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벌여도 극단적으로 벌여버린
선우의 배포에 경악스러움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마누라들이랑 헤어지기 싫다고
수도를 옮기버리다니
어찌 그런 짓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이제 헤어질 걱정은 안해도 돼. 서윤."
선우는 칭찬을 바라는 아이같은 눈빛으로 그런 그녀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의 동공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농담이지?"
당서윤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너무 비현실적인 말에
농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진담인데?"
"...거짓말..."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여?"
선우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되물었다.
"...........허어..."
그 눈빛을 마주한 당서윤은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이 거짓따윈 일절없는 진심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인들과 헤어지기 싫다는 이유로
진짜 수도를 옮겨버린 것이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배포란 말인가
"그게 가능하대?"
곧이어 당서윤은 어이없다는듯 그에게 되물었다.
"가능하다고 하던데?
"누가?"
"승선포정사가."
"가능하도록 협박한 건 아니고?"
의혹이 들었다.
협박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만든 건
아닐까하고 말이다.
"에이, 내가 폭군도 아니고 어떻게 신하를 협박하고 그러겠어?"
선우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협박이라니
자신과는 너무나 동떨어져있는 야만스러운 단어였다.
성군에 가까운 자신이
어찌 대신을 협박한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면 납득이 안돼."
당서윤은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수도 이전은
말도 안되는 억지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 억지를 성사시켰다면
오히려 협박이 가미되었다고 말하는 게
더욱더 설득력 있으리라
"애초에 성도로 수도를 옮기자고 제안한 건 승선포정사였어. 내가 아니라."
선우는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쩜 이리 남편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말인가
"....수도를 옮기자는 말을 꺼낸 게 승선포정사였다고?"
당서윤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설마하니 저런 말도 안되는 제안을
먼저 꺼낸 사람이 승선포정사일 줄이야.
"왕실로 가야한다고 하길래, 아쉬운 티를 냈더니, 그냥 아예 수도를 옮기자고 하던데?"
선우는 수도 이전이라는 주장이 나온 배경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었다.
"고작..아쉬운 티를 낸 것 뿐인데...수도 이전을 입에 담았다니...그정도면 과잉충성 아니야?"
"그러게, 아무래도 날 너무 존경하나봐."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하였다.
생각해보면 과잉 충성에 가까운 행위긴 하였다.
성도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겠다고 떼를 쓴 것도 아니고
은근슬쩍 압박을 가한 것도 아니건만
수도 이전을 입에 담는 걸 보면 말이다.
"어쨌든 잘된 거 아닐까? 모두가 행복해졌잖아?"
선우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결과만 놓고보면 대다수가 행복한 결과였다.
수도를 이전함으로서
자신은 사랑하는 연인들과 자식들
그리고 충성스러운 노예들과 생이별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성도의 지역민들은 어마어마한 경제적 수혜를 보게 되었다.
대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라고할 수 있는 것이다.
"면양의 지역민들은 그렇게 생각 안할 것 같은데?"
분명 수도를 이전한다면 이점이 많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들과 성도의 지역민들을 기준으로한 이점이었다.
수도로서 위상을 강탈당한 면양시 입장에서보면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결정인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원래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이니까."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말을 이었다.
"......민심을 너무 살피지 않는 거 아니야?"
당서윤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대수롭지 않아하는 그의 태도에 당혹스러움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폭군과 성군을 가르는 기준은
오직 민심이었다.
아무리 큰 업적을 쌓는다해도
민심이 밑바닥까지 떨어진다면
위대한 성군이 폭군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저리도 민심을 살피지 않는단 말인가
"민심은 오히려 좋아질껄?"
"말도 안돼. 그럴 리 없잖아."
당서윤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충분한 상의조차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도 이전을 결정하였다.
그런데 어찌 민심이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인가
"말이 돼, 들어봐, 서윤, 면양이 사천의 공식적인 수도로 수립된 지 얼마나 됐을 것 같아?"
".......이백 년 남짓으로 알고있어."
당서윤은 가벼이 머리를 굴리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래, 이백 년, 면양시는 이 백년이라는 세월동안 역차별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수혜를 받고 있던 거야. 수도라는 명분하에 말이야."
이백 년이라는 세월동안
면양시는 타 지역 현격히 차이나는 특혜를 받아왔다.
타 지역은 몇 년주기로 받는 도로 정비를 반 년 주기로 받았고
수많은 복지 단체들이 국가 재정으로 운영되었으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편의 시설이 집중되어있으며
일자리는 차고넘칠 정도로 많았다.
오직 왕실이 존재하는 수도라는 이유로
타 지역으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혜택을 받아왔던 것이다.
"특혜로 인해 사천성에서 면양시만이 독보적인 발전을 이루게 됐어. 타 지역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지역민들 입장에선 아니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차별만큼 인간을 분노케 하는 일도 없었다.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저열한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면양시에 대한 타 지역민들의 불만이....전체적인 민심을 좋게 만들거라는 거야?"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맞아. 타 지역민들 입장에선 오히려 날 칭송할 거야. 지역 균형을 이루기 위해 몸소 나서서 어려운 결정을 이행한 성군이라면서 말이야."
".....포장이 너무 잘됐는데."
당서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냥 마누라랑 헤어지기 싫어서
결정한 수도이전이
지역 균형을 위한 꾀하기 위한
성군의 결단으로 바뀌어버렸다.
어찌 이리도 포장을 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원래 이런 건 살을 어떻게 붙이냐에 따라 명분이 달라지는 법이거든"
선우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명분이라는 건 본디
어떻게 살을 붙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었다.
개인적 욕심에 수도 이전을 한다해도
말 몇 마디만 추가하면
비대해진 면양시의 기득권층의 힘을 약화시키는 건 물론이고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까지 이룩할 수 있는 훌륭한 정책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꾼 다 됐네."
잘만들어진 명분으로
개인적 사심을 충족시킨 건 물론
민심까지 제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노회한 정치꾼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인 것이다.
"새삼 대단해 보여?"
선우는 거만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부정하진 않을 게."
거만한 태도가 거슬리긴 하였지만
대단한 건 대단한거니까 말이다.
"그럼 이제 걸리는 건 없는 거지?"
"................."
하지만 당서윤은 답하지 못하였다.
걸리는 게 남아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뭐, 또 걸리는 거라도 있어?"
선우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명분과 민심까지
모두 갖추고 있는 상황이건만
대체 뭐가 더 걸린단 말인가
"....면양시의 토착세력들이 걸려."
"왜 해코지라도 할까봐?"
"아는 지 모르겠지만 보통 기득권층은 고위 관리에게 선이 닿아있는 게 부지기수야. 권력 유지를 위해선 공직자의 도움이 필요하니까....분명 면양시의 기득권층도 마찬가지일거야."
"걱정마, 아무리 고위 관리라해도 왕보다 높진 않을테니까"
그리 걱정 되진 않았다.
아무리 고위 관리라 해도
군왕이 자신을 짓누를 정도의 권력을 갖추고 있을 리 없을테니.
"황족과 선이 닿아있을 수도 있어.....최악의 경우 친왕들과 관련되어있을 수도.."
"상관없어."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사천은 황제 폐하가 하사하신 나만의 자치령이야. 다른 황족들이 이곳의 일에 개입할 명분따윈 없어."
사천성은
황제가 자신에게 직접 하사한 봉토였다.
이곳을 멋대로 침범하고 개입하려고 든다는 건
황제 폐하를 거스르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었다.
역모에 가까운 행위인 것이다.
'만약 개입하려든다면 명분은 이쪽이 가지게 될테니.'
선우는 별빛 같은 눈동자를 반짝였다.
개입하는 순간부터
명분은 이쪽이 가지게 된다.
콧대 높은 황족들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 걱정말고, 넌 우리 튼튼이만 생각해."
"튼튼이? 그게 태명이야?"
"응, 튼튼하게 자라라고 튼튼이."
"너무 단순한 게 지은 거 아니야?'
"원래 태명은 단순하게 지어야 좋아."
선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못말려.'
당서윤은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여러모로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 이전을 물론
태명을 짓는 것까지
이렇게 즉각적으로 추진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도..뭐..그게 매력이긴 하지..'
하지만 그 추친력 그리 싫진 않았다.
결국 전부 가족들을 위한 추진력이었으니
"마음에 안들면 바꿀까?"
당서윤이 말이 없자 선우는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혹여 자신 혼자 태명을 지은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된 까닭이었다.
"아니야, 마음에 들어, 튼튼이로 하자....우리 아이에겐 튼튼한 것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 같으니까."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부, 명예, 권력이 보장된 자신들의 아이였다.
건강하기만 한다면 금상첨화이리라
"마음에 들줄 알았어."
선우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의견이 받아들여진 게
꽤나 흡족한 모습이었다.
"이참에 아기용품 좀 몇 개 사놓을까?"
"뭘 사려고?"
"옷이나 장식품이나 장난감이나...뭐 이런게."
"그런 건 태어나고 사도 늦지 않아. 아직 성별도 모르잖아?"
"남녀 가리지 않고 모조리 다 사두면 되지."
"그건 너무 낭비 아니야?"
당서윤은 어이없다는듯 그에게 되물었다.
성별 상관없이 모조리 사놓자니
그런 낭비가 대체 어디있다는 말인가
"괜찮아....출산하고 다른 성별로 한 명을 더 낳으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안될 건 뭐야?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 지 가능하지."
"그렇게 마구마구 임신되는 게 아니라구!"
두 사람은 아기에 심층적인 토론을 나누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꽤나 행복한 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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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역사를 가진
사천의 심장부
면양시에 곳곳에는
커다란 대자보들이 여럿 붙여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이내 민중들은 분노를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대자보 속에 담겨진 내용이
그들의 분노를 자극케 만든 까닭이었다.
대자보에 적힌 내용은 간단하였다.
지역 균형을 꾀하기 위한
수도 이전에 대한 통보.
지금껏 수도의 이점을 충분히 누려온 면양시 지역민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인 것이다.
당연히 민중들은 분노하였고
수많은 탄원서들이 관청으로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이번 결정을 번복해달라는
수많은 탄원서들이 말이다.
"이게 전부 탄원서요?"
사천의 도지휘사 안길강은 책상 위에 가득 쌓여있는 서류 더미를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그렇습니다."
그러자 승선포정사 정철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허어...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안길갈은 놀랍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책상을 가득 메운 탄원서 더미가 사람을 실로 당혹스럽게 만든 까닭이었다.
어찌 하루만에 저리도 많은 탄원서가 쌓여질 수 있다는 말인가
"아마 며칠만 더 지나면 탄원서에 깔려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약한 소리 말게, 예상했던 바가 아닌가?"
"예상하긴 했지만...생각보다 과하군요....이렇게 많은 탄원서는 말입니다."
정철은 탄원서를 양손에 쥐어든 채 말을 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서류더미에 깔려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응당 선택에 대한 결과는 책임져야하지않겠는가"
"이상하군요. 결정을 함께한 것 같은데...저만 이리 고통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자네는 민정 담당 관리가 아닌가? 당연한 결과일 뿐일세."
안길강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꽤나 억울한 일이군요."
"그러게 도지휘사를 맡지 그랬나."
"지금이라도 맡고 싶습니다만.."
"어림도 없네."
두 사람은 가벼운 농짓거리를 나누며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그보다 '그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는가?"
이내 안길강은 조심스레 그에게 되물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의외로군, 제일 먼저 난리를 칠 줄 알았는데."
"일단 사태를 지켜볼 셈인듯합니다. 난리를 피우는 건 일반 민중들로 충분할테니."
"약아빠졌구만."
"원래 가진 만큼 겁이 많은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마냥 지켜보진 않을 걸세."
"분명 그럴 겁니다......약아빠지긴 했지만 넋놓고 영역을 빼앗기는 머저리들은 아니니까요."
정철은 차분히 가라앉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든 방해공작이 들어올 것이다.
그들 입장에선
수도 이전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으니
"자신 있는가?"
"없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거 자신 하나는 마음에 드는구만. 끌끌"
안길강은 재밌다는듯 웃었다.
패기넘치는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제 뒤에는 군왕 전하가 있으니까요."
자신이 있었다.
어떠한 방해공작이 들어와도
자신의 뒤엔 위대한 왕이
버티고 서있으니
'모든 건 전하를 위하여.'
정철의 눈빛이 더할 나위없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