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073화 (1,074/1,419)

EP.1073 1074. 광기의 모녀.

일깨워지는 의식 속에서

가장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건

말랑함이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말랑함이

뒷머리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감촉이 느껴진 것이다.

'뭐지.'

의문이 들었다.

이 기분 좋은 말랑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체 무엇이기에

이리도 마음을 안락하게 만들어주는 지 말이다.

스르르륵

천근만근처럼 무겁기 그지없는

눈커풀을 서서히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일어났나요?"

그리고 눈을 뜬 순간

볼 수 있었다.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리따운 선녀의 모습을

".........여기는 선계입니까?"

선우는 아리따운 선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럴리가요, 현계예요."

선녀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이상하군요...제 눈에는 분명 선녀가 보이건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수작부리지마요. 후배님."

아리따운 따운 여인, 운설은 손가락 선우의 이마를 가벼이 튕겼다.

"아아악!"

그러자 선우의 입에서 고통 어린 비명성이 터져나왔다.

상당한 충격량이 그대로 전해진 까닭이었다.

"그런 달콤한 말을 부인에게만 하세요.."

운설은 고통을 호소하는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시는 거 아닙니까?"

선우는 빨갛게 물들여진 이마를 감싸쥐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저 칭찬을 곁들였을 뿐이것만

어찌 이리도 극단적인 경계를 받는단 말인가

"전혀요, 후배님처럼 여성편력이 심한 남자를 경계하는 건 여인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반응일 뿐이랍니다."

운설은 단호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열손가락으로 셀수도 없이 많은 여인들을

꼬여낸 전력을 가지고 있는 선우였다.

그런 그에게 이정도 경계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억울하군요...정녕 삿된 마음을 품지 않았거늘."

선우는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삿된 마음은 따윈 전혀 없었다.

물론 속눈썹이 생각보다 길다거나

콧날이 오똑하여 베일 것 같다거나

잡티하나 없는 백옥같은 피부가 매끈해보인다거나

체향이 향긋하기 그지없다거나

뒷머리를 감싸고 있는 말랑한 허벅지가

기분 좋다거나

같은 생각을 하긴 하였지만

흑심따윈 일절 없었다.

그녀를 음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적이 없는 것이다.

어찌 억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후배님은 무의식적으로 여자를 홀리는 재주가 있어서 말이에요. 미리 미리 경계하면서 흐름을 끊어두는 게 최선이랍니다. 저도 모르게 꼬셔지면 큰일이니까요."

운설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는 난봉꾼의 기질을 타고난 인간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기운은

물론 생각없이 내뱉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여자의 방심을 자극하는

몹쓸 기질을 타고난 것이다.

그렇기에 항상 경계하고 조심을 해야했다.

언제고 이 몹쓸 남자에게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선배님이라면 제가 무슨 말을 지껄이든 방심이 흔들리거나 할 것 같진 않은데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여

현경의 경지에 다다른 반선들은

기본적으로 감정 변화가 무디기 마련이었다.

오욕칠정에 지배되기보단

되려 지배를 하는

깊은 내적 수양이 쌓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절대적인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현경

그것도 상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다다른

운설이 자신의 말 몇 마디에

꼬여질 리 없다는 절대적인 믿음을 말이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랍니다. 후배님, 결국 저도 오욕칠정을 초월하지 못한 한낱 반선에 불과하니까요."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깊은 내적 수양을 쌓아

감정보다 이성을 우위에 두는 경지에 다다르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완벽히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감정이라는 녀석의 크기는

이따금씩 이성따위로는 도저히 잠재울 수 없을 만큼

커지기 마련이였으니 말이다

"선배님이....제게 반한다라...."

도저히 상상이 안되었다.

저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의

생글거리는 웃음이

오직 자신에게만

허락된다니 말이다.

스윽

선우는 슬며시 흘깃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운설의 곱디 고운 붉은 입술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자신에게 반한다면

저 곱디 고운 입술이 자신의 차지가 되리라

그리고 저 고운 입술 안에 숨겨져있는

선홍색의 혀와 교미하듯

마음껏 뒤헝킬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다음은 손을 아래쪽으로 내려서...한줌밖에 안되는 허리를.......'

"아아악!"

아쉽게도 선우의 망상을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였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강렬한 격통이 그대로 느껴진 까닭이었다.

"무례한 상상은 하는 게 아니예요. 후배님."

운설은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무례한 상상같은 건 하지 않았습니다!"

"헤벌쭉한 얼굴로 침까지 줄줄히 흘려놓고 그런 말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그거야....잠시 다른 생각을."

선우는 곧바로 발뺌을 하였다.

이걸 그대로 인정하면 꼴이 우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거짓말, 어쩜 이렇게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건가요? 왜 부인들이 개선우라고 부르는 지 알겠네요..."

운설은 눈을 흘기며 말을 내뱉었다.

어디 뻔하디 뻔한 거짓말을 한다는 말인가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겁니까?"

선우는 뜨악하며 되물었다.

개선우라는 별칭은 오직 부인들에게만 알고 있는

일종의 은어였다.

그런 은어를 어찌 운설이 알고 있다는 말이다.

"요랑이 말해줬는데요?"

요랑과 상당한 친분을 유지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운설이었다.

개선우에 관한 일화정도는 옛적에 알고 있던 것이다.

"요랑.....쓸데없는 말을.."

선우는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남편의 치부를 외인에게

가감없이 말해버리다니

어찌 이리도 무심하다는 말인가

"제겐 쓸데없는 말이 아니였어요. 덕분에 후배님을 더욱더 경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아니, 선배님 오해입니다..요랑이 분명 과장한 게."

"과장이라고 하기엔 거짓을 반복하며 부인을 늘린 횟수가 너무 많지 않나요?"

"아니, 대체 뭘 어디까지 들으신겁니까?!"

선우는 뜨악하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뭘 얼마나 들었길래

저런 반응이 나온단 말인가

"글쎄요?"

그 반응이 재밌던 것일까

운설은 가벼이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오해입니다."

"오해는 무슨, 사실이겠죠."

"아니, 어찌 선배님은 이 후배에 대해 그리도 신뢰가 없으신겁니까?"

"신뢰를 줄 행동을 해야 신뢰하죠. 밥먹듯이 거짓말하는 난봉꾼 후배를 어찌 믿나요?"

"난봉꾼이 아닙니다! 그저 수많은 여인들을 균등히 사랑할 뿐이지!"

"그걸 세간에선 난봉꾼이라고 한답니다."

선우와 운설은 아옹다옹하며 설전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설전이라고는 하지만

그리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였다.

오히려 연인간의 흔한 사랑싸움처럼

한없이 가볍기 그지없는 분위기였다.

"됐습니다. 선배님과 말 안해요!"

"말하지마세요! 저도 난봉꾼 후배님이랑은 더이상 말 섞지 않을 거예요. 임신당하긴 싫으니까!"

"말을 섞었다고 임신하진 않습니다!"

"후배님은 호색한이니까 임신시킬지도 모르죠!"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까!"

그렇게 얼마나 설전이 오갔을까

"전 갈겁니다!"

벌떡

곧이어 선우는 운설의 말랑한 무릎에서 머리를 떼어낸 뒤

그대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가자마자 뒷통수에 냉찜질이나하세요! 안그럼 혹이 날테니까!"

운설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안그대로 할 겁니다!"

"잘됐네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윽박지르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하였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선우는 그대로 출구를 향해

거침없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출구 코앞에 도달한 그때

선우는 걸음을 멈춰세웠다.

"선배님."

그리고 정면을 바라본 채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말씀하세요."

운설은 선우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답을 하였다.

"........저 자연검自然劍에 도달하게 된겁니까?"

선우는 사뭇 진지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그럴 리가요."

운설은 단호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자연검은 삼라만상의 진리가 담겨있는

초월의 검이었다.

그런 자연검을 고작 몇 달만에 도달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아무리 선우가 타고난 천재라고해도 말이다.

"후배님, 자연검을 너무 얕보는 게 아닌가요? 아무리 후배님이라해도 자연검을 고작 몇 달만에 이룩하였다는 말을 입에 담는 건 오만이고 자만이에요. 반성하세요."

운설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역시...그렇군요....알겠습니다."

그 말에 선우은 수긍한듯한 말을 이었다.

닿은 줄 알았지만

아직은 요원하기 그지없는 듯하였다.

그리고 다시금 걸음을 떼려는 순간

"아."

선우는 무언가 생각난듯 걸음을 멈춰섰다.

그다음 고개를 슬며시 돌려 운설을 바라보았다.

"무릎 베게, 감사합니다. 말랑한 게 기분 좋더군요."

그리고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꽤나 음흉하게 보이는 웃음이었다.

"......다음엔 국물도 없을 줄 알아요."

운설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하하하하하하."

선우는 가벼이 웃음을 흘렸다.

그다음 몸을 돌려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

운설은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하였다.

그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절반정도는 이룩했을 지도."

운설은 사라져가는 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내 문이 닫혔고

수련실 내부에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한 명의 선녀만이

남게 되었다.

*********

저벅 저벅

".....절반정도라."

선우는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수련관을 나오기 전

운설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귀담아들은 수 있던 까닭이었다.

그녀는 분명 말하였다.

절반정도는 이룩하였을 지도 모른다고

그간의 노력이 결코 헛되이지 않았다고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분명 들으라고 한 소리겠지?'

아마도 그럴 것이다.

현경에 다다른 고수의 발달된

청각을 그녀가 모를 리 만무할테니 말이다.

'선배는 역시 훌륭한 스승이야.'

선우는 생각하였다.

운설이 훌륭한 스승이었다.

당근과 채찍을 이리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며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제 절반이다....앞으로 절반만 더하면돼.'

선우는 눈을 반짝였다.

이제 절반을 이룩했다는 말이

그의 의욕을 잔뜩 끌어올려준 까닭이었다.

'천마든 뭐든 전부 베어주겠어.'

선우는 자신감마저 잔뜩 끌어올린 채

위풍당당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안락한 처소를 향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응?"

이내 처소 코앞까지 도달한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걸음을 멈춰세웠다.

처소 안에서 익숙한 두 개의 기운이

그대로 감지된 까닭이었다.

'저 여자들이..왜?'

선우는 의아함을 느꼈다.

어떠한 기별도 없이

처소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건가?'

저벅 저벅

곧이어 선우는 걸음을 재개하였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손잡이에 힘을 주어 문을 열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이익

그리고 문을 열어젖힌 순간

선우는 볼 수 있었다.

풍만한 젖가슴과

탄탄한 허벅지 그리고

늘신하게 쭉 뻗은 다리가

과감하게 노출되어있는

도발적인 의상을 입고 있는

두 명의 아리따운 여인을 말이다.

"오셨나요? 주인님."

"오셨어요? 주인님."

두 명의 여인

정확히 말하자면 두 모녀, 당진설과 이현경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선우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끝에 붙인 채로

"....어어?..."

그리고 그 호칭을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현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진설만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가 몰래 처소에 들어와

자신을 기다리고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입에 담는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 의해 철저히 조련된 육노예였으니 말이다.

'하지만...쟨 아니잖아!?'

문제는 그녀가 아니였다.

당진설의 딸인 이현경이었다.

그녀와는 지금껏 어떠한 접점도 없던

선우였다.

조련은 커녕

말도 제대로 섞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녀가

제 어미와 함께 자신을 기다리고

주인님이라는 모욕적인 호칭을 입에 담은 채

자신을 반겨준다는 말인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주인님...하아..어서..어서..들어와주세요...주인님의 크나큰 아랫도리를 생각하다보니...이렇게 잔뜩 젖어버렸답니다."

당진설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짧은 치맛단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줄줄 흘러내리는 투명한 액체들이

그대로 내보여지기 시작하였다.

"하아아...저도...어머니랑 같아요...아직...경험해본 적은 없지만...주인님의 흉기는...최음제보다..좋다면서요?...하아아...그...그런....것에 농락당할..생각을 하니.....미칠듯이..젖어들고..말았어요...하아."

이현경 또한 치맛단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소담하게 부풀어있는 둔덕과

그 위에 거뭇한 검은 털들

그리고 쉴새없이 뿜어지고 있는 용천수들이

그대로 내보여지기 시작하였다.

""....박아주세요...주인님.""

두 여인은 동시에 말을 내뱉으며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두 모녀의 광기에 압도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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