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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26화 (1,127/1,419)

"그럼 이만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전하께 전하고픈 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긴 하였지만 밤도 늦었고 전하의 귀중한 시간을 더는 빼앗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백광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존경하는 군왕과의 담소에 흡족스러음을 느낀 까닭이었다.

'알면 좀더 일찍 끝내주지 그랬냐.'

선우는 속으로 작은 불평을 하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담을 쉴새없이 들어주다보니 어느새 해가 완전히 넘어가버렸다.

백광에게 발목 잡혀

조기 퇴근이라는 꿈을 이룰 수 없게 된 것이다.

"고생했네, 이만 가서 쉬도록 하게. 밖으로 나가면 시비가 자네들이 머물 곳으로 안내해줄 걸세."

하지만 선우는 마음 속에 있는 불만을 구태여 내비치지는 않았다.

자신을 존경하다 못해 찬양마저 하는 백광을 타박하고 싶진 않은 까닭이었다.

"신 백광!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백광은 바닥에 머리가 닿을 듯이 깊숙히 허리를 숙인 채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세운 뒤 곧바로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런 백광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끼이이이이익

이내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오직 선우만이 홀로 남게 되었다.

"망할."

그리고 홀로 남은 선우는 곧바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상황에

절로 욕지거리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너무 늦었어.'

떠나기 전 요랑은 말하였다.

자신이 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겠다고

서두르지 않으면 그대로 잠들어버릴 거라는 귀여운 협박과 함께 말이다.

시간이 늦어도 너무 늦어버렸다.

분명 잔뜩 성이 나 있으리라

'.큰일이네........한 번 뿔나면 여간해선 잘 풀리지 않는데...'

선우는 걱정이 앞섰다.

머리가 굵어지며 상당히 까탈스러워진 요랑이었다.

머리를 쥐어박고 갖은 구박을 해도

당과 하나만 물려주면

방실거리던 예전과는 전혀 달라진 것이다.

분명 여간해서는 화를 가라앉히지 않으리라

'.....미치겠군.'

이내 선우의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

꿀꺽

선우는 마른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긴장감이 절로 차오른 까닭이었다.

'후우우...'

하지만 이내 가벼이 호흡을 내뱉고는 천천히 손을 뻗기 시작하였다.

똑 똑 똑 똑

그다음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일정한 박자를 타면서 말이다.

".............."

하지만 문을 두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방 안 그저 고요할 따름이었다.

마치 아무도 존재치 않는 것처럼

와락

그 고요함에 선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뻔히 기척이 느껴지건만

어찌 이리 오리발을 내민다는 말인가

똑 똑 똑 똑

곧이어 선우는 다시금 손을 뻗어 문을 두드렸다.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요랑."

그리고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없어."

그러자 방 안에서 뾰루퉁한 목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하였다.

"없는 사람이 어떻게 대답해?"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나도 몰라."

요랑은 불퉁한 어투로 답을 하였다.

"일단 얼굴보고 말하자. 내가 다 설명할테니까.."

선우는 타이르듯 말을 이었다.

"보고싶지 않아."

하지만 요랑의 태도는 완고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보고 싶어."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와?"

요랑은 비꼬듯 말을 내뱉었다.

언행불일치에 가까운 선우의 태도에

절로 반발감이 든 까닭이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변명하듯 말을 내뱉었다.

명명백백한 잘못을 지적당하니

당혹스러움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럼 늦으면 늦는다고 사람이라도 보내던가...왜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만들어?"

요랑은 잔뜩 성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확실히 이정도까지 늦어진다면

사람을 보내 상황을 알리는 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요랑에 대한 예우이자 배려였다.

그런데 자신은 그런 작은 배려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넌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긴해? 내가 무슨 마음으로 널 기다렸을 지 생각은 해봤냐구!"

요랑은 감정이 북받쳤는 지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말하지 않은 설움이 차올라 감정을 폭발시킨 것이다.

".....미안해."

곧이어 선우는 사과를 하였다.

배려가 부족했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담아서 말이다.

"됐어! 너랑 안놀거야! 이제 너 안기다려!"

요랑은 잔뜩 화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곤란해...난 너랑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걸?"

"딴데 가서 알아봐! 나말고 볼 사람은 넘치도록 많잖아?"

요랑은 불퉁스럽게 답을 하였다.

수 많은 여인들 거느리고 있는 선우였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밤을 보낼 여인은 수두룩 하리라

"난 지금 다른 사람이 아닌 너를 보고 싶어. 요랑."

선우는 한없이 진지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입 발린 소리!"

"진심이야, 난 지금 너와 있고 싶어. 오직 너를 안고 싶고, 오직 네 입술에만 입을 맞추고 싶고, 오직 너만을 사랑하고 싶어."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문을 열어줘. 내게 진심 어린 사과할 기회를 줘."

".............."

선우의 말에 요랑은 잠시 침묵을 하였다.

고심에 빠져든 것이다.

그리고 선우는 그런 요랑을 얌전히 기다렸다.

마음의 결정을 내릴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끼이이이익

곧이어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와."

그리고 문을 연 당사자, 요랑이 새침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고마워, 요랑."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감사를 표하였다.

피하지 않고 자신을 마주하기로 결정한 요랑의 결정에 감사를 표한 것이다.

"...아직 용서한 건 아니야...납득할 만한 사정이 아니면 바로 쫒아내버릴거니까.."

요랑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그거면 충분해."

선우는 만족한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일단 들어와."

요랑은 뾰루퉁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 방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

"앉아."

방 안으로 들어온 요랑은 선우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선우는 말없이 그녀가 권한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리고 차분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그녀가 입을 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이제 말해봐. 대체 뭘 했길래 이렇게 늦은 거야?"

그 시선을 마주한 요랑은 천천히 입을 떼며 물었다.

그가 지각을 한 이유에 대해서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그 물음에 선우는 지각한 이유를 무척이나 소상히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백광이 찾아온 이유부터

그에 과하디 과한 수다를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얌전히 받아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까지 전부말이다.

그리고 요랑은 그런 선우의 설명을 얌전히 경청하기 시작하였다.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설명이 이어졌을까

"그러니까....본의치 않게 백광에게 신세를 진 탓에 매정히 말을 끊을 수 없어...지금까지 그 수다를 들어줬다는 말이야?"

이내 선우의 설명을 전부 들은 요랑은 그의 말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결론을 지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긍정을 하였다.

"너 호구야? 무슨 말을 못 끊어서 지각을 해!"

요랑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설마하니 저런 호구같은 이유로

지각을 했을 줄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 역도 잡아준다고 밤새 달려와서 심문에 처형에 뒷처리까지 다한 애 말을 그냥 끊어버려?"

"급한 일 있다고 다음에 알현하라고 했어야지!"

"그럴 분위기가 아니였어. 동경과 존경이 가득 담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열변을 토해내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해!?"

선우는 나름의 항변을 하였다.

거절하기엔 백광의 눈빛은 너무나 초롱거렸다.

도저히 중간에 끊어낼 수는 없던 것이다.

"왜 못해! 이 호구야!"

"호구라니! 그저 신세를 진 백광을 배려를 해준 것 뿐이야!"

"나는 왜 그 배려를 안해준 건데!"

"그...그건.."

선우는 말문이 막혔다.

별안간 가불기를 쓰니

무슨 말을 내뱉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은 까닭이었다.

"내가 얼마나 꽃단장하고 기다린 줄 알아!? 깨끗히 씻고 온몸에 향신료도 바르고 서역에서 건너온 신상 비단옷으로 곱게 차려입었단 말이야! 그런데 해가 지고 자정에 가까울 때쯤 오면 어쩌자는 거야! 늦는다고 말해주면 낮잠이라도 자지! 언제 올지 몰라서 계속 기다리고 또 기다렸잖아!"

요랑은 언성을 높이며 하소연을 하기 시작하였다.

"..........미안해."

그리고 그 하소연을 들은 선우는 다시금 사과를 하였다.

틀린 말이 전혀 없었다.

사과외엔 별다른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맨날 미안하다! 미안하다! 말로만 떼우지! 됐어! 됐다고! 이제 안기다려! 그냥 잘거야! 너도 가버려!"

그 사과가 먹혀들지 않은 것일까

요랑은 그대로 몸을 휙 돌려버렸다.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듯이 말이다

'후우..'

그 모습에 선우는 속으로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요랑의 분을 더욱더 키운듯 하였다.

따지고보면 백광을 배려한답시고 요랑을 완전히 뒷전으로 보내버린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였으니 말이다.

'말하고나니 더 미안하네.'

서운했을 그녀의 마음을 생각하니

괜스레 미안함이 커져갔다.

가깝고 친할 수록 더욱더 아껴줘하거늘

이해해주겠지하며

완전히 찬밥 취급을 해버렸으니 말이다.

저벅 저벅

곧이어 선우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몸을 돌리고 있는 요랑을 향해

와락

그리고는 양팔을 뻗어 요랑을 부드러이 껴안았다.

"놔!"

"미안해."

"또 말만 미안하다고 하는 거잖아! 됐어! 네 말 안들어!"

요랑은 꽤나 거칠게 몸부림을 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벗어나려는듯이 말이다.

"미안해."

꼬오옥

선우는 그럴 수록 요랑을 더욱더 소중히 안아주었다.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놔아! 바보! 멍청이! 해삼! 멍게! 말미잘!"

그러자 요랑은 격렬히 몸부림을 치며 그간 배운 온갖 욕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꼬오옥

하지만 그럼에 불구하고 그녀를 감싸고 있는 선우의 양팔은 굳건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단단한 족쇄처럼 말이다.

"놔아아! 바보야아아!"

그렇게 얼마나 포옹이 이어졌을까

추우욱

격렬히 몸부림치던 요랑의 몸이 추욱 처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반항을 포기하겠다는듯이 말이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건데."

그리고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선우에게 물었다.

"용서해줄 때까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답을 하였다.

"....그럼 평생 잡고 있어야할거야."

요랑은 심통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럼 평생 잡고 있지. 뭐."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말은 청산유수야."

요랑은 어이없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말 뿐인지 아닌지 시험해 봐도 좋아."

"흥, 됐어."

요랑은 새침하게 콧방귀를 뀌기 시작하였다.

"이제 그만 놔."

"말했잖아? 용서해줄 때까지 안놔준다고."

"그러니까 놓으라고...용서해줄테니까."

"정말?"

선우는 놀랐다는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빨리 용서를 해줄줄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그럼 어떻게? 평생 잡혀있어?"

"그것도 나쁘지 않지."

"난 싫어, 잡혀있으면 당과 먹을 때 불편해."

"당과가 날 살렸네."

선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고운 볼에 가벼이 입을 맞추었다.

"고마워, 용서해줘서."

".......용서랄 것도 없어.....그냥 어리광 부린 것 뿐이고...머리가 식은 것 뿐이니까."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이해하지 못할 이유는 아니였다.

신세를 진 백광에게

나름의 포상을 내린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성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감정적인 설움이 어리광을 부리게 만들었다.

배려받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뒷전으로 밀려나버렸다는 사실에

감정적인 설움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어리광이 아니야...적법하게 화날 만한 사안이였어."

"이해 못할 사안도 아니였어. 난 언제나 널 볼 수 있지만 백광은 그게 아니니까."

"그렇다해도 널 배려하지 못한 건 엄연한 사실이야 요랑."

"사과했잖아...미안하다고..그거면 됐어."

"내가 납득 못해. 그렇게 어영부영 넘어가는 건."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럼 뭘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하려고."

할짝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혀를 내밀어 요랑의 조막한 귀를 그대로 핥아버렸다.

"으읏!"

부르르르

그러자 요랑이 신음성을 내며 전신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묘하기 그지없는 혓바닥의 감촉에

전신에 자극이 퍼져나간 까닭이었다.

"무..무슨?!"

요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되물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는듯이 말이다.

"말로만 떼우는 건 싫다고 했잖아."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몸으로 직접 떼우려고"

스르르륵

선우는 껴안고 있던 손을 풀어내더니

그대로 뱀처럼 교묘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덥석

그리고는 요랑의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에 양손을 그대로 안착시켜버렸다.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말이다.

"으읏..!"

그러자 요랑의 입에서 달뜬 신음성이 새어나오기 시작하였다.

거침없는 접촉에 야릇한 열기가 전신을 쿡쿡찔러버린 까닭이었다.

"네가 만족할 때까지 말이야."

선우는 정욕 어린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잘못을 했으면

그 대가를 치뤄야하는 법.

오늘 자신은 대가를 톡톡 치를 생각이었다.

이 사랑스러운 여자를

밤새도록 기다리게 한 크나큰 대가를

물론 절륜하기 그지없는 이 몸뚱이로 말이다.

스르르륵

"하으으으윽....."

곧이어 선우의 손이 더욱더 노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방 안에는 요랑의 달뜬 신음성이 가득 메워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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