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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019화 (1,020/1,419)

〈 1019화 〉 1020. 기초 수련.

가주 전용 폐관 수련관

부우웅 부우웅

부우웅 부우웅

한 자루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쉴새없이 휘둘러지기 시작하였다.

끊이지 않고 연속적으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검이 휘둘려졌을까

이내 휘둘려지던 검이

그대로 땅에 꽂히게 되었다.

검을 휘두르던 당사자가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아버린 까닭이었다.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그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부족한 호흡을 보충하려는듯이 말이다.

"벌써 다 휘둘렀나봐요?"

그때 귓가로 옥구슬이 굴러가는듯 아름답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숨을 몰아쉬던 남자, 선우는 그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언제 가지고 온 건지도 모를 의자에 앉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절세가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스승인 음양마가 보내준 조력자, 곤륜검성 운설이었다.

"십만이라는 숫자가 그리 빨리 채워질 숫자는 아닐텐데 말이에요."

운설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전부 못 채웠습니다."

호흡을 어느정도 진정시킨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럼 왜 멈춘 거죠? 분명 십만 번을 휘두른 후에 검을 멈추라고 했을텐데요? 벌써부터 반항하는 건가요?"

운설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선우를 바라보았다.

".......호흡 좀 고르느라 멈췄습니다. 더 휘둘렀다간 폐가 터질 것 같아서요."

"고작 그 정도 휘둘렀다고 폐가 터지진 않아요. 후배님."

"........벌써 사만 번이나 쉬지 않고 휘둘렀습니다....선배님."

선우는 나름 억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골백번은 터지겠지만 후배님께서는 극한의 신체를 완성시킨 몸이잖아요? 고작 그정도로 다치거나 하진 않아요. 더럽게 힘들 뿐이지."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선우는 인간이 구축할 수 있는 최상의 신체를 구축한 이였다.

쉬지않고 사만 번정도 검을 휘두른 정도로는

다치거나 무리가 갈 리 없는 것이다.

"더럽게 힘든 게 문제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으셨습니까?"

몸이 망가질까 두려운 게 아니다.

그저 죽도록 힘들어 호흡을 고르고 싶었을 뿐이지.

"안해봤는데요?"

운설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본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극한의 상황에 놓여질수록 더욱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법이예요. 두드려질 수록 단단해지는 쇳덩이처럼 말이예요."

".........인간이 쇳덩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도 평범한 인간이 아니잖아요?"

운설은 입가에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신의 정체성은

인간이 아닌 신선과 인간의 경계에 위치한 반선이였으니 말이다.

"후배님, 저희는 인간보단 신선에 가까운 존재예요. 인간에게 맞는 수련법으로는 강해질 수 없답니다."

운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애초에 전 이게 맞는 수련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선배님."

"후배님은 제가 못미더우신건가요?"

"선배님이 못미덥다기보단......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뭐가 이해되지 않는 거죠?"

운설은 모르겠다는 어조로 그에게 되물었다.

"열흘 전 첫 수련에 돌입한 뒤로 지금까지 삼재검법만 주구장창 수련시키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십만 번씩 매일매일 말입니다."

"그게 어쨌다는 거죠?"

"시간 낭비처럼 느껴집니다. 삼재검법이라고 해봤자, 종베기와 횡베기, 찌르기로 구성된 기초적인 검식이 아닙니까? 그런 기초적인 걸 열흘내내 주구장창 수련하고 있으니....."

삼재검법은 검법이라고 칭하는 것자체가 부끄러울 정도로 단순하고 명료한 검법이었다.

종베기 횡베기 찌르기 따위는

검을 쥐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당연한 것들이였으니 말이다.

아마 이제 막 검술에 입문하는 어린 아이들조차

쳐다도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삼류 검술을 주구장창 수련시키니

반발심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현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올라

검신劍神이라고 불리우는 자신이 아니던가

그런 자신에게 삼재검법이라니

시간낭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삼재검법은 훌륭한 검법이예요."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삼재검법은 파락호나 익히는 삼류 검법이지 않습니까?"

선우는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의 기준에선 삼재검법은

삼류검식에 지나지 않았다.

베고 찌르기 밖에 없는 검식이

어찌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입문자가 익히는 기초 검식이기도 하지요."

"전 입문자가 아닙니다. 기초 검식을 구태여 다시 수련할 필요는 없습니다."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전 선배님과 직접 검을 맞대고 싶습니다. 검을 맞대고 선배님의 검을 통해 깨달으며 더욱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무지성으로 삼재 검법만 주구장창 휘두르기보단

그녀와 검을 섞으며 수준 높은 공방을 벌이고 싶었다.

수준 높은 공방을 통해 그녀의 모든 것들을 그대로 흡수하고 좀더 높은 곳으로 진일보하고 싶은 것이다.

"아니요, 후배님에게는 기초 검식이 필요해요."

운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후배님의 검이 가진 최대의 단점은 토대가 되고 있는 기초 검식이 무척이나 부실하다는 거예요. 기초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검수들의 검을 흡수하며 성장해나간 까닭이죠."

선우의 검은 강하였다.

하지만 더불어 무척이나 불안정하였다.

강맹한 위력과는 별개로

군더더기와 나쁜 버릇들이 눈에 띌 정도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었다.

모두 토대가 불안정하기에 나타난 문제였다.

나쁜 버릇을 들여놓은 채로

그대로 성장을 하니

높은 경지를 이루고도 군더더기와 나쁜 버릇이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후배님에겐 불안정한 토대를 다질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토대를 다지는 데 삼재검만큼 훌륭한 검식도 드물지요."

운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삼재검의 천, 지, 인, 세 초식은 각각 종베기, 횡베기, 찌르기의 묘리를 담고 있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검식들은 이 세 가지 묘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검식들을 포괄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기초를 다지는데 이보다 훌륭한 검식이 또 어디있겠는가?

"의도는 알겠지만.......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열흘동안 삼재검을 십만 번씩 휘둘렀습니다. 도합 백만 번에 다다르는 횟수를 휘두른 거죠. 하지만 강해진 것 같지 않습니다.."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의도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처럼 체감이 되지 않았다.

삼재검을 휘두르는 게 정녕 도움이 되는 것인지

무언가 달라진 게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의혹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삼재검을 수련시키는 운설의 훈련방식이

정녕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말이다.

"본디 토대라는 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법이에요. 의식하고 싶다해서 의식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체감이 되지 않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예요."

운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체감이 되지 않으니 의욕이 나지 않습니다. 선배님....제가 정말 강해지고 있는 건지......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선우는 불안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후배님은 강해지고 있어요. 옆에서 보기 무서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말이에요. 그러니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선우, 그 본인은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그는 지금 어마어마하게 성장한 상태였다.

열흘 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백만 번이나 휘둘려졌던 삼재검이

그의 부실했던 기초를 속속히 채워넣어준 것이다.

"............"

하지만 선우는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본인 스스로 체감하지 못하니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여전히 납득이 안되나봐요?"

그 모습을 본 운설은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사실 그렇습니다...선배님이 거짓을 입에 올릴 분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역시 제가 직접 느끼기 전까진...납득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선우는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후우..어쩔 수 없네요."

스르르륵

운설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아무래도 마땅한 특효약이 필요할듯 싶었다.

장차 천마로부터 세상을 구할 위대한 영웅이 의욕이 꺾여버렸으니 말이다.

스르르릉

이내 운설은 옆구리에 매여있는 검을 빼어들었다.

스윽

그리고 곧이어 선우를 향해 치켜세우기 시작하였다.

"몸소 확인시켜드리도록 하죠. 후배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말이에요."

검을 치켜세운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련...해주시는 겁니까?"

"제 가르침에 의문을 품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요? 이런 상황에서 강제해봤자. 능률이 날 것 같진 않네요."

선우는 의혹을 품고 있었다.

삼재검이 정녕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적인 수행을 강요해봤자

오히려 역효과만 날게 분명하였다.

"그러니 직접 체감시켜드리죠. 후배님의 열흘이 쓸데없는 노동이었는지. 아니면 제대로된 수련이었는지 말이에요."

운설의 별빛과 같은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특효약은 간단하였다.

본인이 어느정도 수준까지 올라오게 되었는지

체감시켜주면 되는 것이다.

스스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룩했는 지

체감하게 된다면 꺾여진 의욕이 절로 치솟게될테니 말이다.

"좋습니다!"

선우는 방긋거리며 말을 이었다.

운설과 검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렇게 좋아요?"

운설은 활짝 웃는 선우를 어이없다는듯이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비에 쫄딱 젖은 강아지처럼 시무룩하더니 대련을 하겠다니

그새 활짝 미소를 짓는다.

다채로운 표정변화가 퍽이나 어이없게 느껴졌다.

"무려 열흘만에 하는 대련이 아닙니까?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선우는 그녀와의 대련에 목말라있었다.

운설과 처음 검을 맞대었을 때

검을 나눌 수록 더욱더 성장하는 충만감을 잊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참나."

그 대답에 운설은 피식 거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빠른 태세전환이 어이없긴 하지만

그런 선우의 태도가 싫진 않았다.

가르침을 내려주는 입장에서

끝없이 성장을 갈망하는 제자만큼

흐뭇한 존재도 없었으니 말이다.

'음양마 선배는 제자복이 있네요..'

운설은 생각하였다.

음양마가 제자 복이 있다고

역대급의 재능을 가진 제자가

향상심마저 역대급이었다.

광기마저 느껴질 만큼 말이다.

가르침을 내려주는 스승 입장에서

이보다 좋은 제자가 어디있겠는가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선배님."

어느새 검을 치켜든 선우가 한없이 진중한 눈빛으로 운설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괜히 기운 북돋아준다고 봐주지 마시구요."

"그런 걱정안하셔도 돼요. 후배님."

운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제게 봐주는 취미따윈 없으니까요."

꽈아악

운설을 검을 억세게 쥐여잡았다.

이내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한없이 호승심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응시하였을까

쓰윽

운설이 먼저 앞발을 내딛었다.

언제고 뛰쳐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선우는 그런 운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검을 더욱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언제고 날아들지 모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콰아아앙

이내 운설의 신형이 앞으로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먼저 선공을 점한 것이다.

선우는 쏘아지는 그녀를 향해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그대로 베어버릴 기세로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의 검이 맞부딪히려는 찰나였다.

콰아아아아아앙

커다란 굉음성과 함께 폐관 수련실의 문이 그대로 박살나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선우와 운설은 그대로 검을 멈춰세웠다.

그리고는 곧바로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려버렸다.

폐관 수련실을 부숴버린 장본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장난스러움과 매혹스러움을 겸비한 절세가인의 모습을 말이다.

"요..요랑?"

"어째서 여기에?"

그 모습을 확인한 두 남녀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예기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의문이 든 까닭이었다.

"선우야, 큰일 났어!"

모습을 드러낸 절세가인, 요랑은 다급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공동파에 몽고기병이 쳐들어왔대!"

"뭐라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짜고짜 저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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