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041화 (1,042/1,419)

EP.1041 1042. 홧병

쓰윽 쓰윽 쓰윽 쓰윽

당진설은 화선지 위로 거침없이 붓질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말이다.

쓰윽 쓰윽 쓰윽 쓰윽

그렇게 얼마나 붓질을 이어갔을까

꾸우우욱

이내 당진설은 화선지 위에 방점을 찍어누르기 시작하였다.

붓질을 종결시키겠다는 의미를 담아서 말이다.

"벌써 끝마치셨어요?"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화영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떼었다.

예상보다 빠른 마무리에 놀란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내 수준에는 한참이나 미달된 문제들 뿐이더구나."

당진설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천하의 재녀라고 불리우던 자신이었다.

이런 자신에게 기초적인 계산식따윈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미달인지, 아니면 딱 맞는 수준인지는 채점을 해야 알지 않겠어요? 제가 보기엔 정답률이 그리 높을 것 같진 않은데요?"

이화영은 코웃음을 치며 도발적인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검산할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빠르게 풀어낸 계산식이었다.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미를 닮아서 그런지 의심이 참으로 많구나."

당진설은 가소롭다는듯한 어조로 어미를 들먹이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하였다.

산전수전 다겪은 그녀에게 이화영의 풋내는 도발따윈 그저 우스울 뿐인 까닭이었다.

"흥."

이화영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는 채점용 깃촉을 들어올렸다.

서걱 서걱 서걱

그다음 당진설이 풀어낸 계산식을 곧바로 채점을 하기 시작하였다.

한쪽에 놓여져있는 답지와 비교를 하면서도 말이다.

서걱 서걱 서걱

그렇게 얼마나 채점을 하였을까

이내 계산식에는 수많은 원들이

가득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기입한 답들이 모두가 정답이였던 것이다.

"................."

괜히 할 말이 없어졌다.

하나쯤은 실수할 줄 알았건만

모조리 정답을 맞춰버린 것이다.

"말이 없어졌구나."

당진설은 조롱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콧방귀를 뀌던 이화영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줬다고 생각하니

상당한 통쾌함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핏덩이 같은 게 어딜!'

당진설은 코웃음을 쳤다.

핏덩이나 다름없는 계집이

기어오르는 꼴을 보니 절로 코웃음이 터져나온 까닭이었다.

"워낙 나이가 많아 머리가 굳은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봐요?"

이내 이화영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나이를 들먹이며 그녀의 속을 긁기 시작하였다.

주도권을 잡을 기싸움을 이어갈 심산인 것이다.

"내가 아무리 나이가 들어 머리가 굳어도 너보다 못할 것 같진 않구나."

당진설은 그런 이화영의 말을 무척이나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기싸움을 이어가려는 의도가 너무나 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께선 무척이나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만과 자만이 가득한 사람인줄 알겠어요 "

이화영은 실실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고 있었다.

비야낭거려는 의도가 명백한 것이었다.

"근거있는 자신이란다. 설아 외엔 이름조차 제대로 날리지 못한 너희랑은 달리, 이 어미는 과거 지모로 무림에 큰 명성을 날린 전력이 있단다. 그런 내가 나이를 먹는다한들 너보다 못할 리 만무하지 않겠니?"

당진설의 어투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독설에 가까웠다.

자신을 한없이 높이고 이화영을 한없이 깎아내리는

이기적인 독설 말이다.

으드드득

그 말을 들은 이화영은 이를 으드득 갈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모욕에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하지만 뭐라 반박할 수는 없었다.

그녀 말처럼

천봉天鳳이라는 명성을 거머쥔 이예설과 달리

자신을 비롯한 다른 자매들은 별다른 명성을 날리진 못하였다.

자매들 모두 후기지수 전체를 놓고보자면

무척이나 뛰어난 축에 들겠지만

이예설이라는 커다란 그늘이 그런 뛰어남을 완전히 가려버린 까닭이었다.

그렇기에 당진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후기지수 시절

당진설은 제갈주경과 함께 지모로 이름을 날린 전력이 있으니 말이다.

".......표정을 보니 새삼 어미의 높은 수준을 깨달은듯 하구나. "

당진설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런 반박조차 못한 채 부들거리는

이화영의 모습이 가소로워보이면서

우스워보이기까지 하였다.

주제도 모르고 나선주제에

본전조차 찾지 못하는 모습이

어찌 우습지 않겠는가

"그럼 이제 어미의 수준에 맡는 일을 주지 않겠니? 시험은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으니."

당진설은 한층 더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좋아요. 기초는 아예 없진 않은듯 하니...곧바로 업무 인계를 하도록 하죠."

이화영은 마뜩치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뭐라 꼬투리를 잡고 싶었지만

잡을 만한 건수따윈 없었다.

그 우수한 실력을 완벽히 검증한 까닭이었다.

"훗"

당진설은 꽤나 흡족한 웃음을 흘렸다.

초반의 기싸움에서 완전한 우위를 가져갔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마 이제는 이화영은 자신을 대할 때 한층 더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삐딱선을 탔다간 된통당할 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니 말이다.

'상황이 최악이라면 극복하면 될 일이다.'

당진설은 눈을 빛냈다.

상황은 최악이였지만

그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극복하고 말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아득바득 기어올라.....내가 얼마나 유능한 지 증명해주지.'

당진설의 눈빛에는 의욕이 가득차기 시작하였다.

****************

쓰윽 쓰윽 쓰윽 쓰윽

당진설은 거침없이 붓을 놀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처음부터 답따윈 알고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붓을 놀렸을까

꾸우욱

이내 당진설은 방점을 찍기 시작하였다.

마치 제 할 일을 다끝낸 것처럼 말이다.

"이것 좀 확인해주겠니?"

당진설은 빼곡히 글이 쓰여있는 화선지를 들어올리며 입을 떼었다.

"그래요?"

이화영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줘보세요."

휘익

그리고 그녀가 내민 화선지를 그대로 집어들었다.

그다음 빠르게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리면서 말이다.

'훗, 완벽할테지.'

그 모습을 지켜본 당진설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간 수많은 보고서를 검토하며 진행했던 경력을 갖춘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업무 보고서 작성따윈 너무나 손쉬운 일인 것이다.

'자아, 어서 감탄하려무나....'

당진설은 기대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기다렸다.

저 싸가지없는 이화영이

자신의 완벽한 보고서를 보고 경악을 하기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내 이화영은 서류를 그대로 책상 위에 그대로 올려놓았다.

보고서를 전부 봤다는 신호였다.

그 신호를 알아차린 당진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화영을 응시하였다

예정된 찬사를 듣기 위해서 말이다.

"엉망이예요."

"뭐.?"

하지만 이화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의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찬사 대신 엉망이라는 비난을 내뱉은 것이다.

"대체 이 듣도 보도 못한 양식은 뭐죠? 제가 이렇게 가르쳤나요? "

톡 톡 톡

이화영은 당진설이 제출 한 보고서를 손가락으로 톡 톡 건들며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차가운 어투로 말이다.

"그저 기존보다 좀더 효율적인 양식을 사용한 것 뿐이란다."

당진설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녀의 지적이 마뜩치 않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비효율적이고 결점투성이인

재경각의 양식대신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자신만의 양식을 사용한 게 대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누가 그걸 허락했죠? 전 허락한 기억이 없는데요?"

이화영은 마치 북풍한설처럼 차갑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기존의 양식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된 보고서를 작성하다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찌 조직사회에서 저런 분란을 만들어낸다는 말인가

"재경각의 운영 철칙은 효율이 아니였니? 난 가장 효율적으로 업무 보고서를 작성한 것 뿐이란다.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이 어미는 모르겠구나."

당진설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이화영의 타박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직에는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체계가 있는 법이에요. 그리고 공통된 보고서 양식을 사용하는 건 필수적으로 지켜져야할 기본적인 체계이기도 하죠."

"그럼 나보고 그 비효율적이고 고루하기 그지없는 체계에 순응하라는 말이니?"

당진설은 눈살을 찌푸린 채 되물었다.

"당연하죠."

이화영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어머니께선 정식적인 공문을 통해 재경각에 배속된 입장이에요. 재경각의 소속된 정식 각원이라는 뜻이죠. 그런 분이 체계에 순응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요?"

"재경각의 운영 철학보다 그 체계가 우선이라는 소리니?"

"체계라는 건 조직을 이루는 뼈대와 같아요. 때문에 한 번 무너져내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야기기 마련이죠."

이화영은 똑부러지는 목소리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운영 철학보다 우선시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말이에요."

"납득할 수 없구나."

"어머니의 납득따위는 중요치 않아요. 납득이 되든 안되든 순응을 하셔야할테니까요."

이화영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납득하지 않는다면 순응치 않겠다."

"지금 불복하겠다는 건가요?"

이화영의 눈빛이 한층 더 싸늘해지기 시작하였다.

상명하복 또한

공통된 보고서 양식처럼

조직의 운영을 위해

지켜져야할 기본적인 체계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런 체계에 불복하겠다니

어찌 싸늘함을 내보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불복이 아니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요구할 뿐이지."

당진설은 지지않겠다는듯 이화영을 쏘아보기 시작하였다.

"세간에선 그걸 불복이라고 부른답니다. 어머님. 어휘능력이 생각보다 많이 부족한듯 싶네요. 나이가 들면서 뇌가 굳어진 걸까요?"

"너야말로 답답한 말을 하는구나, 정당한 요구와 무조건적인 반항을 구별 못하는 걸보니 말이야. 네 어미, 모용란이 그리 무식하게 가르치더냐?"

두 여인 사이에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말이 오고갔다.

분위기만 보면

둘 중 하나는 죽어나갈 것 같은 살벌함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친모를 들먹이다니......못 배워먹은 건 당 부인...당신이 아닐까요?"

이화영은 어머니라는 호칭마저 던져버렸다.

악독한 당진설에게 어머니라는 호칭은 과분하기 그지없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어머니에게 못하는 말이 없구나, 이 핏덩이 같은 년아."

"피 한 방울 안섞였는데 그걸 어머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네년은 인의예지라는 도리가 없는듯 하구나."

"푸훕...당신이 그런 말을 하니까 우습네요. 누구보다 악독하고 교활한 당신이 말이에요."

이화영은 웃음을 터트리며 반박을 하였다.

"밖이었다면 말 한 번 제대로 못 걸어볼 년이, 사수로 임명됐다고 뭐라고 된 것처럼 구는구나."

"가정하는 버릇은 나쁜 거예요. 보통 현실 도피하고 싶은 모자란 년들이 하는 생각이거든요."

이화영은 조롱기 가득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밖이었다면 이란 가정은 뭣하러 한다는 말인가

이곳은 밖이 아닌 재경각이고

자신은 엄연히 사수라는 직급을 가지고 있는

상사인 것을

"싸가지 없는년."

으드드득

그녀의 조롱기 어린 말에 당진설을 이를 강하게 갈았다.

한마디를 안지고

속을 제대로 긁어버리는 그녀의 말에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어쩜 이리도 싸가지가 없을 수 있다는 말인가

"당부인께선 싸가지가 많은 줄 아시나봐요?"

이화영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내뱉었다.

".....정녕 네가 선을 넘는구나."

스으으으윽

당진설은 진득한 살기를 흩뿌리기 시작하였다.

살의가 치솟은 까닭이었다.

"으으윽.."

그 살기에 노출된 이화영은 신음성을 내질렀다.

그녀의 살의가 전신을 완전히 휘감아버린 까닭이었다.

".......주제도 모르고 까불다니...... 목숨이 여벌이라도 되는 것이더냐?"

"흐으윽...으윽...그건...당 부인도,..마찬가지..으윽,..아닌가요?"

이화영은 살기에 노출된 순간조차 아득바득 대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뭐라?"

"이...이곳이..어디인지....누가...상주하고 있는지...잊으신건가요?"

이화영은 떨리는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순간 당진설의 살기가 그대로 흩어져버렸다.

살의로 인해 까맣게 잊고 있던

존재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하아...하아...하아.."

살의가 흩어지자 이화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진득한 살의가 숨통조차 막아버린 까닭이었다.

"하아....하아.....하아...갑자기..하아..겁이라도 먹으셨나봐요?"

이화영은 살의를 흩어버린 당진설을 바라보며 물었다.

조롱기 가득한 어조로 말이다.

".............닥쳐."

"제가 틀린 말을 한거라면 반박을 하셔도 돼요. 당부인."

"..............닥쳐!"

당진설은 닥치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이화영의 말 중 틀린 말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푸훕...푸후후후후후......우습네요...그 독하디 독한 당부인께서 이리도 순한 양이 되다니 말이에요."

이화영은 크게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백년 묵은 독사와 같던 당진설이

순한 양이 된 모습이 너무나 우습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으드드드득

으드드드득

그 웃음소리에 당진설은 이를 강하게 갈기 시작하였다.

한참이나 어린 핏덩이 같은 년의

조롱과 비웃음에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치욕스러움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찌이이이익

찌이이이익

그때 이화영이 당진설의 보고서를 집더니 그대로 반으로 찢어버리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거침없이 말이다.

"이 보고서는 폐기예요. 재경각 양식에 맞게 다시 쓰도록 하세요. 만약 이번에도 멋대로 군다면 재경각주께 보고드리겠어요."

그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

당진설은 차마 반발치 못하였다.

이화영이라는 핏덩이는 우스웠지만

그녀가 언급한 재경각주라는 존재는 너무 무섭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대답이 없네요. 당 부인."

".....알겠다."

당진설은 개미가 기어가는듯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뭐라구요? 너무 작아서 안들리는데요?"

이화영은 귓가에 손을 가져다댄 뒤 과장된 동작을 취한 채 되물었다.

어떻게보든 조롱기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네 년 말대로 하겠다고!"

당진설은 발악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그럼 믿어볼게요. 당부인."

그 고함 소리에 이화영은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바깥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용건따윈 없다는듯이 말이다.

으드득 으드드득

당진설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모욕감과 수치심 그리고 분노가

혼합되어 그녀에게 불쾌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선사한 까닭이었다.

'어떻게든...어떻게든.....벗어나야해.'

이내 당진설은 굳게 다짐하였다.

어떻게든 이 지독한 악몽에서 벗어나고 말겠다고 말이다.

이러다간 홧병이 나

제명에 죽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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