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80 1081. 고귀한 부인들
-영매가 횡령사건에 휘말렸습니다.
-고발을 한 이는 이현경이였고 당 부인께서 증인으로서 영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였습니다.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이 보류되긴하였지만 일단락될 때까지 근신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 과정에서 상당한 수치심을 느낀듯 합니다. 요근래 재경각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던터라......횡령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서럽고 억울했던듯 합니다.
으드득
조카인 모용계로부터 전해들은 사건의 전말은 상기한
모용란은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었다.
주체할 수 없는 거대한 분노가 전신을 휘감은 까닭이었다.
'영아가, 횡령을 저질렀다고?'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외지인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인정받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던 딸이었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하며
성실함과 빠릿함을 내보였던 딸이었다.
그런 딸이 횡령이라니?
그런 짓을 벌 일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음모야...이건 전부 당진설과 이현경 그 악독한 두 계집들의 음모가 분명해!'
이건 음모였다.
당진설과 이현경
두 모녀가 합심하여
자신의 딸을 모함하고
수세에 몰리게 한 게 분명한 것이다.
'가만두지 않겠어..가만두지 않겠어!..전부 처죽여주겠어'
누구보다 딸의 성실함과 정직함을 잘알고 있는 모용란이었다.
인정받기 위해 묵묵히
궂은 노력을 이어가는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았던 모용란이였다.
그렇기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껏 행한 모든 노력들을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당진설과 이현경의 만행에 말이다.
타타타탁
타타타탁
모용란은 내력까지 운용한 채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당진설의 처소에 당도하기 위해서 였다.
어서 빨리 당도하여
그녀의 목을 베어버리지 않는다면
속에 피어오른 천불이
온몸을 그대로 불살라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만두지 않을 거야...당진설...네년만큼은..결단코 가만두지 않겠어.'
흉신악살과 같은 표정을 지은 모용란의 신형이
곧이어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한줄기 빛살처럼 말이다.
그렇게 쏘아졌을까
얼마지 않아 그녀는 당진설이 머물고 있는
처소 앞에 당도하게 되었다.
스르르릉
처소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모용란은 일말의 망설임없이 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적의와 살의를
있는대로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생사결을 위한
최적의 상태가 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한창 집중을 하고 있을 때
"생각보다 빨리왔네."
귓가에 익숙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휘익
모용란은 일말의 망설임도없이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짜증날 정도로 익숙한 목소리의
진원지를 따라서 말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순간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지붕에 걸터 앉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독스러운 인상의 귀부인의 모습을 말이다.
"당...진..설!"
그 모습을 마주한 모용란은 살의가 뚝 뚝
흘러넘치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떼어 불렀다.
저 독사와 같은 여자
당진설의 이름을 말이다.
"표정 펴, 그러다 주름지겠어. 란."
당진설은 그런 모용란을 바라보며 실실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누가봐도 조롱기 가득한 모습이었다.
콰아앙
순간 모용란의 신형이 굉음성과 함께
허공에 솟구치더니
전각 지붕쪽에 위치한
당진설을 향해 그대로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달빛을 머금은 새하얀 날붙이를 손에 쥔 채 말이다.
쇄애애애액
그리고 망설임없이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당진설의 가느다란 목울대를
꿰뚫어버리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담은 채 말이다.
콰아앙
하지만 그 목적은 이룰 수 없었다.
어느새 내지른 당진설의 독수가
그녀의 검을 그대로 튕겨내버린 까닭이었다.
"제법 매서워졌네? 란."
검을 튕겨낸 당진설은 경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매서운 검격에 꽤나 놀란듯한 모습이었다.
쇄애애액
모용란은 그런 경탄을
가뿐히 무시한 채
내력을 머금은 푸르른 좌수左手를 심장을 향해 그대로 뻗기 시작하였다.
무림 일절이라고 칭해지는
모용세가의 청죽수靑竹手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칫!"
그 거센 맹공에
당진설은 가벼이 혀를 찼다.
아무래도 지금 상태론
제대로 된 대화가 통하지 않을듯 싶었다.
'아무래도 그 뜨거운 머리를 좀 식혀줄 필요가 있겠네.'
우우우우웅
좌수가 녹빛의 독기를 머금기 시작하였다.
도반삼양귀원공導反三陽歸元功을
기반으로 발현되는
당가의 비전 장법.
삼양신장三陽神掌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콰아아앙
이내 청죽수와 삼양신장이
맞부딪히며 굉음성이 터져나왔다.
본격적인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
콰아아앙 콰아아앙
전각 위
격렬한 굉음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두 명의 초절정 고수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을 벌이며 쉴새없이 합을 나누는
소리였다.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
모용란은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살의로 가득 채워진 검을
쉴새없이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저 눈앞에 있는 독사 같은 년의 모가지를
완전히 따버리고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말이다.
당진설은 그런 모용란의 검을
꽤나 여유롭게 받아내었다.
의미없는 공격은 흘리고
날카로운 공격은 받아치면서 말이다.
"마음을 좀 가라앉히는 게 어때? 분노에 몸을 맡기면 위력을 증대되겠지만 검이 단조로워진다고?"
당진설은 충고를 해주는 여유마저 부리기 시작하였다.
검이 꽤나 날카롭긴 하였지만
감정이 실린터라
그리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까닭이었다
"닥쳐! 닥쳐어어어!!!"
그리고 그런 당진설의 태도는
천불을 품고 있는 모용란의 마음을
마치 기름을 부은듯 더욱더 들끓게 만들었다.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부우우웅
모용란의 검이 쾌속하게 내질러지기 시작하였다.
노리는 곳은 옆구리였다
"가치있는 충고를 새겨듣지 못하다니.....어리석네."
그 모습을 본 당진설은 가벼이 손을 휘둘렀다.
콰앙
그러자 옆구리를 향해 날아들던
검의 궤도가 꺾이더니
그대로 허공을 꿰뚫기 시작하였다.
"칫!"
모용란은 가벼이 혀를 찼다.
그리고는 곧바로 좌수를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대로 맹공을 이어갈 심산이었다.
덥석
하지만 그 계획은 아쉽게도 완전히
무산당하고 말았다.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당진설이
왼쪽 손목을 잡아챈 뒤
단단히 옥죈 까닭이었다.
"이이익!"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비상식적인 악력을 가진
당진설의 아귀에는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애써도 벗어날 수 없을 거야, 당가 혈족의 악력은 바위마저 부술 정도거든."
당진설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웃기지마!"
부우웅
그 여유로움에 극대노한 모용란은
당진설의 안면을 향해
그대로 머리통을 휘둘렀다.
안면을 박살내버릴듯한 기세로 말이다.
덥석
하지만 그 또한 이룰 수가 없었다.
어느새 뻗어온 당진설의 우수가
휘둘러진 머리통을 움켜쥔 까닭이었다.
"이이이익!"
머리통을 붙잡은 채 모용란은 분한듯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한 방 먹이지 못한 것이
못내 분한듯한 모습이었다.
"말했잖아. 소용없다니까?"
당진설은 장난기 다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거 놔아! 이거 놔아!"
모용란은 팔목과 머리통을
단단히 옥죄고 있는 당진설의 손길에
벗어나기 위해 격렬히 몸부림치기 시작하였다.
"놔주면 덤빌거잖아?"
당진설은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럼 그런 추악한 짓을 저지른 널, 내가 가만히 놔둘 줄 알았어!?"
모용란은 이를 갈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딸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선사한 당진설이었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놔둘 수 있을 리 만무한 것이다.
"추악한 짓이라니? 모르겠는데?"
당진설은 시치미를 뚝 떼며 입을 떼었다.
전혀 모르겠다는듯이 말이다.
"시치미 떼지마! 무고한 내 딸을 횡령범으로 몰아 근신처분을 받게 한 사실을 내가 모를 줄 알아!?"
"오해야, 란, 무고한 네 딸을 횡령범으로 몰다니? 내가 그런 짓을 할 리 없잖아?"
당진설은 조근거리는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저 횡령 혐의가 있을지도 모를 네 딸에 대한 증언을 했을 뿐이야. 딱히 몰아간 건 아니라고, 그리고 근신처분을 받은 걸보면 그리 무고한 것도 아니지 않을까?"
"같은 말이잖아! 이 빌어먹을 계집아!"
모용란은 거친 언행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쯔쯧, 못본새 입이 많이 거칠어졌네?....이래서야 명가의 귀부인이라고 할 수 있겠어?"
"명가의 귀부인따윈 필요없어! 네년을! 네년의 목을 자를 수만 있다면!"
모용란의 몸부림이 더욱더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계속 옥죄고 있는 게 버거워질만큼 말이다.
아무래도 분노라는 감정이
그녀에게 크나큰 힘을 선사해준듯 까닭이었다.
'더 잡고 있는 건 힘들겠는데?'
아무래도 더 붙들고 있는 건
무리인듯 하였다.
이리도 반항이 거세지니 말이다.
"진정해, 란, 난 싸우고 싶지 않아."
당진설은 차분한 어조로 그녀를 진정시키기 시작하였다.
일부로 이화영을 함정에 빠뜨린 건
어디까지 모용란을 불러내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였다.
이런식으로
생사결을 나눌 목적이 아닌 것이다.
"미안하지만 난 달라! 네년을 죽일거다! 네년의 목을 잘라 모욕받은 딸의 마음을 달래줄 것이야!"
하지만 아무래도 모용란은 진정할 기미가 없는듯 하였다.
분노라는 감정이
이성을 완전히 집어삼킨듯한 모습이었다.
"후우...그리 말한다면 어쩔 수 없네."
꽈아아악
당진설은 아귀에 힘을 주며
관자를 짓누르기 시작하였다.
머리통을 터트릴 기세로 말이다.
"크으으으윽.."
그러자 모용란이 눈을 까뒤집은 채 고통 어린 신음성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머리통이 깨질듯한 고통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잠시 머리좀 식히렴. 란."
붕 붕 붕
말을 마친 당진설은 머리통을 쥐어짜듯 붙잡은 채
광폭한 속도로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아."
추우욱
그러자 모용란이 단말마와 같은 신음성을 내지르더니
그대로 축 늘어지기 시작하였다.
광폭한 속도로 머리통이 흔들리며
그 속에 있던 뇌까지 흔들려버린 까닭이었다.
"귀찮아졌네."
당진설은 추욱 늘어진 모용란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상황이 생각보다 더 귀찮아진 것 같았다.
대화를 나눌 상대를
이렇게 기절부터 시켜버렸으니 말이다
'뭐, 어쩔 수 없지.'
당진설은 어깨를 으쓱하였다.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후회한다고 되돌리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대화의 장으로 가보자고, 란.'
그녀는 입가에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미리 마련해둔
대화의 장을 향해서 말이다.
***********
"으으으윽.."
모용란은 고통 어린 신음성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상당한 편두통이 머릿속을 격렬히 뒤흔든 까닭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고통이란 말인가
"일어났나보네?"
그때 익숙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번쩍
그 소리에 모용란은 번쩍 눈을 뜨더니
그대로 부라리기 시작하였다.
"당진설...네년이..나를."
이내 당진설을 발견한 모용란은 이를 갈며 입을 떼었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당진설에게 제압당해
기절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걱정했어, 혹여 이대로 영원히 잠든 건 아닐까하고."
당진설은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영원히 재우지 못한 걸 후회하게 해주지!"
모용란은 저 악독한 원수를 향해
기습적으로 손을 뻗으려고 하였다.
방심을 노린 수였다.
철컥
하지만 그 기습은 그대로 무마로 돌아가버렸다.
무언가 손목을 옥죈 채로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한 까닭이었다.
"소용없어, 혹시나 날뛸 때를 대비해 특별한 조치가 되어있거든."
당진설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조치!?"
그 말을 들은 모용란은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팔목과 발목을 단단히 옥죄고 있는
족쇄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거 놔!"
"놓으면 난동 부릴 거잖아? 아까처럼."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놔아! 놓으란 말야!"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모용란은 격렬히 몸부림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금제가 되어버린 건지
내공조차 일지 않았다.
완력으로는 도저히 손목과 발목을 옥죄고 있는
족쇄를 풀 수 없는 것이다
"소용없어. 내공도 금제해놨거든."
당진설은 가소롭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차라리 죽여! 죽이란 말이야! 이런 수모를 주다니!"
"죽이라니.....꽤나 무서운 말하네. 친우끼리 말이야."
"친우? 난 너따위를 친우라고 생각한 적 없어!"
"그래? 아쉽네, 어릴 땐 그래도 꽤나 친했었는데 말야."
당진설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수모를 줄바엔 당장 죽여라. 당진설 , 만약 죽이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모용란은 살의로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안죽인다니까."
당진설은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죽일 생각따윈 추호도 없었다.
"그저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이야, 우리 미래에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말이야."
당진설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모용란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꺼져, 독사 같은 계집아"
모용란은 그런 당진설을 적의로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대화따윈 허용치 않겠다는듯한 태도였다.
"순순히 대화를 나눈다면 옥죄고 있는 족쇄를 풀어줄게."
당진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딸의 근신처분을 풀어주는 건 물론 횡령혐의도 완전히 벗게 해주지."
".........."
그녀의 말에 모용란의 동공이 한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아?"
당진설은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듯이 바라보며 다시금 속삭이기 시작하였다.
마치 불자를 유혹하는 마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