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45화 (1,146/1,419)

군왕郡王 장선우

그는 평민의 신분으로 천자로부터

왕의 작위를 수여받은

최초의 군주이자

그저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업적을 이뤄낸 위대한 영웅.

그는 지난 이십 여년 동안 민간인, 무림인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여인들을 간살하였던 최악의 위선자, 이재원의 죄를 낱낱히 밝혀내고 이재원을 직접 죽여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원을 달래주었고

역천의 뜻을 품었던 황실의 반역자들을 모조리 토벌하여 흔들릴 뻔한 황실의 근간을 바로 세웠다.

광서성에서 일방적으로 학살을 하던 불꽃을 다루는 괴인을 홀로 토벌하여 백성들의 안위를 지켰으며

주기적으로 제국을 침범하였던 몽고의 황제, 칸의 목을 직접 베어버림으로서 최악의 경우 벌어졌을 전쟁마저 강제로 억제시켜버렸고

과감하게 수도를 천도하여 지역 불균형으로 고통받고 있던 백성들을 구제하고 권력을 잡고 패악질을 부리던 지역 유지들을 일망타진하였다.

일개 개인이 이뤄냈다고 하기엔 믿기 힘들정도의 업적들을 손수 이뤄낸 것이다.

어찌 그런 그를 영웅이라고 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군왕은 모두가 인정하는 위대한 영웅이었다.

황실과 백성들은 물론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태자태부, 견희까지 말이다.

'......빌어먹을.'

견희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손자, 견정으로부터 군왕과 혼약한다는 경화군주의 말을 전해들은 까닭이었다

그녀와의 혼약을 위해 지금껏 쉬지 않고 달려왔거늘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별안간 그녀를 낚아채버린 군왕으로 인해서 말이다.

'왜 하필이면..'

다른 이였다면 가문의 위세를 빌려

강제로 압박하여 파혼을 유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문의 위세는 황실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였으니

하지만 상대가 군왕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황실에 예속된 일개 가문의 힘으로는 무엇하나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포기해야하는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견정이 경화군주의 짝이 되는 건

오랫동안 바라마지않는 일이었으니.

'하지만......상대는 군왕이다.'

하지만 그에게 군왕이라는 벽은 너무나 거대하다는 것이었다.

비록 황태자의 자문이자 스승, 삼공參公에 속한 권력자긴 하였지만

스스로 배경을 만들어버린 위대한 군주, 군왕 앞에선 달빛 앞에 반딧불이에 불과하였다.

비교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이대로 주저앉고 싶지 않아...가문을 최고의 반석에 올리고 싶다..권력의 최고 중심에..다가고...싶다.'

견희의 눈빛이 욕망으로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결국 놓을 수 없었다.

물밀듯 치밀어오르는 권력에 대한 갈망을

'어떻게든 군왕을 배제해야한다.'

욕망을 이루기 위해선

군왕을 완전히 배제해야했다.

감히 경화군주를 넘볼 수 없도록

'그럼 어떻게?'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대한 무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건 물론 황제의 총애까지 한 몸에 받고 군왕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를 배제할 수 있겠는가

'혼자선 무리다.'

곧이어 그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혼자선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지만 함께라면 얘기는 달라지지.'

곧이어 견희는 눈을 빛내기 시작하였다.

혼자가 아니면 둘

둘이 아니면 셋이 함께하면 그만이었다.

그정도면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으니.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야겠구나.'

스르르륵

곧이어 견희는 몸을 일으켜세운 뒤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뜻이 같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

태화루

고위 관리들만을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북경 최고의 기루

그곳 가장 높은 곳

귀빈실 내부에 세 명의 노인들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마주보았을까

"이제 슬슬 말해줬으면 좋겠군, 대체 무슨 일로 부른거지?"

잠자코 있던 태자태사, 이곽이 입을 떼어 그에게 물었다

"서운하군,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야 만나는 사이던가?"

그 말을 들은 태자태부, 견희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난 그런 사이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던가?'

그러자 태자태보, 황기는 코웃음을 치며 입을 떼었다.

경화군주를 두고 경쟁한 이후

연을 끊다싶이한 그들이었다.

이제와 친한척하는 게 심히 역겹게 느껴졌다.

"자네들은 참으로 매정하구만. 그려."

견희는 서운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매정이고 자시고 본론부터 말하게, 기분이 그닥 좋지 않아. 오래있고 싶지 않으니."

이곽은 싸늘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안그래도 계획이 어그러져 짜증이 치밀이 오른 상태였다.

그런 상태로 보기도 싫은 놈들을 오래보고 싶진 않은 것이다.

"그리 말하면 어쩔 수 없군, 자네들 뜻대로 내 본론부터 말하지."

견희는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지?"

견희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그들에게 물었다.

간단한 물음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함축된 의미를

이해 못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질문의 저의를 모르겠군."

그 말을 들은 이곽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 구태여 묻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정해진 대답이 궁금해서 말이야."

"포기할 걸세."

이곽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상대가 군왕인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저 포기하는 게 마음 편한 일이지."

"동의하네. 나 또한 포기할테니."

황기 또한 동의하며 말을 내뱉었다.

두 사람 모두 포기를 염두해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깝지도 않은가?"

"아까워도 어쩌겠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따윈 아무것도 없는 것을."

이곽은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쉽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그간 경화 군주를 꾀여내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왔으니.

하지만 그렇다한들 어쩔 수 없었다.

상대가 군왕인 이상

일개 가문따위가 할 수 있는 건

무엇 하나 없었으니

"그럼 만약에 방법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그때 견희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방법?"

"무슨 방법을 말하는 거지?"

그 말을 들은 이곽와 황기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군왕을 사윗감에서 배제시킬 수 있는 방법말일세."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지 않은가!"

이곽은 대뜸 부정을 하였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천하제일이라고 불리우는 무력에

사천의 왕이라는 막강한 권력

열렬하기 그지없는 민심.

황제의 총애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없는 이가

바로 군왕이였다.

그런 그를 어찌 사윗감에서 배제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네....자네들이 도와준다면 말일세."

견희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도와준다고 뭐가 달라진다는 말인가? 세 가문의 힘을 전부 합쳐도 군왕의 발끝에도 미치지 않는 것을!"

삼공三公의 위세가 어마어마하긴 하나

군왕에 비할 바는 아니였다.

"확실히 삼공의 세력을 다 합쳐도 군왕에 비할 바는 아닐걸세. 군왕은 무력, 권력, 명성, 재력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존재이니."

견희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표하였다.

"하지만 딱 하나 그에게 부족한 게 있네. 그게 무엇인지 아는가?"

"부족한 것?"

"그게 뭐지?"

이곽과 황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정통성."

견희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군왕은 천한 평민 출신으로 왕위를 수여받은 자일세. 정통성을 따진다면 부족해도 한참은 부족할 수밖에 없지."

견희의 눈빛이 더할나위없이 빛나기 시작하였다.

"그게 어쨌다는 건가?"

이곽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정통성이 부족한 게 사실이긴 하나

그리 큰 문제처럼 느껴지진 않은 까닭이었다.

"물어 뜯을 게 있다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위정자들의 할 일이 아니던가? 우린 그저 하던 일을 하면 되는 걸세."

견희는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지금.......정통성을 물고 늘어지자는 말인가?"

"정확하네. 근본없는 평민 출신의 왕과 황족의 혼인이라니.....정통성에 위배되도 한참 위배되는 일이 아닌가?"

견희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 게 통할 리 없지 않은가! 분명 가차없이 기각 시킬 걸세! 폐하께서 진정 임명한 왕의 정통성을 논하다니!"

"소수가 주장한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대다수 위정자들이 합심하여 물고 늘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겠는가?"

소수는 힘이 없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마땅한 의견이라도

가차없이 묵살될 것이다.

하지만 다수라면 이야기 달라진다.

다수는 힘이 있다.

어떤 불합리하고 개같은 주장도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견희는 확신할 수 있었다.

고위 관리들이 담합만 할수 있다면

제 아무리 대단한 군왕이라고 하여도

맥을 못추고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모두가 합심한다면 제 아무리 폐하의 총애를 받고 있는 군왕이라고 해도 물러날 수밖에 없을 걸세....정치와 일신의 무력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까 말이야."

견희는 은근한 목소리로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폐하께서 노하실 수 있네."

이곽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노하신다고 한들 뭘 어찌하진 못할 걸세. 대신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완전히 물갈이할 생각을 하지 않고서야 뭘 어찌할 수 있겠는가?"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는 황제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 있는 건 아니였다.

대신들이 단체로 반발한다면

황제마저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접어두고 나와 한 배를 타세....군왕을 몰아내고 우리들만의 정당한 경쟁을 이어가는 걸세."

견희는 재차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

"............."

하지만 두 사람은 선택의 기로에서 쉽사리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획대로만 이뤄진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뜻하지 않는 변수가 발생할 경우

가문이 결단나버릴 수도 있었다.

정통성을 운운하며

혼인을 반대하는 건

황제와 군왕

두 절대자의 심기를 동시에 건드리는 일이였으니

그렇게 얼마나 고심을 이어갔을까

"난.....자네를 따르겠네."

잠자코있던 태자태사 이곽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를 따르기로 결정내린 것이다.

"여러모로 좋은 기회처럼 느껴저서 말일세."

이번 담합을 통해

대신들의 권력 강화

비대해진 황권의 견제

그리고 경화군주와 파혼까지

동시에 꾀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좋은 기회처럼 느껴진 것이다.

".......나 또한 자네를 따르겠네...이번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후회할 것 같군."

곧이어 태자태보, 황기 또한 동의를 표하였다.

잘만 풀리면 권력의 최상층으로

발돋음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이대로 놓치고 싶진 않은 것이다.

"후회없는 선택이 될 걸세."

그 말을 들은 견희는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가장 중요한 이들을 제일 먼저 포섭하였다.

첫단추가 제대로 끼워진 것이다.

"그럼 이제 우리는 뭘하면 되지? 다른 대신들을 설득하면 되는 것인가?"

이곽은 궁금하다는듯한 어투로 입을 떼었다.

그의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선

자신들뿐 아니라 다른 대신들의 지지 또한 필요하였다.

그들을 일일히 찾아가 설득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럴 필요 없네."

견희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뗴었다.

"그럴 필요 없다니? 공식 회의가 있기전 대신들을 끌어들여야하지 않는가?"

이곽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 그에게 되물었다.

"이미 전부 태화루로 불러두었네."

견희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

그 말을 들은 이곽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한 일다경 뒤쯤부터 오기 시작할 걸세."

견희는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네....처음부터 설득치 못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군."

그 태도를 마주한 이곽은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이미 판을 전부 짜둔 것이다.

자신과 황기를 설득할 것이라 상정한 채 말이다.

대체 몇 수앞을 내다본 것이란 말인가

"설득조차 못할 계획이였다면 입 밖에 내뱉지조차 않았을 걸세."

견희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애초에 그는 실패따윈 상정해두지 않았다.

모두를 납득시키고

제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건 계획대로 이뤄질 것이다.'

견희의 눈빛이 야망으로 불타기 시작하였다.

황실의 외척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거대한 야망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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