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082화 (1,083/1,419)

EP.1082 1083. 심리적 조작

"말도 안되는 소리!"

모용란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고함을 내질렀다.

씻을 수 없는 치욕스러움에

분노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뭐가 말이 안된다는 거지?"

그 고함 소리에 당진설은 태연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입을 떼었다.

잘못따윈 전혀 없다는듯한 태도였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가능할 리 없잖아!"

"란, 재건을 위해서라면 모든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네 의지는 고작 그것밖에 안된 거니? 실망이야."

당진설은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잖아!"

모용란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권력자에게 몸을 바치라니! 그런 천박한 짓이 가능할 리 없잖아!"

"뭐든 한다며?"

"아무리 그래도 그런 천박한 짓은 못해! 아니 안해! "

"역시 넌 의지가 부족하네. 뭐든 하겠다면서 이리저리 따지는 걸 보면 말이야."

당진설은 한심하다는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혀를 차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몸을 팔라니! 누굴 창부로 알아!?"

"몸을 파는 게 아니야, 그저 권력자와 교제를 하며 약간의 원조를 받는 것 뿐이지."

"같은 말이잖아! 이 독사같은 년아!"

모용란은 즉각적으로 반발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교제의 대가로 원조를 받으라니

몸을 파는 창부와 하등 다를 것 없지 않은가

"창부랑은 달라, 창부는 감정적인 교류따윈 전혀 없지만, 교제를 하고 애인이 된다면 서로 감정적인 교감까지 나누며 행복한 원조를 받을 수 있으니까."

"궤변 늘어놓지마! 그런 관계가 행복할 리 없잖아!"

원조를 목적으로 이뤄진 관계따위가

행복할 리 없었다.

권력만을 탐하는 관계에서

감정적인 교감이 이루어질 리 없는 것이다.

"란, 네가 겪어보지 않아서 그래, 우월한 수컷에게 정복당한다는 건 생각보다 행복한 일이란다."

우월하고 늠름한 수컷에게

이미 정복당한 경험이 있는 그녀였다.

그렇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우월한 수컷에게

정복당하는 느낌이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됐어! 네 말을 진지하게 들으려고 했던 내가 바보였어!"

모용란은 짜증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소리를 내질렀다.

저 악독하기 그지없는 년에게

속절없이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나를 창부 취급하다니...'

으드득

이가 절로 갈렸고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이

전신을 휘감은 까닭이었다.

"날 모욕하는 게 그리도 즐거웠어? 응? 말해봐!"

부아가 차오른 모용란은 더욱더 크게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널 모욕하려고 한 말이 아니야. 란."

그 말에 당진설은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전처럼 장난기 가득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진지한 모습이었다.

"난 진심으로 네게 권력자와의 교제를 권한 거야."

"그게 더 모욕적이야! 날 대체 뭘로 보는거야!"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연왕의 후예라고 불리우는

모용가의 직계 혈족이자

한때나마 무림에서 가장 품격있고

고고한 귀부인으로 불린 몸이 아니던가

그런 자신에게

권력자와의 교제를 권하다니

'더 모욕적이야!'

더욱더 모욕적이였다.

대체 자신을 얼마나 하찮게 봤으면

그런 막돼먹은 제안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건 필시 자신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네가 뭔데?"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뭐..뭐라고!?"

"네가 얼마나 가치있는 인간이길래, 권력자의 애인 자리를 거절하냐 이 말이야."

그녀의 눈빛은 차분히 가라앉혀져있었다.

냉정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지금 나를 모욕하는 거야!?"

"아니, 진심으로 묻는 거야, 네 입으로 말해봐, 네가 대체 무슨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말야."

"난 연왕의 후예인 모용가의 직계혈족이야! 누구보다 고귀한 핏줄을 타고났다고!"

"하지만 몰락했지. 연나라도, 모용세가도 말야. 몰락 가문의 핏줄이 정말 고귀하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

당진설은 즉각적으로 반박을 하였다.

몰락한 나라와 가문따위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듯이 말이다.

"난...난 가장 한 때나마 가장 품격있고 고고한 귀부인으로서 불린 몸이야!"

"말그대로 한 때일 뿐이잖아? 지금은 그저 몰락한 가문에서 쫓겨나 당가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과 같은 신세가 아니였어? 그런 상황에서 한 때의 영광따위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당진설은 연이어 독설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폐부를 깊숙히 파고드는

날카로운 비수와도 같은 독설을 말이다.

".....난...나는...초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야!"

"란,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초절정 고수란다, 게다가 넌 동급의 고수한테조차 쉽사리 제압당하는 반쪽짜리 고수잖아? 그런 네가 정녕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부동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한

모용란은 반쪽짜리 고수에 불과하였다.

잡념 가득한 마음으로는

은하검의 위력을 반절조차 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나는.....아름다워......품격있는 외모와...고귀한 분위기가...무척이나..아름답다고!"

"너 정도 되는 여자는 당가에도 널리고 널렸어. 아니 오히려 더 뛰어난 외모를 가진 여자들도 수두룩 하지. 그정도로 네 가치를 증명할 수는 없어."

당진설은 차갑기 그지없는 어조로 입을 떼었다.

자신과 동급일 정도로 아름답긴 하지만

우월한 주인님의 여인들에

비하면 손색이 있는 모용란이었다.

멀리 갈 것 없이

요랑과 당서윤만 봐도

자신들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미를 자랑하지 않던가

"....그러니까...나는...나는.."

모용란은

폐부를 찢어버리는 당진설의 독설에

반박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하였다.

무슨 말이라도 내뱉어

스스로 가치가 낮지 않음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좀처럼 반박할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명예, 지위, 신분, 외견까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부정당하였다.

자신하고 있던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잘들어, 란, 너는 무척이나 가치 없는 인간이야, 그 잘난 가문은 몰락해버렸고 당가에 빌붙어서 겨우겨우 목숨만 연명하고 있으면서 주제도 모르고 오만할 정도로 멍청한 건 물론 부동심을 유지 못해 무공도 변변치 않아."

당진설은 비수처럼 날카롭기 그지없는 독설로 모용란의 폐부를 낱낱히 쑤시기 시작하였다.

"예쁘장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경국지색이라고 칭해질 정도로 초월적인 미모를 갖추진 못했어, 재경각주와 서윤이에 비하면 넌 달빛 아래 반딧불이에 불과해. 게다가 과거의 영광만 찾는 걸 보면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단 과거에 취해 사는 늙은 사고 방식으로 점칠되어있어."

당진설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지기 시작하였다.

"란, 까고보면 넌 쥐뿔도 가진 것 없는 가치 없는 인간이야, 뒷배도 없고 실력도 없고 그 모든 걸 뒤엎을 정도의 경국지색의 미모를 갖추고 있지도 않아. 그런 네게 권력자에게 아양을 떨고 애인이 되는 일만큼 수준에 맞는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녀는 헤집고 또 헤집었다.

모용란의 마음을

그리고 사정없이 짓밟고 또 짓밟았다.

모용란의 자존심과 자존감을

그녀 스스로 가치없는 인간이라고

여길 수 있도록 말이다.

"..................."

그런 당진설의 말이 충격적이였던 것일까

모용란은 창백한 안색을 띈 채

그저 침묵만 지킬 뿐이었다.

"혹여 반박할 말이라도 있니? 그럼 말해봐. 그럼 내가 생각을 달리하도록 해볼게."

그녀가 말이 없자 당진설은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못하였다.

구구절절 틀린 말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보다 고귀하였지만.

누구보다 초라하게 변한 자신이었다.

당가에 빌붙어 목숨을 연명하고 있으며

현실을 모른 채 이상만 높았다.

아름답기는 하나 경국지색에 비할 바는 아니었고

타고난 성정으로 인해 무공조차 불안정하였다.

그녀 말대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그렁 그렁 그렁

곧이어 모용란의 눈에 물기가 젖어들기 시작하였다.

북받친 감정이

눈물을 차오르게 만든 것이다.

틀린 말이 없었다.

그렇기에 슬펐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눈물이 주체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 가치없는 인간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비참함이

그녀를 눈물 짓게 만든 것이다.

"란, 울지마렴, 네가 울면 내 마음도 아프잖니."

당진설은 눈물이 그렁한 모용란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주르르륵

그런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용란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저 감정이 이끄는 대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란, 우리 나이에 울면 추해."

"보기 싫으면 고개 돌려. 독사 같은 년아."

모용란은 눈물을 흘리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울음을 터트리긴 하였지만

당진설에 대한 적의는 여전히 가득한 모습이었다.

"보기 싫진 않아, 네가 우는 광경은 희귀하니까. 잘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요긴히 써보도록 할게."

"독사같은 년."

모용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끝까지 마음에 안드는 년이었다.

어쩜 저리도 얄미울 수 있다는 말인가

"어쨌든 이제 스스로의 무가치함을 알았을테니...다시 한 번 물을게....내 제안은 어떻게 생각해?"

"으드득........당진설..넌 나중에 지옥불에 튀겨질 거야."

모용란은 이를 으드득 갈며 입을 떼었다.

눈물조차 그치지 않았거늘

끝까지 복장을 뒤집어버리는 물음에

부아가 치밀어오른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당진설은 산뜻한 미소를 지은 채 당당히 답하였다.

처음부터 좋은 곳을 갈거라는 생각따윈 하지 않았다.

지금껏 셀수조차 없이

많은 죄악을 저지른 자신이었다.

이런 자신이

지옥에 가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지옥에 가겠는가

"미친년."

모용란은 질린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내가 제정신은 아니라고 생각하단다. 란."

당진설은 실실 거리며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꽤나 얄밉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안할거야."

모용란은 그런 당진설을 바라보며 이내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안한다고?"

"......그런 짓 하지 않을거야."

곧이어 그녀는 좀더 확고한 어투로 입을 떼었다.

"아직도 주제 파악이 안된거야? 다시 말해줘? 네가 얼마나 쓸모없는 인간인지?"

당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내뱉었다.

끝까지 고고한 척 자존심을 세우는 모용란의 모습에

짜증이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주제 파악은 했어.....내가 얼마나 쓸모없는 인간인지도...알겠고."

모용란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간신히 말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스스로의 무가치함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 강한 그녀에게는 크나큰 수치처럼 느껴진 까닭이었다.

"근데 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거지?"

당진설은 모르겠다는듯한 어투로 되물었다.

무가치하다는 걸 알면

그에 걸맞는 노력을 해야하는 게 아니던가

예를 들어

위대하고 우월한 주인님께 그 잘난 아랫도리를 바친다던가

"내 딸, 영아에게....부끄러운 어미가 되고 싶지 않아."

그 물음에 모용란은 힘있는 어투로 천천히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그 목소리에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못난 건 아비로 충분하잖아? 어미까지 못난 꼴을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

못난 건

아비인 이재원으로 충분하였다.

발목을 붙잡는 건

아비인 이재원으로 충분하였다.

인생의 오점으로 남는 건

아비인 이재원으로 충분한 것이다.

자신마저 못나질 수는 없었다.

자신만큼은 딸에게 완벽한 어미여야하는 것이다.

"난 또 뭐라고, 딸때문에 안된다는 거 였어?"

당진설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네겐 하찮은 이유일지는 몰라도 내겐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야. 당진설."

모용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하찮다고 말한 적 없어. 란, 오해하지 마렴. 그저 딸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뿐이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모용란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간단한 해결책이 있거든."

당진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심신을 안정시키는 그런 미소를 말이다.

"딸과 함께 우월한 권력자를 섬기는거야. 함께 부끄러운 꼴이 된다면 서로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이 좋은 모녀가 될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경악스러운 말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태연자약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말같지 않은 소리하지마!"

그 말을 들은 모용란은 곧바로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이건 또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리란 말인가

"란, 난 진심이야."

당진설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모녀가 한 남자를 섬기는 건 생각처럼 부정하고 금기시될 일이 아니야, 오히려 당사자들 간의 만족도를 생각한다면 권장하고 납득이 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모용란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당사자들 간의 만족도를

제년이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분명 대충 지껄이는 소리가 분명하였다.

"잘 알 수밖에."

당진설은 태연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나도 지금 딸과 함께 위대하신 분을 섬기고 있거든."

그리고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말이다.

"뭐..뭣!?'

그 말을 들은 모용란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딸과 함께 위대한 분을 섬기고 있다니?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저 미친년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진설의 정신 나간 소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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