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47화 (1,148/1,419)

"왕을 능멸한 죄로 말이야."

선우는 흉흉하기 그지없는 기세를 흩뿌리기 시작하였다.

경화군주와의 혼인을 파기시켜려는 대신들의 수작에 분노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덜 덜 덜 덜

그 모습을 마주한 승상 한재선은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였다.

흉악스러운 분노가 살에 그대로 전해져온 까닭이었다.

무서웠다.

허락만한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두려워말자...어차피 저 분노를 감당한 대상은 내가 아니니..'

이내 한재선은 물밀듯 차오르는 두려움을 애써 가라앉히기 시작하였다.

저 끝을 알 수 없는 흉악스러운 분노의 대상은 적어도 자신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마땅히 그래야지요. 소신 한태선, 전하의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돕도록 하겠나이다!"

곧이어 한재선은 천천히 고개를 숙인 채 극진한 예를 표하며 언성을 높였다.

분노한 군왕의 눈밖에 나기 싫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것이다.

"그래, 나를 돕겠다고?"

"물론입니다. 전하."

"다른 대신들과 달리 자네는 생각이 제대로 박혀있는듯하군. 내게 몸소 힘이 되어주겠다니 말이야."

선우는 한결 풀린 표정으로 한재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저 마땅한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전하께서 제국을 구한 구국의 영웅이 아닙니까?그런 전하를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한재선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 생각해주다니 그저 고맙군."

"도리를 아는 자라면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

"아무래도 자네를 제외한 대신들을 모두 도리를 저버린 무뢰배인듯 하군."

선우는 싸늘한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대신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한재선은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자네가 송구할 게 어디있나? 죄는 그 무뢰배들이 지었거늘"

선우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그는 죄가 없었다.

포섭된 수많은 대신들 유일무이하게 내부고발을 시전한 당사자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어찌 죄가 있을 수 있겠는가

"부족하지만 관료들의 우두머리를 맡고 있는 몸입니다. 그들은 부덕은 제 부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이지요."

"되었다. 그들은 그들이고 자네일 뿐,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없네. 어찌 끝도없는 인간의 욕심을 예측할 수 있겠는가? 개의치 말도록 하라."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 말씀해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이옵니다."

한재선은 다시금 허리를 깊게 숙인 채 감사를 표하였다.

"되었네, 감사받자고 한 말이 아니니."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보다 계획을 세우도록 하지."

"계획이라고 하면?"

"그놈들을 전부 엿먹일 계획말이야."

선우는 심유한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내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 것 같은가?"

선우는 그에게 물었다.

"가장 무난한 방법은 폐하께 직접 이 사실을 알리고 모략을 명분으로 저들을 압박하는 것이옵니다. 황권약화를 위한 담합인 만큼 폐하의 분노를 피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한재선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정문제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황권약화라는 명분하에 똘똘 뭉쳤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그들을 결코 가만히 내버려두진 않을테니

"무난하긴한데...마땅히 땡기지는 않는군."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무난하긴 하지만 땡기진 않았다.

복수는 무릇 스스로 했을 때 의미가 있는 법이었다.

남의 손을 빌리는 순간부터

복수의 의미는 이미 퇴색되는 것이다.

"좀더 직접적으로 관여해서 제대로 복수할 방법이 없겠는가? "

선우는 기대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명재상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한재선이였다.

그런 그라면 자신이 원하는 해답을 내어줄 것 같았다.

"전하께서 직접 관여하면서 제대로 된 복수를 할 방법이라.."

한재선은 고심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맹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기대로 가득 찬 군왕의 눈빛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선 마땅한 꾀를 내어야하리라

그렇게 얼마나 고심을 하였을까

"...한 가지 좋은 계획이 떠올랐습니다 전하."

이내 한재선은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그가 납득할만한 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계획이라....어디 한 번 말해보게. 한 승상"

선우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였다.

"그러니까 어떤 방법이냐면..."

눈을 마주친 한재선은 쥐어짜낸 계획을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그가 관여하면서도

확실한 복수를 할 수 있는 계획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설명을 이어갔을까

".......어떠십니까? 전하."

이내 말을 끝마친 한재선은 떨리는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물었다.

"아무래도 그대에게 묻길 잘한듯 하군. 그 짧은 새 이리도 훌륭한 계획을 짜내다니 말이야."

선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가 짜낸 계획이 꽤나 흡족스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그저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전하"

한재선은 속으로 깊은 안도를 하였다.

어찌어찌 기대에 부응한듯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럼 곧바로 행동토록 하지. 내각 회의가 얼마남지 않았으니."

말을 마친 선우는 곧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세웠다.

당장에라도 움직일 기세였다.

"전하,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그러자 한재선은 재빨리 그를 만류하였다.

쓰윽

그리고은 품 속에 종이 뭉텅이를 건네주었다.

"이건?"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연판장입니다."

한재선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오호."

선우의 눈빛에 이채가 띄었다.

연판장이라면

주장을 표명하기 위한 성명서가 아니던가

"이걸 용케 넘겨받았구만."

선우는 감탄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연판장은 실질적인 모략의 증거이자 대신들의 명줄이 걸려있는 목숨줄이었다.

그런 걸 구해오다니

감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왕 고발을 할거면 제대로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한재선은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태자태부 견희와 독대한 순간부터

뒤통수를 칠 궁리만하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실질적인 증거인 연판장을 빼돌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리라

"고맙네, 큰 도움이 될걸세."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연판장은 계획을 한층 더 수월히 진행할 수 있게 도와주리라

'어디 한 번 제대로 조져주지.'

꽈아아악

선우는 연판장을 강하게 움켜쥔 채 다짐을 하였다.

이왕하는 거 제대로 조지고 말겠다고

********

작은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두 남녀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무척이나 뜨거운 눈빛으로 말이다.

"그렇게 뚫어지게 보시면 소녀, 부끄럽습니다. 상서 어르신."

이내 여인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고개를 돌렸다.

뚫어질듯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을 감당키 힘든 까닭이었다.

"부끄러워할 것 없다. 내 너를 첩실로 들이지 않았느냐? 어찌 지아비의 시선을 부끄러워한다는 말이더냐?

"....제가...그 아직 남자 경험이 없는지라."

여인은 부끄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흐흐흐흐, 참으로 순결한 아이로구나."

남자는 음흉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웃음을 흘렸다.

경험조차 없는 젊은 처녀를 첩실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니

정복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구나...내 네가 남자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줄 수밖에."

말을 마친 남자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의 옷을 한커풀 한커풀 벗기기 시작하였다.

"잠시만..불을..불을 꺼주세요."

물밀듯 차오른 부끄러움에 여인은 간절히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니라, 어찌 그 아름다운 나신을 어둠으로 가리려든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로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옷을 벗기기 시작하였다.

흥분 어린 눈빛을 반짝인 채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여인은 휘감고 있던 모든 것들이 일제히 벗겨지게 되었고

아름다운 나신이 불빛 아래 그대로 드러나게 되었다.

"하아아아...절경이로구나."

남자는 잔뜩 흥분한 채 입을 떼었다.

그 어떤 이도 허락치 않았던

처녀의 양봉우리

울창한 수풀림

그리고 수풀 사이 숨겨져있는 뜨거운 샘물까지

절경이라고 칭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리라

"부끄러워요오오.."

여인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도저히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은 까닭이었다.

"아아아아...참지 못하겠구나..더이상은!"

이내 남자는 재빨리 허리춤을 붙잡았다.

당장에라도 바지를 내려

아랫도리를 드러낼 심산이었다.

그녀의 처녀성을 훼손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한창 정복을 위한 작업이 이어지던 그때였다.

예상치 못한 이변이 일어났다.

여인의 나신을 비추던 촛불이 지체없이 그대로 꺼져버린 것이다.

"응?"

순간 남자는 의아함을 느꼈다.

바람 한점 불지 않는 실내에서

촛불이 꺼져버리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다 늙은 주제에 힘도 좋군, 이제 막 약관은 될법한 처녀를 첩실로 들이다니 말이야."

그때 그의 귓가에 조롱기 어린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누..누구냐!"

남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야밤에 말도 없이 찾아온 놈이 누구겠어? 잘생각해봐.."

귓가에 차가운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게...게 아무도 없느냐! 여기 습격이다! 습격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남자는 문쪽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누구라도 달려와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제길 호위들은 대체 뭣들하는 것이더냐!"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소리를 내질러도 누구 하나 모습을 나타나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용없어, 방 안에 소리는 바깥에 새어나가지 않게 했거든."

"제..제기랄!"

남자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곧바로 문쪽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어딜."

부우웅

팍 팍 팍 팍 팍

"아아아아악!"

우당탕

하지만 그의 도망은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순식간에 날아든 수십 개의 지풍이

그의 팔다리를 모조리 꿰뚫어버린 까닭이었다.

"움직이라고 한 적 없을텐데?"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다시금 귓가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제기랄...대체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이냐!"

"죗값."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남자는 억울하다는듯이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 앞에 종이 뭉치 하나가 내던져졌다.

"읽어봐, 그럼 알 수 있을테니까."

덥석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망설임없이 종이뭉치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창문 밖 희미한 달빛에 비추어 차근차근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가 내던진 종이 뭉치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덜 덜 덜 덜 덜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곧이어 남자는 전신을 쉴새없이 떨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이 뭉치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판장."

그렇다.

종이 뭉치의 정체는 연판장이었다.

경화군주와 군왕의 파혼을 위해 담합하겠다는 성명서 말이다.

"밤눈이 밝은가봐. 금방 읽네."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휘익

남자는 소리의 근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달빛을 등지고 서있는 한 명의 남자를

".......군왕...전하."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반갑다. 왕흘."

군왕,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가 육부의 수장인 상서라지?"

그리고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덜 덜 덜 덜 덜

그 미소를 마주한 왕흘은 더욱더 격하게 전신을 떨기 시작하였다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이 물밀듯 차오른 까닭이었다.

연판장을 어떻게 손에 넣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그의 손에 들어갔다는 건

이미 모든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대신들끼리 담합하여 경화군주와의 혼인을 파혼시키려는 것도

황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희생양으로서 선택되었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두려움이 솟구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틀리면 목이 날아가버릴지도 모를 판국에 말이다.

털썩

곧이어 왕흘은 나자빠진 몸을 강제로 일으켜세워 그대로 머리를 바닥에 처박아버렸다.

"살려주십시오! 전하! 소관이 잠시 눈이 멀어 그릇된 선택을 하였나이다!"

왕흘은 곧바로 용서를 구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게 들통난 이상

빌고 보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태세 전환이 빠르네. 연판장은 제일 먼저 쓴 주제에 말이야."

왕흘의 이름은 연판장 제일 상단에 위치해있었다.

가장 먼저 동조한 나쁜 놈이란 소리였다.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로 모든 일이 해결된다면 세상에는 포두도 판관도 없을 거야. 왕흘."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용서해줄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것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전하께 지은 죄 평생토록 갚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절 살려주십시오!"

"뭘 평생이나 갚아? 여기서 얼마나 더 산다고."

선우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그냥 지금 다 갚아. 죽이진 않을테니까."

선우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곧이어 들어올린 손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마치 불에 달구어진 것처럼 말이다.

"너 말이야, 작열독이라고 들어봤어?"

선우는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왕흘의 동공이 지진나듯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불길하기 그지없는 예감이 뇌리에 스치고 지나간 까닭이었다.

"부디 죽지말라고, 이래저래 협조해야할 것도 있으니까 말이야."

선우는 붉게 물들어진 손을 내밀며 간절히 빌어주었다.

부디 왕흘이 심장마비로 죽지 않기를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곧이어 방 안에는 왕흘의 처절한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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