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032화 (1,033/1,419)

EP.1032 1033. 성장하는 검.

콰아아아아앙

주르르르르륵

굉음성이 터져나오더니 선우의 신형이 뒷편으로 쉴새없이 밀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저릿 저릿

"크으윽.."

더불어 손목이 상당한 부담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운설의 분노에 찬 검격을 버텨낼 수 없던 것이다.

'..뭐야...검이..왜 이렇게 무거워!?'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평소보다 몇 배는 무거워진 검격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평소 운설의 검은 창공을 나는 제비처럼

재빠르면서도 가벼웠다

파괴에 중점을 둔 중검이 아닌

쾌검을 선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휘둘러진 검은 평소와 전혀 달랐다.

변화와 속도를 중점을 둔 쾌검식이 아닌

둔중하고 파괴적인 중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검식 자체가 바뀌었는데

어찌 당혹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쇄애애애액

콰아아아앙

주르르르륵

이내 검이 다시금 날아들었고

이번에도 선우의 신형은 지체없이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검격의 무게가 더욱더 무거워진 까닭이었다.

"크으윽.."

선우는 옅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손목의 저릿함이 한층 더 심해진 까닭이었다.

"후배님, 좀더 분발하셔야겠어요."

그때 운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선우의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슬며시 시선을 올렸다.

그러자 차가운 미소를 흘리고 있는 운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어중하게 휘두르면 정말 크게 다칠지도 모른답니다."

운설은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한기를 흩뿌리며 말을 이었다.

오싹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알 수 없는 오싹함을 느꼈다.

그녀의 서릿발 가득한 어투에 힘조절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내포되어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어...선배님.."

선우는 떨리는 어조로 그녀를 불렀다.

"선배라뇨? 부인이라고 불러야죠? 가가."

운설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냥...장난이였습니다....연우에게...엄마라고 불렸다고 하기에....."

선우는 다급한 어조로 변명을 하였다.

"장난 좋죠, 저도 장난 좋아해요."

운설은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선우를 향해 서서히 검을 치켜세웠다.

그러자 흉흉하기 그지없는 기세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이것도 장난이니까, 잘 받아주세요. 가가."

운설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금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흉흉한 기세를 풍기면서 말이다.

선우는 다급히 검을 들어올렸다.

콰아아아아앙

이내 커다란 굉음성이 온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운설의 검이 쉴새없이 내려쳐지기 시작하였다.

일검 일검에

어마어마한 무게를 담은 채로 말이다.

"선...선배....잠..시만...진정을!"

선우는 그런 운설을 바라보며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이대로 가다간 목숨이 위험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까닭이었다.

"진정이라뇨? 전 언제나 진정되어있답니다....이건 그냥 장난이예요. 서로의 친분을 돈독하기 위한 장난 말이에요!"

물론 씨알도 먹히진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린듯 하였다.

'.....진짜 제대로 할 것 같은데.'

선우는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온힘을 다해도 덤벼들어도

이끌어내지 못한 진심을

말 몇 마디로 이끌어내게 되었다.

어찌 난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잠깐...이거..기회 아니야?'

순간 선우는 머리가 탁 트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간 운설은 선우에게 단 한 번도 전력을 내보인 적이 없었다.

언제나 고고하고

언제나 절제된 검만을 보여줬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니

어찌 기회가 아닐 수 있겠는가

'......이건 기회야...더욱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선우는 눈을 빛내기 시작하였다.

뜻하지 않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을 심산인 것이다.

"눈빛이 바뀌었네요. 가가, 이제야 제대로 할 생각이 든건가요?"

그런 선우를 마주한 운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배님."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불렀다.

"네에, 운 부인이라고 불러달라니까요. 가가."

운설은 장난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가가라는 호칭은 틀렸습니다."

"어째서죠? 저희는 부부가 아니였나요?"

그녀는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되물었다.

"가가라는 호칭은 연상의 연인을 부르는 호칭이지 않습니까? 선배님께서는 저보다 훨씬 연상이시니 그런 호칭은 맞지 않습니다."

선우는 운설의 나이를 꼬투리잡아 호칭을 정정하기 시작하였다.

"선배님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가가라는 호칭보단 상공이나 랑郞 자를 붙이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그녀를 더욱더 화나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

그런 선우의 의도가 먹혀들었던 것일까

장난기로 가득했던 운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지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더불어 그녀의 주위에 피어오르는 기세가 한층 더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그 전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로 말이다.

'됐어!'

그 모습에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운설의 전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후후후후후....."

운설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북풍한설보다 차가운 웃음을 말이다.

오싹

그 웃음을 마주한 선우는 온몸에 오싹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한기가 한층 더 매서워졌음을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부녀 취급에다.....나이까지..건들다니....."

이내 운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우리 후배님이 정말 미쳤나봐."

운설은 천천히 검을 늘어뜨리기 시작하였다.

꿀꺽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언뜻 보기엔 빈틈투성이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실낱같은 틈조차 허용치않는 최상의 자세였다.

침이 절로 삼켜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친 개에게는 매가 약이죠."

타타탁

이내 운설은 가벼이 발을 굴렸다.

쇄애애애애애액

그리고는 벼락처럼 선우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꽈아아악

그 모습에 선우는 강하게 검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내력과 의지를 검에 집중시켰다.

운설의 검과 정면으로 맞부딪히기 전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것이다.

'와라!'

선우는 날아드는 운설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 눈빛에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쇄애애애애애액

부우우우우우웅

이내 전력을 다한 두 사람의 검이 서로에게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아앙

이내 검과 검이 맞부딪혔고 굉음성과 충격파가 터져나가며 연무장 전체가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격렬하게 말이다.

***********

'힘은 대등하다.'

전력을 다한 검격을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운설 모두 전혀 밀려나지 않았다.

서로 비등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힘이 비슷하다면 승부를 판가름내는 건 기술이다.'

선우는 눈을 빛냈다.

그녀와 기교를 나눌 생각을 하니

열화와 같은 흥분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치솟은 까닭이었다.

"흐읍!"

이내 선우는 맞대어진 운설의 검을 순간적으로 강하게 밀쳐버렸다.

부우웅

그러자 운설의 검이 순식간에 위쪽으로 튕기게 되었고 그녀의 상반신은 무방비해져버렸다.

부우우우우웅

선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상반신 전체를 베어버릴듯한 기세로 말이다.

휘이익

그 모습을 본 운설은 빠르게 오른 발을 뒤편으로 보낸뒤 그대로 축으로 삼아 몸을 회전시켰다.

가슴을 노리고 휘둘러진 선우의 검과 같을 방향으로 말이다.

부우우우웅

이내 선우의 검이 절묘하게 운설의 가슴 어림을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였다.

완전히 빗나가버린 것이다.

타탁

검이 빗나갔음을 감지한 선우는 왼발을 뒤쪽으로 내딛었다.

그리고 뒤쪽으로 뻗은 왼발을 축으로 삼아 그대로 몸을 옆으로 돌려버렸다.

쇄애애애액

그러자 회전과 함께 내질러졌던 운설의 검이 선우가 원래 서있던 곳을 그대로 꿰뚫어버렸다.

"감이 좋네, 후배님은."

운설은 감탄했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나름 회심의 수가 이렇게 완벽히 파훼될 줄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훌륭한 선배님의 가르침 덕분이지요."

그녀의 칭찬이 기분 좋은 것일까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 입발린 소리해도 봐줄 생각은 없어요. 후배님."

운설은 차가운 미소를 짓더니 곧바로 검을 횡방향으로 고쳐쥐었다.

그러자 내질러졌던 검의 날이 선우의 몸통쪽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부우우우우웅

운설은 곧이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그의 몸통을 향해서 말이다.

'위험!'

휘이익

날아드는 검을 본 선우는 재빨리 허리를 뒤로 젖혀버렸다.

그러자 선우의 등이 땅과 수평을 이루는 상태로 고정이 되었다.

철판교의 수법을 선보인 것이다.

부우우우우우웅

이내 날아든 검은 그런 선우의 가슴께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 시작하였다.

절묘히 검을 피해낼 수 있던 것이다.

쇄애애애액

운설의 검을 절묘히 피해낸 선우는 그녀를 향해 발을 뻗었다.

그 모습에 운설은 비어있는 왼주먹을 그대로 내질렀다.

파아아악

이내 선우의 발과 운설의 왼 주먹이 맞부딪히며 타격음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주르르륵

주르르륵

더불어 두 사람의 신형이 뒤편으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공수를 교환하며 순식간에 거리가 벌려진 것이다.

휘이이익

거리가 벌려진 것을 확인한 선우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곧바로 검을 치켜세워 후속타를 대비하였다.

언제고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쇄애애애애애애액

아니나 다를까

운설이 다시금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날카롭기 그지없는 검을 내지른 채로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지체없이 검을 내질렀다.

카아아앙

두 사람의 검끝이 다시금 맞부딪히기 시작하였다.

*******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검과 검이 맞부딪히며 쉴새없이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대단해......정말 대단해.'

운설은 감탄하고 또 감탄하였다.

자신의 전력을 그대로 맞받아치고 있는 선우의 성장력에 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혼구녕을 내줄 심산이었다.

순결한 처녀를

마누라 취급한 것도 모자라

도발까지 감행하는 이 자만스러운 후배에게

따끔한 일침을 내려줄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계획이 완전히 무산되었다.

일방적으로 혼구녕을 내주기엔

선우가 너무나 강대해진 까닭이었다.

그는 강하였다.

자신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전처럼 손쉽게 압도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그를 어찌 일방적으로 혼구녕을 내줄 수 있다는 말인가

'진짜 괴물이네..'

이제는 조롱에 대한 분노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그의 성장력에 신비로움과 감탄만을 느낄 뿐이었다.

그의 성장력이 괴물이라는 말조차 부족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길게는 몇 년

빠르게는 몇 달안에

자신과 대등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어림짐작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그 짐작이 완전히 틀려버렸다.

고작 한달도 안되는 시간만에

현경 상경에 다다른 자신이 쉽사리 제압 못할 정도로 성장한 걸 보면 말이다.

'칸과의 싸움에서도 성장헀던 거구나.'

운설은 알 수 있었다.

선우가 칸과의 싸움을 통해

기본 검식을 확연히 확립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 기본기는 필요없겠어.'

더 이상 기본기 수련은 필요 없을 것이다.

토대가 제대로 잡힌 이상

그의 검식은

여기저기 기워붙인 누더기 검술이 아닌

대종사가 경험을 통해 확립해나가는

성장하는 검술이 되었을테니 말이다.

'성장시켜줄게....더욱더 강해질 수 있도록..'

운설은 눈을 빛내기 시작하였다.

'불가해의 존재조차 단칼에 벨 수 있도록 말이야.'

이내 운설의 검격이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선우의 검 또한 그 검격에 맞춰 더욱더 무거워지고 날카로워졌다.

검이 성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월에 닿기 위해서 말이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이내 검격이 맞부딪히는 굉음성이 연무장 가득히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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