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097화 (1,098/1,419)

EP.1097 1098. 대對의 선先

"허리가 비었네요."

따아악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벼이 검격이 허리를 강타하였다.

"크으윽."

그 뼛속까지 파고드는 격통에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머리, 배, 다리, 손목!

따악 따아악 따아악 따아악

곧이어 날카로운 검격이 쉴새없이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상당한 경력이 담긴 채로 말이다.

"아아아아아악!"

그 강맹한 검격에 그대로 노출되버린 선우는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일격 일격이 뼈가 시릴 정도의 격통을 선사한 까닭이었다.

'...검의 변화가 너무 많아.'

한 번의 휘두름에 수십 아니 수백의 변화를

내보이는 운설의 검이었다.

그런 검을 쉽사리 받아낼 리 만무하였다.

'맥을 끊어야해.'

이대로 가다간 반격다운 반격도 못해본 채

그대로 기절할 게 뻔하였다.

맥을 끊어 주도권을 가져와야했다.

결심을 마친 선우는 곧바로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검명이 울리며 목검이 부르르 떨렸다.

목검에 상당한 경력이 담겼다는 증거였다.

'끊는다.'

선우는 충검充劍을 마친 선우는 뜨거운 눈빛으로 쇄도하는 검격을 노려보았다.

파고들 틈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얼마나 틈을 노렸을까

부우웅

이내 운설이 검을 크게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지금!'

선우는 눈을 빛냈다.

동작이 커진 지금이라면

충분히 파고들어 맥을 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쇄애애애애액

곧이어 선우의 목검이 운설의 가녀린 목울대를 향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꿰뚫어버릴듯한 기세로 말이다.

'끝이다!'

선우는 확신을 하였다.

이 일격에 주도권을 완벽히 움켜쥘 수 있을 것이라고

카아앙

하지만 그 확신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새 내밀어진 운설의 좌수가 파고드는 선우의 검면을 그대로 후려쳐 검의 궤도를 강제로 꺾어버린 것이다.

씨익

그 운설은 그 꺾어진 검격을 바라보며 가벼이 미소를 지었다.

'망할, 함정이다.'

그 미소를 마주한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큰 동작을 내보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따아아아악

하지만 눈치챘을 땐 이미 상당한 경력이 담긴 그녀의 목검이 머리통을 후려친 이후였다.

"아아아아악!"

경쾌한 울림과 함께 선우의 고통 어린 비명성이 연무장 가득히 울리기 시작하였다.

꽤나 큰 동작으로 후려친 검격이었다.

상당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끄으으윽."

선우는 후려맞은 머리통을 움켜쥔 채 옅은 신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맞았던 또 맞으니 고통이 두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가벼운 수에 넘어가면 안돼요. 후배님. 진검이였다면 머리통이 반쪽으로 갈라졌을 거에요."

운설은 머리통을 움켜잡고 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지금도 머리통이 갈라질 것 같은데요?"

"그런 걱정 안해도 돼요, 무척이나 멀쩡하니까요."

운설은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전혀 문제없다는 듯이 말이다.

".......선배님, 진짜 감정 없는 것 맞습니까?"

선우는 그런 운설을 미심쩍다는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긴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손속이 너무 매서웠다.

감정이 담기지 않았다면

이정도로 매섭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진짜고 말고요. 제가 후배님에게 감정 상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런 것치곤 손속이 너무 매서운데요?"

"말하지 않았나요? 모두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구요."

"긴장 유지를 두번 했다간 머리통이 터지겠습니다."

선우는 어느새 살짝 부풀어오른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내뱉었다.

"괜찮아요, 후배님은 이미 도검불침의 경지에 다다랐으니 아무리 두드려도 머리가 터져나가진 않을 거예요....목검이 부숴졌으면 부숴졌지."

운설은 생글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꽤나 해맑은 미소였지만 선우는 알 수 없는 오싹함을 느꼈다.

왠지 내력이 가득 담긴 목검이 부숴질 때까지

후려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튀어야해.'

선우의 본능이 위험을 경고하였다.

어서 튀라고

더 개기고 있다간

목검이 부숴질 때까지 옴팡지게 처맞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오늘 훈련은 이만 마무리 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 이정도면 꽤 오랫동안한 것 같은데."

선우는 다급한 어조로 훈련 종료를 권유하였다.

왜 뿔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한 자리에 있어봤자

자신만 골치 아파질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시작인데, 마무리라뇨. 이왕 시작하는 거 끝을 봐야하지 않겠어요?"

"끝을 보다뇨?"

"물론 목검이 부러질 때까지죠"

운설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선우는 전신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따아악 따아악 따아악 따아악

"아아아아악! 아파요! 아픕니다!! 선배!"

곧이어 경쾌한 타격음과 처절한 비명성이 연무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하였다.

************

운설과 선우의 목검이 어지러이 어우러지기 시작하였다.

서로의 허점을 노리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검을 나눴을까

콰아앙

곧이어 굉음성과 함께 바닥이 그대로 부숴지기 시작하였다.

내리찍혀진 운설의 검이 대리석 바닥을 그대로 분쇄시켜버린 것이다.

주르륵

'위험했다.'

간신히 검을 피한 선우는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정통으로 맞았다면 뼈가 부러질지도 모를 일격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때 운설이 땅에 찍혀진 검을 들어올리더니 선우의 몸통을 향해 그대로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액

기세를 탄 운설의 목검이 선우의 명치를 향해 쾌속히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피할 수 없다.'

선우는 재빨리 검을 세웠다.

그리고 명치 부근에 검면을 가져다대 치명적인 일격을 방호하였다.

콰아아앙

주르르르륵

"크으윽!"

곧이어 굉음성과 함께 선우의 신형이 뒤편으로 쉴새없이 밀리기 시작하였다.

명치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충격을 어느정도 완화할 수 는 있었지만

완전히는 해소시키진 못한 까닭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목검이 부러질 때까지 맞기만 하겠어.'

선우는 꽤나 난감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 번 주도권을 빼앗기고 나니

도저히 공격할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방어하기 급급할 뿐인 것이다.

'주도권을 가져와야해.'

흐름을 가져올 수만 있다면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승부가 벌여지진 않을 것이다.

꽈아아악

선우는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운설을 향해 달려들어 검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마치 장대비와 같은 수많은 검격들을 말이다.

운설은 그런 선우의 검을 여유로이 받아넘기며 공세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

.

.

쇄애애애액

어깨죽지를 향해 검이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운설은 몸을 살짝 틀어 날아드는 검을 가벼이 빗겨나가게 만들었다.

선우는 빗겨나간 검의 날 방향을 돌려 그대로 몸통을 베어들어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운설은 예상했다는듯 어느새 선우 품 안까지 파고들어 검날의 범위에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다 보여요. 후배님."

차악

지척까지 다가온 운설은 선우의 가슴팍에 고운 손바닥을 올린 채 입을 떼었다.

파아앙

"쿨럭!"

그리고 곧이어 상당한 충격이 선우의 가슴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발경의 묘리를 이용해 상당한 충격을 전한 것이다.

주르르륵

곧이어 선우의 신형이 쉴새없이 밀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나자빠지고 말았다.

그녀의 강맹한 일장을 도저히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강해....진짜 더럽게 강해.'

바닥에 나자빠진 선우는 생각했다.

강해도 너무 강하다고

그녀는 자신의 모든 걸 예측하였다.

어떤 방향으로 검이 날아드는지

어떤 방식으로 보법을 밟는 지

어떤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지

전부 예측하고 자신의 행동에 앞서 대응하였다.

더럽게 강하다는 말외엔 표현할 방법이 달리 없을 정도로 강대한 괴물인 것이다.

'그래도 격차를 상당히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착각인듯 싶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처발리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검을 더 섞는다고 의미가 있을까?'

검을 움켜쥐고 다시 일어나고 싶었지만 도저히 힘이 나지 않았다.

수가 전부 읽히고

모든 공격이 무용하였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선배님은 백 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검만을 휘둘렀어....과연 내가 그런 선배님에게 덤벼든다고 승산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더 섞는다고 과연 승산이 있을 지

그녀를 따라잡을 수 있을 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스스로 질문을 던졌을까

"핫."

곧이어 선우는 헛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뭔가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나도 겁쟁이가 다됐네, 언제부터 승산을 따졌다고.'

아무래도 안락한 삶이

긴장감과 간절함을 앗아간듯 싶었다.

패배가 두려워 포기할 생각부터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검을 휘두르면 될 뿐인데 말야'

질끈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꽈아아악

검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서서히 몸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하였다.

그다음 운설을 응시하였다.

뜨겁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말이다.

"더 하시게요?"

운설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더 할겁니다."

선우는 단호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그냥 쉬어도 되는데요?"

"지금 쉬면 평생 선배님을 못 넘어설 것 같습니다."

"더한다고 넘어설 것 같진 않은데요?"

"그건 대봐야 아는 일 아닙니까?"

선우는 열화와 같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자신만만하네요. 후배님."

그 모습에 운설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요근래 상당히 느슨한 모습을 보였던 선우였다.

처음 느꼈던 긴장감과 간절함은 없어지고

여유로움과 가벼움만이 느껴졌으며 눈빛마저 의욕이 사그라들어 있었다.

전형적인 안주하는 무인의 모습을 내보이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눈빛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처음 마주하였을 때처럼 말이다

아무래도 극약 처방이 제대로 효엄을 본듯 하였다.

"자아, 그럼 어디 자신만큼 검도 날카로워졌는지 볼까요? "

운설은 목검을 들어올린 채 말을 이었다.

"그 전과는 다를 겁니다."

전과는 다를 것이다.

마음가짐자체가 달라졌으니 말이다.

"기대할게요."

운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내 빠르게 검격을 교환하기 시작하였다.

맹렬하기 기세로 말이다.

************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검격이 부딪힐 때마다 귀가 따가울 정도의 굉음성이 연신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검이 더 무거워졌네.'

선우와 검격을 마주치던 운설은 감탄하였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선우의 검격에 경탄이 절로 튀어나온 까닭이었다.

선우의 검은 휠씬 더 무겁고 훨씬 더 날카로웠다.

그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마음가짐 하나로 유의미한 변화를 창출해낸 것이다.

'과연 천하제일의 그릇.'

천하제일마

음양마가 공인한 천하제일의 그릇다운 면모였다.

'하지만 아직 제겐 안돼요. 후배님.'

천하제일의 그릇다운 성장력과 강인함이지만

아직은 안되었다.

백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검을 휘두르며

닿게된

선先의 선先이라는 경지.

낌새만으로 모든 공격을 예측할 수 있는

이 지고한 경지에 닿기엔

아직까진 부족한 것이다.

'의욕도 어느정도 되찾은 것 같으니......이제 쉬게 해줘야지.'

운설은 검을 강하게 움켜쥔 채 내력을 집중하였다.

그전까지는 아플 정도의 내력만으로

그를 집요히 괴롭혔다면

이젠 진심으로 기절시킬 요량이었다.

그가 더이상 무리하지 않고 쉴 수 있도록 말이다.

'어깨 죽지를 향해 날아오겠네.'

검을 집중시킨 운설은 눈을 반짝였다.

낌새만으로 예측한 것이다.

앞으로 날아들 검의 경로를 말이다.

'살짝 틀어서 피한뒤 목울대를 가격한다.'

운설은 그대로 몸을 살짝 틀었다.

그리고 선우의 목울대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완전히 기절시킬 요량으로 말이다.

쇄애애애애액

이내 그녀의 예상대로 선우의 검이 어깨죽지를 향해 내질러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걱정따윈 없었다.

이미 몸을 틀어 검로에 완전히 벗어난 이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한창 안심하고 목을대로 검을 휘두르던 그 순간이었다.

퍼어억

"으으윽.."

과격한 타격음과 함께 어깨죽지에서 상당한 고통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분명 검로에 벗어났던 어깨죽지에

선우의 목검이 깊게 파고든 까닭이었다.

'...어..어떻게!?'

운설의 눈빛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어깨에 파고든 선우의 검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검로를 예측하고 먼저 움직여 그 범위에 완전히 벗어났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자신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있다는 말인가

'....설마..'

그때 한 가지 가정이 머릿속을 스쳐가기 시작하였다.

만약 선우가 자신과 동시에 공격을 일으켰다면

자신의 움직임을 읽음과 동시에 검로를 수정해서

빠르게 유효타를 가하였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대對의 선先..'

그렇다.

오직 타고난 본능과 오감, 반사신경

그리고 목숨이 오가는 치열한 경험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고 전해지는

천재의 경지.

대對의 선先에 다다랐다면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