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035화 (1,036/1,419)

EP.1035 1036. 출근은 내일부터입니다.

흉악스러운 범죄자들을 수감하고 있는 당가 최악의 감옥

금옥禁獄

그 가장 깊숙한 곳에는

감옥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호화스러운

장소가 존재하였다.

장인이 한땀한땀 정성들여 만든 최고급 침상.

간단한 화장을 할 수 있도록 구비된 경대.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커다란 욕탕.

한 켠에 마련되어있는 고급스러운 탁자.

그리고 탁자 위에 자리잡고 있는 고급스러운 다기들까지

감옥이라기보단 귀부인의 안방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흐음."

그 안방의 주인, 당진설은 찻잔을 들어올린 채로 그 향을 음미하였다.

그러자 고급스러운 용정의 향이 콧끝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꽤나 상등품이네.'

찻향을 음미한 당진설은 알 수 있었다.

이번에 들어온 차가 꽤나 상등품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씨익

당진설은 입가에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꽤나 만족스러운 대우였다.

최악의 감옥에 수감된 죄수가 받는 대우라고 하기엔 말이다.

그렇게 한창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철컥 철컥 철컥

끼이이이이익

열쇠 이음새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철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열린 문틈 사이로 한 명의 여인이 철문 안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날카로운 눈매가 매혹적인 여인

당가의 실질적인 지배자

독서시 당서윤이었다.

"여유로워 보이시네요."

안쪽으로 들어온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꽤나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서 말이야."

당진설은 찻잔을 들어올린 채 입을 떼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용정이라......확실히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고 계시군요."

당서윤은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용정이라니

귀빈에게나 내어줄만한 찻잎이였다.

대우만 놓고본다면

죄의 대가를 치르는 죄수가 아닌

휴양지에 놀러온 귀부인이라해도 과언이

"위대하신 분의 배려 덕분이지."

당진설은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아쉽게도 그 배려는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같네요."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석방인가보네."

당진설은 알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

당서윤은 침묵으로 그녀의 말에 긍정을 하였다.

"의외네, 설마 이렇게 빨리 이 못난 언니를 용서할 줄이야."

당진설은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위대한 주인에게 굴복하긴 하였지만

당가 입장에선

자신을 숨겨야할 치부이자

조심해야할 요주의 인물이었다.

그런 자신을 이렇게 쉽사리

옥에서 내보내려고 하다니

어찌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착각하지마요. 용서따윈한 적 없으니까."

당서윤은 칼같이 선을 그어버렸다.

용서따윈 한 적 없었다.

선우에게 굴복하였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저지른 극악무도한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이상한데? 용서를 안했다면서 왜 풀어주는 거지? 혹시 주인님의 명령이니?"

당진설은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용서하지 않았다면 자신을 풀어줄 이유가

하등없기 때문이다.

위대하신 주인님의 명령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니요, 죗값을 치르게 할 생각이예요."

당서윤은 단호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죗값을 치르게한다고?"

"유령 상단을 만들어 당가의 자본을 빼돌린 횡령죄, 마공서를 습득한 이후 마인들을 육성하여 개인 사병으로 부려 당가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은 물론 정파인으로서 긍지마저 저버린 죄, 당가의 가주 대리를 협박 및 납치 그리고 살인까지 시도한 살인미수죄, 재경각의 각원을 멋대로 폭행한 폭행죄, 가주의 유산을 멋대로 착복하려고 한 죄, 금지禁地로 지정된 고독관을 무단출입한 죄........."

당서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그녀의 죄를 하나하나 열거를 하기 시작하였다.

지금껏 저질렀던 모든 죄들을 일목요연하게 말이다.

"....이상 당신은 총 25개의 범죄를 저질렀어요. 이렇게 수많은 범죄를 저지른 주제에 이렇게 호의호식하며 지내는 건 너무 불합리 하지 않겠어요?"

"우리 동생에게는 관용이란 게 없는 모양이구나, 하나밖에 남지 않은 혈육인데 말이야"

당진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혈육을 죽이려고 한 당신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당서윤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한때 자신을 납치살해하려고 했던 당진설이었다.

관용이라니

우습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대인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법이란다."

당진설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반성따윈 전혀 없는 태도였다.

"제 목숨을 노린 원한조차 잊는 건 대인이 아니예요, 머저리지."

당서윤은 싸늘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반성조차 없는 당진설의 태도에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조련이 완료되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 성정까지 바뀌진 않은듯 하였다.

이렇게 뻔뻔함과 이기적인 면모가 살아있는 걸 보면 말이다.

"안타깝구나, 어여쁜 동생이 못본 새 이리도 삭막하게 변했다니 말이야."

당진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절레 절레 내저었다.

마치 사춘기의 동생을 마주한 어른스러운 언니인냥 말이다.

"저도 안타깝네요, 옥살이를 그렇게 했으면 갱생의 여지가 어느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여전한걸 보니 말이예요."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겠니?"

당진설은 매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어설픈 갱생 따윈 하지 않았다.

선우라는 위대한 지배자에게 굴복하고

한 마리 암컷으로서 살아가길 선언하긴 하였지만

그녀는 여전히 오만하였고 표독스러운 성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보다 이제 본론을 말해주렴, 날 어떻게 할 생각인지. 죗값을 치르라는 걸 보면 가만히 내버려둘 것 같진 않은데 말야."

당진설은 뱀과 같은 눈빛으로 사랑스러운 동생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말하는 걸 보면

마냥 쉽사리 놓아줄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한 것이다.

"당진설, 당신에게 노동 교화형을 내릴 생각입니다."

"노동 교화형!?"

"당신이 지금껏 저지른 죄의 대가는 그 잘난 몸뚱아리로 직접 갚도록 하세요."

당서윤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내게 일을 맡기겠다는 소리야?"

당진설은 꽤나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맞아요. 물론 무급으로요."

"허어."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우매한 동생아,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나를 용서한 거니?"

"당신를 용서하는 일 따윈 평생토록 없을 겁니다."

"그럼 나에 대한 믿음이라도 있는거니?"

"그럴리가요.""

당서윤은 코웃음을 쳤다.

당진설을 믿다니

차라리 지나가던 똥개를 믿는 게 나으리라

"그렇다면 이해가 안되구나.."

당진설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대체 뭘 믿고 내게 일을 맡긴다는 거지? 나를 용서한 것도,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제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죠."

"나를? 네가?"

당진설은 가소롭다는듯한 어조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위대한 주인, 장선우를 제외한다면 누구에게도 굽힐 생각이 없는 당진설이었다.

그런데 대체 그런 자신을 우매하기 그지없는 당서윤이 어떻게 제어한다는 말인가

"아니요, 저 말고 다른 분이요."

"선우님 밑에서 일하는 건가?"

"선우는 당신 따위에게 신경을 쏟을 시간은 없어요. 공사가 다망하거든요."

"........말을 함부로 하는구나, 우매한 동생아."

당진설은 표독스러운 시선으로 당서윤을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거룩한 주인님이

자신따위는 뒷전이란 말을 들으니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함부로 해도 될만하니까 그런 게 아니겠어요?"

당서윤은 차가운 어투로 말을 이었다.

"그이가 아니라면 날 제어할 수는 없을텐데? 알다시피 내가 성격이 나빠서.....선우님 밑이 아니라면 이래저래 사고를 칠지도 몰라."

당진설은 은근한 어조로 협박을 하기 시작하였다.

장선우의 밑이 아니라면 분란을 만들겠다고 말이다.

"사고쳐도 상관없어요. 대신 그 후환은 그대로 감당하셔야할 거예요."

"뒷후환? 형량이라도 가중되는거니?"

당진설은 가소롭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이미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선고를 받은 당진설이었다.

가중 처벌따위가 두려울 리 만무하였다.

"아니요, 만약 당신이 사고를 친다면 당신의 직속상관이 무척이나 화가 나게 될거예요."

"글쎄.....그리 무섭지가 않네."

당진설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수 개월동안 최악의 고통을 선사해준다는 작열독에 끊임없이 절여졌던 그녀였다.

얼굴도 모르는 상관의 분노따위가 무서울 리 만무하였다.

분노를 한다해도 대외적으로 당가의 직계 혈육인 자신을 건들지 못할 것이고

건든다고해도 보여주기식의 가벼운 체벌로 그칠 게 뻔하였다.

자신은 그럴만한 신분을 가진 여자니까 말이다.

"배정되는 곳이 어딘지 듣고서도 똑같이 말 할 수 있을 지 궁금하네요."

당서윤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자신만만함이 잔뜩 서려있었다.

"그리 자신만만한 걸 보면 궁금하긴 하구나, 나를 대체 어떤 곳에 배정했는 지 말이야."

당진설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잔뜩 겁을 주긴 하였지만

긴장따윈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재경각."

"뭐..뭐라구!?"

순간 당진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얼마든지 다시 말해드리죠, 당신이 배정될 장소는 재경각입니다."

그 당혹스러운 모습에 당서윤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곳에 각주가 누군지는 잊지 않았겠지요?"

그녀의 미소가 더욱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거절하겠다!"

이내 그 미소를 마주한 당진설은 언성을 높이며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결코 재경각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재경각주가 누구란 말인가

자신의 곱디 고운

머리통을 후려치며

씻을 수 없는 치욕과 수모를 안겨준

야만스러운 여자가 아니던가

그런 여자의 밑에 들어가라니

그딴 명령을 받아들일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감옥에 구속된 채 썩겠다. 그런 야만스러운 여자 밑에 들어가라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니더냐!"

당진설은 격하게 반항하기 시작하였다.

재경각주 밑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옥에서 썩는 게 백 번은 나은 선택이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무언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당신에게 선택권 따윈 없습니다, 그저 제가 내린 결정에 따를 뿐이지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가 싫다는데 네가 뭘 어떻게 강제하겠다는 거지?"

당진설은 독기 어린 눈빛으로 당서윤을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강제하려는 당서윤에 대한 적의를 내뿜기 시작한 것이다.

"선우의 명령이예요."

"주...주인님의 명령!?"

당진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모든 것이 당서윤의 독단인줄 알았건만

모든 게 거룩하고 위대하신 주인님의 명이였다니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우가 그러더군요. 당신에 대한 처우를 모두 일임하겠다고 말이에요. 제 명령이 곧 선우의 명령인 셈이죠."

당서윤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어떤가요? 이래도 거절하실 생각인가요?"

당서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물음을 던졌다.

으드드드득

그리고 그 물음에 당진설은 어금니를 강하게 갈았다.

거절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하늘 같은 주인님의 명령을 하찮은 암퇘지따위가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분하였다.

영악하게 주인님의 이름을 빌려온 당서윤의 행태에 말이다.

"아무래도 거절할 생각은 없는듯 하네요."

그 모습에 당서윤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상쾌한 미소를 말이다.

"......독사같은 년."

당진설은 이를 뿌드득 갈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칭찬 고마워요."

당서윤은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당가의 여인에게 독사라는 말은 극찬에 가까웠다.

어찌 미소짓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숙소는 적당한 곳에 마련해두었습니다. 도망칠 생각은 안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 근처에는 현경의 고수들이 즐비해있을 테니까요."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진설의 숙소는 북궁연과 옥령, 요랑과 가까운 곳에 배치해두었다.

감시를 따로 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경 고수의 기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출근은 내일부터입니다."

곧이어 당서윤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와락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당진설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출근을 하는 상상만으로도 짜증이 절로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당서윤은 그런 당진설을 보며 더욱더 진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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