡족스럽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의뢰하실 내용이 무엇인가요? 이정도 액수면 웬만한 정보는 마음껏 들을 수 있을테니 부담없이 물어보세요."

"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

"인명정보인가요? 흐음 그리 비싼 정보는 아닐텐데.."

"아니, 충분히 비쌀거야."

"어떤 사람의 정보를 원하시는데요?"

하수련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천마天魔"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순간 하수련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거론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하오문 역사 속에서 기록된 천마天魔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가져다줘."

선우는 눈을 빛내기 시작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