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8화 〉 1019. 지원 요청
콰지지지직
거창과 맞닿아진 검이 그대로 부숴지기 시작하였다.
거창에 담긴 거력을 감당해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푸우우우욱
곧이어 검을 완전히 박살낸 거창이 그대로 가슴팍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얇은 살갗을 뚫고
두터운 근육을 지나
단단한 뼈를 박날내고
폐부까지 완전히 파고들었다.
"쿨럭......쿨럭...쿨럭.."
거창에 가슴이 꿰뚫려진 장본인, 청광자는 연신 핏물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폐부를 찢겨져 나간터라 핏물이 쉴새없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의기는 좋았으나 신념을 관철하기엔 실력이 부족하구나.. 중원인."
칸은 그런 청광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쿨럭...쿨럭..."
조롱 어린 말에 불구하고 청광자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치솟은 핏물이 입안을 가득 채워버린 까닭이었다.
"그래도 모용가의 수장보단 강하였다. 종남의 검보단 못하였지만 말이야."
푸슈우우욱
말을 마친 칸은 그대로 거창을 빼내버렸다.
털썩
그와 동시에 청광자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간신히 몸을 지탱해주던 거창이 사라지니
몸을 가눌 수가 없던 까닭이었다.
부웅
서걱
칸은 바닥에 쓰러진 청광자의 뒷목을 거창으로 내리찍어버렸다.
그러자 목이 뎅겅 잘려버렸다.
구파일방 중 일좌인
공동파의 장문인이라고 하기엔 허무하기 그지없는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칸은 떨어져나간 청광자의 머리통을 집어들었다.
"공동의 제자는 듣거라! 네놈들의 수장은 이렇게 목이 따여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다! 이 꼴이 되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투항하라! 지금 투항한다면 위대한 칸인 이 몸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하겠다!"
그리고 한껏 높이 치켜든 채 고함을 내질렀다.
투항 권유였다.
"장...장문인."
"어찌...장문인께서.."
".....장문사형!"
"장문인....."
그 목만 달랑 들어올려진 청광자를 본
공동파 제자들의 낯빛이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처참하기 그지없는 장문인의 모습에 전의를 상실해버린 것이다.
"자아 선택하라! 공동의 제자들이여!"
칸은 그런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하였다.
자신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목숨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
"............."
그리고 그 투항 권유를 들은 제자들은 우물쭈물하기 시작하였다.
평소라면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지말라면
검을 빼어들고 달려들었겠지만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장문인을 마주하니
그런 용기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투항하면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얄팍한 욕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창 고민에 빠져있는 그때였다.
"뭣들 하는 것이더냐!"
한쪽 구석에 꼬장꼬장한 인상의 도사가 제자들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한 문파의 수장이 악도에게 죽음을 맞이하였다! 처절한 복수를 해도 모자를 판국에 투항을 고민하다니! 네놈들이 그러고도 공동의 제자라 지칭할 수 있겠느냐!"
공동파의 대장로, 청강자였다.
그는 엄한 표정을 지은 채 제자들을 꾸짖기 시작하였다.
"공동의 제자들이여! 굴복하지말거라! 너희들은 도교의 창시자인 광성자廣成子의 명맥을 이어받은 공동파의 자랑스러운 제자들이다! 악도 따위에게 굴복해선 안되느니라!"
청강자는 전의를 잃어버린 제자들을 바라보며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그들에게 사기를 고취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맞습니다! 악도 따위에게 굴복해선 안됩니다!"
"검을 빼어듭시다! 저 악도들을 물리칩시다!"
"장문인의 원수를 갚아야합니다!"
"저들에게 공동을 침공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합니다!"
그리고 그런 청강자의 의도는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그의 열변에 감명 받은 제자들이 다시금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한 것이다.
"구태여 벌주를 택하는군."
그 모습을 본 칸은 살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항전을 택한 그들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게 네놈들의 선택이라면 존중토록 해주지."
꽈지지지직
이내 칸은 쥐고 있던 청광자의 머리통을 그대로 터트려버렸다.
일말의 망설임도없이 말이다.
"이노오오옴! 장문인을!"
"저놈이 장문인을 능멸하였다!"
"죽어라!"
그리고 기점으로 수많은 공동의 제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격전의 신호탄이 터진 것이다.
"오거라. 어리석은 중원인들이여."
칸은 그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거창을 강하게 옥죄었다.
그리고 지체없이 그대로 횡으로 휘둘러버렸다.
마치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겠다듯이 말이다.
"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이내 대전에는 끔찍한 비명성이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
공동파 심처에 위치한 공연각
"이곳이라면 안전할 것입니다!"
참배객들을 대피시킨 일섭이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너무...좁지 않소?"
그러자 참배객 중 하나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죄송합니다.....원래 대인원을 수용하는 장소가 아닌지라.."
"무슨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은데...새똥같은.."
"공연각은 전서구들을 사육하는 곳입니다. 다소 냄새가 나더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언제까지 있어야 하나요?"
"여기는 안전한 곳이 맞나요?"
곧이어 너도나도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낯설고 불편한 환경이 그들 마음 속에 있는 불안감을 증폭시킨 까닭이었다.
"강맹한 공동의 무인들이 나선 마당입니다. 안전한 건 물론이고 머지않아 바깥 상황까지 완전히 정리 될 것입니다."
일섭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후우...그렇군요."
"금방 정리된다면야...잠깐 정도야. 뭐"
일섭의 말을 들은 참배객들은 그제서야 안도한듯 한숨을 내쉬었다.
공동의 제자가 확실하게 안전하다고 말해주니
그제서야 안도감이 든 것이다.
'......어느정도 진정이 됐으니.....이제 내 할 일을 하자.'
일섭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있는 탁자로 다가가
그 위에 있는 작은 붓 하나를 집어들었다.
쓰으윽 쓰으윽
쓰으윽 쓰으윽
붓을 집어든 일섭은 작은 전지 위에 그대로 휘갈기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다급하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일섭의 앞에는 여러 개의 전서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일섭은 돌돌 말린 전서들을 한꺼번에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공연각 안쪽에 있는 축사를 향해서 말이다.
끼이이이익
이내 축사 앞에 도달한 일섭은 일말의 망설임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수많은 새장들과 그 속에 갇힌 전서구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일섭은 곧바로 축사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새장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이..럴수가.."
그리고 이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서구가 고작 다섯 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까닭이었다.
아무래도 관광지 홍보 목적으로
모조리 사용된듯 하였다.
'이를 어쩐다..'
일섭은 침중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
전서구가 다섯 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는 건
그말인즉슨 이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이 다섯 곳밖에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였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것이다.
'일단.....구파 연합에...한 통을 보내야한다....몽고의 습격을 알려야해.'
저들의 행색을 보면 종남과 모용가를 멸문시켜버린 몽고의 기병들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구파 연합에 알려야하는 것이다.
'그다음은....감숙성의 도지휘사...그에게 알려야해!'
몽고의 침공은 엄연히 타국의 침공이었다.
군대가 직접 나서 백성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의천맹...이곳에도 보내야한다.'
의천맹은 새롭게 창설된 무림의 정의구현 단체이다.
협을 숭상하고 의기를 표방하는 그곳이라면
지원 요청을 거절치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청성에 보내야한다...구파중 가장 가까운 곳이니......지원이 수월할 것이다.'
공동파에서 가장 가까운 문파는 청성파였다.
아마 지원을 보낸다면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달려와줄 곳이 바로 이곳, 청성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어디로...보내야하지.?'
일섭은 한층 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 남은 전서를 어디로 보내야할 지 고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한통 한통이 소중한 전서였다.
제대로 된 곳에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면
분명 큰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청성 다음으로 가까운 아미?......아니면....화산?.....무당? 소림?....어디로 보내야하는 거지?'
붕 붕
이내 일섭은 고개를 맹렬히 좌우로 내저었다.
좀더 신중을 기해야한다.
하나밖에 없는 기회를 아무렇게나 날릴 수는 없는 것이다.
'좀더...좀더.....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곳이..필요해....위치가 가까우면서.....전력 또한 몽고 기병에 밀리지 않을 강대한 곳이.......'
말도 안되는 조건이지만
그래도 고심하고 고심해보았다.
그 조건에 부합하는 곳이 있는 지 말이다.
"아!"
그리고 이내 그는 탄성을 내뱉었다.
떠올려졌기 때문이었다.
저 말도 안되는 조건에 부합하는 단 한 곳을 말이다.
"그래, 그곳이라면!"
일섭은 재빨리 새장 속의 전서구를 하나둘씩 꺼내들었다.
그리고 발목에 돌돌 말린 전서를 매달았다.
그다음 각 도착지의 특성이 묻어나는 향을 맡게하였다.
전서구들의 길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
드르르륵
그리고 곧바로 창을 열고 전서구들을 날려보내기 시작하였다.
'제발....무사히 도착해주거라.'
부디 전서구들을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내 다섯 마리의 전서구들이 공동산의 창공을 누비기 시작하였다.
**********
새롭게 개편되어 각종 첩보 및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탈바꿈된
비연각
"안됩니다!"
그곳에 각주인 당공은 격렬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안되긴 뭐가 안돼!"
그리고 그에 맞서는 매력적인 절세미인, 요랑은 마찬가지로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아니 시장 바닥에 널리고 널린 게 비둘기인데, 무슨 전서구를 먹겠다고 내놓으라는 겁니까!"
당공은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그는 어이가 없었다.
다짜고짜 찾아와 전서구를 내놓으라는 재경각주의 행패에 말이다.
"전서구가 별미란 말이야!"
요랑은 나름의 항변을 하였다.
전서구는 별미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미를 가지고 있었다.
장거리 이동에 알맞게 발달된 근육
보온을 위해 적당히 발달한 야들야들한 속살
씹는 맛이 일품인 뼈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별미인 것이다.
"비둘기를 드십시오, 전서구 말고!"
"난 전서구가 좋아!"
"전서구 한 마리를 키우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얼마인지 아시고 그런 말씀하시는 겁니까?"
"얼만데?"
"한 마리에 무려 은자 스무냥이 듭니다! 일반 평무사보다 훨씬 더 비싼 놈이란 말입니다!"
"뭐야, 얼마 안하네, 내가 살게."
요랑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비자금을 착복한 이후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 그녀였다.
고작 스무냥 정도밖에 안하는 전서구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산다해도 팔 생각이 없습니다! 당가의 전서구는 제 자식같은 녀석들입니다! 그런 녀석들을 돈을 주고 팔다니요! 제가 그런 짓을 할 리 만무하지 않겠습니까?"
당공은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새끼때부터 우유를 구해와
옥이야 금이야 키운 전서구들이었다.
값을 쳐준다고해도 내놓을 생각이 없는 것이다.
"마리 당 사십 냥."
요랑은 그런 당공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
순간 당공의 눈빛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시세의 두배에 해당하는 돈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안...안됩니다.....전서구는....세가의..일꾼들입니다...그런 녀석들을..팔아버린다면...경을 칠게..분명.합니다."
당공은 욕심을 꾹 참은 채 말을 이었다.
"늙어서 날지 못하는 늙은 노구老鳩가 있을 거 아니야? 그 녀석들만 넘겨주면 돼. 어차피 전서구로서 쓸모도 없는 녀석들이잖아?"
"..............."
당공의 동공이 지진이난듯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거절하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조건이였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녀말대로 늙어서 날지 못하는 노구들은 비연각에서 쓸모 없는 존재였다.
넘겨줘도 상관이 없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내 새끼들인데..'
하지만 선뜻 팔아넘길 수 없었다.
늙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주고 마음주고 키운 녀석들이였다.
그런 녀석들을 재경각주의 한 끼 식사로 바칠 수는 없는 것이다.
"역시..안되겠.."
당공은 거절의 의사를 밝히려고 하였다.
역시 내어줄 수 없다고 말이다.
"마리 당 육십 냥."
"몇 마리나 가져가시렵니까? 노구는 총 다섯 마리있고 노구가 될 것 같은 녀석들이 열 마리정도있습니다."
그는 거절의 의사를 표할 수 없었다.
거절하기엔 너무나 많은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부 내놔"
요랑은 히죽거렸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돈이 좋긴 좋다고 말이다.
그렇게 한창 기분 좋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였다.
푸드드드득
어디선가 전서구의 날개짓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응?"
"응?"
두 남녀는 그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비연각을 향해 날아들고 있는 전서구 한 마리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푸드드득
터업
이내 비연각을 향해 날아든 전서구는
요랑의 정수리에 그대로 안착을 하였다.
마치 그곳이 가장 편하다는듯이 말이다.
"이거....내가 먹어도 돼?"
요랑은 정수리에 안착한 전서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안됩니다!"
당공은 대뜸 거절을 표하였다
노구도 아니고 현역 전서구다.
넘겨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아쉽네."
요랑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강경한 태도를 보니 현역 전서구는 맛볼 수 없을 듯 싶었다.
덥석
요랑은 양손을 올려 전서구를 가벼이 움켜잡았다.
"가져가......마음 바뀌기 전에."
그리고 곧바로 당공을 향해 건네주었다.
무척이나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럼 사양치 않겠습니다."
당공은 곧바로 전서구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발목에 끼워져있는 전서를 곧바로 빼내버렸다.
촤르르르륵
그다음 곧바로 펼쳐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당공의 안색이 삽시간에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핏기가 전부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뭔데? 왜 그래?"
그 모습을 본 요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대체 뭐라고 쓰여있길래 저런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요랑님."
이내 당공은 침중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요랑을 불렀다.
"왜?"
"아무래도 이 서신은 가주님과 선우님께 보고를 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가주랑 선우한테?"
요랑은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되물었다.
얼마나 사안이 심각하길래
고위급 인사들에게 곧바로 보고를 드려야한다는 말인가
"공동파에서 지원을 요청하였습니다."
"공동파에서 지원을?"
"네에......현재...공동파에 몽고 기병들이 쳐들어와..학살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당공은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요랑 또한 덩달아 표정이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