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49 1050. 근거를 대다.
"교접 화해? 그게 뭔데?"
요랑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선우가 고심 끝에 내뱉은 말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말그대로야, 함께 교접시켜서 화해시키겠다는 말이지."
선우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두 사람이랑 동시에 교접하겠다는 거야!?"
요랑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극단적인 선우의 화해법에 경악스러움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저 따위로 화해를 하는 사람이 대체 어디있다는 말인가
"안 믿길지 모르겠는데 이게 효과가 되게 좋아. 요랑아."
선우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거짓말, 그냥 네가 두 사람하고 교접하고 싶은 거잖아?"
요랑은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슬프네, 사랑하는 부인이 이렇게 남편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있다니.."
선우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부인 앞에서 다른 여자랑 자겠다는 인간을 어떻게 믿어?"
요랑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믿을만 해야 믿지 않겠는가
마누라 앞에서 당당히 다른 여자 둘과 교접하겠다고 말하는 개자식을 어찌 믿는단 말인가
".....그렇긴한데...그래도 한 번 믿어봐...이게 나름의 검증도 거친 방법이라니까?"
선우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검증을 거쳤다고?"
요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되는 논리였지만
나름의 검증을 거쳤다는 말을 들으니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 소화랑 연이랑 사이가 어떤 것 같아?"
선우는 그런 요랑을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흐음....성격이 안맞긴 한 것 같은데.....그렇게 사이가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
요랑은 고심하더니 이내 생각한 바를 그대로 내뱉었다.
능소화와 북궁연
두 여인은 맞는 구석이 없었다.
화공과 빙공이라는 상반된 무공부터 시작해서
권위적이면서 자애로운 성격과
자유분방하면서 냉철한 성격까지
무엇하나 맞는 게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친해보이면 친해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둘이서 티격태격하면서 잘노는 걸 보면 말이다.
"원래 걔네 둘이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났던 앙숙사이였던 거 알아?"
선우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흥미를 유발시키려는듯이 말이다.
"걔네가 앙숙이였다고?"
그 말을 들은 요랑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니까? 북해에 있을 때는 매일매일이 전쟁이였어. 서로 사소한 걸로 꼬투리를 잡고 비난하고 싸우고, 나중에는 진심으로 생사결까지 갈 뻔했다니까?"
"진짜? 그렇게까지 사이가 나쁜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데?"
요랑은 꽤나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성격이 정반대긴 하지만
북궁연이 당가에 온이후
단짝처럼 찰싹 붙어다녔던 두 사람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생사결까지 할 뻔했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게 전부 교접을 통해 화해를 시킨 덕분이야."
"교접을 통해 앙숙인 두 사람을 화해를 시켰다고?"
"에이, 말도 안돼."
요랑은 즉각적으로 부정을 하였다.
마주치는 것조차 살의를 일으키는 앙숙 간에
교접을 통해 화해를 주도하다니
그런 말도 안되는 경우가 대체 어디있다는 말인가
"진짜라니까? 내가 뭣하러 거짓말을 하겠어?"
"두 여자와의 교접에 정당한 명분을 얻기 위해?"
흠칫
"아......아닌데?"
선우는 순간 흠칫거리며 몸을 가늘게 떨었다.
정곡이 찔린듯한 느낌이 든 까닭이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표정을 보니까 확실하구만."
요랑은 불신 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몸을 가늘게 뜨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어디서 거짓부렁을 내뱉는단 말인가
"........사심이 완전히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북궁연과 능소화를 교접을 통해 화해시켰다는 말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
"그러니까 어떻게? 같이 하면 뭐가 달라져?"
요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엔
앙숙끼리 교접을 한다고 무언가 달라질 것 같진 않았다.
"달라져. 아주 많은 것들이."
선우는 확신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요랑, 인간이 가장 연약할 때가 언제라고 생각해?"
"글쎄.......인간은 항상 연약한데.."
요랑의 기준으로 봤을 때
인간은 언제나 연약한 존재였다.
그들에게는
내장을 보호할 수 있는 가죽도
무기가 되어줄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도
바윗덩어리도 들어올리 수 있는 근력도 존재치 않았다.
언제나 연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항상 연약하지. 하지만 그런 연약한 인간이 더욱더 연약해질 때가 있어. 그게 언제일 것 같아?"
"흐으음...밥 먹을 때?"
"아니 틀렸어."
"그럼 잘 때!"
"틀렸어."
"그럼 언젠데?"
"그건 바로 알몸이 되었을 때야."
"알몸이 되었을 때?"
요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명을 요구하는듯한 모습이었다.
"네 말대로 인간은 연약해, 내장을 보호할 두터운 가죽도 단단한 갑각도 존재치 않지, 게다가 천적으로부터 맞서기 위한 발톱과 이빨도 무디기 그지없어. 근력 또한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요랑은 그런 선우를 초롱초롱한 눈빛을 바라보며 경청하기 시작하였다.
도입부가 꽤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종족의 정점에 서게 되었어. 집채만한 호랑이나 곰은 짐승들은 물론 용, 이무기, 인면지주 같은 영물들조차 넘어서게 된거지."
선우는 또렷한 눈동자로 요랑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흐음...무공을 익혀서?"
"맞아, 무공을 익혀서야. 정확히 말하자면 무공이라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지."
"도구?"
"그래, 도구, 인간은 도구를 활용함으로서 종족의 정점에 설 수 있게 됐어,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대신 검과 창이라는 도구로 무장을 하여 천적과 맞섰고 두터운 가죽과 단단한 갑각 대신 튼튼한 갑옷으로 몸을 보호하였지. 부족한 근력은 무공이라는 도구로 보충하여 타고난 강자들 못지 않은 힘을 쌓을 수 있게 되었지."
"아아아..그렇구나."
선우의 설명에 요랑은 맑은 눈빛을 하염없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새롭게 알게된 지식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밌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종족에 정점에 선 이면에
도구의 활용이라는 배경이 숨어있었다니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도구가 존재한다면 인간은 종족의 정점에 선 포식자가 되지만 도구가 없다면 인간은 다시금 한없이 연약한 피식자가 되고 말아. 작은 전갈에게조차 목숨을 잃고마는 한없이 연약한 피식자가 말이야."
"맞아, 인간은 살갗이 얇아서 가벼운 독에도 치명적일테니까!"
요랑은 맞장구를 쳤다.
과연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기에 인간이 가장 연약할 때를 알몸이 되었을 때라고 말하는 거야. 이제 이해됐어?"
"이해됐어!"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명쾌히 답하였다.
꽤나 자세한 설명에 그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그거랑 교접 화해랑 무슨 상관 관계가 있는거야?"
곧이어 요랑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의 주장을 이해가 되었지만
교접 화해와 연관성을 찾지 못하였다.
알몸일 때 가장 연약하다는 것과
교접 화해가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교접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해?"
"옷을 벗어야겠지?"
"그럼 모두가 알몸이 되겠네?"
"그렇지."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그게 바로 교접 화해에 핵심이야."
"어째서!?"
"동질감만큼 인간을 친하게 만드는 것도 없는 법이지. 가장 연약한 모습을 공유함으로서 서로가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거야. 그리고 그 상태에서 교접을 실행한 후 나라는 우월한 수컷을 함께 섬기는 암컷이라는 유대감 또한 느끼게 해주는 거지. 그리고 그 동질감과 유대감을 바탕으로 그간 오해했던 부분, 실망했던 부분, 서운했던 부분을 해소하며 유대감을 친근감으로 발전시키는 거지. 그리고 그 친근감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화해를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선우는 꽤나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래?"
요랑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나름의 근거가 있긴 했지만
비약과 확대해석같다는 의심이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교접하고 싶어서....헛소리하는 것 같은데.'
동질감을 느끼며 교접 좀 했다고
죽일 듯이 싸우던 앙숙이 친해지다니
어찌 그런 과장된 주장을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그냥 교접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짜맞춰서 지껄이는
장황한 헛소리 같았다.
"마뜩치 않은 표정이네."
"...나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한 것 같은데....결론이 살짝 이상해서 말야.....교접 한 번헀다고 죽일듯이 싸웠던 두 사람이 친근감과 유대감을 이룬다니......."
"한 번이 아니야, 적어도 한달 정도는 진득히 동시에 안아줘야 생기는 거지."
"한달동안이나 동시에 교접하겠다고?"
요랑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한달이나 동시 교접을 행하겠다니
이거 완전 욕망의 덩어리가 아닌가
"재경각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하면 내 한 몸쯤 희생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퍽이나, 그냥 교접하고 싶어서 그런거잖아."
요랑은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부터 재경각을 걱정했다고
저런 말을 내뱉는다는 말인가
".........그럴리가."
"선우야, 입에 침이라도 발라. 거짓말 티나."
요랑은 눈을 살며시 흘기며 입을 떼었다.
"...........어쨌든 이 방법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 재경각에 일어난 모든 불화를 단번에 없앨 수 있는 최선의 방법 말이야."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잘된다면 그렇겠지. 계획대로 잘된다면 말이야."
"잘될거야. 북궁연이랑 능소화라는 좋은 사례가 있잖아? 현경의 고수조차 화해를 시킨 방법인데, 고작 당진설과 이화영을 화해 못시키겠어?"
선우는 자신있다는듯 가슴을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자지만 박는다면 꼼짝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여인들이 싸우는 건
동등한 위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위치와 신분, 직급이 다르니
차별하고 반발하고 싸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싸움을 멈추게 하는 건
너무나 간단하였다.
서로 동등한 위치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 남자를 섬기는 동등한 여인으로 말이다.
어찌 간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흐음..."
요랑은 고심 어린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미심쩍긴 하였지만
저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마음이 흔들렸다.
말하는 것만 들어보면
실제로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은 것이다.
'한 번 믿어봐?'
한 번쯤 믿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진설 때문에
조직이 이래저래 뒤숭숭한 건
조직의 장인 그녀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귀찮은 일이였으니 말이다.
".....자신 있는거지?"
이내 결심을 마친 요랑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선우를 믿어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각원들을 데리고 모험하는 것 같아
마뜩치 않았지만
재경각의 평화를 위해선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두 사람이 사이좋게 지내게 만드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다.
자신이 덜 귀찮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이지."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히죽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요랑의 지지에 흡족스러움이 든 까닭이었다.
"그럼 내가 뭘하면 돼?"
요랑은 궁금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선우가 자신에게 바라는 도움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이화영을 호되게 구박해줘."
"이화영을?"
요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응, 마치 당진설의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말이야."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왜에?"
요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 교접을 하기 위해선, 먼저 이화영을 손에 넣어야하거든."
선우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교접도 좋지만
제일 먼저 할 일은
이화영은 자신의 손에 넣는 것이었다.
이미 몸을 섞고 노예화까지 완료된 당진설과 달리
그녀는 아직 자신과 어떠한 접점도 없는 상황이였으니 말이다.
"꼬시려고?"
"응, 꼬시게."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서윤이한테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어떻게 하게?"
"꼬시기 전에 미리 말해야지."
"줘터질 텐데?"
"재경각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는 명분이라면 서윤이도 이해해줄거야."
선우는 자신 어린 표정을 지었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자잘구레한 일따위는
호탕하게 넘어가는 대인배스러운
마음씨를 갖춘 당서윤이었다.
재경각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면
이화영을 꼬시는 것을 허락을 해줄 것이다
'조만간 줘터지겠구만.'
그 모습을 본 요랑은 생각하였다.
머지않아 당서윤에게
쥐터지면서 바가지를 긁히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난 가볼게, 내가 떠난 그 순간부터 바로 구박해줘. 알았지?"
"어디 가게?"
"서윤이한테 허락 받으러."
"그리 좋은 선택인 것 같진 않은데?"
요랑은 그런 선우를 만류하였다.
그리 좋은 선택같지 않다면서 말이다.
"선우야, 원래 허락보단 용서가 쉬운 거야."
"맨날 용서만 받았잖아? 또 저지르고 용서를 구했다간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경멸당할지도 몰라."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매번 일을 저지르고 용서를 구한 자신이었다.
그때마다 당서윤의 마음이 얼마나 사무치게 아팠겠는가
이번에도 그런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
'허락 받으러가도 경멸당할 것 같은데..'
경멸하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야
우월한 수컷이 여러 암컷에게 씨앗을 뿌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인 당서윤은 달랐다.
영웅호색도 정도껏이지
이미 열손가락이 넘는 마누라를 두고 있는 주제에
또 허리를 놀리러 간다고 하면
경멸의 시선을 보내는 건 매한가지인 것이다.
"어쨌든 난 간다. 잘해줘."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곧바로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꼭 살아서 보자. 선우야.'
요랑은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전을 빌어주었다.
그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