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4화 〉 1015. 매력적인 발판
"쿨럭 쿨럭"
벽에 처박힌 선우는 연신 기침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흉부가 가격당하면서 폐까지 짓눌려버린듯 탓이었다.
"어서 일어나세요. 후배님, 아직 검조차 제대로 맞대지 못했답니다."
운설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망할.'
선우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녀의 여유롭기 그지없는 모습이 퍽이나 얄밉게 느껴졌다.
스르르륵
이내 선우는 몸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하였다.
투툭 투툭
그러자 부숴진 벽 잔해들이 우수수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검을 맞대지 못한 건 순전히 선배님 잘못이 아닙니까?"
몸을 일으켜세운 선우는 타박하듯 말을 내뱉었다.
"제 잘못이요?"
운설은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되물었다.
"검을 맞대지 않고 피하기만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검을 제대로 맞대지 못한 건 전적으로 운설의 잘못이었다.
내지르는 족족 보법으로 피해버리니
검을 맞댈 기회가 전혀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검을 들어올려야할 만큼 위협적이지 않았는걸요?"
운설은 어쩔 수 없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선배님께선 사람 속을 뒤집어버리는 재주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선우는 부아가 치밀어오른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녀의 도발적인 언사를 들으니
속이 절로 부글부글 끓어오른 까닭이었다.
"저런, 발차기가 많이 아프셨나봐요?"
운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발차기가 아니라 말로 뒤집는다는 뜻입니다."
"글쎄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전 그냥 사실을 말한 것 뿐이라서요."
운설은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듯이 말이다.
"순진함을 연기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선배님."
선우는 그런 운설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하였다.
운설은 이미 닳을대로 닳아 능구렁이나 다름없게 변한 전대 고수였다.
그런 그녀가 순진무구한 척 연기를 하는 걸 보니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빠직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운설의 이맛살에 핏줄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예민하기 그지없는 말을 무심하게 찔러들어오는 선우의 언사가 운설의 신경을 긁은 탓이었다.
"후배님은 언사가 무례하네요. 나이를 가지고 공격을 하다니 말이예요."
운설은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제가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니지 않습니까?"
선우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한방 먹였다는 생각을 하니 흡족스러움이 절로 치솟았다.
"............그쵸,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니죠. 후배님의 검이 살랑거리는 미풍처럼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것처럼 말이예요."
"태풍을 잘못 말한 게 아닐듯 싶군요."
"아니요, 미풍이 맞아요. 생채기 하나 못내는게 전혀 다를 바가 없어요."
운설은 비아냥거리며 말을 이었다.
"...역시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비유를 찰떡처럼 잘하는 것 같습니다. 선배님."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유치한 말싸움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현경에 다다른 고수들의 대화로 보기엔 많은 무리가 따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서로를 향해 비아냥 거렸을까?
"말이 너무 많았던 것 같네요. 후배님."
이내 운설은 유치한 말싸움을 그대로 끊어버렸다.
"무인은 검으로 말하는 법이죠."
그리고 검을 치켜운 채 말을 이었다.
"동감입니다."
그 모습을 본 선우 또한 그대로 검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겨누기 시작하였다.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이번에는 부디 검을 휘두르게 해주길 바랍니다. 후배님."
운설은 검을 치켜세운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선우는 열의로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며 검을 고쳐쥐었다.
타타탁
그리고는 곧바로 운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애액
이내 선우의 난폭한 검이 운설을 향해 휘둘러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파괴적인 기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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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애애애애액
선우의 파괴적인 의지가 담긴 선우의 검이 얼굴을 꿰뚫을 기세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운설은 왼발을 뒤편으로 뺀 뒤 축으로 삼아 그대로 몸을 돌려버렸다.
먼젓번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흘려버린 것이다.
그러자 선우의 검이 그대로 허공을 꿰뚫기 시작하였다.
꽈악
선우는 그 상태에서 검을 고쳐잡았다.
날쪽이 운설의 얼굴이 향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곧바로 횡으로 베어버렸다.
안면을 양단할 기세로 말이다.
부우우웅
이내 선우의 검이 쾌속한 속도로 운설의 안면에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빨라.'
이번에도 전과 마찬가지로 보법으로 피하려고 했던 운설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휘둘려지는 검속을 보니 그럴 여유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운설은 그대로 고개를 뒤로 젖혀버렸다.
서걱
그러자 미처 젖혀지지 못한 운설의 머리가 몇 가닥이 잘려지며 그대로 안면 코앞을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였다.
간발의 차로 검을 피해낼 수 있던 것이다.
부우우웅
고개를 젖혀 검을 피한 운설은 그대로 오른 발을 들어올려 그대로 선우의 복부를 가격하였다.
가까이 붙은 선우를 밀어내어 거리를 벌리기 위함이었다.
덥석
하지만 아쉽게도 의도대로 일이 흘러가진 않았다.
선우의 왼손이 그녀의 발목을 그대로 움켜잡은 까닭이었다.
'이제 더는 도망다니지 못할 거야!'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발이 봉쇄된 이상
그전처럼 몸을 내뺄 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꽈아악
이내 선우는 운설의 발목을 강하게 움켜잡기 시작하였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부우웅
그리고는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정수리부터 아랫도리까지 종방향으로 일도양난할 기세로 말이다.
'검을 들수 밖에 없을거야.'
검을 휘두르던 선우는 확신하였다.
이번에야말로 그녀가 검을 들어올리고 말것이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이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을될테니 말이다.
퍽
하지만 상황은 선우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운설이 몸을 허공에 띄운 뒤 그대로 왼 발을 차올려
검을 쥔 손을 후려쳐버렸기 때문이었다.
"크윽"
이내 선우의 검이 그녀의 정수리에 닿기도 전에 뒤편으로 튕겨나가버렸다.
퍼억
그리고 검을 튕겨낸 운설은 곧바로 왼발의 방향을 틀어 선우의 턱주가리를 곧장 내리찍어버렸다.
"으으으윽!"
턱주가리를 내리찍힌 선우는 고통 어린 신음성을 흘리며 잡고 있던 오른 발을 그대로 놓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의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휘리리리릭
오른 발이 자유로워지자 운설은 그대로 허공에서 회전을 하기 시작하였다.
퍼어억
그리고는 회전력을 더한 발차기로 선우의 뺨을 곧바로 후려쳐버렸다.
주르르르륵
선우는 미처 방비하지 못하고 그대로 옆쪽으로 밀려나버렸다.
버텨내기엔 그 발에 담긴 거력이 상상이상으로 거대한 까닭이었다.
"검이 더 날카로워지긴 했네요. 까딱하면 당할 뻔했어요."
운설은 옆쪽으로 밀려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제 검격을 각법만으로 무마시킨 선배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신빙성이 의심 되는 군요."
선우는 가격당한 뺨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결국 이번에도 검을 쓰게 만들지 못하였다.
자신의 검격이 발길질로 무마되어버린 것이다.
"날카롭긴 하지만 검을 써야할 만큼 위협적이진 않아서요."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느끼 바를 그대로 토로하였다.
분명 검이 날카로워지긴 하였다.
더욱더 파괴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였고 말이다.
하지만 검을 써야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단순하고 예측하기 쉬운 검로가
위협을 절반 이상 줄여버렸기 때문이었다.
"자존심이 상하는군요."
우우우우우웅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자연기들이 전신에 스며들더니 그대로 음양조화기로 변환되기 시작하였다.
이내 그의 주위에는 유형화된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검을 쓰게 만들어야겠습니다."
말을 마친 선우는 허리를 활처럼 뒤로 젖혔다.
그리고 곧바로 발을 튕겨버렸다.
콰쾅
쇄애애애애애액
그러자 폭발음과 함께 신형이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한 대의 화살처럼 말이다.
검끝이 운설의 오른쪽 어깨죽지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검이 날아들자 운설은 가만히 기다렸다.
검끝이 코앞까지 다가오기를 말이다.
그리고 검이 닿기직전까지 다다른 순간
그대로 보법을 밟은 채 몸을 가벼이 옆으로 돌려버렸다.
마찬가지로 그대로 흘려버릴 요량인 것이다.
'안 놓쳐!'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눈을 빛냈다.
이번에도 공격을 무위로 되돌릴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든 한 방을 먹일 생각인 것이다.
꽈아아악
선우는 검자루를 쥔 손을 더욱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비틀기 시작하였다.
'크으으윽..'
갑작스러운 궤도 수정에 손목에 상당한 무리가 가해졌지만
선우는 개의치 않았다.
저 오만한 선배에게
한 방을 먹이고 말겠다는 일념이
무리조차 감수하게 만든 것이다.
이내 어깨죽지를 향해 날아오던 검이
그대로 궤도를 수정하더니 목울대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목표는 목울대였다는듯이 말이다.
'아니!?'
그 모습을 본 운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럽레 휘어지며 날아드는 검격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피할 수 없어.'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치 뱀처럼 휘어지며 날아드는 저 검을 피할 방도는 존재치 않다고 말이다.
차아앙
그리고 그 본능적인 직감은 그녀로 하여금 검을 들어올리게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검격이 충돌하기 시작하였다.
상당한 검압을 뿜어내면서 말이다.
"이번 공격은 꽤나 위협적으로 느껴졌나보군요. 검을 꺼내드는 걸 보니 말입니다."
운설과 검을 마주한 선우는 흡족스러운 미소가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오만한 그녀가 검을 꺼내들었다는 사실이
꽤나 흡족스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위협적일 수밖에요. 손목이 아작나는 걸 감수하고 내지른 일격이였을테니까요."
운설은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부담을 감수하고 내지른 선우의 일격에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내력을 통한 반발력은 물론 궁신탄영의 반탄력까지 더해진 검이었다.
그런 검의 궤도를 바꾸려면
손목이 아작날 위험을 감수한 채 검자루를 비틀 수밖에 없었다.
유효타를 내기 위해
제 몸을 깎아내린 것이다.
어찌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행히 손목은 멀쩡합니다."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원래 그렇게 무모한 가요? 일반적인 신체였다면 그대로 손목이 박살났을 거에요."
"일반적인 신체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 몸이라면 버텨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을 뿐입니다."
신선에 가까운 신체를 완성시킨 선우였다.
상당한 무리가 가긴 하였지만
박살날 정도의 부담이 되진 않는 것이다.
"버텨준 것과 부담이 되지 않는 건 다른 말이예요."
박살나진 않아도 손목에 상당한 부담이 되긴 했을 것이다.
그만큼 무리가 가는 동작이였으니 말이다.
"감수할 만한 일격이였습니다. 이렇게 선배님과 검을 맞댈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선우는 열망 어린 눈빛으로 운설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저보다 현격히 높은 검도劍道의 고수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런 기회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살려야하지 않겠습니까?"
언뜻 보면 광기마저 어려있는 눈빛이었다.
운설과 짧은 비무를 나눠보고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자신과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었다.
흑야를 통해 잠재력을 개방하고 나서야
간신히 상대할 수 있었던
화룡도를 든 염재를 무기빨조차 없이 본신 무력만으로 동수를 이뤘던 여인이였으니 말이다.
아직 제대로 검을 섞진 않았지만
아마 검기劍技또한 비교조차 안될 만큼의 격차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선우는 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 현격한 격차를 느끼기 위해
격차를 느끼고 그대로 흡수하여
더욱더 성장하기위해서 말이다.
'좋은 기회야, 부족했던 검기劍技를 채울 수 있는..'
언제나 생각했었다.
심心, 기技, 체體 중
유난히 기技 부분이 부족하다고 말이다.
이끌어줄 스승이 없었기에
언제나 본능을 이끌린 검격을 내지르거나
심心과 체體를 통해 부족한 기技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싸울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런 자신에게 운설과의 비무는
부족한 기技를 채워넣을 좋은 기회였다.
그녀와 검을 섞으면 섞을수록 자신의 검은 더욱더 날카로워지고 무거워지게 될테니 말이다.
"아무래도 후배님은 절 발판로 보고 있는 것 같네요."
선우의 말을 들은 운설은 살포시 웃음을 흘렸다.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줬음에도
절망치 않고 오히려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그의 광기 어린 면모가 꽤나 재밌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무척이나 매력적이 발판이지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자신은 운설은 경험치로
보고 있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대량의 경험치로 말이다
"그렇다면 잘 밟으셔야할 거예요. 이곳저곳에 가시가 잔뜩 돋아나서 다음으로 내딛는게 상당히 고통스러울 테니까요."
"한 발짝 더 내딛을 수 있다면 그정도 고통은 당연히 감수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선우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성장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 진정한 천하제일검이 될 수 있다면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절대적인 무력을 가질 수 있다면
감수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다.
"재밌네요."
운설은 맑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선우의 광기 어린 미소와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그리고는 대치중이던 검을 튕긴 후
그대로 선우를 향해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선공을 가한 것이다
선우는 튕겨진 방향으로 빠르게 한 바퀴 돈 후 회전력을 더해 검을 휘둘렀다.
내질러진 운설의 검을 향해서 말이다.
콰콰쾅
이내 두 사람의 검이 맞부딪히며 거대한 굉음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