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56 1057. 마수를 뻗치다.
"흐으으윽...흐그으으윽...흐윽...흐으윽...흐으윽"
이화영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꾹꾹 눌러놨던 설움이
그대로 터져버린 까닭이었다.
'어떻게...당진설...편을...흐윽..'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재경각주가
자신이 아닌 당진설 편을 들게 된 것인지
본디 재경각주는
조직의 안정을 중요시하는 성정을 지니고 있었다.
안정과 질서를
위한 관행들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되려 자신을 지적하고 비난하였다.
지금껏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넘어갔던
부분을 끄집어내
저 요악스럽고
반골기질 다분한 당진설을 두둔한 것이다.
그런 상황을 어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흐으윽...흐으윽..으윽...하필..당진설..앞에서..내게..그런..창피를.."
묘하게 기싸움을 하던
당진설 앞에서 체면을 완전히 구겨져버렸다.
상급자로서
우위를 보여주기보단
재경각주에게 호되게 질타당하는 모습을
내보이게 된 것이다.
자존심이 상하고
너무나 수치스러웠다.
끔찍할 정도로 말이다.
"흐으윽...흐윽...다 싫어..전부..다..싫어어어."
모든 게 싫었다.
자신의 충심을 몰라주는
재경각주도
모든 상황을 만든 원흉인 당진설도
한참 밑에 부사수 앞에서
호되게 망신을 당한 지금의 상황도
재경각주의 꾸지람에 비참함을 느끼며
서럽게 울어대는 자신조차도 말이다.
"흐으윽...흐윽..흐그극...흐으윽..흐으윽.."
울음 소리가 더욱더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참아보려고 애썼지만
어떻게든 진정해보력 애썼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지금 당장
마음 속에 가득 차오른 설움을 모조리 배출하지 않는다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화영은 울고 또 울었다.
눈물샘이 완전히 말라버리게 만들고 말겠다는 듯이 말이다.
정원 전체에
서러운 울음소리가 울려퍼질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울고 또 울었을까
사박 사박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아무렇게 자라난 수풀들을 자근히 밟는 발소리가 말이다.
"크흐응.....훌쩍...훌쩍...훌쩍"
그 소리에 놀란 이화영은 다급히 울음을 그치기 시작하였다
이 못난 모습을 누군가에게 내보여선 안된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주르륵
주르륵
하지만 한 번 터진 눈물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짧은 시간 안에 진정시키기엔
그 설움이 너무나 커다란 까닭이었다.
'안돼..제발..제발...멈춰..제발..'
그녀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닦고 또 닦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난 어떻게..'
이화영은 발을 동동 굴렀다.
눈물은 나오고
인기척은 더욱더 가까워지니
다급함과 초조함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자박 자박 자박
이내 발소리가 바로 코앞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지근거리까지 도달하게 된 것이다.
'도..도망쳐야해.'
이화영은 다급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곧바로 발을 떼려고 한
그 순간이었다.
팍
기우뚱
몸이 앞으로 기울여지기 시작하였다.
무언가에 발이 걸려
그대로 균형을 잃어버린 것이다.
'안돼..안돼..'
몸이 기울여진 이화영은
균형을 잡기 위해 부던히 애를 쓰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넘어지게 된다면
꼴사납고 비참한 몰골을
그대로 내보이게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인지한 까닭이었다.
'그럴 수 없어!'
철푸덕
하지만 그런 처절한 노력에 불구하고
이화영은 몸은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게 되었다.
결국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지 못한 것이다.
차갑고 까슬한 땅바닥의 감촉이
뺨을 통해 전해지기 시작하였다.
왈칵
그러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안그래도 심적 우울감을 가진 상태에서
상황까지 암울하게 변하니
서러움을 넘어 비참함까지 느껴진 까닭이었다.
'일어..일어나야해....일어나야...일어냐야..되는데...'
일어나야한다.
일어나서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몸을 털고
그대로 도망가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좀처럼 몸과 마음이 말을 들지 않았다.
팔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일어나겠다는 의지보단
울고 싶다는 울적함이 더욱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가다간
수습조차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에 모든 것을 맡기고 싶은 것이다.
"..............흐윽....그으으윽...흐으윽...흐으윽...흐으윽...흐으아아아앙.."
곧이어 이화영은 서러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흐어어어어어엉....흐아아아앙...하아아아앙.."
감정에 모든 것을 맡긴
이화영의 눈물이 더욱더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스스로가 너무나 비참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어찌 이리도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인가
당진설을 기선제압하는 것도 실패하고
되려 재경각주에게 혼나기나 하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실패하고 말이다
"흐으윽...왜...왜 내 마음대로..안되는 거야...왜에...눈물 흘리는 것조차 내 마음대로...안되는 거냐구.흐으윽...흐윽..."
비참하였다.
눈물 흘리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말이다.
'이제 나는 울보로..소문 날거야........재경각 뿐 아니라...당가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불쌍하게 바라볼 거야....당가주도, 재경각주도...어머니도.......모용계도....이현경도...당진설도......모용가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겠지? 안그래도 망해버린 가문의 수뇌부라는 여자가 애새끼나 진배없다고 소문이 날테니까...'
비참함이 한층 더 심화되기 시작하였다.
자존심 강한 그녀에게
불쌍한듯 바라보는 동정의 시선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수치였다.
비참함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죽자..이대로..죽으면..모든 게..해결될거야....모용가의 명예를 지키자...그래..그렇게하자..'
이내 이화영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수치를 당하느니
죽어버리고 말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말이다.
수치심과 모욕감
그리고 비참함이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극단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천령개를 칠까? 아니야, 뒤통수가 깨지면 너무 볼품 없을거야....목을 맬까?..아니야..목을 매면 혀를 길게 빼고 대소변이 그대로 싸버린다고 들었어...명가의 후손 답지 않은 최후야.....칼로 심장을 찌를까?....그래 그렇게 하자..가장 깔끔하고...아름다운 최후가 될거야..적어도 작은 외상외엔 눈에 띄는 게 없을테니까..'
그렇게 한창 이화영이 죽을 방법에 대해 고심을 하고 있는
그 순간이었다.
"괜찮습니까?"
이화영의 귓가로 익숙한 음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스르륵
그 목소리에 이화영은 저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찬란한 햇빛을 등진 채
자신을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원스러운 인상의 한 남자를 말이다.
멍
그 모습을 마주한 이화영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태양을 등져
자체적인 후광를 발하고 있는
남자의 찬란한 모습에
넋이 나가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창 넋놓고 남자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바닥이 찹니다. 일단 일어나시지요."
시원스러운 인상의 남자, 선우는 손을 내밀며 입을 떼었다
어서 자신의 손을 잡으라는 듯이 말이다.
"흐으윽...흐으으극...흐으윽...흐아아아앙....아아아앙.."
그리고 그 모습에 이화영은
북받친 감정을 그대로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가장 비참한 순간
내밀어진 이 따뜻한 배려가
너무나 크나큰 감격으로 다가온 까닭이었다.
울면 안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도저히 감정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그저 하염없이 울음을 터트릴 뿐인 것이다.
"저런."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레 목놓아 울기 시작하는 이화영의 모습에 당혹스러움은 느낀듯한 모습이었다.
선우는 고꾸라져있는 그녀의 어깨를 들어올려
그대로 바닥에 앉혀주었다.
토닥 토닥 토닥 토닥
그리고 그녀 옆에 쭈구려앉아
등을 토닥여주기 시작하였다.
이화영이 완전히 진정할 수 있도록 말이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그 배려에 또다시
감동을 받은 이화영은
더욱더 크게 목놓아울기 시작하였다.
북받친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말이다.
곧이어 정원에는 이화영의 서글픈 울음소리가
가득히 메워지기 시작하였다.
*******************
".....고마워요."
이내 마음을 진정시킨 이화영은 선우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별말씀을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듯이 말이다.
"일단 이걸로 좀 닦으시지요. 여기저기 흙먼지가 묻었습니다."
그리고는 품 안에 손을 넣더니
작은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었다.
"..........고마워요."
이화영은 그 호의를 거절치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거절할 수 없었다.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되어버린
얼굴을 정리하기 위해선
저 손수건이 너무나 절실한 까닭이었다.
쓰윽 쓰윽 쓰윽 쓰윽
곧이어 손수건을 받아든 이화영이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쓱 쓱 닦기 시작하였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말이다.
그리고 선우는 그런 그녀를 얌전히 기다려주었다.
신색이 완전히 정리가 될 때까지 말이다.
".........이 손수건은 빨아서 돌려드리도록 할게요."
곧이어 어느정도 정리를 마친 이화영이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눈물과 콧물, 흙먼지로 더럽혀진 손수건을 꼬옥 쥔 채로 말이다.
"가지십시오,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선우는 손사래치며 말을 내뱉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화영은 곧바로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신같아도
남의 눈물과 콧물로 더럽혀진 손수건을
돌려받긴 싫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
곧이어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저.."
이내 이화영이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선우는 그런 그녀를 응시하며
가만히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말을 내뱉을 때까지 말이다.
"...많이..추했죠?"
곧이어 이화영은 부끄러운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입을 떼었다.
추해도 너무 추한 모습을 내보였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닙니다."
선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거짓말...눈물, 콧물 범벅에..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추하지 않았다구요?"
이화영은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추하지 않았습니다."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다 큰 어른이......어린 아이처럼 엉엉 우는 게...추하지 않았다구요?"
"서글픈 일이 있으니까 우는 게 아니겠습니까? 웃는 것처럼 우는 것도 감정의 한 표현일진대 ......어찌 그게 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울컥
선우의 말을 들은 이화영은 다시금 감정이 북받치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치부를 세심히 감싸주는
그의 배려에 감격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저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저리 서글피 우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을 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말해줄 순 없어요."
이화영은 짐짓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물어볼 생각 없습니다."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왜요?"
이화영은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본디 누군가 서글피운다면
이유를 묻기마련이었다.
그런데 물어볼 생각조차 없다니?
"괴로울 테니까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괴롭다구요?"
"서럽게 울 일을 당사자가 스스로 내뱉으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제 호기심을 위해 그런 몹쓸 짓을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선우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화영은 다시금 눈시울을 적시기 시작하였다.
속 깊은 그의 언행에
또다시 감격에 젖은 것이다.
어찌 이리도
마음이 깊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어찌 이리도
크나큰 배려심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대협...이구나..정말..'
그녀는 생각하였다.
눈앞에 남자가 대협이라고 불리우는 이유를 말이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소저께서는....오늘은 반차를 쓰도록 하시지요. 아무래도 업무를 볼 상태는 아닌듯 하니."
곧이어 선우는 이화영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버렸다.
마치 당장에라도 떠나갈 것처럼 말이다.
"잠...잠깐만요!"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화영은 다급한 어조로 언성을 높여
그를 불러세웠다.
"무슨 일입니까? 소저."
그 부름에 선우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용건이냐는듯이 말이다.
".....저어...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요."
"상담을요?"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네에..부디..저를...도와주세요...대협."
이화영은 간절한 어조로 애원을 하였다.
눈앞에 남자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들어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저라도 괜찮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소저."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참으로 믿음직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