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033화 (1,034/1,419)

EP.1033 1034. 우물 안의 잠룡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쾌검快劍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검은 너무나 손쉽게 막혀버렸다.

전력을 다해 강검强劍을 휘둘렀다.

막아내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의 강대한 힘으로 말이다.

그러자 이번엔 가볍게 보법을 밟아 여유로이 피해버렸다.

검에 무게를 더하여 중검重劍을 내리그었다.

그러자 검면을 후려쳐 궤도를 꺾어버렸다.

변화무쌍한 변검變劍으로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강격强擊으로 변화의 흐름을 그대로 끊어버렸다.

그 후에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휘둘렀다.

어떻게든 그녀에게 닿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수많은 검을 다양한 방식으로

내지르고 베고 휘둘렀지만

닿을 수 없었다.

모두 막아내고

피해내고

흘려내버린 것이다.

빠른 검속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쾌검快劍도

검조차 부숴버릴 정도로 강대한 강검强劍도

검에 무거움을 더한 중검重劍도

변화무쌍한 변검變劍도

전부 말이다.

'어떻게 해야..어떻게 해야 닿을 수 있지..어떻게 해야..!'

선우는 고심하였다.

운설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지금 이대로는 그녀에게 닿는 게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나중을...노려야 하나?'

하지만 이내 선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훗날을 기약한다면 분명 닿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녀가 내려주는 가르침은

자신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켜줄테니까

'하지만...나중은 싫어...지금..지금 당장 닿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운설의 가르침이 아닌 스스로의 깨달음만으로

그녀에게 닿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지...어떻게..나는 어떻게..'

고심이 깊어졌다.

쾌검快劍도 강검强劍도 중검重劍도 변검變劍도

통하지 않았다.

어떤 검이든

완벽히 방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고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검도 통하지 않는 그녀에게

어떻게하면 닿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고심을 하였을까

순간 선우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이기 시작하였다.

말도 안되지만

불가능한 일이지만

할 수만 있다면

닿을 수 있는

아니 어쩌면 그녀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묘안이 떠오른 것이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성공보다 실패를 먼저 생각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였다.

'......아니...해야해....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선...불가능에 도전해야해!'

꽈아아악

결심을 마친 선우는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늘어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다음 모든 정신을 늘어뜨린 검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검一劍을 내지르기 위해서 말이다.

'무슨...생각인 건가요..후배님.'

그 모습을 본 운설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검을 늘어뜨린 순간

연무장의 공기가 바뀌었고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더불어 께름칙함마저 전신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절로 긴장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공을 점한다.'

운설은 강하게 검을 움켜쥐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면으로 받아낸다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까닭이었다.

타타탁

이내 운설의 신형이 빛살처럼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신법들 중에서도 극상위에 위치에 있다고

전해지는 곤륜의 절기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선우를 향해 쏘아지던 운설은 빠르게 검을 내질렀다.

쏘아지는 속도와 내지르는 속도를

합치시켜 최상의 쾌검快劍을 선보인 것이다.

쇄애애애애애애애액

선우는 날아드는 운설의 검을 차분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이어 늘어뜨린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그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쾌검快劍을 말이다.

'같은 쾌검이라면 안져!'

그 모습을 본 운설은 눈을 빛냈다.

쾌검과 쾌검의 대결이라면

자신이 질리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운룡대팔식의 속도와

내질러지는 속도를 더하여

극쾌를 선보인 자신의 쾌검이었다.

같은 쾌검이라고 하더라도

검에 담긴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선우의 검이 지체 없이 튕겨져나갈 것이라고 말이다.

곧이어 운설의 검과 선우의 검이 서로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리고 이내 두 검이 맞부딪혔다.

어마어마한 굉음성을 내면서 말이다.

"으으으윽!"

그와동시에 운설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검과 마주한 순간

어마어마한 거력이 그대로 전해진 까닭이었다.

주르르륵

더불어 뒤편으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어..떻게?"

운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쾌검에 담긴 무거움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쾌검이 무엇이란 말인가

검을 가볍게 만들어 극쾌를 추구하는 검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검에 중검의 무거움이 담겨질 수 있다는 말인가

"선배에겐 쾌검도 중검도 강검도 변검도 전부 통하지 않더군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는 수많은 검들을 자신보다 월등하고 수월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정공법으로는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던 것이다.

"그래서 쾌검과 중검을 합쳤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두 개 검을 하나로 합쳤다고?"

"그렇습니다."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말도 안되는 소리!"

운설은 불신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검을 가볍게 하여 극쾌를 추구하는 쾌검과

검에 무게를 더해 파괴를 추구하는 중검은

동시에 양립하는 건 불가능하였다.

서로 완전히 상반된 개념을 가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두 개 검을 하나로 합칠 수 있다는 말인가

"직접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쾌검식에 중검의 묘리가 녹아있는 걸 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운설은 선우의 말을 부정치 않았다.

그의 말이 사실이였기 때문이었다.

선우가 내지른 검은 분명 쾌검식이였다.

그러지 않고서야

극쾌의 묘리가 담긴 자신의 검을 받아낼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 쾌검식에 담긴 무게는

분명 중검 그 자체였다.

쾌검에 중검의 묘리가 완벽히 녹아들어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조화를 부린 거죠? 후배님"

이내 운설은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되물었다.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상반되는 개념을 가진 두 개의 검을 하나로 합쳐버린 비결이 말이다.

"그저 검이 맞부딪히는 직전 무게를 더한 것 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찰나의 시간에........무게를 더했다는 건가요?"

운설은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선우나 운설정도 실력자가 내지른 쾌검은

인지의 영역을 초월하는 속도를 자랑하였다.

그런 속도 속에서 검이 맞부딪히는 순간은

그야말로 찰나와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 인지하고

무게를 더해 쾌검식에 중검의 묘리를 담았단다.

어찌 황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말도 안되는....."

운설은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찰나를 인지하는 건

자신조차 버거운 일이었다.

아니 설령 인지할 수 있다고 해도

중검의 묘리를

찰나의 순간 담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중검의 묘리를 담아내기 위해선

일정이상의 내력이 필요하였다.

그리고 그 내력을 찰나의 순간 담아내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출력이 필요하였다.

인간의 육신으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출력이 말이다.

그런데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 출력을 구현하여

쾌검과 중검을 합치시켰다는

선우의 말이 말이다.

"말이 되는 지 안되는지는 직접 겪지 않으셨습니까?"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당황하는 그녀의 모습이 꽤나 신선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언제나 여유를 부리며 자신을 상대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성취에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이니

신선하면서도 괜스레 뿌듯함이 느껴졌다.

"............"

선우의 말에 운설을 반박치 못하였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불가능하고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이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일이었다.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배님은...정말..괴물이에요...."

이내 운설은 어벙벙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결국 인정을 한 것이다.

저 괴물 같은 후배가

무림사에 다시 없을

말도 안되는 재능을 선보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마 두 개의 검을 하나로 합치시킨 이는 후배님이 최초일 거예요."

"찾아보면 더 있지 않겠습니까?"

"없어요. 확신할 수 있어요."

운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시죠?"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일 수 있는 건 신선의 육체를 완성시킨 후배님 외엔 없을테니까요."

쾌검과 중검을 섞는 건

인간의 육체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출력을 받춰주지 못해 몸이 완전히 뭉개져버리기 때문이다.

쾌검과 중검을 섞는 건

오직 한 사람

신선의 육체를 가진 선우만이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수세기에 이르는 무림사에서

신선의 육체만을 완성시킨

이례적인 경우는

장선우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러니 확언할 수 있었다.

두 개의 검을 섞은 건

수 백년 무림사에서

오직 선우만이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이다.

"무림 최초라....."

선우는 되뇌이듯 말을 내뱉었다.

"그리 싫지 않은 울림이군요."

씨익

그리고 이내 부드러이 미소 짓기 시작하였다.

최초라는 울림이 그리 싫지 않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영광스러운 울림이긴 하죠."

운설은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림인에게 있어

최초라는 말은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말이었다.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개척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말이 어찌 영광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배님."

그때 선우가 꽤나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말씀하세요."

"제 검은 강한가요?"

"네에, 무척 강해요."

운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즉답을 하였다.

쾌검과 중검의 묘리가 섞인

초월의 검.

그 검이 가지는 강함은

의심의 여지조차 존재치 않았다.

쾌검의 속도와

중검의 무게를 가진 검이

약할 리 만무한 것이다.

"얼마나 강한 겁니까?"

선우는 다시금 되물었다.

마치 확인을 받고 싶다는듯이 말이다.

"중원 전체를 놓고봐도 적수를 찾기 힘들만큼요."

초월의 검을 완성한 이상

그의 적수는 거의 없을 것이다.

현경의 고수조차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저는 선배님을 뛰어넘은 겁니까?"

선우는 올곧은 눈빛으로 운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떤 것 같나요?"

"뛰어넘은 것 같습니다."

선우는 느낀 바를 솔직히 내뱉었다.

한 수를 교환하면서

선우는 느낄 수 있었다.

운설에게 자신의 검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그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운설을 뛰어넘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우리 후배님은 자신이 넘치네요."

그 말을 들은 운설을 살포시 웃음을 흘렸다.

맞먹으려는 걸 넘어서

내려다보려고하는 선우의 언행에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이제 막 검을 완성시킨 주제에.....백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검만 휘두른 저와 맞먹으려고 드는 걸 보니 말이에요."

운설은 검을 늘어뜨리며 말을 이었다.

"정 궁금하시다면 직접 확인해보는 게 어떠신가요? 후배님께서 저를 뛰어넘었는지....아니면 아직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한지 말이에요."

운설의 눈빛에 호승심이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좋습니다."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마찬가지로 호승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자신을 가르칠 후배가 아닌

대등한 맞수로서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

호승심이 물밀듯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이내 두 남녀는 검을 늘어뜨린 채 서로를 응시하였다.

언제고 서로에게 득달같이 달려들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서로를 응시하였을까

타타타탁

타타타탁

이내 두 사람이 재빨리 서로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검을 한껏 치켜든 채로 말이다.

쇄애애애애애액

쇄애애애애애액

이내 두 자루의 검이 서로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공기마저 그대로 꿰뚫어버린 채로 말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이내 어마어마한 굉음성이 연무장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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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렸다.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으로 인해

온몸의 기력과 체력이 그대로 빠져나가버린 까닭이었다.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이내 숨을 헐떡이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완성된 신선의 육체라지만

연속해서 몇 번이고

중검과 쾌검을 섞는 건

상당한 무리로 다가온듯 하였다.

"말했죠? 아직 제겐 안된다고 말이에요."

그때 귓가로 청량한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천천히 위쪽으로 올렸다.

그러자 청아한 인상을 가진 절세가인, 운설이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아오기 시작하였다.

"......선배님."

선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말하세요."

"마지막에...보여주신...검은...대체...무엇입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무상검無上劍"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검기劍技의 끝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펼칠 수 있는 최고의 검이랍니다."

".........저는 아무래도 우물 안 개구리인듯 싶습니다."

쿠우우웅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뒤편으로 쓰러져버렸다.

모든 기력과 체력을 소모하여 그대로 탈진해버린 것이다.

운설은 그런 선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틀렸어요. 후배님은 우울 안의 잠룡이에요."

그리고 천천히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우물을 벗어난 순간 하늘을 마음껏 누비며 천하를 호령할 커다란 잠룡말이에요."

이내 운설의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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