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66 1067. 요악스러운 계획
"그게 무슨 정신 나간 소리예요!"
당서윤은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언성을 높였다.
인륜마저 저버리는
광기 어린 말을 내뱉은 당진설에 대한
반발심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조카인 이현경을 바치겠다니?
대체 이게 말같지도 않은 개소리란 말인가
"정신 나간 소리라니?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계획이란다. 너도 나도, 주인님도, 현경이도 , 더 나아가 당가 전체가 말이야."
당진설은 확신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정녕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요?"
"진심이고 말고, 내가 이런 상황에서 뭣하러 거짓을 내뱉겠느냐?"
당진설은 당당한 태도로 언성을 높였다.
진심으로 가득한 말이었다.
뭣하러 이런 상황에서 장난질을 하겠는가
"...............허어."
그녀의 당당한 태도에 당서윤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원래부터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명가의 후예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마공을 탈취해 개인 사병을 만들고
무력을 앞세워 가주 대리인 자신을
납치하여 당가를 제멋대로 좌지우지하려고 했을 정도로
그녀는 뻔뻔하였고
이기적이였으며
악독하였다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아무리그래도 모성애만큼은 진심인줄 알았거늘.'
하지만 그럼에도
모성애에 관해선
그 광기가 미치지 않는 줄 알았다.
딸인 이현경과 관련된
일이라면
저 악독한 당진설도 자존심을 죽이고
저자세를 취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딸을 육노예로 만들겠다고?'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본듯 하였다.
인륜마저 저버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니 말이다.
배아파 난 제 딸을
선우에게 직접 바치겠다니
이 무슨 정신나간 소리란 말인가
"당신이 제 정신이 아니라는 건 진즉 알고 있긴 했지만 설마하니 이렇게 제대로 미친 여자일 줄은 상상조차 못했어요....설마하니 인륜마저 저버릴 생각을 할 줄이야.."
당서윤은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끔찍할 정도의 경멸감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미친 게 아니란다. 딸의 행복을 위한 것 뿐이지."
당진설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듯이 말이다.
"노예라는 굴레를 딸에게까지 씌우는 게 대체 어디가 행복하는 거죠?!"
당서윤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딸에게 노예라는 굴레를 씌우는 일이
대체 뭐가 행복한 일이란 말인가
"잘 생각을 해보렴. 우매한 동생아."
당진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넌 경아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그게 무슨 말이죠?"
"최악의 위정자이자 추악스러운 악당, 이재원 핏줄을 이어받은 경아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 것 같냐고 물었단다."
당진설은 말을 풀어내며 친절하게 다시금 설명해주었다.
저 고지식하고 우매한 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평탄한 삶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물음에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현경은 분명 평탄한 삶을 살아가진 못할 것이다.
무림 역사상 손에 꼽히는
아니 명실상부 최악의 위정자라고 불리우는
천무맹주 이재원.
그를 아비를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몸속의 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만으로
이현경은
중원 모든 이들의 적의와 혐오
경멸과 불신으로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살아갈테니 말이다.
그런 그녀의 삶이 어찌 평탄할 수 있겠는가
"맞아, 그 아이는 평탄한 삶을 살 수 없을 거야. 이재원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낙인 찍혀 평생을 따라가게 될테니까."
당진설은 눈을 빛내며 말을 내뱉었다.
낙인이라는 건
무척이나 무서운 것이었다.
찍혀버린 순간부터
온갖 편견과 고정관념을 만들며
평생토록 낙인이 새겨진 이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평생토록 말이다.
그렇기에 평탄할 리 없었다.
낙인
그것도 무림 최악의 핏줄을
타고난 이현경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삶은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로 점칠되어있을 거야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이들의 경멸과 조롱 그리고 멸시를 받게 될 것이고 일면식조차 없는 이들에게 목숨을 위협받게 될 테지."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딸의 삶을 말하는 어미 답지 않은
냉철함과 잔혹함이 묻어나는 내용들이었다.
"인신매매를 당할지도 모를 일이지. 단전이 파괴되고 사지가 잘려 매음굴에 팔려갈지도 모를 일이기도 하고 아니면 이재원에게 원한을 품은 이들에게 살해를 당할지도 모르지."
"....과장이 심합니다."
당서윤은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도저히 어미가 딸에게 하는 말로는
들리지 않은 까닭이었다.
"과장이 아니란다. 순진하기 그지없는 동생아."
당진설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날 닮아 미색이 곱기로 소문난 아이란다. 그런 아이가 뒷배가 없다면 누구든 한 번쯤은 찔러보고 싶지 않겠니? 인신매매범이 되었든 원한을 품은 복수자들이 되었든 말이야."
강력한 배경이란 중요한 것이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수많은 위협들로부터
목숨을 보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현경은 그런 배경이 없어져버렸다.
건드려도 상관없는 미색 고운 계집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당가에 있는 한 그 아이는 안전할 것입니다."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배경이 없다면
세상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을테지만
당가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한
그녀는 안전할 것이다.
당가가 가진 힘은
세상의 위협보다 더욱더 강맹하였으니
"그 아이를 평생토록 당가에 묶어두라는 말이더냐?"
당진설은 코웃음을 쳤다.
분명 당가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면
이현경은 안전할 것이다.
단일 세력 최강이라는
호칭조차 부족치 않는 당가라면
세상의 위협따윈 손쉽게 물리쳐줄테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당가 안에서만 보장되는 안전이었다.
그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선
평생토록 당가라는 울타리에 묶여있어야하는 것이다.
어찌 코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가에서 벗어난다해도 그 아이가 재경각의 각원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당서윤은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그럼 만약 재경각을 때려친다면 어찌 되는거지? 그런 경우에도 당가는 그 아이를 보호해주는 것이더냐?"
당진설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물음에 당서윤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재경각의 각원.
당가의 식솔이라는 명분이 있다면
제 식솔을 끔찍히도 아끼는
당가는 언제고 든든한 배경이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현경이 재경각을 그만두고 나간다면
당가는 그 아이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식솔이라는 명분이 없다면
그 아이를 보호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 보호해주지 않겠지. 식솔도 아닌 명분없는 계집을 뭣하러 당가가 직접 나서 보호해주겠느냐?"
당서윤이 답이 없자 당진설은 이해했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무언의 부정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펼쳐지게 될 그 아이의 삶을 불행할 것이다. 온갖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가득한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건 물론이고 살기 위해 당가에 맹목적인 충성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겠지. 그리고 나이가 차면 모자란 남자와 혼인을 하게 될 것이다. 멀쩡한 남자라면 모두에게 미움받는 그 아이와 혼인할 리 없을테니까 말이야."
당진설은 담담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모자란 남자와 혼인하여 모자란 애새끼를 낳고 오직 모자란 애새끼를 위해 살아가는 모자란 엄마가 되겠지. 재녀로 소문난 우리 소중하기 그지없는 딸이 말이야...."
"..............."
당서윤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
비약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일어날 리 없다며
장담을 할 수는 없었다.
어느정도 현실적인 사고가 기반이 된
가정인 까닭이었다.
"서윤."
당진설은 그런 당서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난 어미로서 딸이 불행해지는 걸 원치 않는단다. 그게 내가 네게 허락을 구하러온 이유기도 하고 말이야. "
"제 허락이 떨어진다면.....경아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당서윤은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물론이란다."
당진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주인님과 육노예가 될 수 있다면 경아는 주위를 둘러싼 모든 위협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단다. 주인님이라는 커다란 배경을 가지게 될테니까 말이야."
위대한 주인님
장선우는 존재자체가 거대한 배경이었다.
천지를 진동시키는 검신劍神이라는 거대한 명성.
천하제일을 다투는 강맹하기 그지없는 무력.
천하제일가라고 불리우는 당가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황실이라는 커다란 배경까지
무엇하나 모자람이 없는
지상 최고의 배경을 갖춘 인물인 것이다.
그런 주인님의 노예가 될 수 있다면
이재원의 핏줄이라는 낙인조차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경아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주인님이 필요해...주인님을 받아들여야만해. 다른 선택지 따윈 없어. 오직 주인님만이 경아를 행복하게 해줄 능력을 갖추고 있어."
당진설은 확신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부탁할게. 서윤, 내 딸을 위해....네 조카를 위해...내 제안을 받아주려무나.....내 간곡히 부탁하마."
당진설은 고개를 그대로 푸욱 숙이기 시작하였다.
뻣뻣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목이
그대로 꺾이게 된 것이다.
"..............."
당서윤은 그런 당진설을 복잡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 지 고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염치 없고 뻔뻔하고 죄많은 나쁜 년이란 건 나도 잘알아....그 죗값은 나 혼자 평생토록 감당하도록 할게..그러니..경아만큼은.....네 조카만큼은...살 수 있게 해주렴....부탁하마...진심으로..부탁하마."
그녀가 말이 없자
당진설은 더욱더 간곡히 애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당서윤은 그런 그녀를 더욱더 복잡하게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당진설이 감성에 호소를 하니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응시하였을까
"...........후우.."
곧이어 당서윤은 깊은 한숨을 내쉬기 시작하였다.
".....만약 경아를 선우에게 바친다면 모녀가 한 남자를 섬기게 되는 것입니다.......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이미 충분히 선례가 있지 않느냐? 나와 현경이라고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한단다."
당진설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주소양과 이예설
팽가련과 이기연
황보유연과 이소란까지
수많은 모녀들이 위대한 주인님을
모시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신과 이현경도 못할 건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아아..."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듣고보니 틀린 말이 아니기도 하였다.
선우가
수많은 모녀들을
종속시킨 건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였으니 말이다.
".......경아와는 상의된 내용인가요?"
"아니, 그 아이는 모른단다. 미리 말한다면 입에 칼을 물게 뻔한데...어찌 쉽사리 말할 수 있겠느냐?"
당진설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말을 내뱉었다.
"지금 당사자도 모르는 일에 동의하라는 말인가요?"
당서윤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걱정마렴, 허락만해준다면 어떻게든 설득할터이니."
".....만약 경아가 거부한다면 .......허락해드릴 수 없습니다."
"걱정마렴,, 무조건 허락할터이니."
당진설은 확신으로 가득 찬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확신을 넘어 광기까지 느껴지는듯한 눈빛이었다.
"그리고.....허락맡을 사람이 저말고 한 명 더 있어요."
당서윤은 질린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런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떼었다.
"혈검향 여협을 말하는 거니?"
"........알고 계셨나요?"
"주인님의 첫 여인이 아니더냐? 내 어찌 그분을 모를 수 있겠니?"
당진설은 꽤나 예의바른 어투로 말을 이었다.
평소의 건방진 그녀와는 꽤나 상반되게 말이다.
"맞아요...그분의 허락 또한 맡으셔야할 거예요. 여자를 늘릴 땐 무조건적으로 보고를 드리기로 약조하였거든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이미 말씀 드리고 왔으니."
당진설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미 말씀드렸다구요?"
"네가 허락치 않을 때를 대비하여 미리 보험으로 옥령님께 허락을 맡아두었단다. 네가 허락치 않을 경우, 옥령님 핑계를 대려고 했거든."
당진설은 빙글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당신은.....참으로 요악스럽군요."
당서윤은 질린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저렇게까지 잔머리를 굴릴 줄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너무 자주 듣는 말이라 감흥도 없구나."
당진설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말을 이었다.
".......후우우우."
당서윤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로는 못당한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옥령님까지 허락했다면 더 반대할 이유가 없겠죠."
곧이어 당서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당신의 계획 허락하도록 하겠어요..."
"탁월한 선택이야. 서윤, 이제 우매하다는 말 대신 현명하다는 말을 해줘야겠구나."
당진설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허락이 꽤나 기쁜 까닭이었다.
"대신 한 가지만 약조해주세요. 경아의 동의가 없다면 실행조차 하지 않겠다고 말이에요."
"약조하마, 경아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결코 계획을 실행치 않겠다고 말이야."
당진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별 일 없겠지?'
그리고 그 모습을 마주한 당서윤은 안색을 굳혔다.
여유가 넘쳐흐르는 당진설의 모습을
마주하니 괜스레 불안감을 치솟은 까닭이었다.
"후후후후훗."
그런 당서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진설은 환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로 환한 미소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