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56화 (1,157/1,419)

남창시

중원에서 손꼽히는 최악의 도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고온다습한 여름 기후

시야를 가득 메우는 흐린 안개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로 인한 축축하고 을씨년스러운 겨울 기후.

물을 잔뜩 머금은 탓에 농사에 적합치 않은 토양

워낙 더러워 농수로차 쓸 수 없는 강물까지

남창의 환경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였다.

가장 기본적인 농사조차 지을 수 없고

물이 워낙 더러운 탓에 어업조차 신통치 않았다.

뿐만아니라 대로가 정비되어있지도 않았고

수로 또한 발달되어있지 않았으며

그 흔한 특산물조차 존재치 않았다.

상업이 발달할 건덕지조차 없는 것이다.

먹고 사는 것은 물론 일자리조차 없는

그야말로 최악의 도시

그런 곳에 대체 누가 살고 싶겠는가

자연스레 대다수 지역민들이 남창을 떠났고

돈없고 천한 하층민들만이 남아 을씨년스러운 도시를 지킬 뿐이었다.

"으럇! 으럇! 으리얏!

하나! 둘! 하나 둘!

우쌰! 우쌰! 우쌰!

그런 을씨년스러운 도시에, 활기찬 구호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인부들이 각기 다른 구호를 외치며 커 커다란 밧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하였다.

쿠우우우우웅

그러자 눕혀져있던 커다란 석상이 서서히 들어올려지기 시작하였다.

"올라오고 있다! 모두 좀더 힘을 내거라!"

그 모습을 본 인부들의 우두머리, 십장 가릉은 고함을 내질렀다.

"알겠습니다! 십장!"

인부들은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 밧줄을 더욱더 억세게 쥔 채 온힘을 다해 당기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완전히 세우고 말겠다는듯이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쿠우우우우웅

콰아앙

곧이어 굉음성과 함께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커다란 석상이 완전히 바로 서게 된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석상이 세워졌다!"

"이걸 세우다니!"

"크으으...오늘로 이 지긋지긋한 일도 끝이구나!"

그러자 여기저기서 인부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장엄하기 그지없는 석상이 바로 세워진 것이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바로 업무 종료

어찌 환호하지 않을 수 있겠는기

이 고된 작업이 완전히 끝이 났는데 말이다.

"하하하하하하, 다들 수고했다. 네놈들 모두가 힘낸 덕분에 예상보다 업무를 일찍 종료시킬 수 있었다!"

가릉은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떼었다.

업무종료가 상당히 기꺼운 까닭이었다.

"아닙니다. 전부 십장님 덕택입니다."

"맞습니다. 십장님의 전두지휘가 아니였다면 어찌 이런 대형 공사를 안전히 완수할 수 있었겠습니까?"

"새끼들,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기는.하하하하하하"

그 말을 들은 가릉은 함박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입에 발린 소리였지만 그리 싫게 느껴지진 않은 까닭이었다.

"에잇, 기분이다! 오늘은 내가 한턱 내도록 한다! 다들 옷갈아입고 홍관루로 모이도록!"

곧이어 감정이 고조된 가릉이 호기롭게 외쳤다.

"와아아아아아!"

그러자 우레같은 환호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세상에 공짜 술과 밥을 싫어할 이는 존재치 않았다.

특히 하루 벌어먹고 살아가는 인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나 다름없었다.

"그나저나 괜찮겠습니까? 십장."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은데..."

"사모님이 아시면 분명 성을.."

그때 몇 몇 인부들 걱정스레 물음을 던졌다.

모여있는 인원만 수십 명이었다.

제 아무리 값싼 홍관루라고해도

이들을 전부 배불리 먹이려면 상당한 무리를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인 것이다.

"바가지 좀 며칠 긁히지, 뭐."

가릉은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사내가 큰일을 해냈는데, 어디 계집의 바가지가 대수겠는가? 하하하하하"

"와아아아아아아!"

"십장! 십장! 십장! 십장!"

곧이어 다시금 환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호기로운 그의 모습에 열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아, 그럼 그리되었으니, 이제 아무도 토달지 말게, 알았나?"

십장은 당부하듯 말을 내뱉었다.

이미 한 번 호기롭게 내뱉은 말을

괜시리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건 곤란할 것 같군."

그때 그의 귓가로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간담을 떨리게 만드는 고혹적인 음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그 음성에 화들짝 놀란 가릉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고혹적인 귀부인의 모습을

"...맹..맹주!?"

가릉은 경악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갑작스러운 의천맹주의 등장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내가 곤란해요. 십장."

"대..대체..무엇이.."

가릉은 떨리는 음성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무언가 잘못한 게 있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든 까닭이었다.

"큰일을 해낸 사내가 바가지를 긁히게 되는 걸 말이에요."

의천맹주, 주소양은 방긋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리고 품 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들어 가릉을 향해 내밀었다.

"이건?"

"열어보세요."

주소양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

"예..옙!"

그 말을 들은 가릉은 망설임없이 주머니를 열어젖혔다.

그러자 휘황찬란한 빛이 시야를 가득히 메우기 시작하였다.

작은 주머니 속 담겨있는 금들이 내뿜는 빛이었다.

"이 금자는..대체?"

"격려금입니다."

주소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너무..많습니다!"

가릉은 손사래치며 말을 내뱉었다.

격려금이라고 하기엔 그 금액이 너무 많았다.

어찌 금자를 턱하니 내어놓을 수 있다는 말인가

"고생에는 그에 걸맞는 대가가 필요한 법이지요."

주소양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제가 책정한 대가는 이정도입니다. 그러니 부디 거절치 말아주세요."

"아닙니다. 받을 수 없습니다. 어찌 이리 큰돈을 덥석 받는단 말입니까?.....인생이나 축내던 한량들에게 일감을 주고 월봉을 주신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대가를 치르셨습니다."

가릉은 연신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이미 그들은 의천맹으로부터 충분한 대가를 치렀다.

풀뿌리나 나무 껍질을 끓여먹고

흙을 파먹으며

도둑질이나 강도짓이나 일삼던 자신들에게

노동할 여건을 마련해주고 월봉까지 쥐여준 것이다.

부끄러운 아비와 자식에서

자랑스러운 아비와 자식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런 은혜를 내려준 의천맹에게 어찌 이런 거액을 받을 수 있겠는가

"고집이 세군요."

주소양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떼었다.

그의 태도가 상당히 완강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없이 살았지만 은恩이 뭔지는 알고 있나이다. 충분히 은혜롭게 해주셨습니다."

"그리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군요."

주소양은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고용주로서 명령하겠습니다. 오늘 인부들을 모조리 데리고 청학루에 가 그 돈을 모두 소진하세요."

"맹..맹주!? 그런!?"

청학루라고하면 남창의 최고 권력자들이 드나드는 최상급 기루가 아니던가.

싼맛에 가는 홍관루랑은 비교자체가 불허한 곳이었다.

"만약 내일까지 돈을 모두 소진하지 않는다면 크게 경을 치겠습니다."

주소양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명을 수행하겠습니다. 맹주."

그 말을 들은 가릉은 허리를 숙인 채 답을 하였다.

고용주로서 명령이었다.

어찌 거부할 명분이 있겠는가

"와아아아아아아아!"

"청학루라니! 홍관루에서 청학루라니! 거지에서 황제가 된 기분이구나!"

"와아아아아아! 맹주님 만세! 여중제일인만세! 의천맹 만세에!"

"역시 외견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우십니다!"

이내 사방에서 환호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의 커다란 배포에 진심으로 감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명령입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즐기도록 하세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맹주!""

우렁차게 답을 한 인부들은 곧바로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모두 옷을 갈아입고 청학루로 향하기 위함이었다.

십장, 가릉은 그런 인부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주소양을 바라보았다.

꾸벅

그리고 한 차례 허리숙여 인사한뒤 그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고용주의 명을 훌륭히 완수하기 위해

씨익

주소양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기분이 좋으신가봅니다. 맹주."

그때 지척에서 영롱한 음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시선을 돌리자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백발의 여인

하오문주, 하수련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유능한 인재를 봤거든요."

"저 사람 말인가요?"

하수련은 앞서가는 가릉을 눈짓하며 말을 이었다.

"네, 기회가 된다면 의천맹을 위해 쓰고 싶네요."

"맹주께선 저 사람이 단단히 마음에 든 모양이네요."

"저자라면 어떤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알겠어요, 제가 따로 한 번 입맹을 권유해보도록 할게요."

"고마워요, 문주 "

주소양은 어여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돌려 곧게 세우진 커다한 석상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검을 들고 있는 치켜세우고 있는 영웅의 석상을

"....석상이 잘 만들어진 것 같죠?"

주소양은 그 석상을 몽롱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사랑하는 정인을 빼다박은 석상의 모습에 심장이 절로 두근거려진 것이다.

"석공들을 그렇게 닥달했는데...못 만드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하수련은 딴죽을 걸었다.

선우와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기 위해

석공을 쉴새없이 닥달하던 주소양이었다.

못만들어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이리라

"하아..근데 한가지 금상으로 짓지 못한 게 아쉽네."

주소양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죠. 맹의 예산이 초과되었으니."

하수련은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금상으로 짓기엔 의천맹의 예산이 부족하였다.

도시 정비와 개발 사업에 대다수 예산을 소진한터라

커다란 금상을 지을 만한 여력이 없던 것이다.

".....전부 하 문주 때문이에요....그때 돈만 빌려주셨어도."

주소양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담보도 없이 어떻게 돈을 빌려주나요?"

"여중제일인이라는 위명과 의천맹주라는 직위라면 무담보 대출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요?"

"불가능해요. 개인 자산은 많지 않으시잖아요."

하수련은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거야 금방 벌면되죠."

"그럼 나중에 벌어서 금상으로 다시 지으세요."

"그걸 언제 기다려요!"

"저도 돈 갚는걸 못 기다려요!"

두 여인은 이래저래 유치한 말싸움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은 가히 철없는 언니와 어른스러운 동생의 싸움과도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말싸움이 이어갔을까

"됐어요. 하오문주랑 말 안해요."

주소양은 뾰루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말싸움에서 여지없이 밀려버린 것이다.

"아쉬워서 먼저 하실거면서."

하수련은 장난스러운 미소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언제나 서류 작업 전반을 맡고 있는 자신에게 아쉬운 게 많은 주소양이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말을 걸게 뻔한 것이다.

".....얄밉네요. 하오문주."

"그걸 이제 아셨나요?"

하오문주의 장난기가 더욱더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좀더 조심스러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처음엔 눈짓만해도 벌벌 떨며

자동으로 예의가 삽입되었던 하수련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리 바뀌었다는 말인가

"이제는 의천맹주가 되셨으니까요."

하수련은 산뜻하게 답을 하였다.

의천맹주가 된 이상

일문의 문주인 하수련을 마음대로 하대할 수는 없었다.

갑질을 한다며

이래저래 말이 나올 게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한탄스럽네요. 의천맹주가 되기전 제대로 기강을 잡았어야했는데.."

주소양은 아쉽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이미 마차는 지나갔답니다."

하수련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죠. 다른 마차를 잡는 수밖에."

주소양은 어쩔 수 없다는듯 말을 이었다.

"다른 마차요?"

"하오문주, 선우님의 암퇘지가 되면 각오하세요. 선배 암퇘지로서 단단히 훈육시켜줄테니."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

하수련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암퇘지라니

남자 손 한 번 안닿은 처녀에게

저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말이 안되긴요. 왜 안되나요? 결국 하오문주도 선우님의 여인이 될텐데."

"그럴 일 없거든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럴 리 없다고, 그의 여인이 될 생각따윈 전혀 없다고 말이에요, 그런데 어느새 이렇게 임신까지 해버렸답니다."

주소양은 환하게 웃으며 볼록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었다.

꽤나 유쾌한듯 보이는 모습이었다.

"저랑 맹주는 엄연히 달라요."

"같아요. 결국 계집의 본질은 암캐니까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전 맹주의 가치관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요."

하수련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결국 하오문주도 나중에 느끼게 될테니까요."

주소양은 부드러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오문주가 제 밑으로 들어오면 암캐신조부터 달달 외우게 할거예요. 그러니 잘 기억해두세요."

주소양은 그녀를 바라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

그리고 그 으름장을 들은 하수련은 굳게 다짐하였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위해서라도

결코 그녀 밑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그보다 맹주, 산달이 얼마 안남지 않았나요?"

곧이어 그녀는 화재를 돌렸다.

더 말을 섞어봤자 골머리만 아파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네에, 대략 한달 반 정도 남았네요."

주소양은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제 한달 반이면

열달동안 품었던 소중한 생명을

두 눈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출산이 임박한데 괜찮겠어요?"

"무엇이 말인가요?"

"아직 공식적으로 아비가 누구인지 발표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출산하시면...여러모로 명예가...."

혼외자식

그것도 아비도 모를 혼외자식은

여러모로 지탄의 대상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불명예를 지고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어찌 걱정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괜찮아요."

주소양은 태연자약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우리 아이가 그런 불명예를 지도록 내버려둘 생각따윈 전혀 없거든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도, 선우님도 말이에요."

별빛같은 그녀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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