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05화 (1,106/1,419)

EP.1105 1106. 제 여자가 되어주시겠습니까?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운설의 발언에

당혹스러움이 물밀듯 차오르는 까닭이었다.

'좋아한다고?...나를?'

별안간 자신을 좋아한다니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자신은 그저 가슴을 내보인 이후

눈에 띄게 자신을 피해다니는

운설과 어색함을 풀으려고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사랑 고백이라니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설마 꼭꼭...숨기려했던 속내라는 게...저거였어?'

아무래도 자신이 착각을 해도

단단히 한 듯 싶었다.

그녀가 숨기기 급급했던 속내는

가슴을 내보인 것에 대한 쪽팔림이 아니었다.

자신에 대한 연정이었던 것이다.

'.........몰래 카메라는 아니겠지?'

너무 당황스러워

실없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며 농을 거는 게 아닐까라는

실없는 생각을 말이다.

'그럴 리 없잖아....멍청아.'

물론 그럴 리 없었다.

운설은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농지거리를 내뱉을 모습은 전혀 아닌 것이다.

'그럼 정말로...날 좋아하는 거라고?....'

쉽사리 믿겨지지 않았다.

며칠 전만해도 절대고수로서

무림의 선배로서

위엄을 선보이며

자신을 압도하던 운설이었다.

그런 그녀가 얼굴을 잔뜩 붉히며 연모의 감정을 토로 하다니

어찌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애초에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고...'

평소에 호감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 기특한 후배를 바라보는

선배로서의 애정이었지

남녀 간의 진한 애정이 섞인 눈빛이

아닌 것이다.

'대체 언제부터 좋아했던 거지?...어떤 부분이 좋았던 거지?....대체...뭐가..선배님을 끌리게 만든 거지?'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들이 쉴새없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였다.

대체 언제부터 자신을 좋아하게 된건지

대체 어떤 부분에 좋은 건지

그녀를 끌리게 만든 요인이 대체 무엇인지

그렇게 피어오르는 수많은 의문에 고심을 하던 그 때였다.

"....저어....후배님...."

귓가로 우물거리는 운설의 가냘픈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아, 네에. 선배님."

그 목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난 선우는 다급히 답을 하였다.

그녀의 물음을 무시한 채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단 사실을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대답을 해주셨으면 해요."

운설은 차분히 가라앉은 심유한 눈동자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말이에요."

"............."

선우는 그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을 내뱉어야할 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은 까닭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하는 거지?...대체 무슨 말을 내뱉어야하는 거지?'

자신은 선택해야했다.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여줄 것인지

아니면 매몰차게 거절해야할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거지....'

고민이 되었다.

갑작스레 결정할 수 있는 가벼운 사안이 아닌 까닭이었다.

남녀 간의 애정사를

어찌 쉽사리 결정지을 수 있겠는가

'....만약 내가 고백을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만약 고백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자신과 운설은 연인이 될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연인이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였으니

그리고 모두가 경악을 할 것이다.

자신과 운설이 연인 관계가 될 것임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테니

그리고 당서윤이 자신을 타박할 것이다.

선배님은 대체 언제 또 꼬셨냐며

미리 말해주기로 하지 않았냐면서 말이다.

하지만 운설과의 관계를 반대치는 않을 것이다.

운설은 당가를 위해 몸소 나서준

당가의 은인이였으니

그리고 다른 여인들은 모두 축복해줄 것이다.

기본적으로 여인을 늘리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이는 거의 없었으니

아니 요랑같은 경우

되려 좋아할 수도 있었다.

소중한 친구가 한 가족이 되었으니

그리고 모두가 함께 지내게 될 것이다.

오순도순 함께 늙어가면서 말이다.

'.....생각보다 나쁘지..않은데?'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만약...선배님이 내 여자가 되면.'

선우는 운설쪽을 가벼이 흘깃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아름답기 그지없는 운설의 육체가

시야에 한 가득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검술에 방해가 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풍만한 가슴

호리병처럼 들어가있는 우아한 허리선

분명 처녀건만 유부녀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의 커다란 둔부와 골반

극한까지 단련되어 누구보다 탄탄한 허벅지.

그리고 우아한 각선미까지

한눈에 전부 담아지는 것이다.

'저 아름다운 육신을 내 마음대로..할 수 있어...연인이라는 건 그런 거니까..'

연인이 된다면

운설의 모든 것들을 마음가는대로 할 수 있었다.

주물러도 되고

빨아도 되며

핥아도 되고

넣어도 된다.

무엇을 하든 용납이 되는 것이다.

연인이라는 건

그 모든 걸 허용할 수 있는 깊고 깊은 위치였으니까.

'선배님의...육신이라니.'

주르르륵

선우는 입가에 침이 줄줄 새는 것을 느꼈다.

놰쇄적인 운설의 육신을

마음가는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몹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 것이다.

휘익 휘익

하지만 이내 정신 차린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가벼이 내저었다.

몹쓸 생각들을 하나둘씩 지워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고백을 받아들였을 때 이점을 알았으니...이제..선배님을 거절했을 때를 상정해보자.'

선우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상정해보기 시작하였다.

현 상황에서 맞이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일단 엄청 어색해질 거야.'

만약 고백을 거절한다면

자신과 운설의 관계는 심히 어색해질 것이다.

한쪽이 마음있다는 걸 알고

다른 한쪽 그 마음을 거절한 상황에서

어찌 어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어색함을 지속되면...관계가 망가질지도 몰라.'

남녀 간의 우정이 흐레 그렇듯

애정이 끼는 순간 관계는 파탄나기 마련이다.

어느 한쪽도 예전과 같은 태도를

보일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경우엔 자연검조차 제대로 전수받지 못할 수도 있어..'

어색하고 마음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어찌 제대로 된 가르침을 내려줄 수 있겠는가?

분명 가르침이 그전만 못해질 게 불보듯 뻔하였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자연검조차 제대로 전수받지 못할 우려까지 있었다.

천마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무림은 멸망한다.'

그리고 자신이 운설로부터 자연검을 전수받아

완성시키지 못한다면 무림은 멸망하고 말 것이다.

천마라는 최흉의 악당에 의해서 말이다.

'....선배님의 고백 받지 않으면 무림이 멸망하게 되는 건가?'

고백을 받지 않을 시

무림의 멸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최악에 최악을 더해 상정한 결과였다.

'무조건 받아들여야한다....무림 멸망을 막기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선우는 그렇게 훌륭히 자기합리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무림의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몇 번이고 되뇌이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창 자기합리화하던 그때였다.

"어렵게 생각지 않아도 돼요, 후배님."

선우의 귓가로 운설의 청명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속으로 시시덕거리며 합리화를 하던 선우는

그 목소리에 시선을 돌려 운설을 마주보았다.

그러자 별빛보다 반짝이는 운설의 눈빛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고백을 받아달라거나....좋아해달라고.....강요하는 게 아니예요..그저 순수하게 후배님의 솔직한 마음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후배님이 말한 진심...그저 그거 하나면 돼요..."

그녀가 원하는 건 선우의 솔직한 속내 뿐이었다.

다른 것 따윈 하등 상관없는 것이다.

'.............아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스스로 무례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하였음을

'선배님의 고백을 장단점을 따지면서 계산하고 있었어..'

그녀가 용기내어 내뱉은

고백을 장단점을 따져가며 계산하였다.

받아들을지 말지 이리저리 재보면서 말이다.

'...........미쳤네....진짜...진심을 보인 사람한테...대체 무슨 무례를...'

선우는 자조적인 표정을 지었다.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이 절로 느껴진 까닭이었다.

굳은 결심을 하고

용기내어 스스로의 진심을 고백한 운설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어찌 진심을 내보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정신차리자...선배님은..노예가 아니야...공략대상도 아니고....나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는 여자라고.'

아무래도 요근래 당 모녀와 모용 모녀를 차례대로 공략하다보니

모든 여인들을 공략의 대상으로 바로보며 원하는대로 마음껏 주물러도 되는듯 여기게 된듯 하였다.

낭만을 잃어버린 것이다.

짜아아악

선우는 손을 들어 강하게 뺨을 후려쳐버렸다.

그러자 찰진 타격음이 방 안 가득히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후배님?! 갑자기 뭐하는 거예요!?"

그 모습에 놀란 운설은 다급히 그에게 되물었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말이다.

"죄송합니다..선배님....이렇게 해야만 해서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기혐오가 물밀듯 차올라

전신을 그대로 뒤덮어버릴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방식이 너무 폭력적이예요....여기 보세요! 뺨이 팅팅 부어올랐잖아요!"

운설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선우의 행동에 상당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듯 하였다.

"정말!"

운설은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리기 시작하였다.

쓰담 쓰담 쓰담

그리고 손을 뻗어 팅팅 부어올라있는

선우의 뺨을 부드러이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청명한 내력을 흘리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다.

'......난 선배를 어떻게 생각하지?'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하였다.

그녀를

선배님을

운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좋아하는 가?'

싫냐좋냐고 따진다면

좋아한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첫 만남이후 지금껏

수많은 배려와 가르침을 받았으니

'사랑하는가?'

그건 알 수 없었다.

아직까지는 후배로서

그녀를 동경하고 좋아할 뿐

이성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전혀 없던 까닭이었다.

'....왜 이성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지?'

순간 선우는 의문이 들었다.

운설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동경할 정도로 강인하며

강철과도 같은 굳은 신념을 가진 여인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법도 하거늘

어찌 단 한번도 그녀를 이성적으로 바라본 적이 없다는 말인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연인보다는 선배로서...더 의식이 돼서?.....어차피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하나하나 따져보기 시작하였다.

어째서 그녀를 이성으로 의식하지 않았던 것인지

그렇게 얼마나 따졌을까

'......두려웠던 거구나.'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관계가 깨질까 두려워

일부러 그녀를

이성적으로 바라보지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녀가 좋았다.

함께 있으면 즐거웠고

웃을 때는 귀여웠으며

가끔 땀에 옷이 착 달라붙으면 설레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구태여 그 사실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선배를 동경하는 마음이라

선을 긋고 그 이상 깊게 생각지 않았다.

'선배와의 관계가 깨지는 게 두려웠으니까.'

두려웠다.

전과는 전혀 다른 사이로 전락하게 될까봐

다시는 그녀와 행복한 때를 보내게 될 수 없을까봐.

그래서 일부러 의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심하게 생각하였다.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듯이 말이다.

'.........난...선배님을 좋아하고 있었어...어쩌면...선배님보다 훨씬 전부터..'

인정하고 나니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진심으로 운설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난...정말 멍청한 놈이구나.'

선우는 자조적인 표정을 지은 채 자책하였다.

어찌 이런 진심을 품고 있으면서

그녀의 진심을 계산하는 무례를 범할 수 있다는 말인가

멍청하였다.

너무 멍청해 스스로에 대한 짜증이 치밀어오를 정도였다.

"얼굴을 왜 때려요...왜, 후배님의 손이 얼마나 흉악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지 모르는 건가요?"

그때 귓가로 운설의 타박 어린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속상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부은 뺨을 연신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운설의 모습을 말이다.

"한 번만 더 이러면 진짜 가만안둘거에요..제가 몸소 뺨을 후릴거예요."

운설은 잔뜩 뿔이 난듯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선배님."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왜요?..."

운설은 퉁명스럽게 대꾸를 하였다.

멋대로 뺨을 후려쳐 자해를 한 선우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어투였다.

"저도 좋아합니다."

선우는 즉각적으로 답을 하였다.

".........에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운설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모습이었다.

"저도 선배님을 좋아합니다. 연정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말입니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위해

다시금 강조하며 말하였다.

자신의 진실된 속내를

"제 여자가 되어주시겠습니까?"

선우는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운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화아아아악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운설의 얼굴이 잘익은 홍시처럼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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