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29 1030. 이모라니까?
쿠우우우우우우우웅
흉악스러운 굉음성과 함께 거대한 토사가 무서운 속도로 치솟기 시작하였다.
마치 하늘에 닿을 것처럼 말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이내 파도처럼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세상을 집어삼킬듯한 기세로 말이다.
말그대로 재해.
인간의 어찌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재해가 눈앞에 펼쳐지게 된 것이다.
덜 덜 덜 덜 덜 덜
그 광경을 직접 목도한 이들은 모두가 온몸을 벌벌 떨기 시작하였다.
공동의 제자도
참배객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압도되어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였다.
본디 사람을 믿을 수 없는 것을 목도하였을 때
두 가지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었다.
공포를 느끼며 배척하거나
압도를 느끼며 경외하거나
현재 공동파 내부에 있는 이들은 반응은 후자였다.
감히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압도적인 위용에 모두가 경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온몸을 와들와들 떨면서 말이다.
"산길이 변하였을 것이오. 하산에 유의하시길 바라오."
자연 재해를 일으킨 장본인
선우의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쿵
그 순간 선두에 있던 일광이 무릎을 꿇은 채 다시금 머리를 땅에 처박아버렸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위대한 신인神人이
산을 뒤집는 경이로운 힘을 발휘하여 몽고의 기병들을 모조리 매장시켜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땅에 머리를 박을 수밖에 없었다.
평생의 복수를 대신 이뤄준 위대한 신인神人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서 말이다.
쿵
쿵
쿵
쿵
뒤이어 다른 이들 또한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처박기 시작하였다.
공동의 도사들은 일광과 마찬가지로 감사함을 표하였고
참배객들은 신인神人에 대한 경외를 표하였다.
선우는 그런 그들의 감사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지금 상황에선 손사래치며 저들을 일으켜세우는 것보단
담담히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공동의 도사들과 참배객들은 오래토록 경외를 표하였다.
위대한 존재에 대한 진실된 경외를 말이다.
***************
웅장하고 화려한 전각
그 심처에 위치한 옥좌 위
차가운 인상의 남자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무언가 깊은 고심에 빠진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스르르륵
이내 남자는 무거운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올리기 사작하였다.
"칸이 죽었군."
그리고 곧이어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몽고의..칸이 말입니까!?"
그 말을 들은 마뇌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경악을 하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믿기 어려운 표정이구나."
차가운 인상의 남자,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그렇습니다."
마뇌는 부정치 않았다.
솔직히 믿기 힘든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칸이 누구란 말인가
오직 일신의 무력만으로 강맹한 몽고제국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 아니던가
뿐만 아니라 위대한 신인神人, 천마조차
그 일신의 무력을 인정한 괴물 중에 괴물이 아니던가
그런 그가 죽었다니
어찌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하긴 그럴만도 하지. 염재에게 비견할 정도로 쓸만한 놈이였으니 말이야."
천마는 공감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또한 의외인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칸은 염재炎災와 비견할 정도의 무력을 가진 이였다.
뿐만아니라 국가 전력을 소유한 황제의 신분을 가지기도 하였다.
그런 그가 목숨을 잃었으니 믿기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체...누가...칸을 죽인 겁니까?"
마뇌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 물음에 천마는 되려 물음을 던졌다.
".............."
그러자 마뇌는 고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재원과 염재를 죽이고 중원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검신 장선우.
해왕海王을 쓰러뜨린 천검후 주소양
흑갑철기병을 얼음동상으로 만들어버린 북해빙궁주 북궁연
악마혈궁을 이끌었던 당대 혈불血佛을 죽여버린 곤륜검성 운설
혈불의 친위대인 혈승들을 혈혈단신으로 몰살시켜버린 봉황대주 강하윤
황궁제일검이었던 이연의 뒤를 이어 황궁제일인으로 추앙받게된 경화군주
맨몸으로 수왕獸王을 쓰러뜨렸다고 전해지는 당가의 비밀병기
휘황찬란한 초월의 검으로 화경의 경지에 다다른 시마屍魔를 비롯한 시귀들과 강시들을 모조리 쓸어버린 의문의 여인까지
현경에 다다랐다고 판단되는 수많은 후보가 속속히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생각이 길구나."
천마는 고심하는 마뇌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죄송합니다.....떠오르는 이들이 워낙 많은터라."
마뇌는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부쩍 많아진 현경의 고수들로 인해
선택의 폭이 넓어진 까닭이었다.
"죄송할 것 없다...이재원 사후 벽을 깨고 초월의 경지에 도달한 이들이 많아진 건 엄연한 사실이니."
천마는 이해한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마뇌의 심정을 공감치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재원이라는 억제제가 부숴져버린 이후
경지를 뛰어넘는 초월적인 강자가 늘어난 건 엄연한 사실이였으니 말이다.
"칸을 죽인 건 장선우다."
이내 천마는 마뇌의 의문에 해답을 말해주었다.
칸을 죽인 진실된 장본인의 정체를 말이다.
"그 자가...또다시.."
그 말을 들은 마뇌는 눈살을 찌푸렸다.
염재와 칸은
새외세력 중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진
주전력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장선우 한 사람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어찌 이리도 사사건건 자신들의 행사를 방해한다는 말인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천마여! 당장 그 자를 죽여야합니다!"
이내 마뇌는 분노 가득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장선우를 말인가?"
"앞으로 있을 대계에 크나큰 방해가 될 놈입니다! 미리 삭초제근을 하지 않는다면 분명...."
".........삭초제근이라."
그 말을 들은 천마는 가벼이 미소를 흘렸다.
무척이나 재밌다는듯이 말이다.
"이미 거목이나 다름없는 놈에게 삭초제근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구나."
그리고 마뇌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입을 떼었다.
"........거목이라니...너무나..과한 평가를.."
"묻겠다 마뇌여."
천마는 마뇌의 말을 그대로 끊어버렸다.
"너는 그놈을 죽일 수 있는가?"
".............그건...그건.."
마뇌는 곧바로 대답치 못하였다.
"마교의 모든 것을 동원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넌 그놈을 죽일 수 있느냐고 물었다."
"..................."
이번에도 그는 답하지못하였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교의 모든 것을 동원한다고 해도
재해와 다름없는
괴물이라고 칭해지던
염재와 칸을 죽인 괴물을 죽이는 일은 말이다.
"대답을 못하는구나."
천마는 무심한 눈빛으로 마뇌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송구합니다."
"송구할 것 없다. 그저 주제파악을 잘한 것 뿐이니."
천마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현재 장선우는 내가 아니라면 상대조차 성립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
천마는 담담한 시선으로 마뇌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그런 그를 거목巨木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를 거목巨木이라고 지칭할 수 있겠는가?"
천마는 장선우라는 존재를 인정하였다.
자신외에는 대적할 자가 없는
강대한 존재임을 말이다.
"실언을 하였습니다......죄송합니다."
그 말을 들은 마뇌는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그의 말 중 틀린 것 하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마가 아니라면 상대할 이가 없다.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천마 다음가는 천하제이인자라는 뜻이 아니던가
그런 그가 거목巨木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거목巨木일 수 있겠는가
"그는 내버려두도록 한다."
천마는 그런 마뇌를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직은 내가 나설 때가 아니니."
".......그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뇌는 못마땅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장선우를 이대로 내버려둬야한다는 생각이
영 마뜩치 않은 까닭이었다.
"못마땅한 표정이구나."
"........죄송합니다."
"죄송할 필요 없다. 네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니."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장선우는 마교 최대의 난적이다
그런 그를 내버려둔다는 게 마뜩치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그리 상심치 말도록 하라."
천마는 올곧은 시선으로 그를 마뇌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장선우의 말로는 그 누구보다 비참할터이니."
진한 살의로 가득한 천마의 눈빛이 더할나위 없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천마 또한 장선우를 가만히 놔둘 생각은 없었다.
유일하게 꺾지 못한 대적
음양마의 제자이자
세상의 법칙에서 구애되지 않는
유일무이한 존재를 말이다.
*********
"..음마...음마....요랑 음마!!"
"와아아아! 방금 들었어!? 엄마래! 나보고 엄마래!"
요랑은 연우를 높이 안아든 채 환호를 내질렀다.
연우가 내뱉은 엄마라는 울림이 너무나 기분이 좋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와아아...연우가 이제 엄마라는 말도 할 줄 아네요?"
그 모습을 본 강하윤은 감탄했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엄마라는 발음은 그렇다쳐도
요랑이라는 발음까지 이렇게 정확히 할줄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그렇게 한창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음마! 하윤 음마!"
그때 연우가 강하윤을 바라보며 발음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꺄아아악...방금 들으셨어요? 제 이름을 불렀어요! 저한테 엄마래요!"
그러자 강하윤 또한 요랑과 마찬가지로 호들갑을 떨며 기쁜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평생토록 들어본 적 없는 엄마라는 울림이
그녀 안속에 내재되어있는 모성을 쉴새없이 자극한 까닭이었다.
"연우야, 옥령 엄마도 불러보련?"
옥령은 그런 요랑과 강하윤이 부러웠던 것인지
곧바로 연우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였다.
"아니야, 가려 엄마부터..불러주련."
그러자 옆에 있던 운가려가 끼어들기 시작하였다.
엄마라는 호칭을 듣고 싶은 건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옥...령 음마! 가려...음마!"
그녀들의 마음을 파악한 것일까
연우는 순차적으로 그녀들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옥령과 운가려는 녹아드는듯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엄마라는 따스한 울림이
그녀들 가슴 깊은 곳에 있는 모성을
쉴새없이 자극해버린 까닭이었다.
엄마라는 울림이 어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연우."
그때 잠자코 있던 당서윤이 슬그머니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서윤...엄마라고...아니...아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살며시 흔들어버렸다.
엄마라는 말을 강요하는 게
괜스레 부끄러워졌기 때문이었다.
"서윤..음마!"
연우는 그런 당서윤을 바라보며 무척 신이난듯 언성을 높였다.
"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탄성을 내뱉었다.
엄마라는 울림이 귓가에 파고든 순간
연우에 대한 모성이 물밀듯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안아...볼래요.."
그리고 이내 연우를 품에 안고 있는 요랑을 향해 손을 뻗기 시작하였다.
"안돼!"
휘익
그러자 연우를 품에 안고 있던 요랑이 몸을 휙 돌려버렸다.
"아직 일각이 안지났어!!"
요랑은 격하게 항의하기 시작하였다.
연우를 안는 시간은 부인마다
일각이었다.
그 일각 전에는 그 누구에게도 넘길 수 없는 것이다.
"아......"
당서윤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저 사랑스러운 아기를 안아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운 까닭이었다.
"우르르르르르...까꿍!"
"꺄하아아아~!"
요랑은 그러거나 말거나 연우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낼 뿐이었다.
"연우가 무척 똑똑하네요. 사람 이름까지 저렇게 정확히 말하는 걸 보니 말이에요."
그 모습을 지켜본 운설은 애엄마인 북궁연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후후후후후....모두 우월한 핏줄을 타고난 덕이죠."
그 말을 들은 북궁연은 흐뭇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세상에 자식 칭찬을 하는데 싫어할 부모가 어디있겠는가
거기다 빈 말이 아니라 실제로도 똑똑한 게 사실이기에
기분이 배로 좋아졌다.
"제 이름도 발음해줄까요?"
운설은 궁금하다는듯 물음을 던졌다.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도 발음할 수 있을 지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연우는 무척이나 똑똑한 아이예요. 엄마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구분할 수 있을 거예요."
북궁연은 확신 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들에 대한 진한 애정과 확신이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 물어봐야겠네요."
그 말에 운설은 방긋 웃었다.
그리고 곧바로 요랑에 품에 안긴 연우에게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연우야, 운설 이모야, 운설 이모오오~ 해봐."
그다음 연우에게 간곡히 부탁하였다.
자신 또한 불러달라고 말이다.
"운설!"
그러자 연우가 곧바로 운설의 이름을 불렀다.
정확하기 그지없는 발음으로 말이다.
방긋
그 부름에 운설은 방긋 미소를 흘렸다.
엄마도 아닌 자신을 기억해주니
본능 속에 각인되어있는 모성애가 절로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엄마!"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연우의 말에
운설은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 들려온 까닭이었다.
"....연우야..난 엄마가 아니야...이모란다..이모 해봐.."
"엄마! 운설 엄마!"
연우는 타협하지 않았다.
그저 운설을 엄마라고 연호할 뿐이었다.
그 어느때보다 정확한 발음으로 말이다.
".....이모라니까...?"
운설의 표정이 난감해지기 시작하였다.
혼인조차 안한 처녀에게
엄마라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엄마!""
하지만 연우는 그런 운설의 난감함따윈 관심없다는듯
엄마를 연호할 뿐이었다.
무척이나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