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38 1039. 매력적인 여인.
"그 감각, 절대 잊지마세요."
운설은 당부하듯 말을 내뱉었다.
"그게 바로 축지縮地니까."
그리고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보는이를 절로 기분 좋게하는 상큼한 미소를 말이다.
"................"
그 미소를 마주한 선우는 어안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초월자의 비술을 구현시켰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은 까닭이었다.
'빨리 배운다 해도...몇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처음 운설이 축지법을 가르쳐준다고 하였을 때도
선우는 바로 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신선만이 쓸 수 있다는
초월의 비술을
단기간 안에 배울 수 있을 리 만무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이렇게 비록 운설의 도움을 받긴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초월의 비술을 직접 구현해낼 수 있던 것이다.
어찌 이런 상황을 쉽사리 믿을 수 있겠가
"믿기지 않는 표정이네요."
운설은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사실...그렇습니다...이게 꿈인지...생시인지....어안벙벙할 뿐입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긍정하였다.
"그래요?"
운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통
그리고는 가볍게 발을 튕겼다.
파앗
그러자 그녀의 신형이 순식간에
선우의 코앞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축지의 비술을 사용한 것이다.
"?!"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코앞까지 접근한 운설의 얼굴이 시야를 가득히 메운 까닭이었다.
"그럼 꿈인지 아닌지 확인시켜드릴까요?"
운설은 심유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선우를 눈빛을 마주하며 입을 떼었다.
"..........어떻게?"
선우는 얼굴을 슬며시 붉히며 되물었다.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니
괜스레 부끄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간단해요."
운설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덥석
그리고 천천히 양손을 뻗어 선우의 뺨을 가벼이 올려놓더니 그대로 붙잡아버렸다.
"서...선배님?!"
순간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흡사 입을 맞추려는듯한
행동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갑자기 양뺨을 왜 붙잡는단 말인가
"피하지마세요, 후배님....만약 피하게 된다면......저도 부끄러울 것 같으니까.."
운설은 그윽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진심이란 사실을 말이다.
'이렇게 갑자기!?'
선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떠한 전조도 없이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본디 입맞춤이란
서양에선 가벼운 인사일지 몰라도
동양권 문화에선 마냥 가벼운 인사가 아니었다.
가족 혹은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아니라면
결코 행할 수 없는 애정의 표시인 것이다.
그런 애정의 표시를
아무런 전조도 없이
어찌 행하려고 든다는 말인가
'설마.....선배님은.......나를 좋아했던건가?...하지만..티가..안났는데?.......그간 잘 숨겨왔던 건가?.....어디가 좋은 거지?....물론 내가 잘나긴 했지만...도사마저 반할 정도였던가?'
수많은 의문들이 떠오르면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기 시작하였다.
꽈아아악
그때 뺨을 잡은 운설이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안돼........거절해야해...나한테는..이미..수많은...부인들이...., 근데 이미 많으니까 한 명쯤 더 추가된다고 티가 나진 않지 않을까?.....안돼...부인이라니.....서윤이가 날 죽일거야, 근데..난 금강불괴에 만독불침이잖아? 안죽지 않을까?.....'
선우는 격렬한 내적갈등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그녀의 애정표현을 받아들여야할지
아니면 거절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운설은 도사긴 하지만 염연히 중원의 여인이었다.
입을 맞춘다는 행위를 보통 각오로 할 리가 없었다.
자신과 혼인까지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한 것이다.
그렇기에 신중한 선택을 해야했다.
자신의 선택 여하에 따라
그녀의 운명 또한 결정될테니 말이다.
'.....그래...거절하자.....이건 거절해야해..'
선우는 이내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곧바로 눈을 부릅뜬 채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거절하기 위해서 말이다.
".............."
하지만 그녀의 청명하기 그지없는 눈을 마주한 순간
선우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치 호수처럼 맑고 청명한 운설의 눈빛에
시선을 완전히 뻬앗겨버린 까닭이었다.
스으으윽
그때 운설의 얼굴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두근 두근 두근
선우는 심장이 쉴새없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붉은 입술이 유난히 부각되어
시야에 들어온 까닭이었다.
이내 그녀의 얼굴이 코끝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오게 되었다.
'당..당한다!'
그 순간 선우의 얼굴은 더욱더 붉게 물들여지기 시작하였다.
얼마지나지 않아 운설의 고운 입술과 맞닿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뚝
하지만 그 예측은 절묘히 빗나가버렸다.
운설이 숨결이 닿을 정도의 지근거리에서
움직임을 멈춰세웠기 때문이었다.
"입 맞출 줄 알았어요?"
운설은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을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네에?"
선우는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콩
그때 운설의 이마가 선우의 이마를 가벼이 두드렸다.
"장난이라는 소리예요."
이내 이마를 떼어낸 운설은 헤실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그 반응을 본 선우는 알 수 있었다.
운설의 장난에
북치고 장구치며
김칫국을 한 바가지 들이켰다는 사실을 말이다.
"기대 많이 했나봐요? 얼굴까지 붉힌 걸 보니 말이에요."
운설은 그런 선우를 귀엽다는듯이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화아아아악
그 미소를 마주한 선우는 얼굴을 잔뜩 붉혔다.
민망함과 부끄러움이 절로 치솟은 까닭이었다.
***********
"화났어요?"
"안났습니다."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표정을 보니까 화난 것 같은데요?"
"안났습니다."
"화풀어요, 너무 어안벙벙하길래,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약간의 장난을 가미했는데...설마 그런 반응를 할 줄은.."
운설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의 입맞춤에 반응 하던 선우의 귀여운 모습이 머릿속에 그대로 떠올려진 까닭이었다.
".......대체 무슨 반응을 예상하신 겁니까?"
"저야, 금방 밀칠 줄 알았죠, 설마 얼굴을 붉히고 입맞춤을 기다리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후배님은 생각보다 지조가 없으시네요. 부인이 그렇게나 많으면서.."
운설은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선우를 놀려먹기 시작하였다.
보통 원하지 않은 애정 표현이 생겨날 경우
거부의 의사를 표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선우는 그리 하지 않았다.
얼굴을 붉힌 채 얌전히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마치 입맞춤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어찌 놀려먹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을 하였을 뿐입니다."
"글쎄요......제가 보기엔 호색한 후배님만의 특징인 것 같은데요?"
운설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외간 여자의 입맞춤을 서슴없이 받아들이는 건
유부남으로 용납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부인만 열 손가락이 넘는 인간이라면
더더욱이 말이다.
'아오, 얄미워.'
선우는 속이 부글거리는 것을 느꼈다.
장난에 걸려 북치고 장구친 것도 민망해죽겠는데
옆에서 살살 긁어대기까지 하니
부아가 절로 치밀어오른 것이다.
'두고보자구요...선배.'
선우는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한방 먹여주지 않는다면
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라고 아무 여자한테나....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닙니다."
이내 결심을 마친 선우는 한껏 감정을 잡은 채 담담히 읊조리기 시작하였다.
호색한 자신이였지만
아무 여자한테나 껄덕대는 성미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라고
일말의 관심조차 없었다면
강제적인 스킨십을 허용할 리 없다고 말이다.
"글쎄요.....그리 신빙성이 있는 말 같진 않은데요?"
운설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의 말이 그리 신빙성 있게 들리진 않은 까닭이었다.
사랑하는 애인도 부인도 아닌
자신의 입맞춤조차 거부하지 못했던 선우였다.
그런 선우가 여자를 가린다는 말을 들으니
그리 믿음이 가진 않는 것이다.
"정말입니다. 애초에 입을 맞추려고 한 게 선배님이 아니였다면.......곧바로 밀치거나 거부를 하였을 것입니다."
선우는 단호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어머, 우리 후배님은 절 꽤나 좋게 봐주시고 있나봐요?"
운설은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자신을 꽤나 각별히 생각하고 있다는 선우의 말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 까닭이었다.
"매력적인 여인에게 호감을 품는 건 남자로서 당연한 일이지 않습니까?"
선우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재밌네요...제가 매력적이라는 말인가요?"
운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매력적이라는 말이
꽤나 기분 좋은 울림으로 다가온 까닭이었다.
"선배님은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충분히 매력적인 분이십니다. 그런데 어찌 제가 호감을 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거짓말이 아니었다.
운설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여자였다.
아름다운 외관은 말 할 것도 없었고
호탕하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성격에
배려심 가득한 성정
연상 특유의 여유로움까지 겸비한
팔방미인인 것이다.
그런 그녀를 어찌 매력적이라고 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요?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이였나요?"
운설은 궁금하다는듯 선우에게 물었다.
오랜만에 듣는 칭찬을 좀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매력적이라는 말을
좀더 어릴적에 들었다면 부끄러워하며
손사래를 쳤겠지만
운설은 백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도를 닦으며 두터워진 낯짝까지 겸비하게 된 여인이었다.
칭찬을 긁어내며 듣는 걸 오히려 즐기는 성품을 갖게 된 것이다.
'...이..이게 아닌데?'
순간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운설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보통 부끄러워하지 않나?'
본디 연상들은 적극적인 연하의 어필에 부끄러움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띄워주는 말에
과민반응을 하며 손사래를 치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데 운설은 그런 반응을 일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더 칭찬할 것은 없냐며
구체적으로 물어오기까지 한 것이다.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서 말해봐요, 어디가 어떻게 그렇게 매력적인지!"
선우가 말이 없자 운설은 그를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어서 자신의 매력을 설명하라면서 말이다.
'......이걸..뭐라고..말하지?'
그리고 선우는 고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하지만 그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도저도 아니게 끝날 바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일단 선배님은 눈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고요하면서도 청명한 눈빛을 마주할 때면 저도 모르게 호수에서 잠긴듯한 착각이 들 정도지요. 그리고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 또한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흰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볼 때면 제 마음이 절로 쿵쾅거린답니다. 그리고 대를 이어온 장인이 제련한 명검처럼 오똑하고 날카로운 콧날 또한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선배님의 콧대에 날이 세워져 있다면 베어져도 행복할 것 같더군요.'
선우는 최선을 다해 칭찬을 하기 시작하였다.
온갖 미사여구들을 들이민 채로 말이다.
"선배님의 잘익은 홍시처럼 붉은 입술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만약 선배님의 입술과 같은 홍시가 있다면 저는 천금을 치루더라도..꼭 사고 말것입니다.....선배님의 목소리는 꾀꼬리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절로 차오를 정도로 말입니다."
"..............."
그리고 운설은 그런 선우의 칭찬에 서서히 얼굴을 붉히기 시작하였다.
"선배님의 배려심이 좋습니다. 제가 이해 못하는 바가 있었을 땐 몇 번이고 다시 설명해주고 몇 번이고 시범을 보여주셨죠? 그 배려가 제겐 정말 크게 다가왔습니다. "
선우는 스스로 느꼈던 운설의 좋은 점들을 하나하나 설명해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녀를 부끄러워하게 만들 요량으로 쏟아낸 칭찬이였지만
거짓 따위는 전혀 없는것이다.
선배님의 따스한 마음씨가 좋습니다. 사천을 지키기 위해 흔쾌히 나서서 혈불과 맞서주셨죠? 그 결정과 노고는 제게 무척이나 인상적이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또....."
선우의 말을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였다.
운설이 중간에 말을 그대로 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만"
"네에?"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올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이제 충분하니까.... 그만해요."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능금처럼 얼굴을 잔뜩 붉히고 있는 운설의 모습을 말이다.
온갖 미사여구로 치창되어있는 찬양에 가까운 칭찬에
치솟은 민망함과 부끄러움이 두터운 낯짝조차 완전히 뚫어내버린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