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절은 어디있는가?"
선우는 문쪽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일단 내빈실에 모셔두었습니다."
"알겠다. 내 곧 내빈실로 가도록 하지. 그대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라."
곧이어 선우는 축객령을 내렸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전하."
소식을 전한 전령은 공손하기 그지없는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그리고 이내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명을 이행하기 위해 자리를 벗어나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모유를 빠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겠네."
그의 인기척이 사라지자 북궁연은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러게.."
선우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아쉬워?"
"아쉽지.....아직 입가심밖에 못했는데."
조심스럽게 빨아먹느라 입가심 정도밖에 못하였다.
모유의 맛을 충분히 음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으리라
"아니면 좀더 빨다갈래?"
북궁연은 모유가 맺혀있는 젖을 슬며시 들어올리며 입을 떼었다.
".......안돼."
선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곧이어 거절을 표하였다.
무척이나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였지만
도저히 그리 할 수는 없었다.
어찌 젖을 빨아먹겠다고
황실에서 온 사절을 기다리게 만든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후회 안하겠어?"
"엄청 후회할거야. 아마 나중엔 서러워서 울지도 몰라."
모유 빨기는
남자의 로망이자
개인적인 욕망이었다.
그런 귀중한 시간을 내던지는데
어찌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후후훗."
그 말을 들들은 북궁연은 고혹적인 웃음을 흘렸다.
과장된 선우의 반응이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웃지마, 난 진심이라구."
선우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녀가 자신을
놀리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미안해, 너무 귀여워서."
북궁연은 여전히 웃음기를 지우지 못한 채 입을 떼었다.
"후우..어쨌든 난 이만 갈게. 더 지체할 순 없으니까."
선우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바깥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못 먹는 감을 마냥 지켜보고 싶진 않은 까닭이었다.
"선우."
북궁연은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를 불렀다.
휘익
그 부름에 선우는 고개를 슬며시 뒤편으로 돌렸다.
"아....."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젖을 부여잡은 채 모유를 짜내고 있는 북궁연의 모습을
"모유가 터져버렸거든....아무래도 전부 짜내야 할 것 같은데..혼자선 힘들 것 같네."
북궁연은 젖통을 부여잡은 채 입을 떼었다.
"빨리 갔다와서 도와줄래?"
그리고 진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상심한 남편을 위한 그녀 나름의 배려였다.
"......금방 갔다올게!"
그 매혹적인 모습에 선우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걸음을 서두르기 시작하였다.
허탈했던 가슴에 의욕이 가득 차오른 것이다.
"후훗, 못 말린다니까."
북궁연은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꽤나 유쾌한 웃음을 말이다.
***********
'빤다! 모유! 도와준다! 착즙!'
스르르륵
선우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앞으로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내빈실에 도달하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일을 끝내고 북궁연을 착즙을 돕기 위해서 말이다.
'부족해...더 빨라야해.'
선우는 다급함을 느꼈다.
충분히 빠른 속도지만
착즙에 정신이 팔린 선우의 입장으로선
굼벵이가 기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속도였다.
너무 느려도 너무 느리게 느껴지는 것이다.
도저히 만족이 되지 않았다.
'....잠깐, 축지를 쓰면 되잖아?'
뚝
순간 선우는 걸음을 멈춰세웠다.
훨씬 빠른 이동기를 가지고 뻘짓을 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내력을 안정화시킨다.'
제일 먼저 심신을 안정시켰다.
스으으으윽
그러자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던 내력들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선기로 온몸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탁 탁 탁 탁 탁
그다음 제자리에서 가벼이 발을 구르기 시작하였다.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니 지났을까
파앗
선우의 신형이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처음부터 그곳에 존재치 않는 것처럼
********
내빈실
두근 두근
'좀 있으면 군왕 전하를 마주하게 된다.'
황실에서 파견된 사절, 강진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몽고 제국의 흉악스러운 지배자
칸의 목을 잘라버리고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이는
사이비 종교
마교의 광신도들을 척살했던
구국의 영웅이자 위대한 군주, 군왕을 직접 마주할 할 생각을 하니
좀처럼 심장을 주체할 수 없던 것이다.
'환丸까지 먹었거늘. 소용이 없는 건가..'
혹시나 싶어
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까지 먹고 왔건만
소용이 없는듯 하였다.
이리 쉴새없이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제발...진정해다오....구국의 영웅 앞에서 실수를 하고 싶지 않으니.'
강진은 심장을 부여잡은 채 간절히 빌었다.
제발 진정해달라고
동경하는 군왕을 마주하는 자리에서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하지만 그런 주인의 심정을 알턱이 없는 심장은 그저 쉴새없이 뛰며 존재감을 드러낼 뿐이었다.
'망할.'
강진은 인상을 찌푸린 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무리 애원해도 진정하지 않는 심장에 대한 반발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어찌 주인의 심정을 이리도 모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한창 반발하고 있던 그때였다.
"혹여 심장이 불편한 것인가?"
귓가에 걱정 어린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휘익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강진은 소리의 근원을 향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즉위식 때 단 한 번
마주했던
동경하고 존경하는
중원 최고의 영웅을
"군왕...전하.."
강진의 눈빛이 쉼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맞네, 내가 군왕일세."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아아아.."
풀썩
그와 동시에 강진은 신형이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벅차오르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보게! 정신 차리게!"
흔들 흔들 흔들
그 모습에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재차 그를 흔들기 시작하였다.
'......추태를 보이면..안되는..데..'
강진은 송구스러움을 느끼며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극도의 긴장이 부름 참사였다.
***********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전하! 죽여주십시오!"
강진은 울상이 된 얼굴로 고함을 내질렀다.
동경하는 군왕 앞에서 추태를 보였다고 생각하니
그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닐세, 그게 어찌 자네 잘못인가? 잘못이 있다면 갑작스럽게 나타난 내 잘못이지."
선우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별안간 허깨비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축지는
산전 수전 다겪은 무림인조차 놀라자빠질 기예였다.
그런 걸 정면으로 목도하니그대로 기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를 탓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어찌 전하의 잘못이라는 말입니까? 모든 건 제 잘못입니다! 죽여주십시오! 전하!"
선우의 설득에도 강진은 완고하기 그지없었다.
"되었네, 더는 문제 삼지 않을테니 그리 알게."
"하지만!"
"왕명일세."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이런 부류를 상당히 많이 겪어본 선우였다.
다루는 방법따윈 도가 튼 상황인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강진은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왕명이라는 두 글자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한 것이다.
"그래, 그럼 이제 황실에서 어떤 연유로 사절을 보내게 되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는가?"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되자 선우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절을 보내온 연유가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입니다. 전하."
강진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품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칙령서를 꺼내들었다.
"사천의 군왕은 들으라! 그대가 왕으로서 임명된지 어언 반 년이라는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짧은 기간동안 그대는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을 세웠노라! 상시 제국을 위협하던 몽고의 우두머리, 칸의 목을 베어 제국의 기상을 세웠으며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들을 속이는 마교의 광신도를 척살하며 백성들의 안전을 도모하였다. 이에 본 황제는 그대의 노력과 수고에 크게 치하하여 큰 상을 내리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니 칙령을 받는 즉시 황실로 속히 복귀토록 하라."
강진은 칙령서를 펼쳐 그대로 낭독하기 시작하였다.
방 안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말이다.
"이상입니다."
곧이어 강진이 말을 끝마쳤다.
"내게...상을 내리신다고?"
선우는 어벙벙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렇습니다. 전하!"
"상을 받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내린다는 말인가?"
반역자들을 소탕한 공로로
이미 어마어마한 상을 받은 전력이 있는 자신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큰 상을 내리겠다니?'
"전하의 업적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제국에 살아숨쉬는 모든 이들이 전하께 빚을 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강진은 당당한 어투로 언성을 높였다.
그는 홀로 전쟁을 막아버린 위대한 영웅이었다.
그런 그에게 큰 상이 내려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고위 관리들의 반발이 심할터인데?"
"그에 관해선 전혀 걱정하지말라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강진은 정문제의 첨언을 그대로 읊어주었다.
'....황제가 칼을 빼들었구나.'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알 수 있었다.
정문제가 제대로 칼을 빼어들었다는 사실을
만약 자신에 대해 반발하는 이가 있다면
정문제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철저히 짓밟아 숙청한뒤 절대적인 권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위대한 영웅과 황실제일인을 뒷배로 두고 있는 그가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큰 상이라는 건 소화와의 혼인이겠구나.'
몇 마디 전언만으로도 선우는 정문제의 의도를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었다.
그는 손녀딸의 행복한 혼인과 황권 강화를 동시에 진행시킬 요량일 것이다.
너구리도 이런 너구리가 없었다.
'황제는 황제구나.'
팔불출 할아버지라며
은연 중 얕보고 있었건만
아무래도 황제는 황제인듯 하였다.
명분과 무력을 확보하자마자
곧바로 써먹을 판을 짜는 걸 보면 말이다.
'내겐 나쁜 일이 아니다. 소화를 미혼모로 만들지 않을 수 있게 되었으니.'
뜻하지 않게 장기말이 되었지만
결과만 따지고본다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결국 이득을 챙기면서 처가에 효도를 한셈이니까 말이다.
"칙령을 전해주어 고맙네."
생각을 정리한 선우는 강진에게 고마움을 표하였다.
"아닙니다. 그저 마땅한 일을 한 것뿐입니다."
강진은 황송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칙령을 전언하는 건 사절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고작 그런 일로 군왕에게 감사 인사를 받다니
너무나 황송하였다.
"마땅하다고 하찮은 일은 아닌 법이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마땅한 일이라고 하찮은 일은 아니였다.
훌륭히 완수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인 것이다.
"......전하."
강진은 감격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배려하는 그 마음에 크나큰 감동을 한 것이다.
과연 영웅의 풍모라고 할 수 있는 배려심이었다.
"내 대접을 하라고 일러둘터이니. 푹 쉬다가도록 하게."
"아닙니다. 전하를 보필토록 하겠습니다."
"그리 할 필요없네."
선우는 손사래치며 거절을 표하였다.
"북경까지는 거리가 멉니다. 수행 인원이 필요할 겁니다."
사천과 북경 각각
극과 극사이라고 칭해도 어색치 않을 정도로 먼 거리를 자랑하였다.
그정도 장거리를 이동하려면
필수적으로 수행 인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숙소를 잡거나
역관에서 말을 빌리거나
사냥을 하고 노숙을 준비하는등
수많은 잡일이 생겨나기 떄문이었다.
"걱정말게."
선우는 여전히 손사래치며 말을 내뱉었다.
"북경까지 가는데 하루조차 걸리지 않을테니."
그리고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원래라면 사나흘은 걸릴 거리였다.
그것도 최상승 절기라고 할 수 있는
풍진보를 극성까지 운용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면 충분하였다.
땅을 접어
먼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초월의 술법이자
신선의 기예
축지縮地를 익히게 되었으니
"....대체 그게 무슨!?"
그런 사실을 알턱이 없는 강진은
연신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