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아리따운 여인.
요랑과 옥령은 차분한 시선으로
안쪽 방의 문을 가만히 응시하였다.
무언가 기다리는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직 멀었어?"
이내 요랑은 지루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갈...갈아입고 있어요."
그러자 안쪽 방에서 듣기좋은 영롱한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친우이자 곤륜검성이라고 불리우는 절대고수, 운설의 목소리였다.
"옷 입는데 뭐 그렇게 오래걸려? 이러다간 한 철이 다갈거야. 운설."
"그게 생각보다....입는 게 어려워서.."
운설은 면목없다는듯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이래저래 장식이 많아
입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마음 먹은대로 되는 게 아닌 것이다.
"이러다가 나중에 벗을 때도 낑낑대는 거 아니야?"
요랑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걱정마세요. 요랑, 벗기는 건 선우가 할테니까요."
옥령 또한 마찬가지로 장난 어린 어투로 말을 받았다.
"아, 그럼 걱정없네, 옷 벗기는 데는 도가 텄으니까."
"후후후후, 맞아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두 여인은 즐겁게 웃으며 꽤나 수위높은 음담패설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운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끼이이이익
곧이어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나더니
안쪽 방문이 서서히 열어젖혀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야시시한 복장을 입은 운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속이 훤히 비춰보이는 얇은 내의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순산형의 골반이 유난히 강조되는 옷태
짧디 짧은 치맛자락까지
정결한 도복만 있던 때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품고 있는 모습이었다.
"좋아! 됐어! 완벽해."
그 야시시한 모습을 본 요랑은 기쁜듯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녀의 변모가 무척이나 흡족스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원래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는데...이렇게 차려입으니 가히 경국지색이라도해 부족치 않을 아름답네요."
옥령은 만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모두 내 안목덕분이지."
요랑은 풍만한 가슴을 앞으로 쭉 내민 채 입을 떼었다.
꽤나 우쭐해진 모습이었다.
"후후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옥령은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가벼이 주억거렸다.
"저정도면 선우가 몸참고 달려들지 않을까?
"분명 그럴거예요. 본디 영웅은 호색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게 두 여인 간에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고가고 있을 때였다.
"옷..옷이..너무 야한 거 아닌가요?"
두 여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당사자.
운설이 얼굴을 슬쩍 붉힌 채 입을 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상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야시시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안 야해, 안 야해, 그정도면 평균적인 거야."
요랑은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그녀 기준에선 그리 야하게 느껴지는 옷은 아닌 까닭이었다.
"..그치만....아무리 그래도 치맛자락이 너무.."
운설은 속옷이 보일듯 말듯한 치맛자락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잘못했다간 속옷이 그대로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고를 때만 해도 아무 말 없었으면서 이제와서 왜 그래?"
요랑은 여전히 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당혹스러워하는 운설의 모습이 꽤나 재미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이렇게 야할 줄은..전혀 몰랐단 말이에요."
운설은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옷만 봤을 때는 이정도까지 야할 줄은 상상조차 못하였다.
나름 면적도 크고 가리는 곳도 많았기에
무난하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하지만 막상 입어보니
옷의 야시시함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얇디 얇은 소재가
속살을 훤히 비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어찌 억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괜찮아요, 원래 치맛자락이란 건 보일듯 말듯한 게 가장 매력적인 법이랍니다."
그때 옥령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전혀 걱정없다는듯이 말이다.
"....그런 건가요?"
옥령의 말에 운설은 의구심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장난기 가득한 요랑과는 달리
옥령은 선우의 여인들 중 가장 무게 있고 우아한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연신 괜찮다고 하니 괜스레 설득되는 것만 같았다.
"그렇고 말고요. 분명 선우가 기뻐할 거예요."
옥령은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입을 떼었다.
정갈하기만 했던 운설의 파격적인 변신이 꽤나 재밌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하지만...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해요..다른 옷을 입어야겠어요.."
하지만 운설은 이내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쳐녀가 입기엔 과할 정도로 야한 복장이였다.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건 불가능해, 운설아."
그 말에 요랑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불가능하다뇨?"
"여기엔 다른 옷이 없거든."
"아까 전에 여러벌 사지 않았나요?"
"그거 전부 불태웠어."
요랑은 한쪽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그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잔뜩 쌓여있는 까만 잿가루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걸 왜 불태워요!"
"그렇게 안하면 네가 그 옷을 안입을 것 같았거든."
요컨대 미끼였다는 소리였다.
"악랄해요!"
"헤헤헤헤, 칭찬 고마워."
요랑은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됐어요! 전 제 도복으로 갈아입을 거예요!"
휘익
운설은 그대로 몸을 돌려 안쪽 방을 향하였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안쪽 방에 들어가 있는 옥령의 모습을
"도복이라면 이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옥령은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곱게 개어둔 운설의 도복을 들어올렸다.
".....언..언제!?"
"전 경신술이 주특기라서요."
옥령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주..주세요."
"안된다는 거 아시잖아요?"
옥령은 새삼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쉽게 줄 거면
구태여 경공까지 써가며
선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우우.."
운설은 울상을 지었다.
줄 생각따윈 전혀 없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한 까닭이었다.
"운설아,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요랑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
푸욱
운설은 그대로 고개를 떨구었다.
승복하겠다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후후후후, 그럼 이제 옷도 갈아입혔겠다......화장만 하면 될까요?"
옥령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입을 떼었다.
"응, 그 분야 전문가를 불러놨어."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야, 들어와."
그리고는 문쪽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문이 열리고 한 명의 귀부인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날카로운 눈매
당가 직계 특유의 녹안
명검처럼 날카로운 콧날
매혹적인 입술
아기를 연상케 하는 우윳빛깔 피부
그리고 알게 모르게 풍겨지는 농염한 분위기까지
천박함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귀부인
당서윤의 언니이자
선우의 노예로 타락한
당가의 직계혈족
당진설의 등장이었다.
"부름에 응하였습니다. 재경각주님."
모습을 드러낸 당진설은 무척이나 공손한 어투로 인사를 건네었다.
"그래, 잘왔어."
요랑은 태연히 손을 들어올려 인사를 받았다.
"네 할 일이 뭔지는 알지?"
그리고는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물론입니다."
당진설은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가방을 들어올린 채 입을 떼었다.
"그럼 시작해."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예에."
당진설은 공손히 답을 하였다.
성큼 성큼 성큼
그리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숙이고 운설을 향해 성큼 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잘부탁드려요. 운설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듣던 대로 화장기 없는 절세가인이군요."
이내 운설의 코앞에 도달한 그녀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네에...칭찬 감사해요."
"하지만 좀더 돋보이기 위해선 화장이 필요한 법이에요. 여인은 꾸미면 꾸밀수록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존재거든요."
"...네에.."
"그럼 시간이 없으니 곧바로 시작하기로 할까요?"
덥석
그다음 손을 뻗어 운설의 손목을 그대로 붙잡았다.
그리고는 안쪽 방에 있는 경대쪽으로 그녀를 끌고가기 시작하였다.
"어..어어어..잠..잠깐.."
그 묘한 박력에 운설은 힘없이 끌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요랑과 옥령은 그런 운설의 뒷모습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흐뭇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전하."
승선포정사, 정철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래?"
선우는 시체나 다름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리고 천천히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새카만 어둠이 한가득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오전부터 업무에 집중했건만
벌써 밤이 찾아오게 된 것이다.
"하하하....다행히 오늘은 좀 일찍 끝났나보네? 어제처럼 동틀 때까지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선우는 가벼이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일찍 끝난 것 같았다.
어제처럼 동이 틀 때까지 업무를 이어가진 않았을니까 말이다.
"중간에 끊었사옵니다. 아무래도 이틀이나 연속으로 동틀 때까지는 업무를 지속할 수는 없는 터라.."
정철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야간에 업무가 끝난 건
그 나름의 배려였다.
전체적인 업무가 줄어든 건
결코 아닌 것이다.
"고마워. 정철. 넌 충신이다."
선우는 고마움을 표하였다.
만약 오늘도 동틀 때까지 업무를 지속했다면
일이고 뭐고 내팽겨치고 도망치고 말았으리라
"그저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정철은 허리를 숙인 채 감사를 표하였다.
"그럼...난 이제 가볼 게...여기 더 머물렀다간 정신이 나가버리고 말거야."
선우는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부디 편히 쉬시지요. 전하."
정철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래, 너도."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바깥으로 훌쩍 나가버렸다.
일분일초도 머무르고 싶지 않다는 그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는 모양새였다.
"좋은 밤 되십시오. 전하."
정철은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곤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업무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못다한 업무들을
순차적으로 말이다.
충신에게는
휴식따윈 없는
법이였다.
**********
터벅 터벅 터벅
선우는 힘없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하아아아.."
그리고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기 시작하였다.
과중한 업무로 인한 정신적 피로가 상상을 초월한 까닭이었다.
수도를 천도하는데
뭔놈의 처리할 서류가 그리도 많다는 말인가
'.......그냥 대신들에게 맡겨놓고 꿀빨려고 했는데.'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최종적인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는 만큼
그들의 처리한 모든 서류들이
최종적으로는 자신에게 올려진 까닭이었다.
과중한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진 것이다.
'......힐링이 필요하다..힐링이..'
선우는 생각하였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건
힐링이라고
온 몸에 쌓이고 쌓인
피로를 노곤히 녹여주고
마음의 안식을 갖게 해줄
힐링 말이다.
'일단 자자...그리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몸을 담구는 거야...그리고 맥반석 달걀이랑......사이다.아니다 사이다는 여기 없구나...'
선우는 머릿속으로 힐링에 관한 이런저런 망상을 하며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아니야..일단 자자....힐링하는 건 꿈에서 생각해보자..그럼 되는 거야.'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이내 선우는 침실 앞까지 순식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도착이다!'
끼이이익
선우는 눈을 빛내며 그대로 문을 열어젖히기 시작하였다.
그다음 다리에 힘을 주었다.
열리는 즉시 침상 위에 뛰어들기 위해서 말이다.
끼이이이익
그렇게 문이 완전히 개방된 그 순간
멈칫
뛰어나가려던 선우는 몸을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 침상 위를 먼저 선점하고 있던 까닭이었다.
투명하기 그지없는 피부
양뺨에 떠올라있는 붉은 홍조.
고요하고 깊은 눈동자.
장인이 만든 칼날처럼 오똑한 콧날.
매혹적인 장미를 연상케하는
붉은 입술
속이 전부 비춰보이는 얇은 내의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순산형의 골반이 강조되는 옷태
속옷이 보일듯 말듯 짧디 짧은 치맛자락까지
침상을 점거한 주동자는
너무나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수많은 미인들과 마주하며
단련된 선우조차 넋이 완전히 나갈 정도로
그렇게 얼마나 넋을 놓았을까
".........짜잔.."
침상을 점거하고 있던 여인, 운설은 민망한듯 얼굴을 붉힌 채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 순간 선우의 정신은 아득해지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크나큰 애정이 물밀듯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이게 힐링이구나.'
선우는 생각하였다.
지금 이순간이야말로
최고의 힐링임이
틀림없을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