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42 1043. 모략을 꾸미다.
질겅 질겅
당진설은 손톱을 질겅 질겅 씹기 시작하였다.
이 악몽과 다름없는 끔찍한 상황에
정서적인 불안감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어떻게 해야하지...대체..어떻게 하면..'
그녀는 고심하고 또 고심하기 시작하였다.
이 악몽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마땅한 방법이 떠올려지지는 않았다.
재경각주든
당서윤이든
자신을 쉽사리 놓아줄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욕심을 버리자....어차피 부서이동같은 건 들어줄 리 없어......날 어떻게든 이곳에서 굴릴 생각일테니까.'
냉정이 생각해본다면
자신은 재경각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죗값을 치르라고 보낸 곳에
사수가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부서이동을 희망한다니
자신 같아도 허락해주지 않을 정도로
말같지 않은 이유였다.
'사수 변경을 요구하자.'
그렇기에 그녀는 타협을 하였다.
보직 이동이 아닌 사수변경을 요구하자고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딸뻘에 불과한 핏덩이같은 계집
그것도 자신에 대한 악의로 똘똘 뭉쳐있는 이화영을 사수를 두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첫날부터 이렇게 울화통이 치미는데
이 다음은 어떻게 버틴단 말인가
무리였다.
분명 홧병이 나 제명에 못살고 죽고 말 것이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사수 변경을 들어줄 지도 몰라.'
재경각주는 자신을 신입 각원으로서 대우하겠다고 단단히 못 박아둔 상태였다.
그 말인즉슨 당가의 직계혈족으로서의 권한은 없어도
신입 각원으로서의 권한은 존재한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수 변경 정도는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위치인 것이다.
'일단...재경각주.....안되면...서윤이에게 부탁해보자.'
자존심상 부탁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긴 하였지만
그녀는 그런 사소한 자존심을 고이 접어두기로 하였다.
더 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
똑 똑 똑 똑
누군가 방문을 가벼이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와."
책상에 양다리를 올린 채 의자에 기대고 있던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표독스러운 인상을 가진 귀부인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번 분기 재경각에 배정된
신입각원, 당진설이었다.
"재경각주를 뵙습니다."
당진설은 집무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었다.
무척이나 정중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말이다.
"어, 그래, 자주보네."
요랑은 가벼이 손을 올려 그 인사를 받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그리고는 대뜸 방문 목적부터 물었다.
빙빙 돌려말하는 건 그리 좋아하지 않는터라
곧바로 용건부터 물은 것이다.
"업무를 전부 끝내서요....퇴근하기 전 인사라도 드리려고.."
당진설은 공손하기 그지없는 어투로 말을 이었다.
"벌써 다 끝냈어? 생각보다 빠르네?"
요랑은 의외라는듯한 어조로 되물었다.
신입 각원 중 정시퇴근이 가능한 이는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다.
초월적인 업무량과
복잡하기 그지없는 계산식에 의해
모두가 초과 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당진설이 정시퇴근을 한단다.
그말인즉슨 맡겨진 업무를 전부 다 완벽히 처리했다는 말이 아니던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행스럽게도...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던터라.."
"그래? 그럼 다행이고."
요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고생했어, 이만 가봐."
그리고는 곧바로 축객령을 내렸다.
인사도 받았으니
더 볼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쭈뼛 쭈뼛
하지만 당진설은 축객령에 몸을 돌리긴 커녕 쭈뼛거리며 자리를 지킬 있을 뿐이었다.
무언가 할 말이 남아있는 것처럼
"뭐, 할 말이라도 남았어?"
요랑은 쭈뼛거리는 당진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저어어기....재경각주님.."
"어, 말해봐."
"한 가지...청을 드려도 될까요?"
"안돼."
요랑은 단호한 어조로 거절을 하였다.
"...저....일단...뭔지 들어보구...거절하셔도.."
당진설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더듬더듬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설마하니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안들어봐도 대충 알 것 같은데?"
요랑은 권태로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관두고 싶다, 보직 변경해달라, 사수를 바꿔달라. 뭐 이런 거 아니야?"
"............."
"아니면 말하고. 들어줄게."
요랑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
그리고 당진설은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요랑의 예상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전부 들어맞은 까닭이었다.
"맞나보네."
그녀가 입을 다물자 요랑은 가벼이 웃음을 흘렸다.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았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이만 나가봐."
요랑은 곧바로 축객령을 내렸다.
더는 들어볼 필요조차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
하지만 당진설은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망부석처럼 말이다.
"뭐해? 안나가고."
요랑은 그런 그녀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관두고 싶다거나 보직 변경은 바라지도 않아요.....제사수만 다른 이로 바꿔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당진설은 간곡한 어투로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안된다고 했을텐데. "
요랑은 단호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신입 각원 교육은 가장 늦게 들어온 막내 각원이 하는 게 재경각의 규칙이야, 그 규칙을 마냥 떼를 쓴다고 바꿔줄 수는 없어."
"마냥 떼를 쓰는 게 아니예요.....나름의 이유가 있는 요청이에요."
"이유가 있다고? 그냥 딸뻘에 불과한 이화영을 사수로 두고 싶지 않은 거 아니야? 한참이나 어린 애 밑에서 구르는 게 치욕스럽고 모욕적이라서 그런거잖아?"
요랑은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 이유만 있는 게 아니에요...능률적으로도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어요."
"능률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이화영은 제 이복딸임과 동시에 정적이였던 사이예요......서로 간에 개인적인 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이죠. 그런 그녀와 저를 한곳에 묶어놓는다면 기싸움을 비롯한 감정적인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일에 대한 능률은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차라리 떼어놓는 편이 능률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보이게 될거예요.."
당진설은 차분한 어조로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이화영을 사수로 두면 안될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능률을 따졌는지 궁금하네."
요랑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수 변경을 위해
이런저런 핑계를 갖다붙이는
당진설의 말이 꽤나 어이없게 들린 까닭이었다.
"재경각에 들어온 이상, 능률을 중시해야하지 않겠어요?"
"참일꾼 납셨군."
요랑은 비아냥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수 변경을 해주진 않을 거야."
"어..어째서죠!?"
"재경각은 네 편의 봐주는 곳이 아니니까."
"편의가 아니라...능률을 위해서.."
"입에 침이나 발라. 이화영에게 무시당하는 게 자존심 상해서 그러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
요랑은 차가운 어투로 말을 이었다.
"그 아이는 저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요! 별 같잖은 꼬투리를 잡으며 깎아내리려고 하고 기싸움을 벌이려고 든단 말이에요!"
"네가 잘못을 했으니까 혼낸거겠지. 이화영이 널 아무리 싫어해도 없는 이유를 만들어서 혼낼 애는 아니야."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인성 교육을 통해 효율 중시적인 인간으로 거듭난 이화영이었다.
그런 그녀가 마음에 안든다고 한들
없는 이유를 만들어 꼬투리 잡는
비효율적인 행동을 할 리 없는 것이다.
"애초에 오늘 있던 기싸움도 원인을 따지고보자면 네가 서류양식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벌어진 거잖아?"
"......이..화영에게 전해들은 건가요?....그렇다면...분명 제 좋을대로 말한 게 분명.."
"내가 직접 들은 거야."
".......네에?!"
"재경각에 내 귀가 닿지 않는 곳이 있을 것 같아?"
요랑은 거만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수십 장 너머에 잎사귀 흔들리는 소리마저 들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청력을 가진 그녀였다.
재경각 내에 벌어진 두 여인들의 싸움을 모를 리 없는 것이다.
"....직접 들어보니까. 네가 잘못했더만, 왜 지키라는 양식은 안지키고 네 멋대로 해? 재경각 일이 장난같아?
"..............그게 더 효율적인 양식이니까....전 그게..맞는다고 판단....."
"판단하지마, 누가 네 멋대로 판단하래? 넌 그냥 맡긴 일만 제대로 하면 되는거야."
요랑은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내뱉었다.
신입이 하는 뻔하디 뻔한 실수였다.
의욕에 앞서 멋대로 판단하고
멋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
본인 딴에는 열심히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발로였겠지만
조직에서 있어선
용납할 수 없는 폐급 행위 중 하나였다.
제 잘난 맛에 취해
체계조차 제대로 따르지 않다니
어찌 그런 짓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생각하지마, 판단하지마, 그냥 위에서 내려온 그대로 받아들여. 그게 바로 신입 각원의 본분이다. 무언가 제안하고 싶어도 참아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져도 참아, 불합리하다고 느껴져도 참아. 그게 조직 생활이다."
요랑은 단호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을 내뱉었다.
부들 부들 부들
그 말을 들은 당진설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조직 최하위 계층으로서의
불합리함이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할 말은 끝났어. 이제 나가."
요랑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털썩
그때 갑자기 당진설이 무릎을 꿇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사수를 변경해주세요....그 아이 밑에선..도저히..도저히 일할 수 없을 것 같아요오...부탁드릴게요."
당진설은 무릎을 꿇은 채 간곡히 애원하였다.
더 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작은 자존심을 포기해버린 것이다.
"네가 무릎을 꿇는다해도 내 대답은 변함없어."
하지만 그런 의지에도 요랑은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나가."
한결같이 거절을 표한 것이다.
'사갈 같은 년.'
으드드득
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당진설은 이를 으드득 갈기 시작하였다.
무릎을 꿇었음에도 불구하고
타협따윈 전혀 없는 요랑의 태도에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자존심까지 죽여가며 이렇게 부탁하는데
한 번 들어줄 법도 하지 않은가
스르르륵
"이만...가보겠습니다."
이내 몸을 일으켜세운 당진설은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건네었다.
타협의 의사따윈 전혀 없는 재경각주였다.
더 있어봤자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가봐, 화영이랑 잘 지내보고. 미우나고우나 앞으로 평생 함께할 사수인데, 사이가 틀어지면 쓰겠어?"
요랑은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명백히 조롱기 다분한 어투였다.
".......노력해보겠습니다."
당진설은 똥씹은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휘익
그리고는 곧바로 몸울 돌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끼이이익
쾅
이내 경첩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집무실 내에는 요랑만이 남게 되었다.
"....이대로 포기할 것 같진 않은데..."
요랑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하였다.
눈빛을 보니 이대로 마냥 손놓고 포기할 것 같진 않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체념 대신 지독한 독심이 가득 차 있던 까닭이었다.
'무슨 짓을 하려나?'
요랑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 독사 모양 장난감이 무슨 짓을 벌일 지
벌써부터 깊은 흥미가 돋아난 까닭이었다.
'참 재밌어.'
요랑은 생각하였다.
요즘 재경각 생활이 참으로 재밌다고 말이다.
**********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당진설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자존심마저 내팽긴 채로
무릎마저 꿇었건만
무엇 하나 이뤄진 게 없었다.
그냥 자존심만 구기고 끝난 것이다.
어찌 부아가 차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내가 미워도 이렇게까지 숙였으면 들어줄 법도 하잖아?'
그녀는 생각하였다.
재경각주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인가
'.......이화영과 잘지내보라고? 너 같으면 잘 지낼 수 있겠어? 이미 한바탕 전쟁을 치른 와중에?'
이화영과 잘지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이화영과 자신은
서로 간의 냉전 상태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서로의 가족을 들먹이며
모욕과 치욕을 선사한 전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그녀와 잘지내볼 수 있다는 말인가
'무리야, 차라리 다시 태어나는 게 빠를거야.'
당진설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그 핏덩이 같은 계집과 잘지내는 것보단
다시 태어나는 게 더욱더 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어떻게든 그년을 배제시켜야.....'
그녀는 굳게 다짐하였다.
어떻게든 이화영을 배제시키고 말겠다고
자신의 안락한 재경각 생활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지만 마땅한 방도가 떠올려지지 않았다.
재경각주의 태도는 강경하였고
당서윤 또한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통쾌하다고 느낄지도 몰랐다.
자신은 엄연히 당가를 전복시키려고 한 대역죄인 신분이였으니 말이다.
'재경각주도 안되고 당서윤도 안된다면.........'
당진설의 눈빛이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더 높은 사람한테 부탁하는 수밖에!'
그녀의 눈빛이 빛이 나기 시작하였다.
희망이라는 감정이 가득히 담겨진 채로 말이다.
***********
터덜 터덜 터덜
선우는 힘겹게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한계에 다다를 정도의 극심한 훈련에
전신이 너덜너덜해진 까닭이었다.
팔다리는 물론 몸 전체에 힘이 없었다.
걸음이 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아아...요즘..따라.....굴리는 강도가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선우는 의아함이 들었다.
요즘 따라 운설의 훈련 방식이
무척이나 거칠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똑부러지고 효율적으로 가르치던
처음과는 달리
지금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극심한 강도로 굴리고 또 굴리는 것이다.
의아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찌 훈련 방식이 한순간에 탈바꿈이 된다는 말인가
'뭐지....내가 뭔가 잘못이라도 했나?'
선우는 걸음을 옮기며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자신도 모르는 새 운설의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엔 잘못 따윈 전혀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에이...모르겠다..'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붕붕 흔들었다.
더 생각해봤자 골치만 아픈 일이었다.
안그래도 몸도 피로한데
정신마저 피로하게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일단...쉬자...푹 쉬고 다음에 생각하자.'
터벅 터벅 터벅
선우는 걸음걸이를 좀더 빠르게 옮기기 시작하였다.
부드러운 침실이 마련된 숙소에 닿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내 멀지 않은 곳에
숙소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응?'
그리고 숙소를 확인한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숙소 앞에 누군가 서성이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에 선우는 더욱더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서성이는 이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는 볼 수 있었다.
짙은 화장과 노출이 가미된 옷을 입은 채 전각 앞을 서성이고 있는
표독스러운 인상의 귀부인
당진설의 모습을 말이다.
"어머, 오셨어요?"
선우를 발견한 당진설은 환하게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네가 어떻게?"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별안간 약속도 없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어떻게긴요, 보고 싶어서 왔죠."
와락
이내 당진설은 코앞까지 다가온 선우의 품에 안겨들었다.
무척이나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그리고 선우는 그런 당진설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당진설의 등장이 여전히 의아한듯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