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전하를 다시 뵙게되다니...그저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백광은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얘, 왜 이래!?'
그리고 그 모습을 마주한 선우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도지휘사가 무엇이란 말인가
오호도독부의 명령을 받아 한 개의 성을 총괄하는 군정기관.
도지휘사사의 수장이자
왕을 제외한다면
한 성의 최고 권력자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닌 지방 군정장관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자가
이리도 쉽사리 바닥에 머리를 처박는다는 말인가
그것도 사천성이 아닌
광서성의 도지휘사가 말이다.
어찌 당혹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예가 과하다. 백광, 어찌 광서성의 도지휘사라는 자가 이리도 가벼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닿게 한다는 말인가"
이내 선우는 짐짓 정색을 하며 말을 내뱉었다.
일단 머리를 처박은 백광부터 일으켜세울 심산이었다.
"과하다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위대한 군왕 전하를 알현하게 되었거늘! 어찌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찌 고개를 뻣뻣히 들어올릴 수 있겠습니까!"
백광은 송구스럽다는듯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그에게 선우는
위대한 왕이자
존경하는 영웅이었다.
그런 그를 어찌 선 채로 맞이할 수 있겠는가
어찌 고개를 치켜든 채 맞이할 수 있겠는가
어불성이었다.
"내가 불편하다. 백광, 당장 몸을 일으켜세우도록 하라."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벌떡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백광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하였다.
존경하는 군왕에게
불편을 끼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훨씬 보기 좋군."
선우는 몸을 일으켜세운 백광을 흡족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럼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별안간 사절을 보내온 이유가 이유가 무엇이지? 광서성의 명친왕과는 이렇다할 친분이 없는데 말이야. "
선우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명친왕과는 일면식조차 없는 사이였다.
그런데 굳이 사절을 보내온 연유가 심히 궁금하였다.
"여기에는 아주 깊은 사연들이 있습니다. 전하."
"깊은 사연? 궁금하구나, 어디 한 번 말해보거라. 내 시간이 없진 않으니....그대의 말을 경청토록 하겠다."
"명을 받을겠습니다. 전하!"
선우의 명에 백광은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일단 이야기 앞서 이것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는 꽤나 고급진 정사각형 모양의 궤짝을 들어올리며 말을 내뱉었다.
"그게 무엇이지?"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옵니다. 전하"
"시발점이라...실로 궁금하구나, 어디 한 번 펼쳐보거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전하."
백광은 공손히 답한 뒤 궤짝의 뚜껑을 서서히 열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익
궤짝이 완전히 열리고 눈을 부릅 뜬 남자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황족을 능멸한 죄로
개작두에 목이 잘린 반역도
우광이었다.
"...아닛!?"
그 얼굴을 마주한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궤짝 안에 사람의 머리통이 들어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이번 사절의 시작은 이자가 보낸 한 장의 서신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백광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우광과 얽혀진 모든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한 장의 서신
군왕과 명친왕을 이간질시키려는 면양 향우회의 음모
왕을 능멸한 죄인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라는 명친왕의 명령
별동대를 소집하여 면양 향우회를 쑥대밭으로 만든 일
심문을 통해 알아낸 면양 향우회장 우광의 비리 등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소상히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흐음.."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선우의 표정이 시시각각 복잡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설마하니 자신도 모르는 새 영토에서 이런 일이 있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그렇게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얼마나 이야기에 집중하였을까
".......그리하여 직접 군왕 전하께 알현하게 된 것이옵니다."
이내 백광은 말끝을 마무리하며 결론을 지었다.
사절과 관련된 모든 일들을 전부 설명한 것이다.
"놀랍군...설마하니...내 영토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 줄이야."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워낙 음흉한 놈인지라...전하께서도 쉽사리 눈치채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백광은 공손한 태도로 말을 내뱉었다.
우광은 왕실을 향해 직접적인 적의를 내비치지 않았다.
그런 우광의 속내를 파악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리라
"참으로 고마운 일이구나, 내가 해야할 일을 그대가 손수 나서 처리하다니 말이야."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감사를 표하였다.
반역도 우광은 엄연히 사천의 백성이었다.
그의 허물을 꾸짖고 죄를 심판하는 건 엄연히 군왕의 자신의 일인 것이다.
그런데 백광과 별동대가 몸소 나서 반역도를 처리하고 불온 단체를 해산시키기까지 하였다.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옵니다! 군왕 전하와 친왕 전하를 능멸하려든 대역죄인을 어찌 가만히 내버려둘 수 있겠습니까!?"
백광은 손사래치며 연신 부정을 하였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우광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군왕과
직접 모시고 있는 명친왕을 동시에 능멸하려고 했던 대역죄인이었다.
어찌 그 흉악스러운 놈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
"오히려 전 전하께 사죄를 드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죄라니?"
"전하의 허락도 없이 사천에 침범하여 사천의 백성을 멋대로 심문하고 처벌까지 하였습니다. 반역도라고는 하나 이는 엄연히 월권에 가까운 행위지요."
백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에 대해 간곡히 사죄드리옵니다. 군왕 전하. 혹여 그에 관해 심기가 불편하시다면 죗값을 달게받도록 하겠습니다."
백광은 고개를 숙인 채 사죄를 하였다.
멋대로 월권한 행위에 대해서 말이다.
"백광, 고개를 들라."
선우는 그런 백광은 바라보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들은 백광은 서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떨리는 눈빛으로 선우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였다.
"분명 광서성의 도지휘사인 그대가 사천의 백성을 직접 심문하고 처벌한 것은 엄연한 월권 행위다. 허락조차 맡지 않았다는 건 내 권위를 무시하고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으니."
선우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백광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에 대해선 무척이나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비롯한 사천의 관리들 중 우광의 역심을 알아챈 이는 없었을 뿐더러 음흉스럽기 그지없는 우광을 잡아들이기 위해선 보다 빠르게 움직일 필요성이 있었을테니 말이야."
듣기론 우광은 꽤나 음흉한 자였다.
만약 백광이 직접 허락을 받거나
역모를 알리고 인계를 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이렇게 쉽사리 잡아들이지 못하였을 것이다.
음흉하고 나쁜 놈일 수록 도망칠 구멍을 여러 개 만들어놓기 마련이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번 월권에 대해선 묵과토록 하겠다. 그에 관해선 전혀 개의치 말도록 하라."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전하의 하해와 같은 크나큰 배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그 말을 들은 백광은 감격 어린 표정을 땅에 닿을 듯 허리를 숙였다.
명백한 월권 행위를
이리도 관대하게 용서해주시다니
어찌 감격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감사할 사람은 과인이다. 그러니 허리를 펴도록 하라."
"하지만.."
백광은 마뜩치 않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왕명이다."
"신 백광! 전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왕명이라는 말에 백광은 그대로 허리를 곧게 펴기 시작하였다.
신하된 입장으로서
왕명을 항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저 궤짝 속에 든 은자들은 무엇인가?"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이내 손가락을 뻗어 은자가 가득 들어차 있는 궤짝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궤짝 속 은자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 든 까닭이었다.
"면양 향우회장, 우광의 압류된 재산과 해체된 면양 향우회의 공금 그리고 면양 지역 조합장, 홍학철의 개인적 자산이 포함된 은자들이옵니다."
"그걸 가져온 저의가 무엇인가?"
선우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전하께 바치기 위함이옵니다!"
"내게 바친다?"
"그렇습니다! 압류된 우광의 재산과 우광의 사적 이익을 위해 설립된 면양 향우회의 공금은 지엄한 국법에 따라 전하께 환원되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직접 환수하여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국법에 따르면
반역도의 재산은 국가에 환원되어야한다.
역도인 우광의 재산과 그가 수장으로 있던 면양 향우회의 공금이 선우에게 돌아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럼 홍학철의 개인 자산은 무엇인가?"
"그자는 스스로 기부금을 내어놓았습니다. 수도 천도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스스로 말인가?"
"그렇습니다. 무리하지말라며 몇 번이고 말렸지만 전하에 대한 충정을 증명하고 싶다며 흔쾌히 백만 냥이라는 거금을 내어주더군요."
"참된 애국자로다. 어찌 백만 냥이라는 거금을 이리 턱하니 내놓는다는 말인가?"
선우는 놀랍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백만 냥을 흔쾌히 내놓는 홍학철의 배포가 절로 놀라운 까닭이었다.
백만 냥이 뉘집 개이름도 아니고
어찌 이렇게 턱하니 내어놓을 수 있다는 말인가
"전부 전하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도 천도를 통해 지역 균형을 꾀하려는 전하의 깊은 뜻에 크게 공감하고 감격을 하여 그런 결정을 내린게 아니겠습니까?"
"허허...그대는 항상 과인의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군."
뭐든 자신이 잘났다는 결론을 짓는 백광을 보며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광신도도 아니고 어찌 이리도 끊임없이 금칠을 한다는 말인가
"금칠이 아니옵니다. 그저 있는 사실을 말할 뿐이지요."
백광은 진심 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싫지는 않구나."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흘렸다.
과하다싶을 정도의 찬양이였지만
그리 싫지는 않았다.
백광의 말은
아첨이 아닌 진심이였으니
"전하께서 기쁘시다면 저 또한 기쁠 따름이옵니다."
백광은 공손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그래, 그리 말해주어 고맙다. 백광."
선우는 그런 백광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탁 탁 탁
그리고 가벼이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백광의 표정에 감격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존경하는 군왕의 치하에
절로 흥분과 감격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이 어깨 결코 씻지 않으리라'
그리고 속으로 굳게 다짐하였다.
선우의 손이 닿은 이 어깨를 결코 씻지 않겠다고 말이다.
"내 오늘 수고스러웠던 그대들을 위한 연회를 열도록 하겠다. 그간 쌓인 여독을 풀도록 하라."
곧이어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연회라뇨....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백광은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내가 그리 하고 싶구나. 그대들은 그저 감사히 여기며 즐기도록 하라."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러자 백광이 우렁차게 답을 하도록 하였다.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감히 선우의 명을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인 까닭이었다.
"그래, 그럼 귀빈실을 내어주도록 하겠다. 연회가 열릴 때까지 대기토록 하라."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느정도 마무리를 지을 심산이었다.
쉬지 않고 달려와
반역 사태를 마무리 지은
백광과 별동대에게 적법한 휴식을 주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요랑에게 되돌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저어...전하."
그러자 백광은 조심스레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왜 그러지? 무언가 할 말이 있는가?"
선우는 의아한듯 되물었다.
"전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혹여 전하의 귀중한 시간을 약간만 내어주실 수 있는지요?"
"그래? 그렇다면 가감없이 말하도록 하라. 그대의 말이라면 내 얼마든지 들어주도록 하겠다."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잠깐의 담소 정도야
얼마든지 나눠줄 수 있었다.
자신을 위해 몸소 나서준 백광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화아악
선우의 허락에 백광의 얼굴이 환하게 펴지기 시작하였다.
시간을 내어준다는 선우의 말이 무척이나 기쁜듯한 모습이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곧이어 그는 연신 허리를 숙인 채 감사를 표하였다.
"인사는 되었다. 그보다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선우는 손사래치며 그를 제지하였다.
적당히 끊어주지 않으면
끊임없이 감사를 표할 것이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전하고자하는 말은 다름이 아니오라...전하의 동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동상?"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저게 별안간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전하께서 흉악스러운 괴인으로부터 광서성의 백성을 구해준 이후 저희는 군왕 전하를 기리기 위해 전하의 모습을 본 딴 동상을 건립하게 되었습니다"
"내 모습을 본 딴 동상을?"
"그렇습니다. 비록 예산 문제로 높이는 육 장정도 밖에 되진 않지만 대신 전하의 위용 넘치는 모습을 한층 더 세밀하게 묘사하도록 하였습니다. 전하의 위엄 넘치는 눈빛은 각종 보석으로 표현하였고 오똑한 콧날과 날렵한 턱선은 장인의 솜씨로 명검처럼 벼려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하께서 들고 있는 검은 실제로 철광석을 이용하여...."
선우의 물음에 백광은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동상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게다가 전하께서 입고 있는 용포의 경우 자연스러운 주름을 표현하기 위해 몇 번이고 시행착오를 거쳐 조각토록 하였습니다...만약 직접 보신다면 전하께서 깜짝 놀라실 것입니다. 진짜 옷을 입혀놓은 게 아닐까하면서 말입니다!"
'투머치..토커...'
열정적인 백광의 태도에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담소가 예상 이상으로 길어진 까닭이었다.
"아, 그리고 동상의 허리 부분에 허리띠의 경우 전하께서 입고 있던 허리띠와 최대한 비슷하게 묘사하기 위해 직접 소가죽을 이어서 거대한 가죽띠를 만들었습니다. 꽤나 비슷한 모양새가 나오더군요. 비가 오거나 눈이 온다면 허리띠가 끊어지거나 부식될 수 있겠지만 매년 허리띠에 관한 예산을 부여할 심산인지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너무 길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말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말을 중간에 끊을 수는 없었다.
행복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설명 이어가는 백광의 모습에 마주하니
도저히 말허리를 잘라버릴 수 없던 까닭이었다.
이래저래 신세를 진 것도 있었고 말이다.
'..곤란한데..'
곤란하였다.
당장에라도 갈 것처럼 말했던 차였다.
그런데 이리 시간을 빼앗긴다면
십중팔구 요랑은 심통을 부리게 될 것이다.
양볼을 잔뜩 부풀린 채로 말이다
"막상 완성되고 보니 전하의 명검과 같은 콧날이 잡철로 만든 잡검처럼 묘사되어있더군요. 그래서 곧바로 갈아엎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상당한 예산이 들긴 하였지만 전하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낼 수만 있다면 얼마든 지 감수할 만한 자금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지요 하하하하. 덕분에 콧날만큼은 무척이나 만족스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콧날을 보니 이번엔 턱선이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그래서.."
선우의 곤란함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백광은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떠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동경하는 위인을 만나 재잘거리는 어린 아이처럼 말이다.
선우는 그런 재잘거림을
그저 가만히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백광이 완전히 만족할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