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0화 〉 1021. 공동혈사
"다짜고짜 그게 무슨 소리야?"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다짜고짜 공동파에 몽고기병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공동파에서 전서구가 한 마리가 날아왔는데......."
요랑은 전서에 쓰여져있던 내용을 차근차근 풀어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별안간 공동파를 습격한 몽고기병들
장문인을 필두로 그들과 맞서는 공동의 제자들
참배객들을 비롯한 민간인들을 심처에 대피시킨 상황까지 전부 말이다.
".....심각하네."
선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공동파뿐 아니라 민간인들까지 휘말려
목숨을 위협받고 있었다.
심각하기 그지없는 상황인 것이다.
"서윤이한테는 전달했어?"
"제일 먼저 전달했어."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실질적인 당가의 주인은
당서윤이었다.
공문이 그녀에게 제일 먼저 도착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서윤이는 뭐래?"
"곧바로 지원을 보내겠다고 했어. 몽고 기병이 마교와 관련된 이상 방관만 할 수 없다면서 말이야. 그리고 너한테 이 소식을 전해달래, 그럼 알아서 할거라고."
요랑은 당서윤에게 전해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해주었다.
"그렇군."
선우는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보는 주되
출전여부는 알아서하라니
당서윤다운 배려였다.
"선배님."
이내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검을 늘어뜨리고 있는 운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성취를 확인하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할 것 같습니다."
선우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열흘만에 검을 나눌 기회가 날아가버렸다고 생각하니
못내 아쉬운 감정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어쩔 수 없죠. 더 급한 일이 생겼으니."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의 성취를 확인시켜주지 못하는 게
아쉽긴 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성취에 대한 확인을 미룰 필요 없을 듯하네요."
"네에? 그게 무슨?"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검을 나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찌 성취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인가.
"듣기로는 몽고의 칸이라는 작자가 상당한 강자라고 하던데....."
풍문으로 듣기로는 몽고의 황제인 칸은 상당한 강자라고 들었다..
굴지의 명문세가인
모용가의 수장이자 요동성의 왕처럼 군림하는 검호劍豪
모용진한은 물론
종남제일검이자 구대문파에서 손꼽히는 초고수.
검종劍宗 벽인자조차 감당치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강자라면 시험해보기 딱 좋지 않겠어요?"
운설은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강맹해진 후배님의 성취를 말이에요."
이내 운설의 눈빛이 별빛처럼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
공동파 내부
"아아아악!!"
"끄아아아악!"
"끄어어어억!"
칼과 창이 난무하고 처절한 비명성이 울려퍼지며 공동산 전체를 소란스럽게 만들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럽게 침공을 해온
몽고기병들과 공동파의 제자들 간의 처절한 혈투가 벌여진 까닭이었다.
덜 덜 덜 덜 덜
공연각 피난 온 참백객들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였다.
쉴새없이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성에 불안감을 느낀 까닭이었다.
"도..도사님......얼마나....이곳에 있어야하는 것입니까.?"
그때 한 중년 남자가 불안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맞습니다..더는...답답해서..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곳이 안전하긴 한겁니까?
".....공동파의 도사님들이...우세하긴 한겁니까?"
이내 남자의 말을 시작으로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다른 이들 또한 불안감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인 까닭이었다.
"........확답을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들은 일섭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무척이나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들의 불안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어떠한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또한 공연각에 갇혀 상황을 기다리는 건 매한가지였기 때문이었다.
"도사님 그러지말고...잠깐 나가서 상황좀 봐주시면 안될까요?"
"맞습니다. 슬쩍 보고만 와주십시오.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말입니다."
참배객들은 일섭을 종용하기 시작하였다.
바깥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안됩니다. "
그들의 제안에 일섭은 단호히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나갈만한 상황이 아닌 까닭이었다.
"아니, 어찌 안된다는 것입니까?"
일섭의 거절에 중년 남자는 곧바로 따지고들었다.
슬며시 바깥만 보고오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어찌 참배객을 위해 이런 간단한 일조차 못해준다는 말인가
"공연각 앞마당까지 비명성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바깥으로 나갔다간 저희 위치가 발각될 수 있습니다."
일섭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비명성이 공연각 근처에서까지 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외적들이 심처까지 쳐들어왔다는 뜻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바깥으로 나갔다간
적들의 이목을 쏠리게 할 수도 있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선 공연각에 얌전히 틀어박혀있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인 것이다.
".......그렇군요.."
일섭의 설명을 들은 중년 남자는 납득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라면 안되는 게 어딨냐며 갖은 진상을 부리며 고함을 내지르겠지만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었다.
입을 다물고 납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내 공연각 내부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적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일섭의 말에
모두가 두려움을 느끼고 입을 다물게 된 것이다.
'.....괜한 말을 한 것일까..'
무거운 침묵에 일섭의 낯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안그래도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더욱더 겁먹게 만든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니야.....그래도...알 건 알아야지....비상사태에...일일히 배려해줄 순 없어.'
하지만 이내 고개를 살며시 내저으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지금은 배려하기보단 안전을 우선시할 때였다.
겁을 집어먹긴 하였지만
숨을 죽인 채 더욱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땐 오히려 안전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오히려..지금이..나아.. 그렇게 생각하자.'
일섭은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은 비상사태였으니 말이다.
민간인들의 안전만을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름 굳은 마음을 먹고 있을 때였다.
벌컥
갑자기 공연각의 문이 거칠게 열어젖혀지기 시작하였다.
덥석
화들짝 놀란 일섭은 재빨리 허리춤에 있는 검자루에 손을 올렸다.
언제든지 발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침중한 눈빛으로 열린 문을 응시하였다.
문을 열어젖힌 장본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평창 사숙!"
그리고 장본인을 확인한 일섭은 화색을 띄웠다.
이대제자인 평창이 문밖에서 모습을 드러낸 까닭이었다.
"일섭! 지금 당장 대피해야한다!"
공연각으로 들어온 평창은 다급한 어조로 고함을 내질렀다.
"네에?"
"장문인이 흉악스러운 악적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장로들과 원로들께서 그 악적을 상대하고 있긴 하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당장 참배객들을 데리고 대피해야한다!"
"장..장문인께서.."
일섭은 충격받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러운 장문인에 부고 소식에
크나큰 충격을 받은 까닭이었다.
불과 한 시진 전만 하더라도
얼굴을 마주한 채 대화까지 나눴던
장문인이었다.
그런 장문인이 죽음을 맞이하였다니
어찌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럴..그럴 리 없습니다..장문인께서..장문인께서 돌아가시다니...그분은...공동 최고의 검수가 아닙니까? 그런 장문인께서..목숨을 잃다니..그럴 리가.."
이내 일섭은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분명하다고 여기면서 말이다.
짜아아악
그 모습을 보던 평창은 그대로 손을 휘둘러 그의 뺨을 후려버렸다.
"멍청한 놈! 정신차리지 못하겠느냐! 지금 네놈의 현실부정따위를 들어줄 시간따윈 없다!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한다는 말이다!"
평창은 잔뜩 성난 목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장문인의 죽음이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마냥 공감해주고 배려해줄 수는 없었다.
지금 이순간에도 장문인을 죽인 악적과 몽고 기병들이 공동파 전체를 들쑤시고 다닐테니 말이다.
"죄..죄송합니다..사숙."
뺨을 강타한 강렬한 일격에 정신을 차린 일섭이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되었다, 그보다 어서 참배객들을 대피시키도록 하자구나."
평창은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사과받는 시간조차 아까운 형국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대피를 시켜야했으니 말이다.
"어디로 말입니까?.......공연각보다 깊은 심처는 존재치 않습니다....그렇다고 공동산 밑으로 내려갈 수도 없구요."
일섭은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공연각은 공동파의 심처 중에 심처였다.
이보다 깊은 곳은 존재치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산밑으로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방팔방이 적으로 가득 들어차 있는 상황에서
참배객들을 안전히 이끌고 하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체 어디로 대피한다는 말인가
"공서각崆書閣으로 대피한다."
평창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공....공서각崆書閣 말씀입니까!?"
일섭은 눈을 휘둥그레뜬 채 되물었다.
공서각으로 대피한다는 평창의 말에 경악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그래, 천변환영미로진이 깔려있는 공서각이라면 지원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공서각 주위에는 천변환영미로진이라고 불리우는 진법이 깔려있었다.
그곳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어느정도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숙! 공서각崆書閣은 공동파의 비전 절기들이 보관되어있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 어찌 민간인들을 데려간다는 말입니까?"
공서각崆書閣은 공동파의 비급들이 엄중히 보관되어있는 곳이었다.
외부인은 물론 이대제자 미만의 신분으로는 접근조차 허용치 않는 곳인 것이다.
그런 곳에 민간인을 데려간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
"대장로의 허락이 떨어진 일이다."
평창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하지만 혹여나...공서각에 문제가 생긴다면.."
일섭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천만금을 줘도 맞바꾸지 않을 비전절기들이 보관되어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사람을 함부로 들였다간 도난이나 훼손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대장로께서 말씀하셨다. 그깟 종이 쪼가리가 사람보다 귀할 수는 없다고."
평창은 일섭의 말을 끊은 뒤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비급은 언제고 복원할 수 있지만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면 그건 영영 되돌릴 수 없다. 그러니 개의치 말고 명을 수행하라 말씀하셨다."
평창은 한없이 진중한 눈빛으로 일섭을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일섭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답을 하였다.
인명을 중시하는 대장로의 굳은 의지가 그대로 전달된 까닭이었다.
"여러분 지금 당장 이동해야합니다! 모두 저를 따라오시지요!"
곧이어 일섭은 고함을 내지르며 참배객들을 인솔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다급하게 말이다.
그리고 참배객들은 그런 일섭의 인솔에 따라 하나둘 걸음을 떼어내기 시작하였다.
평창과 일섭의 대화를 통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이내 대피자들로 가득히 들어차 있던 공연각은
순식간에 텅빈 상태로 변모해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말이다.
**********
콰지지직
거창이 뱃가죽을 꿰뚫고 그대로 내장까지 헤집어버리기 시작하였다.
연약한 살갗으로는 거창의 담긴 거력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까닭이었다.
.
"쿨럭"
뱃가죽이 꿰뚫린 남자, 공동파의 대장로 청강자는 핏물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찢어진 내장에서 새어나온 핏물이 쉴새없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꽤 긴 반항이었다. 중원인."
칸은 청강자의 뱃가죽에 쑤셔져있는 창을 뽑아내며 입을 떼었다.
"설마 나를 상대로 이각이나 버텨낼 줄이야."
그는 꽤나 놀란듯한 모습이었다.
예상보다 오랜시간 반항하는 청강자의 모습에
놀라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쿨럭.....고작...이각이었다.."
청강자는 핏물을 토해내며 말을 이었다.
"무려 이각이다. 중원인들 중 그만큼이나 나를 버터낸 이는 네놈을 포함하여 단 네 사람밖에 없었으니 말이야."
칸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영광으로 생각해도 좋다. 중원인."
".......쿨럭...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구나....수십 년의 수련의 결과가..고작 이각정도의 시간을 버는 일이라니 말이야."
"자존심 상해할 필요 없다. 중원인, 본디 칸이라는 존재는 재해와 같은 존재이다. 인간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칸은 오만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스스로 무력에 대한 끝없는 자신감에서 나온 오만함이었다.
"쿨럭...오만하구나....칸이여...무척이나..오만해.."
"오만이 아니다. 당연한 자신이지."
"...쿨럭...네놈보다..강한..자들이....얼마든지..있다.....그 사실..항상 염두해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오만에 가득 차 있을 수록......네놈보다 강대한 존재를 만났을 때의 절망이 더욱더 커지게 될터이니...."
"나보다 강대한 존재따윈 없다. 중원인."
"크흐흐흐...쿨럭.....그건...모를 일이 아니던가?"
칸의 호언장담을 들은 청강자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그 웃음을 들은 칸은 눈살을 찌푸렸다.
콰지지지직
그리고는 거창을 휘둘러 청강자의 머리통을 그대로 꿰뚫어버렸다.
이내 터진 머리통의 잔해들이 사방에 흩뿌려지기 시작하였다.
"혓바닥이 길구나, 중원인,"
칸은 머리를 잃은 시체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심기가 불편한 모습으로 말이다.
청강자의 비웃음이 그의 비위를 거슬리게 만든 까닭이었다.
'감히 나를 비웃어?'
그의 머리통을 터트렸음에도 분이 가시질 않았다.
건방진 태도가 머릿속을 쉼없이 맴도는 것이다.
"병사들을 들으라!"
이내 칸은 병사들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학살을 이어가던 기병들이 일제히 칸을 쳐다보기 시작하였다.
"투항따윈 받지않겠다! 공동파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처참한 죽음을 선사하도록 하라!"
칸은 병사들에게 잔인한 명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병사들은 칸의 명령을 훌륭히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꺼으으으으윽!"
이내 공동파 내부의 울리는 비명성이
더욱더 처절해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