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039화 (1,040/1,419)

EP.1039 1040. 절대로 꼬셔지지 않을테니까!

"이제 충분하니까.... 그만해요."

운설은 능금처럼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입을 떼었다.

미사여구로 점칠된 찬사에 가까운 칭찬에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치촛은 까닭이었다.

"부끄럽기라도 하신 겁니까?"

그 모습에 선우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꽤나 재밌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네에, 완전 부끄러워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요."

운설은 부끄러운 속내를 드러내었다.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은 분인 줄은 몰랐군요."

선우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 과장된 칭찬을 받는다면 누구나 똑같이 반응했을 거예요."

"딱히 과장한 건 아닙니다. 느낀 그대로의 사실을 말한 것 뿐이니까요."

선우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딱히 과장을 한 건 아니었다.

미사여구로 점칠되어있긴 하였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틀린 말따윈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웠고

호탕하였으며

배려심이 가득하였고

의義를 위해서라면 망설임없이

나설 수 있는 뜨거움을 가진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화아아악

선우의 말을 들은 운설은 다시금 얼굴을 붉히기 시작하였다.

민망함이 절로 치솟은 까닭이었다.

무슨 저런 낯간지러운 말을

저리도 태연히 내뱉는단 말인가

"....전부 이런식이였나요?

운설은 얼굴을 붉힌 채 입을 떼었다.

"네에?"

"여자를 꼬실 때 항상 이런 식이였냐구요."

운설은 샐쭉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아...아닙니다."

선우는 손사래치며 부정을 하였다.

"아니긴요, 말본새를 보니까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은데..."

운설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내뱉는 것조차 낯간지러운 말을

능수능란하게 내뱉으며

낯짝 두껍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신마저

뒤흔들어버렸다.

이골이나 선수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아무래도 선배님은 저에 대한 믿음이 없는듯하군요."

"부인만 열손가락이 넘는 후배님을 어찌 믿겠어요?"

"............."

선우는 입을 다물었다.

저리 말하니 할 말이 없었다.

부인이 열 손가락을 다써도

헤아릴 수 없는 건 엄연한 사실인 까닭이었다.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절 꼬실 생각은 안하는 게 좋을 거예요."

운설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제가 선배님을요?"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꼬실 생각따윈 추호도 없었다.

매력적인 그녀에게 어느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긴 하였지만

애정과는 별개의 호감인 까닭이었다.

"저는 머지않아 등선하여 선계에 도달할 몸이에요. 현계에 묶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운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오직 신선이 되기 위해

친족들, 사형제들은 물론 인생마저

등한시한 채 무공에 매달린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등선이 머지 않은 상황에서

선우의 호의를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호의를 받아들이는 순간

현계에 묶이게 되는 건 자명한 사실이였을테니 말이다

"단단히 착각하시는 모양이신데, 저는 선배님을 꼬실 생각이 없습니다."

선우는 나름의 항변을 하기 시작하였다.

뭔가 억울함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지금은 꼬실 생각이 없어도 나중은 모를 일이 아닌가요? 그러니 미리 말해두는 거예요. 혹시라도 제 외모에 반해 호의를 품고 고백했다간 큰 호통을 들을 거예요."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선우는 꽤나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럼 다행이구요."

선우의 단호한 대답에 운설은 수긍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대로 선을 그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

"............."

이내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누가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전 이만 먼저 가보도록할게요."

이내 운설의 한 마디가 어색한 침묵을 깨뜨렸다.

"벌써 말입니까?"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후배님이랑 말을 더 섞었다간 임신을 할 것 같아서요."

"말좀 섞는다고 임신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혹시 모를 일이죠. 후배님의 호색함이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운설은 태연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전 이만 가볼게요. 후배님은 남아서 더 수련하도록 하세요."

말을 마친 운설은 몸을 돌렸다.

연무장의 입구쪽을 향해서 말이다.

"저 혼자 말입니까?"

"깨달음을 주었으니.....이제 제 것으로 만드는 시간도 필요한 법이죠."

운설은 바깥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축지를 썼던 감각, 잊지말고 몇 번이고 상기하도록 하세요. 잊어버렸다고 다시 해달라고 하면 쥐어박힐 줄 알아요."

어느새 입구 코앞까지 도달한 운설은 선우를 돌아보더니 이내 조그만 주먹을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가벼이 흔들기 시작하였다.

위협적이라는 느낌보단

귀엽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모습이었다.

말을 마친 운설은 그대로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연무장에는 선우 혼자만이 달랑 자리를 지키고 남아있을 뿐이었다.

'내가 그렇게 호색하게 보이나?'

혼자 남게 된 선우는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정녕 그렇게 호색해보이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긁적 긁적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이다.

**************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연무장 밖으로 나온 운설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연무장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는듯이 말이다.

'진짜....위험했어.'

연신 빠르게 걸음을 옮기던 운설은 생각하였다.

위험할 뿐 했다고 말이다.

'설마...부동심이...흔들릴 줄이야.'

쏟아지는 찬사에 가까운 칭찬에

언제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던 부동심이 흔들린 것이다.

'......화화공자도 아닌 인간이.....무슨 말을 저리도 달콤하게 해?'

운설은 괜스레 선우를 탓하였다.

여자를 전문적으로 꼬시는

화화공자만큼이나 달콤한 언변을 가지고 있는

그를 말이다.

'음양마 선배의 말이 이해가 가는구나.'

이해가 갔다.

자신의 제자에게 호의를 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음양마의 말이 말이다.

무의식적인지

의식적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여인으로 하여금 호의를 품게 만드는 달콤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오욕칠정을 어느정도 극복했다고 자부하는 자신조차 흔들어버릴 정도로 달콤하기 그지없는 재주를 말이다.

'조심해야겠어.'

운설은 속으로 굳게 다짐하였다.

저 능구렁이같은 후배에게 결코 넘어가지 않겠다고 말이다.

등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인간의 감정에

발목을 붙잡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절대 꼬셔지지 않을테니까!'

운설의 눈빛이 굳은 의지로 빛나기 시작하였다.

********

재경각

"자아, 모두들 주목! 하던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주목하도록 하게나! 중대 발표가 있으니!"

재경각의 부각주, 당감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일에 몰두하고 있던 재경각원들이 하나둘 시선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넋이 나간 강시와 같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모두 바쁠테니 용건만 간단히 전달하도록 하겠네. 상부쪽에서 전에 약속했던 사안을 드디어 실행해주었네."

당감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전에 약속했던 사안이라면?"

재경각원은 당혜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인력 충원일세."

당감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반짝 반짝

그리고 그 말이 내뱉어진 순간

마치 넋이 나간 강시처럼 초점없던 재경각원들의 눈빛이 쉴새없이 빛나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창백한 얼굴빛에는 화색이 돌기 시작하였다.

재경각은 만성적으로 인력이 부족인 곳이었다.

일이 워낙 고된 탓에

지원하는 족족 관두는 경우가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원들은 항상 상부에 인력 충원을 요구해왔다.

복지따윈 필요없으니

사람만 보내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그 요구조건이 수용된 것이다.

어찌 화색이 돌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두 큰 박수와 함께 환영해주길 바랍니다."

당감은 그런 각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덥석

그리고 뒤편에 있는 문고리 붙잡고는 서서히 열어젖히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이익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이내 문이 열리고 한 명의 아름다운 귀부인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표독스러움과 우아함을 겸비한 귀부인이 말이다.

"반갑습니다. 당진설이라고 합니다."

재경각 내부로 들어온 당진설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대로 인사를 건네었다.

무척이나 도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마주한 재경각원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아니 대체 저 여자가 왜 저기서 나온단 말인가

"오늘부로 재경각에 배속되게 되었습니다. 비록 여러분과 저는 넘을 수 없는 커다란 신분의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재경각에 신입으로 배속된 이상, 저 또한 한 명의 각원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당진설은 내려다보는듯한 눈빛으로 각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마치 배려해주겠다는듯한 어조로 말이다.

"아, 그리고 업무 분담은 제 수준에 맞는 것부터 주셨으면 합니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쉬운 업무에 제 명석한 머리를 사용하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인 일이니까요. 효율을 중시하는 재경각에서 그런 비효율적인 일이 일어나선 안되겠죠? 그리고 제게 도움을 요청하실 땐 간곡한 부탁 어조로 부탁드릴게요. 아무래도 신분 낮은 분들의 명령을 듣는 건 여러모로 불편해서요. 부탁을 받는 어투라면 어느정도 수용 가능할 것 같아서요."

"............."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각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열지 못하였다.

안그래도 어려운 여자가

저런 말을 하니 더더욱 어렵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넘을 수 없는 커다란 신분의 차이라니

그리고 그 커다란 신분의 격차를 생각해 명령 대신 부탁을 하라니

대체 첫 만남부터 저런 말을 내뱉은 신입 각원이 어디있다는 말인가

"여기는 신입이 왔는데, 박수도 안쳐주나봐요? 아니면 제가 반갑지 않은 건가요?"

당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내뱉었다.

선심써서 배려까지 해줬건만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감격하진 못할지언정

멍을 때린 채 침묵하고 있는 각원들의 태도가

무척이나 불편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빠아악

"아아악!"

그때 찰진 타격음과 함께 당진설의 고개가 앞으로 그대로 숙여져버렸다.

누군가 당진설의 뒤통수를 그대로 강타해버린 것이다.

"처음 왔으면 그렇게 고개부터 숙여야지. 누가 뻣뻣하게 고개 쳐들고 있으래?"

그녀의 뒤통수를 강타한 장본인, 요랑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당진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신입각원 신분으로 인사온 주제에

상전처럼 대하는 그녀의 모습이 황당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쓰윽 쓰윽

"....아으으으윽...으으윽..."

당진설은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신음성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후려쳐진 뒤통수에서 상당한 고통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리고 뭐? 크나큰 신분의 차이? 세상 천지에 첫 만남에 그딴 말부터 지껄이는 신입이 어딨어? 그리고 뭐? 부탁? 여기는 계급이랑 짬순에 따라 상명하복이 기본 원칙인 곳이야. 여기있는 각원들 모두가 네게 강제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소리지. 근데 부탁? 진짜 뒤지게 맞아볼래?"

요랑은 뾰족한 어투로 당진설은 타박하기 시작하였다.

개념없이 구는 당진설에 대한 짜증이 치민 까닭이었다.

"죄..죄송합니다."

그녀의 타박에 당진설은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죄송이고 자시고, 인사 다시해."

".....네..네엡!"

요랑의 명령에 당진설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새롭게 배속된 신입각원, 당진설입니다. 기타 업무와 잡무를 맡겨주세요..성심성의껏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진설은 힘찬 어조로 언성을 높이며 인사를 하였다.

처음에 오만하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어진 모습이었다.

"고개는 왜 안숙여?"

요랑은 고개를 뻣뻣히 들고 있는 당진설의 꼬투리를 붙잡았다.

".....아무리...그래도..고개는.."

당진설은 머뭇거리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신입의 신분으로 재경각에 들어오긴 하였지만

엄연히 자신은 당가의 직계 혈족이었다.

방계에 불과한 이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게 영 마뜩치 않는 것이다.

"강제로 해주랴?"

요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

"......잘..잘부탁드립니다."

그 눈빛에 겁을 집어먹은 당진설은 고개를 숙인 상태로 인사를 건네었다.

꾸물거리다간 또 뒤통수를 맞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 까닭이었다

"목소리가 작아."

요랑은 불만스러운 어투로 툭 내뱉었다.

"잘부탁드립니다!"

당진설은 더욱더 힘차게 언성을 높여 인사하였다.

목소리가 재경각이 전체에 울려퍼질정도로 말이다.

"자아, 박수."

당진설이 인사를 마치자 요랑은 각원들을 둘러보며 입을 떼었다.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그러자 이내 온사방에서 박수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당진설을 재경각 입각入閣을 환영하는 박수소리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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