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067화 (1,068/1,419)

EP.1067 1068. 우리 딸..엄마가...행복하게 해줄게

똑 똑 똑

집무실 문이 가벼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와."

그 소리를 들은 요랑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끼이이익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집무실 문이 열어젖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열린 문틈 사이로

이제 막 약관이 넘은듯 보이는

아리따운 여인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재경각주를 뵙습니다."

아리따운 여운, 이현경은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재경각의 최고 통솔자

재경각주 요랑을 향해서 말이다.

"과례는 됐어."

요랑은 가벼이 손사래치며 입을 떼었다.

합리적인 그녀에게

허례허식같은 건

번거롭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현경은 몸을 일으켜세우며 입을 때었다.

"배려는 무슨."

요랑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것보다 별안간 무슨 일이야? 일때문에 온건 아닐테고."

본디 재경각주에게

직접적인 보고할 권한을

가진 건

수석 각원 이상의 직급을 가진 이들 뿐이었다.

평각원에 불과한 이현경이

다짜고짜 찾아올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의문이 들었다.

일 때문에 찾아오진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휴가계를 제출하려구요."

이현경은 품속에서 서류 한 장을 꾸물거리며 꺼내들기 시작하였다.

"휴가계를?"

"네에...슬슬 쓸 때가 된 것 같기도해서.."

그 물음에 이현경은 우물거리며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정규직으로서

유급 휴가는 당연한 권리였지만

막상 쓰려고 하니 괜스레 눈치가 보였다.

재경각을 총괄하는 재경각주 입장에선

각원들의 휴가가 그리 달갑지 않을게 뻔하니 말이다.

"의외네, 그냥 안쓰고 넘길 줄 알았는데."

요랑은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자신의 눈높이 교육 이후

일 중독에 가까운 성격으로

변모한 이현경이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화영이라는

호적수의 등장으로

일에 더욱더 광적으로 집착하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휴가계를 제출하려드니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심경변화란 말인가

"......갑작스레 일정이 생겨나서요."

"뭐, 쉬면 좋은 거지. 줘봐."

요랑은 이현경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 모습에

이현경은 공손히 휴가계를 건네주었다.

"흐으음."

그리고 휴가계를 받아든 요랑은 휴가계를 슬며시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휴가기간 및

휴가 사유까지 꼼꼼하게 말이다.

"일주일이나 쉰다고?"

그리고 이내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저 일벌레가

하루이틀도 아닌

일주일이나 쉰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안되는 건가요?"

이현경은 불안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아니, 니 휴가를 쓰는 건데 안될 건 없지....그냥 생각보다 길게 쉬는 게 신기해서.."

요랑은 손사래치며 말을 내뱉었다.

"....이번 휴가엔 어머니와 함께 여행 가게 되서요.....가까운 곳으로 간다쳐도....일주일 정도는 여유를 잡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당진설이랑 여행을 간다고?"

요랑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되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놀라움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네에.....혹여...못 들으셨나요?"

"금시초문이야."

요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당진설이 휴가를 간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분명 가주 대리로부터 허락을 받은 사안이라고 말씀하셨는데....각주님께는 아직 보고하지 않았나보네요."

"가주 대리한테 허락을 맡았다고 하디?"

"네에........어젯밤 찾아가서 직접 허락을 구했다고 들었어요"

이현경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희한하네. 가주 대리가 쉽사리 여행을 허락해줄 리 없었을텐데."

요랑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당진설은 엄연히 죄인의 신분이었다.

그런 그녀가 외부로 돌리는 건

상당한 위험을 동반하는 일이었다.

선우에 의해 완벽한 암퇘지로 조교되었다고는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여행을 허가해주다니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급한 건 아니니까...일단 가주 대리께.....확인해보시구....승인 처리해주셔도.."

"아냐....아냐....지금 당장 승인해줄게. 맞겠지. 뭐."

요랑은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분명 믿기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당진설이 거짓말을 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진 않았다.

'제 목숨이 소중한 줄 알면 거짓말하진 않았겠지.'

스스로 안위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당진설이라면

들킬 거짓말따위를

함부로 지껄일 리 없을테니 말이다.

콰아앙

이내 요랑은 중앙부에 인가 도장을 찍어버렸다.

휴가계가 완전히 승인 나게된 것이다.

"처리됐어, 잘쉬다오도록 해. 괜히 다치지말고 몸건강히 말이야. 그리고...."

타악

곧이어 요랑은 곧바로 탁자 위에 작은 전낭 하나를 올려놓았다.

"가져가."

"이게..대체?"

이현경은 의아한듯한 눈빛으로 전낭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격려금이야.."

"....격..려금이요?"

"다른 각원들이 펑펑 놀러다닐 때 혼자 남아 일만했잖아. 거기에 대한 성의 표시야. 넣어두도록 해."

요랑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이런 거 주시지 않으셔도,.."

이현경은 손사래치며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갑작스러운 격려금이

심히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 네가 받기 싫든말든 말야."

"....하지만..각주..아무리 그래도.."

"어른이 줄 때는 감사합니다. 하고 받는 거야. 토달지 말고."

요랑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내뱉었다.

닥치고 받으라는 의도가 담긴 표정이었다.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각주."

곧이어 이현경은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전낭을 손에 쥐었다.

요랑의 확고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래, 그 돈으로 가서 예쁜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고, 원없이 놀다오도록 해....만약 그 돈 전부 못쓰고 오면 호되게 혼날 줄 알아. 알았어?"

요랑은 장난기 어린 어투로 말을 이었다.

협박이 가미되어있긴 하였지만

그 속에는 원없이 놀고 오라는 그녀의 배려가 담겨져있었다.

"....요랑님."

요랑의 장난기 어린 배려에

이현경은 감격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한낱 평각원에 불과한 자신을 이리도

세심히 챙겨주고 배려해주다니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른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요랑은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네에...원없이..놀고..먹고 즐기다 오도록 하겠습니다..이 격려금이 한 푼도 남지 않을 정도로 말이에요."

그 말에 이현경은 곧바로 답을 하였다.

결심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거면 됐어."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요랑은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럼 이제 그만 나가봐. 나 일해야돼."

그리고는 곧바로 축객령을 내렸다.

더 붙잡아둘 이유가 없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알겠습니다!"

이현경은 공손히 허리를 숙인 채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돌려 집무실 밖으로

완전히 나가버렸다.

곧이어 집무실 내부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요랑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도 좋을까."

혼자 남게된 요랑은 히죽거렸다.

이현경의 반응이 꽤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나뭇잎만 굴러가도

자지러지게 웃는 나이라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은듯 하였다.

저리도 생생하고 귀여운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말이다.

히죽 히죽

그렇게 한참 히죽거리고 있을 때였다.

똑 똑 똑 똑

곧이어 누군가 집무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와락

그 소리에 히죽거리던 요랑은 안면을 와락 구겨버렸다.

그리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들어와."

요랑은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문이 열리고 그 틈 사이로

표독한 인상의 귀부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재경각주를 뵙습니다."

모습을 드러낸 귀부인, 당진설은 기품 넘치는 태도로 인사를 건네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기품이 느껴지는 모습으로 말이다.

"참 절묘할 때 등장하는구나. 당진설."

올줄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딸인 이현경이 나가고

바로 들어올 줄이야.

참으로 절묘하기 그지없었다.

"그러게요. 딸과는 절묘하게 엇갈려서 왔네요."

당진설은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절묘한 상황에 꽤나 재밌다고 느낀듯 하였다.

"사정은 대충 들었어. 휴가계를 내러 온거지?"

"네에, 맞아요. 요랑님."

당진설은 품 안에서 서류 한장을 꺼내들며 입을 떼었다

"올려두고 가."

요랑은 귀찮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미 사정을 전반적으로 파악한 상황이었다.

더 물어볼 것도 없는 것이다.

"어머, 생각보다 담백하게 허락해주시네요?"

당진설은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서윤이가 허락했다며? 그럼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요랑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요랑은 친구인 당서윤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당진설의 휴가를 인가해주었다면

그에 걸맞는 이유가 있을 게 분명한 것이다.

그렇기에 구태여 토를 달고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나요?"

"뒈지게 처맞고 싶은 게 아니라면 헛된 거짓말을 하진 않았겠지."

".....그것도 그렇네요."

당진설은 수긍한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틀린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말꼬리 잡지말고 휴가계 내놔. 이러다가 정들까봐 두렵네.."

요랑은 귀찮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손을 내밀었다.

잔말말고 휴가계나 내고 꺼지라는 의도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전 정들어도...좋을 것 같은데.."

당진설은 궁시렁거리며 그대로 휴가계를 건네주었다.

저 하늘같은 상사에게

좀더 친한 척하며

친분을 쌓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더 건드렸다간

더러운 성질머리가 그대로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덥석

"흐음"

휴가계를 받아든 요랑은 빠르게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휴가 기간부터

휴가 사유까지 조목조목 말이다.

"응?"

그리고 곧이어 의문 어린 탄식을 내뱉었다.

뭔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여기...휴가 사유 부분이 이상한데?"

톡 톡

요랑은 휴가계 중앙에 위치한 사유 부분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말을 이었다.

"뭐가 이상하다는거죠?"

당진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여기 가택에서 휴식을 보내겠다는 부분 말이야."

"그게 왜요?"

당진설은 여전히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체

거듭 물어볼 뿐이었다

"분명 네 딸이 쓴 휴가 사유에는 너와 사천 바깥으로 여행을 간다고 쓰여져있는데.......왜 네가 쓴 휴가 사유부분에는 그런 말이 없는거지?

요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현경은 분명 말하였다.

어머니와 여행을 가기 위해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휴식을 취하겠다고

그런데 어찌 그 어미라는 당진설의 휴가 사유에는 그러한 내용이 기입되어있지 않다는 말인가

"여행을 가지 않을 건가?"

"아니요, 여행을 가긴 할거예요."

당진설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그런데 왜 이곳엔 여행을 간다는 말이 쓰여있지 않지?"

요랑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말을 이었다.

"사문서 위조는 처벌감이야. 당진설. 여행을 가면 간다고 제대로 적어내."

요랑은 눈빛이 사나워지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은은한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위조가 아니에요! 요랑님, 여행을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 살기에 당황한 당진설은 다급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그대로

후려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가택에서 휴식도하고......여행도 떠난다고?...."

"네에...맞아요...그리 할거예요."

"그게 뭔 개소리야?"

요랑은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말을 내뱉었다.

모순적인 말을 내뱉은 그녀의 의도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에요. 요랑님"

당진설은 확신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여행이라는 건 꼭 육체만 떠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녀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광기마저 어려있는 진한 미소가 말이다.

여행은 단순히 육체만 떠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정신 또한 육체와 마찬가지로

아득한 곳까지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후후후훗...극락이라는 좋은 곳까지 말이야.'

당진설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더욱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딸을 극락으로 여행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흡족스러움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우리 딸..엄마가...행복하게 해줄게........'

곧이어 당진설의 눈빛에는 광기가 가득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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