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083화 (1,084/1,419)

EP.1083 1084. 꾀어내다.

".너...그게..무슨 뜻이야?"

모용란은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떼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모녀가 한 남자를 같이 섬기고 있다니

이게 무슨 말같지도 않는 소리란 말인가

"뭘 말하는 거지?"

그 물음에 당진설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무엇이 이상하냐는듯이 말이다.

"시치미 떼지마! 한 남자를 같이 섬기고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무슨 뜻이랄 것도 없어, 말그대로의 의미니까."

당진설은 태연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렇다는건...정말로?"

모용란은 떨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맞아, 나랑 경아는 지금 한 남자를 함께 모시고 있어. 밤마다 함께 시중을 들며 모녀 간의 돈독한 정을 쌓고 있지."

당진설은 짐짓 뿌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어떻게..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어?!!"

모용란은 발작하듯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천륜을 넘어선 두 모녀의 행각에

경악스러움이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밤시중을 함께 들고 있다니!

모녀가 한 남자의 정을 받아내고 있다니!

어찌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다는 말인가

"내 머리는 지극히 정상이야, 란."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아니, 넌 정상이 아니야. 정상이라면 그런 천륜을 저버리는 패악스러운 짓을 벌일 리 잖아!"

"거듭 말하지만 난 정상이야, 란, 그리고 경아와 한 남자를 섬기게 된 판단은 아주 정상적인 사고를 통해 내린 결정이야."

당진설은 꽤나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모용란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당진설에 대한 반발심이 치솟아오른 것이다.

"난 되려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

"넌 모녀가 한 남자를 섬기는 게 용납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안될 것도 없지 않겠어?"

"뭐라고!?"

모용란은 어이없다는듯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뻔뻔하기 그지없는 당진설의 태도에

황당함마저 느껴진 까닭이었다.

천륜을 저버리는 짓이

안될 것도 없다니?

어찌 저런 말같지 않은 개소리를

저리도 뻔뻔스럽게 내뱉을 수 있다는 말인가

"란, 본디 암컷이란 우월한 수컷의 씨앗을 자궁에 품기를 바라는 생물이야, 암컷이라면 누구나 우월한 씨앗을 자궁 속에서 발아시켜 위대한 존재의 친모가 되기를 마음 속 깊이 갈망하기 마련이지."

당진설은 차분히 가라앉은 어조로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한 시대에 우월한 수컷은 오직 하나뿐이지. 동등한 수컷따윈 존재치 않으니까. 그런 우월한 수컷의 씨앗을 모녀라는 한계로 인해 단 한 명밖에 받을 수 없다면 얼마나 비극적이겠어?"

"그래서 모녀가 동시에 씨앗을 받기로 작정했다는 말이야?"

모용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맞아, 바로 그거야."

당진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우리 모녀는 그 비극을 타파한 것 뿐이야, 우월한 씨앗을 이 자궁 안에 품고 발아시키기 위해, 우월한 씨앗을 널리널리 퍼트리기 위해서 말이야."

그녀의 표정에는 뿌듯함과 흡족스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

우월하기 그지없는 주인님을 섬기고

그 씨앗을 받아들인다는 사실 그 자체에

크나큰 만족감을 느끼는듯한 모습이었다.

"미쳤어...너는 미쳤어!"

"미친 게 아니야, 그저 암컷으로서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지."

당진설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부끄럼따윈 전혀 없다는듯이 말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

그 태연자약한 태도에

모용란은 느낄 수 있었다.

눈앞에 당진설과 자신이

추구하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이대로 끝없이 말을 섞어봤자

서로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난 가겠어!"

벌떡

곧이어 모용란은 몸을 일으켜세워버렸다.

더 들을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가려고?"

당진설은 몸을 일으켜세운 모용란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잡아도 소용없어!"

"잡을 생각 없어, 그저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 거야. 이대로 정말 갈 생각인지?"

당진설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을 계속 들어줄 생각따윈 없어!"

모용란은 경멸로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그리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긴한데......"

당진설을 말끝을 흘리며 뜸들이기 시작하였다.

"가면 후회할텐데?"

그리고 이내 악랄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후회따윈 없어!"

모용란은 단호히 답한 후

그대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저 정신나간 여자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다간

그 광기마저 전염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넌 모용가를 재건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순간 앞서 걸어가던 모용란이 걸음을 멈춰세웠다.

그녀의 날카로운 말이

폐부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파고든 까닭이었다.

꾸우욱

모용란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휘익

그리고 고개를 휙 돌린 채 당진설을 노려보았다.

표독스럽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내가 섬기고 있는 권력자는 나라조차 뒤집을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 그런 권력자의 애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차게된다면 영영 기회가 안올지도 몰라. 몸을 바칠 계집은 넘쳐나니까."

당진설은 히죽거리며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그딴 더러운 방법을 쓰지 않아도 모용가를 재건할 수 있어!"

그다음 분노 어린 언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무슨 돈으로? 내가 말하지 않았어? 재건에는 돈이 필요해, 너희 식솔들이 평생 모아도 부족할 정도로 큰돈이 말이야."

당진설은 꽤나 얄미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묻기 시작하였다.

"대출을 받으면 돼!"

모용란은 눈을 희번뜩 뜨며 소리를 내질렀다.

"대체 어떤 멍청한 전장주가 네게 돈을 빌려주겠어?"

"모용가의 이름값을 얕보지마! 비록 지금은 힘을 잃고 비루해졌지만 수백 년간 쌓아온 이름 값만큼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야!"

비록 지금은 몰락하긴 하였지만

모용가는 한 때

천지를 뒤흔들 정도의 위세를 자랑하였다.

그때 쌓아뒀던 인연을

타고 가다보면

재건을 위해

선뜻 돈을 빌려줄 이들도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란, 너는 여전히 꿈을 꾸는구나. 돈을 굴리는 전장주들에겐 과거의 영광따윈 중요치 않아. 현재의 상황이 중요하지.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갚는 과정에서 얼마의 수익이 보장되는지가 관건이란 소리지."

당진설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모용가는 폐급 중에서도 상폐급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인원은 고작 세 명 뿐이고 돈을 벌어들이는 족족 모용가의 새싹들을 키우는 자금으로 쓰여지지. 돈을 갚을 능력은 물론 원금 회수조차 미지수라 이 말이야, 그런 모용세가에서 대출이라고? 제발 꿈같은 소리를 집어치우고 현실을 보렴."

당진설은 날카롭기 그지없는 언어의 비수들이

모용란의 폐부를 쉴새없이 찢어발기기 시작하였다.

마치 찢어죽일듯한 기세로 말이다.

부들 부들 부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모용란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분하고 또 분하였다.

분노가 치밀어올라 전신을 휘감았다.

짜증이 차올라 마음을 쉴새없이 뒤흔들었다.

하지만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저 차갑고 날카로운 독설 중

틀린 말은 무엇 하나 존재치 않은 까닭이었다.

으드드득

그렇기에 분했다.

분하고 또 분하였다.

몸을 파는 더러운 짓을 하지 않는다면

가문을 재건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네가 재건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그 비루한 몸뚱이와 딸의 처녀를 바쳐 권력자의 힘을 얻는 것 뿐이야. 그 이외엔 그 잘난 모용세가를 재건할 순 없어. 평생토록...아니 후대로 넘어간다해도 재건하지 못할 거야...결국 모두에게 잊혀지고 역사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지게 되겠지!"

당진설의 언성이 점점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역사의...뒤안길."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모용란의 동공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니

세가의 재건을 꿈꾸는

그녀에게 있어선

끔찍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극도의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가 정녕 세가의 재건을 위한다면 깨끗하고 정직할 생각따윈 접어버려, 악독하고 처절하고 추잡하게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야!"

그리고 이내 확고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머릿속에 제대로 쑤셔박으라는듯이 말이다.

"그게 안되면 재건에 대한 꿈을 접어. 그리고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 어떠한 사명감도 얽매이지 않은 채로 말이야."

당진설은 북풍한설과 같은 싸늘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에 모용란의 불안감은 더욱더 증폭되기 시작하였다.

재건을 포기하라는 그녀의 말에

안그래도 불안한 마음을 온통 헤집어버린 까닭이었다.

"자아, 선택해, 어떻게 할거야? 몸을 바쳐 세가를 재건하겠어? 아니면 재건을 포기하고 모용가를 가슴 속에 묻겠어?"

그리고 당진설은 그런 모용란을 집요하게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재건을 위해 몸을 바치던가

아니면 재건을 포기하고

둘 중 하나를

양자 택일을 하라고 말이다.

"나는...나는......나는.."

모용란은 뜸들이기 시작하였다.

두 선택지 모두

쉽사리 고르기 힘든 선택지였기 때문이었다.

"어서 선택해, 어서...어서!"

당진설은 불안한 그녀를 더욱더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감정이 불안으로 요동칠 때야말로

심리를 조작하기 좋은 적기이기 때문이었다.

"..재건을 포기할 수 없어!"

그리고 이내 모용란은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결국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모용가의 재건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말이다.

"그 말인즉슨 몸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다고 받아들여도 될까?"

"..........이딴 비루한 몸뚱이...얼마든지 바칠 수 있어..세가를 위해서라면.."

모용란은 결심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설령 딸이라고해도?"

"딸은..딸은..안돼...그 아이만큼은..."

"아직도 결심이 부족한가 보네."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스스로 몸을 바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게 만든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딸은 아직까지 무리인듯 싶었다.

딸에 대한 모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가로 막은 것이다.

"내가..내가...노력할게..마음에 들기 위해..노력할테니까"

"무리야, 란, 내가 모시는 분은 모녀가 아니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 넌 모녀이기에 특별한 가치가 있는 암컷이니까"

당진설은 아무렇지도 않은 날조를 하기 시작하였다.

선우를 모녀에 환장한 미친놈으로 묘사한 것이다.

모용란을 더욱더 극단적인 상황에 몰아넣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모용란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설마하니 그 권력자라는 자가

이리도 모녀를 동시에 취하는 것에

집착할 줄은 전혀 상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딸을 바치지 않는다면 모용가의 재건을 물거품이 될거야...란.....너의 그 결심 또한 무색해지는 거지."

"........하지만...하지만."

모용란은 여전히 쉽사리 수긍하지 못하였다.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그녀의 패륜적인 결정을

그대로 가로막아버린 것이다.

"란, 권력자의 애첩이 되는 건 영아에게도 그리 나쁜 일이 아니야.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지."

당진설은 그런 모용란을 바라보며 설득하듯 조근거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순진한 어린 양을 유혹하는 늑대처럼 말이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보렴, 어차피 이재원의 딸이라는 낙인이 찍힌 이상, 네 딸은 온전한 삶을 살 수 없을 거야, 어딜 가든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될거고 어떤 곳에서 경멸하고 이유없는 미움과 따돌림을 받을 지도 모를 일이지. 그리고 세월이 흐른다면 한참이나 모자란 남자를 만나 혼인을 하게 될거야. 아니면 평생 독신으로 살던지 말이야....결국 불행밖에 남지 않은 인생이 펼쳐진다는 말이지. "

".............."

당진설의 말을 들은 모용란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설득력없는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인님의 애첩이 된다면 상황이 달라져. 그분은 세상조차 발아래로 두는 막대한 권세를 가지신 분이거든, 그분의 그늘 아래라면 그 아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뭘 하든 눈총을 받기보단 예쁨을 받게 될 거고 미움보단 사랑을 받게 될거야. 뿐만 아니라 그저 그런 씨앗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씨앗을 품을 기회마저 주어지게 되지."

당진설은 뱀과 같은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너와 사랑하는 딸이 헤어지지 않는다는 거야. 같은 분을 모시게 될테니까 말이야."

"..........헤어지지 않아."

"그래, 헤어지지 않아, 평생을 함께할거야. 사랑하는 딸과 존경하는 주인님, 그리고 사랑스러운 핏줄들과 함께 말이야."

"아아아..."

모용란은 몽롱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눈앞에 행복한 일살이 그려지는듯 하였기 때문이었다.

"어때? 행복할 것 같지 않아?"

"......행복할 것 같아."

"그 행복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사회적 편견을 타파할 수도 있을 것 같지 않아?"

"....있을 것 같아."

끄덕 끄덕

모용란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잘됐네, 그럼 다시 한 번 물을 게. 란."

당진설은 그런 모용란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딸과 함께 주인님을 모실 각오가 되었어?"

".....되었어."

모용란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훌륭한 결정이야. 란."

그 대답을 들은 당진설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분명 후회치 않을 거야."

그리고 곧이어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뱀과 같은 음흉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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