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084화 (1,085/1,419)

EP.1084 1085. 광기 오염.

질근 질근 질근

모용계는 손톱을 깨문 채

사정없이 질근거렸다.

탁 탁 탁 탁 탁

더불어 쉴새없이 발을 굴리기 시작하였다.

마음 속에 차오른 불안감이

행동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고모님은...어떻게 된 걸까...정녕.당진설의 목을 쳐버린걸까?....'

불안하였다.

모용란이 정말 칼을 뽑아들고 칼부림을 하였을까봐

칼부림을 통해 당진설의 목을 잘라버렸을까봐

잠시 내비쳤던 살의가 심상치 않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분명....그리 하였을거야....영아와 관련된 일이라면.....극단적이게 행동하는 분이시니까.'

평소 모용란은 우아하고 품격이 넘쳤지만

딸인 이화영과 관련된 일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갖추고 있었다.

사랑하는 딸에게 모욕과 수치를 준

당진설에게 피로 물든 복수를

감행할 극단적인 결단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만약..정말..목을 쳐버렸으면.. 모용가는 어떻게 되는 거지?.....퇴출당하는 건가?....아니야...당진설은 죄인이니...어느정도..정상참작을...해줄지도 몰라......아니....아무리 그래도 직계 혈족인데..가만히 있을 리 없어.'

머릿속에 수많은 가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전부 목을 따버렸다는 전제하에

벌여진 가정들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까

벌떡

이내 모용계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세웠다.

이대로 얌전히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고모님을 말려야돼....이러다간 걷잡을 수 없게 될거야!'

말려야했다.

이대로있다간 모용가 자체가 완전히 결단나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게 굳은 결심을 다지고 있을 때였다.

끼이이이이익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그의 귓가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뭐야!?'

그 소리에 놀란 모용계는 재빨리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우아한 인상의 아름다운 귀부인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딸에게 수치를 준 당진설의 목을 치겠다며

검을 뽑아들고 쫓아갔던 장본인.

모용란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고모님?!"

모용계의 눈빛이 휘둥그레해졌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꽤나 놀란듯한 모습이었다.

"계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보구나."

모용란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모용계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어떻게..되신겁니까?....정녕 목을 치신 겁니까?"

모용계는 다급한 어조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정녕 당진설의 목을 친게 맞다면

야반도주마저 감수할 생각이었다.

"목을 친다니 그 무슨 야만적인 말이니?"

모용란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가벼이 지적을 하였다.

"아니...분명 고모님께서 그리 하신다고.."

모용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한 채 말을 이었다.

분명 칼을 뽑아들고

당장에라도 목을 베어버릴듯한

기세로 뛰쳐나가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이제와서

이리 발뺌을 한다는 말인가

"네가 착각을 한 것 같구나, 내가 그런 품위없는 말을 할 리없잖니?"

모용란은 태연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하지만.."

"계아, 몇 번이고 같은 말을 하게 하는구나."

모용란은 짐짓 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고모님."

그리고 그 엄한 표정을 마주한 모용계는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고모님의 심기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니, 죄송할 것 없단다, 미숙함은 본디 젊음의 상징과 같은 거니까."

꽤나 우아하게 포장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전부 모용계의 잘못이라는 말이었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모님."

그런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지만

차마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자존심이 강한 고모님의

심기를 거스를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명가의 귀부인에게 배려란 너무나 당연한 소양일 뿐이란다."

모용란은 고고한 얼굴로 태연히 말을 내뱉었다.

".....그렇군요."

모용계는 담담한 어조로 답을 하였다.

딴지를 걸기보단

그저 수긍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보다 고모님.....그 당부인과는 어찌 되었습니까?"

모용계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중요한 건

그녀의 시치미가 아니었다.

당진설과 어떻게 결판을 짓게 되었는지 인 것이다.

"진중한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고 해결을 볼 수 있었단다."

모용란은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대화로 말입니까?"

모용계는 믿을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분명 대화로 해결을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당장에라도 칼부림을 하며

서로의 명줄을 틀어쥘 것 같은 악의와 살의를 품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대화로 풀어내었다니?

어찌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날 못믿겠다는 것이더냐?"

순간 모용란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자신을 불신하는 모용계에 대한

힐난이 담긴 눈빛이었다.

"아...아닙니다..그럴리가요...제가..어찌 고모님을.."

모용계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다급히 손사래치기 시작하였다.

심기를 거슬리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눈빛에 불신이 가득 차 있구나. 계아.."

".....사실 의아하긴 합니다...분명 나갈 때만해도 한바탕 일을 치를 기세로 잔뜩 흥분한 채 나가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고모님께서 당부인과 대화를 통해 해결보았다니.."

"아까는 분명 흥분하긴 하였다. 내 사랑스러운 딸이 수모를 당했는데 어찌 분노치 않을 수 있겠느냐? 하지만 아무라그렇다해도 폭력 사태를 일으켜 사태를 더욱더 복잡하게 만들 정도로 생각이 없진 않단다. 세가의 대표 하는 입장에서 그런 짓을 벌였단가 모용가 전체가 뒤흔들릴터인데.....내가 어찌 그런 짓을 벌이겠느냐?"

"........그렇군요...제가 괜한 걱정을 한듯 합니다."

모용계는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단편적인 면모만 보고

모용란이 사고를 쳤을 것이라고

어림짐작을 하였다.

모용가의 대표르 불신하게 된 것이다.

괜스레 미안하고 면목이 없었다.

"너도 걱정하는 마음에 그리 생각했으리라 생각한다. 개의치 말거라."

모용란은 대수롭지 않은듯 손사래치며 입을 떼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숙한 이에 대한 이해 또한 귀부인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소양에 불과하단다."

모용란은 한층 더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내 두 사람 사이에선 훈훈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나저나 어떤 식으로 해결을 보신 것입니까? "

곧이어 모용계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과연 그 악독한 당진설과 어떤 식으로

해결을 보게 되었는 지

궁금증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영아를 횡렴범으로 몰았던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더구나, 사실은 업무상 실수를 크게 부풀렸을 뿐이라고 말이야"

;

"그게 정말입니까!?"

모용계는 놀란듯 되물었다.

설마하니 심증만 품고 있던

혐의를 순순히 인정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그래, 그에 관해선 재경각주께 따로 말하여 영아의 횡령 혐의를 순순히 벗길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하더구나."

"그 당부인께서 말입니까?"

"악독하기는 하나 영 몹쓸 여자는 아닌게지. 막상 영아를 횡령범으로 몰아넣으니 극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며 반성을 하더구나."

"양심의 가책?...반성!?, 그 당부인께서 말입니까?"

모용계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당진설이 누구란 말인가

귀부인들 중에서도

독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악독함을 지닌 여자가 아니던가

그런 여자가 양심의 가책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란다."

"..........믿기지가 않는군요......당부인께서 양심의 가책과 반성이라니.."

"믿기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란다. 하지만 어쩌겠니? 본인 스스로 그리 말하는 것을."

모용란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모용계의 심정을 이해한다는듯이 말이다.

"혹여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아니겠지요?"

"그러니 일단 지켜볼 셈이다. 과연 내뱉을 말을 지킬 것 인지...아니면 다른 음흉한 속내를 드러낼 것인지 말이야."

"...........그렇군요."

더 할 말이 없었다.

본인 스스로 그리 말했다는데

뭘 어떻게 더 말하겠는가

"어쨌든 더는 걱정 안해도 된단다. 모든 건 올바른 결말을 맞이하게 될터이니."

".......정말 그랬으면 좋겠군요."

모용계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그녀 말대로 일련의 사건들이

전부 올바르게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리 될 것이다. 내가 그리 만들테니."

모용란은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언뜻 보면 광기마저 어려있는 눈빛이었다.

물론 멍청한 모용계는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진 못하였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밤이 늦었구나. 계아, 이제 그만 가보려무나. 내일 출근을 해야하지 않겠느냐?"

"......아."

모용계는 깨달았다는듯 탄식을 흘렸다.

밤이 꽤나 늦었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알겠습니다......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모님."

곧이어 모용계는 공손히 인사를 건네었다.

지금 숙면을 취하지 않는다면

상당한 곤혹을 치를게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구나. 들어가거라."

모용란은 가벼이 손을 흔들기 시작하였다.

꾸벅

그 모습에 모용계는 허리 숙여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그대로 바깥으로 완전히 나가버렸다.

끼이이이익

이내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아름다운 한 명의 귀부인.

모용란만이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저벅 저벅

모용계가 바깥으로 나가고

방문이 완전히 닫히자

모용란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딸이 잠들어있는 침실쪽을 향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내 침실 코앞에서

걸음을 멈춰세웠다.

똑 똑 똑

그다음 가벼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안에서는 그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고른 숨소리만이 들려올 뿐

덥석

끼이이익

모용란은 문고리를 잡고 그대로 열어젖히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침실 내부 전경이 시야에 가득히 들어왔다.

커다란 침상

그리고 그 위에 엎드린 채 잠들어있는

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스르르륵

모용란은 천천히 보법을 밟으며

미끄러지듯 앞으로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혹여 사랑스러운 딸이

발소리에 깨지 않도록 말이다.

스르르륵

곧이어 침상 코앞까지 다가온

모용란은 그대로 걸음을 멈춰세웠다.

그다음 침상 위에 잠들어있는 딸을 바라보았다.

'.........아'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순간

그녀는 안타까움이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여기저기 흩뿌려져있는 눈물자국

번져있는 화장 자국

퉁퉁 부어있는 눈까지

얼마나 펑펑 눈물을 흘렸을 지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많이 울었구나, 우리 딸.'

스윽 스윽

모용란은 손수건을 꺼내

그런 이화영의 눈물을 천천히 닦아주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정성스럽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닦았을까

덥석

이내 모용란은 이화영의 몸을 가벼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엎드린 자세에서

정자세로 완전히 뒤바꿔버렸다.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다음 아무렇게 방치된 이불을

그대로 덮어주었다.

그러자 잠들어있던 이화영의 표정이

편안하듯 풀어지기 시작하였다.

쓰담 쓰담 쓰담 쓰담

모용란은 그런 딸을 바라보며 머릿결을 부드러이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손길로 말이다.

'우리 딸...예쁜 우리 딸...네가 슬피울며 눈물을 보이니 어미 마음이 찢어질듯 아프구나.'

모용란은 수심 가득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딸의 눈물이 꽤나 마음 아프게 다가온 까닭이었다.

'앞으로 살다보면 많은 고난을 겪게 되겠지....이재원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크나큰 모욕과 수치심을 당할 수도 있을 게야.'

무림 최악의 위선자

이재원의 딸이라는 낙인은

이화영의 인생을 뒤틀리게 만들 것이다.

이유없는 미움과 고난을 겪게 될 게 자명한 것이다.

'어미는 사랑스러운 네가 그런 꼴을 당하는 걸 도저히 두고 볼 수 없구나.'

그렇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딸이

눈물로 가득한 삶을 보내는 걸 도저히 두고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 어미랑 같이 행복해지자구나.....평생토록 근심과 고통없이 하루하루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자구나.'

그녀는 딸과 행복하게 살 것이다.

근심과 고난 대신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 삶을 말이다.

'함께 '선우'님을 모시면서 말이야.'

곧이어 그녀의 눈빛에는 광기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당진설과 닮아있는 짙은 광기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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