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61화 (1,162/1,419)

".........맹주께서..승은을..!?"

"어..어찌..그럴 수가!?"

"나이차가 그리 나거늘...어찌..."

주소양의 폭탄선언에 광장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사실에 맹원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다.

의천맹주를 회임시킨 장본인이 다름아닌 군왕 장선우였다니?

대체 누가 이런 사실을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맹원 여러분 모두 크게 놀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맹원분들 대다수 이런 사실을 예상할 수 없었을테니까요."

주소양은 그 반응을 예상했다는듯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경악하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였다.

단언컨대 최측근외엔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남편을 잃은 중년의 미망인과 영웅으로 칭송받는 군주와의 신분 격차는 상상이상으로 거대했으니

"아마 속으로 저를 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혼인한 전력이 있는 미망인이 제국의 위대한 영웅과 그런 관계라니....양심이 없다 손가락질해도 할 말이 없지요."

주소양은 자조적인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전 주제넘는다는 걸 알면서도 군왕 전하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속으로는 안된다고 몇 번이고 되뇌였지만 종국에는 차오르는 연모의 정을 이겨낼 수 없었고 결국에는 가슴 속에 차오른 뜨거운 이 마음을 전하께서 그대로 고백까지 하게 되었지요."

주소양은 점점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격앙된 감정과 비례하여 언성 또한 높아져갔다.

그리고 맹원들은 그런 그녀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애틋한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한 까닭이었다.

"다행히 편견없던 전하께서는 제 마음을 받아들여주었고 종국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주소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전하의 아이를 가지게 된 것이지요."

쓰담 쓰담 쓰담

주소양은 행복한 표정을 지은 채 배를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아마 맹원 여러분들 모두 의문이 드실겁니다. 어찌 지금껏 이런 중대한 사실을 숨겨왔고 이제서야 공표를 하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주소양은 맹원들의 마음을 대변하여 말을 내뱉었다.

그들은 분명 의문을 품고 있을 것이다.

임신을 곧바로 공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제가 회임하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전하는 당장에라도 공표하자며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 하지만 전 그런 전하를 만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하께는 베필로 내정된 경화군주님이 계신 까닭이지요. 그분과 혼례도 치르기 전 저와 염문이 퍼져나간다면 필시 전하의 이름에 누를 끼치고 말테니까요."

당시 선우는 경화군주의 베필로 내정되어있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망인을 건드렸다는 소문이 돌게 된다면 여러모로 곤란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처음 전하께서는 극렬히 반대를 하셨습니다. 아이를 아비없는 자식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절 부정한 여자로 만들 수 없다면서 말입니다."

주소양은 애틋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그에 대한 애정이 물밀듯 차오른 까닭이었다.

"하지만 전하뿐 아니라 경화군주님, 더 나아가 황실의 명예마저 실추될지도 모른다는 제 주장에 승복하게 되었고 약조를 해주셨습니다. 정식 혼례를 치른 이후 회임 사실을 모두에게 공표하겠다고 말입니다."

주소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약조를 지켜기 위해 저와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고맙게도 말입니다."

그녀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단언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전 세상 그 어떤 여자보다 행복하다고 말입니다."

더불어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 서리기 시작하였다.

그 표정에 맹원들의 표정이 한층 누그러지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행복한 그녀의 모습에 그들 또한 마음이 말랑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제 행복과는 별개로 의천맹주로서는 그릇된 행위를 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유가 어찌됐든 맹원 여러분들을 속였다는 사실을 변함없는 사실이니까요."

곧이어 그녀는 표정을 굳힌 채 말을 이었다.

"누구보다 진실되어야할 맹주로서 여러분들을 속이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주소양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였다.

"욕하고 손가락질을 하고 이를 빌미로 탄핵을 한다고해도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이유가 어찌됐건

누구보다 진실해야될 맹주가

이 중대사를 열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숨겼다.

이 일을 빌미로 탄핵을 당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으리라

맹원들은 그런 주소양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였다.

무척이나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중대사를 속였다는 사실이 못내 서운하였지만 사정을 듣고보면 그렇게 이해 못할 바도 아니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군왕과 엮인 일을 어찌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축하하기도 애매하였다.

진실되지 못한 맹주를 어찌 옹호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맹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침묵만을 지킬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길어졌을까

"여쭤볼 게 있습니다. 맹주."

광장 중앙쪽에서 누군가 손을 들어올리며 입을 떼었다.

순간 사람들의 이목이 그곳에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어디서나 볼법한 평범한 인상의 여인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비연각 소속의 하연수라고 합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맹주님께 몇 가지 드리고 싶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괜찮겠습니까?"

스스로 하연수라고 소개한 여자는 소속을 밝히며 입을 떼었다.

"괜찮습니다.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군왕 전하의 아이를 가졌다는 말은 곧 승은을 입었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승은을 입은 여인은 일반적으로 비妃나 후后의 직위를 얻어 왕실에 소속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연수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맹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저 말인즉슨 의천맹주가 비妃나 후后가 되어 의천맹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아니던가

"보통의 경우라면 그리 되겠지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표하였다.

"그렇다면 맹주께서도 의천맹을 떠나 왕실에 소속되는 것입니까?"

하연수는 눈을 빛내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아니요, 그리 되지 않을 것입니다."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본디 승은을 입으면 비나 후가 되어 왕실에 소속되는 게 일반적이긴 하나 제 경우에는 전하께서 사정을 봐주어 의천맹주의 자리를 보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하를 지아비로 모시기는 하나 소속은 의천맹, 그대로인 셈이지요."

이는 이미 선우와 협의가 된 일이었다.

그녀라는 구심점이 없다면

초석을 다지며 기껏 쌓아왔던 의천맹이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릴 게 뻔하였으니

"만약 제가 탄핵을 당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에요."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맹주께서는 의천맹을 버릴 생각이 없는 거군요."

하연수는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전혀 없습니다. 제 소중한 사람들과 훌륭한 협의지사들과 함께 만든 의천맹을 어찌 제가 버릴 수 있겠습니까?"

주소양은 부드러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떤가요? 충분한 답변이 되었나요?"

"충분합니다."

하연수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럼 다른 질문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주소양은 부드러이 미소 지으며 입을 떼었다.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출산 이후 맹주직 수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갓 태어난 아이를 떼어놓을 수도 없을 노릇이고 맹주 또한 업무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혹여 그에 따른 대책이 마련해두신 게 있으십니까?"

하연수는 차분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일단 육아휴직을 쓰고 몇 달동안은 육아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아이가 어느정도 클 때까지 말입니다."

"그렇다면 맹주의 업무는 어떻게 되는거죠?"

"제 업무는 일시적으로나마 총군사에게 이관될 것입니다."

"총군사에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아시다피시 총군사께서는 맹내 최고라 칭해도 무색치 않을 정도로 유능하신 분이니까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감복하였습니다, 맹주께선 출산이후의 상황도 모두 대비하고 계셨던 거군요."

하연수는 감탄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저 맹주로서 당연한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주소양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당연하다하여 평가절하할 일은 아니지요."

하연수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맹주께서는 출산을 코앞둔 상태로 맹주로서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였고 더 나아가 출산이후 상황까지 고려하여 대책까지 마련해두었습니다. 어찌 그런 맹주를 평가절하할 수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지요."

그녀는 눈을 빛내며 말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힘든 와중에도 맹을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회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맹주."

곧이어 주소양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이기 시작하였다.

""회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맹주!""

그러자 곁에 있던 비연각원들 또한 일제히 허리숙여 축하 인사를 건네기 시작하였다

"축하드립니다!"

"분명 건강히 출산하실 것입니다!"

"맹주께서는 훌륭한 어머니가 되실 것입니다!"

"맹주께서 다시금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다니! 노부는 그저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탄핵따윈 없을 것입니다! 이리 훌륭한 맹주님을 누가 탄핵한다는 말입니까?"

"감사합니다 끝까지 의천맹에 남아주셔서!"

곧이어 여기저기서 축하인사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이제 그들에게 회임을 숨겼다는 것은 그리 중요치 않았다.

비와 후라는 직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맹주직을 유지하겠다는 주소양의 당찬 결정에

그저 찬사를 보낼 뿐

".....모두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찬사에 주소양은 감격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모두의 축복 가득한 찬사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선우는 그 모습을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았다.

성공적인 연설의 마무리에 흡족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와아아아아! 맹주님 만세! 군왕 전하 만세!"

"와아아아! 만세! 만세!"

곧이어 연설장에는 맹원들의 열렬한 환호성이 가득 메워지기 시작하였다.

선우와 주소양이 단상에서 모습을 감출 때까지 쭈욱 말이다.

***************

"와아아아아!"

"맹주 만세에에!"

"군왕 전하 만세에에!"

사방에 열렬한 환호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충분하네, 이정도면.'

비연각 소속의 여인, 하연수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정도면 충분히 성공적인 연설의 마무리라 여긴 까닭이었다.

'그럼 이제 나도 슬슬 가볼까.'

스르르륵

하연수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이제 일이 마무리되었으니

더는 자리를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여긴 까닭이었다.

[밤에 내 처소로 오도록.]

그때 머릿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주군!?'

순간 하연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이미 모습을 감춘 선우가 전음을 보낼 줄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특별한 상을 주지.]

'필요없어요!'

도리도리

하연수는 고개를 도리질치며 거절을 표하였다.

[명령이야.]

그러자 단호한 음성이 다시금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

그러자 하연수는 도리질치던 고개를 멈춘 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주군의 명이 떨어진 이상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여긴 까닭이었다.

[상을 준다는데 시무룩한 사람은 또 처음이네.]

곧이어 장난기 어린 음성이 머릿속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쫄지마, 잡아먹으려고 부르는 거 아니니까.]

선우는 그녀를 안심시켜주며 말을 이었다.

[그냥 고마워서 그래, 네 덕분에 연설을 잘마무리할 수 있었으니까.]

만약 그녀가 나서서 바람을 잡지 않았다면

이번 연설은 이렇게 화기애애하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무척이나 불편하고 찜찜하게 마무리 됐을 게 분명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올 수 있지?]

선우는 다시금 그녀에게 의중을 물었다.

정 불편하다면 다음을 노릴 심산이었다.

끄덕

그러자 하연수가 고개를 살며시 끄덕거렸다.

그의 제안에 동의를 표한 것이다.

[그래, 그럼 밤에 보자고, 하수련.]

그 말을 끝으로 선우의 음성은 더이상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하아."

비연각 소속된 여인 하연수

아니 위장한 하수련은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반나절동안 공들여 위장한 모습을 풀어야할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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