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석
천천히 손을 뻗어 휘황찬란한 금인을 붙잡았다.
콰아앙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류 위에 그대로 찍어버렸다.
금인이 찍혀진 곳엔 붉은 도장이 선명히 드리워지기 시작하였다.
휘익
손을 뻗어 직인이 찍힌 서류를 옆쪽으로 밀어내었다.
그러자 매끈한 책상이 시야를 메우기 시작하였다.
서류 작업이 끝나고
업무가 완전히 종료된 것이다.
'......끝..났다.'
털썩
곧이어 상체가 책상 위에 그대로 나자빠져버렸다.
업무가 종료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긴장이 풀리며 진이 완전히 빠져버린 것이다.
'이제 쉴 수 있어.'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하였다.
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 까닭이었다.
"마지막 안건입니다. 전하."
그때 듣기 싫은 날카로운 음색이 귓가로 파고들었다.
탁
곧이어 매끈한 책상 위에 한 장의 서류가 놓여졌다.
와락
그 모습을 본 선우의 안면이 사정없이 구겨지기 시작하였다.
명백한 업무 추가에 대한 짜증이 치밀어오른 것이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업무를 추가는 너무하지 않은가?"
선우는 불만 어린 눈빛으로 승선포정사, 정철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기쁨을 끊어버린 그의 행동에 상당한 짜증을 느낀 까닭이었다.
"죄송합니다. 전하. 갑작스레 추가된 일인지라 무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정철은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갑작스레 추가되었으면 내일로 미루면 되는 게 아닌가? 구태여 어찌 오늘 업무에 추가한다는 말인가?"
"워낙 급한 안건이기에....도저히 미룰 수가 없었나이다."
정철은 무척이나 공손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후우...."
그 말을 들은 선우는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미룰 수 없는 안건이였다고 말하니
혼내기도 뭣하였다
제 할 일을 누구보다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그를 어찌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다음부턴 업무가 추가되면 미리 말하도록 하게. 업무가 완료가 될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신 정철, 전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정철은 허리를 숙인 채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선우는 그런 정철을 응시하더니 이내 서류를 훑기 시작하였다.
퇴근을 막은 원흉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말이다.
"부지 매입을 위한 예산안이군."
"그렇습니다. 전하"
정철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상하군, 부지는 미리 확보해두지 않았던가? 어째서 예산이 더 필요한거지?"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수도를 천도가 결정되자마자
당서윤으로부터 적정 가격에 상당한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던 왕실이었다.
그런데 부지 매입을 위한 예산안이 또다시 올라오게 되다니 말이다.
"확보해둔 부지가 상당하긴 하나 이주해올 관리들이 머물 전각이나 편의시설 그리고 왕궁의 규모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넓이였습니다."
이주해오는 관리들과 그 가족들이 예상이상으로 많았다.
이래저래 강제적으로 왕궁의 규모를 넓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부지를 더 확보하겠다는 말이군."
선우는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예산안이 올라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난 더 넓지 않아도 되는데?"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권위적이거나 과시욕이 강한 성품이 아닌 선우였다.
왕실이 상대적으로 초라하다고 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지금 규모도 그리 큰 편은 아니옵니다. 전하, 만약 여기서 더 줄이게 된다면 권위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흔쾌히 이주를 결심한 관리들에게 마땅한 편의를 제공해줄 수 없을 것입니다."
정철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소탈한 선우의 성정을 알기에
이미 한계까지 줄여놓은 규모였다.
여기서 더 줄이게된다면
왕궁으로서의 권위를 갖추지 못하게 되리라
"확실히 내 욕심때문에 더 줄이는 건 무리겠지."
소시민 출신이긴 하지만
지금 자신은 엄연히 왕의 신분이었다.
왕궁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을 권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덥석
선우는 손을 뻗어 금인을 붙잡았다.
쾅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류 위에 직인을 찍어버렸다.
"부지에 관련된 일은 내 당가주에게 따로 말해보도록 하겠네. 어차피 당가가 소유하고 있는 부지를 사야할테니."
직인을 찍은 선우는 정철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아닙니다, 어찌 전하께 그런 일을.."
정철은 즉각적으로 반발하며 언성을 높였다.
존경하는 주군을 번거롭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당가주와는 친분이 깊네, 내가 나선다면 꽤 적당한 부지를 적정한 가격에 받을 수 있을 걸세."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철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이었다.
교섭까지 직접하는 주군의 모습이 너무나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토달지 말게, 왕명일세."
선우는 왕명까지 정철의 뒷말을 막았다.
대쪽같은 그의 성품상
왕명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말꼬리를 잡을 게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신 정철, 명을 받들겠나이다!"
정철은 곧바로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확실한 왕명의 효과가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그럼 이만 들어가보록 하게, 난 당가주를 만날러갈터이니."
"제가 수행하겠습니다!"
"오늘은 혼자 있고 싶군."
선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알겠습니다. 신 정철 전하의 명을 받들어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정철은 땅에 닿을듯 허리를 숙인 채 공손히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이내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더니 그대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무척이나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선우는 그런 정철을 가만히 응시하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세운 뒤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굳게 닫혀있는 창을 향해서 말이다.
끼이익
곧이어 선우는 손을 뻗어 닫혀있는 창을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활짝 열린 창틈 사이로 바깥이 훤히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딱 좋군."
탁 탁 탁 탁
선우는 훤히 드러난 바깥을 응시한 채 제자리에서 발을 몇 차례씩 굴리기 시작하였다.
언제고 튀어날 것처럼 말이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이내 굉음성이 터지더니 방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선우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방 안에는 그저 흩날리는 먼지와
깊게 패인 발자국 모양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
꾸벅 꾸벅 꾸벅
업무를 보던 당서윤은 눈을 반쯤 감은 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였다.
물밀듯 차오르는 수마의 유혹에 반쯤 넘어가버린 까닭이었다.
원래라면 강철의 의지로 어떻게든 버텨냈겠지만
임신을 한 이후부터는
몸에서 휴식을 강제하였다.
강철의 의지조차 완전히 꺾어버리면서까지
그렇기에 자연히 졸 수밖에 없었다.
산더미처럼 업무가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꾸벅 꾸벅 꾸벅
그렇게 얼마나 꾸벅거리며 졸고 있었을까
콰아아아아앙
곧이어 졸고있던 당서윤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번쩍뜨기 시작하였다.
어마어마한 굉음성이 귓가로 그대로 파고든 까닭이었다.
당서윤은 굉음의 근원을 향해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뻥 뚫려버린 벽과
그곳에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서있는 남자의 모습을
"........선우?"
당서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안녕?"
"안녕이고자시고 벽은 왜 부순거야?"
당서윤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벽을 부수며 난입한 그의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요근래 땅을 접어 달리는 법을 배웠거든......그런데 이게 아직은 완전하진 않나봐....설마 이동 경로에 있는 장애물들을 전부 부숴버릴 줄이야."
선우는 난감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축지법을 사용하여 단번에 당서윤의 코앞까지 도달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 방해되는 장애물을 전혀 생각치 못하였다.
이동 경로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몸으로 부숴버린 채 이동한 것이다.
"잠깐...그렇다면 설마!?"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창백한 표정을 지었다.
이동 경로에 있는 걸 전부 부쉈다는 말에
불안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타타타탁
당서윤은 뻥 뚫린 벽 바깥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연쇄적으로 관통되어있는 길게 이어진 전각들의 모습들을
"어...어..."
선우 또한 그 모습을 확인하고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하였다.
꽤나 큰 사고를 쳤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이 바보야!"
곧이어 당서윤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간신히 복구해놨던
다시금 부숴먹은 선우의 형태에 대한 분노였다.
'이게 아닌데..'
선우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
"그래서 반 시진동안 잔소리를 듣고 뒷처리를 하느라 밤을 새게 된 건가요?"
".....그리 되었습니다."
"부지 관련된 사안은요?"
"단단히 화가 나서 말도 못 꺼내봤습니다."
"후후후후후후후."
곧이어 상큼한 웃음소리가 수련관 안에 가득히 울리기 시작하였다.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해맑기 그지없는 웃음소리였다.
"웃을 일이 아닙니다. 선배님"
선우는 짐짓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후후후후, 죄송해요, 후배님, 그런데 상황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운설은 웃음기를 지우지 못하였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축지는 순동瞬動에 가까운 개념이 아니였습니까? 어찌 이동 경로에 있는 것들을 전부 부숴버린 겁니까?"
선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원리만 보자면 축지법은 순동에 가까운 개념이었다.
경로 따윈 건너뛴 채 원하는 곳에 안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이동경로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박살낸 채 원하는 곳에 안착한다는 말인가
야간이라 사람이 없었기 망정이였지
만약 누군가 이동경로에 있었더라면
뼈와 살이 그대로 분리되고 말았으리라
"제 축지가 부족한겁니까?"
"아니요, 후배님의 축지는 충분해요."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긴 겁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그건 후배님의 요령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예요."
"요령 말씀입니까?"
"축지를 쓸때 신법을 운용하였죠?"
"그리 하였습니다."
땅을 접어버리는 축지를 사용하면서 풍진보를 동시에 운용하였다
조금이라도 빨리 당서윤에게 닿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때문이예요. 후배님."
운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축지縮地는 선기를 매개 삼아 발현되는 초월의 술법이예요. 그런데 그런 축지를 현세의 기운과 함께 운용하니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던 것이죠."
축지縮地는 선기를 통해 발현되는 신선의 술법이었다.
그런 축지縮地를 운용하면서 현세의 기운을 끌어들이니 부작용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파괴라는 극심한 부작용이 말이다.
"결국 제 잘못이였군요."
선우는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안하던 짓을 해서 사고를 쳤다고 생각을 하니 괜스레 민망함이 든 까닭이었다.
"아니예요. 제 잘못이예요. 미리 말해줬어야했는데."
운설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부작용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았던 자신 또한 책임이 없진 않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닙니다. 쓸데없는 모험을 한 제 잘못입니다. 이런 실수를 안했어야했는데.."
선우는 여전히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쓰으윽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후배님."
운설은 그런 선우를 향해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부드러이 감쌌다.
"본디 인간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랍니다. 이번 실수는 후배님을 한층 더 성장할 원동력이 될 거예요. 벌써 이렇게 안전한 축지의 사용법과 섣부른 모험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배우지 않았나요? 그러니 너무 마음 쓰지마세요."
운설은 선우를 달래주기 시작하였다.
사랑하는 연인이 시무룩하는 모습을 두고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리 위로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배님."
운설의 위로에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따스한 배려가 전신을 그대로 휘감아버린 까닭이었다.
"후배를 위하는 건 선배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랍니다."
운설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 마음이 너무나 사랑스럽군요. 운설."
선우는 애정 어린 눈빛으로 운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바깥에선 선배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잖아요."
운설은 얼굴을 붉힌 채 입을 떼었다.
바깥에선 가르침을 받는 후배의 자세를 취하겠다고 다짐하였던 선우였다.
그런데 어찌 자신의 이름을 이리도 쉽사리 내뱉는다는 말인가
그것도 저리 끈적한 눈빛으로 바라본 채 말이다.
"오늘 수련은 마무리 하는 게 어때?"
"......이제 막 오지 않았나요?"
운설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제 막 도착하여 축지의 잘못된 점만 교정해줬을 뿐이었다.
검조차 제대로 섞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대로 마무리를 하자니?
"운설, 당신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
"하지만...하지만.."
운설은 여전히 망설이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애정을 듬뿍 받고싶다는 욕구
수련을 이어가야겠다는 의무감 사이에서
갈등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운설은 내가 싫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결정됐네."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뻗어 운설의 몸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마치 먹잇감을 휘감아버리는 문어의 다리처럼 말이다.
"하으으읏."
곧이어 수련관에는 운설의 야릇한 신음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오랫동안 말이다.
***************
"괜찮더냐?"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이자
제국의 적법한 지배자
정문제는 걱정 어린 표정을 지으며 입을 떼었다.
사랑스러운 손녀딸을 바라본 채 말이다.
"전 괜찮습니다, 폐하."
타오르는듯한 붉은 머릿결을 가지고있는 절세가인
경화군주는 부풀어오른 배를 가벼이 쓰다듬은 채 입을 떼었다.
"많이 무거울 텐데?"
"아직은 버틸만 합니다. 폐하."
경화군주는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현경에 다다른 절대고수가 바로 그녀였다.
아이를 뱄다하여 무거움을 크게 느낄 리 만무한 것이다.
"기특하구나, 힘들텐데. 이리도 내색치 않으니 말이야."
"그저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경화군주는 무척이나 정중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사사로이는 할아버지지만
공적으로는 제국 지배자인 황제 폐하였다.
정중히 예를 갖출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갖고 싶은 게 있더냐? 내 원하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구해주도록 하마."
정문제는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경화군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엇이든 말인가요?"
"그래, 무엇이든 말이다, 제철 과일도 좋고 산해진미도 좋다. 희귀한 꽃들도 좋고 귀하디 귀한 보석도 좋다, 뭐든 말만 하도록 하라. 내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구해주리라. 뭐든 요구토록 하라."
정문제는 의욕 가득한 눈빛으로 손녀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팔불출에 가까운 정문제였다.
만약 경화군주가 원한다면 저 하늘 별조차 따려고 하리라
"그이가 보고 싶어요."
그때 잠자코 있던 경화군주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이라면.......혹여?"
"제 남편이 보고 싶어요. 폐하."
경화군주는 그리움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제철 과일도
산해진미도
금은보화도 아니였다.
오직 한 사람
자신만의 낭군인
선우와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싶은 것이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사무치게 그리워하고있었구나.'
그 모습을 마주한 정문제는 연민 어린 표정을 지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며 낭군만을 기다렸을
손녀딸을 생각하니 가슴이 시리도록 연민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걱정말거라, 네 소원은 이뤄질 테니."
곧이어 정문제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는 어떻게해서든 군왕을
데려올 생각이였다.
사무치게 그를 그리워하는
손녀딸을 위해서 말이다.
곧이어 결연에 찬 정문제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