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96화 (997/1,419)

〈 996화 〉 997. 갱생을 약조하다.

금옥禁獄

한 번 발을 내딛는 이상

시체가 되지 않는한

나올 수 없다는 당가 최악의 감옥

그 금옥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커다란 독방 안쪽

눈에 뜨일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귀부인이 十자 모양의 형틀에 묶인 채 처량히 서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에 표독스러움이 묻어나긴 하였지만

날선 콧날과 묘하게 비틀린 입매가 조화를 이뤄

위험하면서도 농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름다운 귀부인.

그 아름다운 용모 때문인지

형틀에 묶인 그 모습을 더욱더 처량하고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구속이 되었을까

저벅 저벅 저벅

독방 맞은 편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스으윽

그러자 표독스러운 인상의 귀부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가만히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말이다.

끼이이익

이내 낡은 경첩이 맞물리면서

두터운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열린 문틈 사이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형틀에로 결박된 여인이못지않은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더 매혹적인 느낌을 풍기는

절세가인이었다.

"어떤가요? 계실만 하신가요?"

모습을 드러낸 절세가인,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어떤 지 궁금하면 직접 묶여보는 건 어때?"

그러자 형틀에 묶인 여인, 당진설이 싸늘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거절하지요, 구태여 그러고 싶진 않군요."

"다시 생각해보렴, 추악한 네년에게 형틀에 묶여지는 것만큼 어울리는 일도 없을테니까 말이야."

당진설은 독기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추악함으로 따진다면 언니를 따라올 사람이 있을까요?"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내 악독하긴 하나 네년처럼 남자에 미쳐 세가를 팔아먹진 않았단다."

당진설의 눈빛에 서린 독기가 한층 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제가 남자에 미쳐 세가를 팔아먹었다구요?"

당서윤은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되물었다.

"모른 척 시치미떼지말거라, 가증스러운 년, 내 이미 세가내 상황을 속속히 파악하고 있으니!"

당진설은 경멸 가득한 시선으로 당서윤을 노려보았다.

이미 모든 정황을 파악하고 있거늘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한 척

되묻는 당서윤의 모습이 너무나 가증스럽고 역겹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궁금하네요, 대체 세가내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길래, 제가 남자에 미쳐 세가를 팔아먹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지 말이예요."

당서윤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끝까지 뻔뻔하기 그지없네, 이런 상황에서조차 나를 농락하려고 하다니 말이야."

당진설은 북풍한설보다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농락이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한 겁니다.. 대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말이에요...."

"후후후후...오해라....오해라.......끝까지 내가 우스운가 보네.."

당진설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끝까지 자신을 농락하려는

당서윤의 태도에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온 것이다.

얼마나 자신을 우습게 봤으면

이런 상황에서 오해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없다는 말인가

"서윤아, 아둔한 서윤아, 이 언니는 전부 알고 있단다, 네가 장선우를 끌어들여 오라버니를 죽이고 그 탈을 뒤집어쓰게 만든 뒤 당가의 실권을 장악했다는 것과 독왕의 제자라는 신분을 장선우에게 부여하여 합법적으로 당가를 차지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냈다는 사실까지 전부 말이야."

당진설은 고저없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오해? 착각?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당진설은 한기 가득 서린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말이 안될 것도 없지요."

"뭐라고?"

"언니의 추론은 대다수 틀렸으니까요."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디가 뭐가 틀렸다는 거지? 설마 오라버니가 살아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니?"

"오라버니께서 죽음을 맞이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와 장선우가 합심하여 오라버리는 죽였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망상입니다. 오라버니께선 당가를 침공한 마교도와 분전하시다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 저와 선우는 오라버니의 죽음과 일절 관련이 없지요."

독왕은 죽인 건 독마였다.

장선우와 자신을 일절 관계가 없는 것이다.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당진설은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믿든 안믿든 그건 언니의 자유죠, 구태여 믿어달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당서윤은 당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마주보았다.

부끄러움따윈 일절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오라버니의 죽음을 은폐하고 장선우에게 오라버니 행세를 시킨 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오라버니의 제자라는 가짜 신분까지 만든 건 또 어떻고?"

"오라버니 행세를 시킨 건 당가의 존속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였습니다. 마교의 침공으로 직계 혈족이 대다수 죽고 멸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세가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당가의 가주마저 존재치 않는다면 당가는 이권을 노리며 달려드는 수많은 승냥이들에게 뜯겨져나갈테니까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시 당가의 상황은 최악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당가의 전각들은 반파되고 불태워졌으며

당가를 지탱하는 직계혈족들은 대다수가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고

즉시 전력감 수준의 방계 혈족마저 대다수가 죽음을 맞이하였다.

사업체를 유지할 최소의 인력마저 존재치 않아

대다수 사업체들을 시세보다 헐값에 팔아넘기기도 하였다.

당가 역사상 최악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았던 상황이였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가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독왕마저 존재치 않았다면

당가는 그대로 결단이 나버렸을 것이다.

무림세가를 유지하는 건 명예와 무력이었다.

둘 중 하나라도 부재하게된다면

세가가 유지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당가는 명예와 무력을 동시에 잃었었다.

언제고 무너져내릴 수 있는 모래성과 다를 바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당가를 존속시키기 위해서

부디 독왕의 행세를 하며 건재함을 과시해달라고 말이다.

당가를 집어삼키려는 게 아닌

살리려는 행동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독왕의 제자라는 신분은 그에게 당가를 활보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 위함이였습니다. 누가봐도 외인인 그가 당가를 마음껏 활보하기 위해선 적절한 신분이 필요했으니까요."

선우에게 독왕의 제자란 신분을 부여한 것은

이해 관계가 일치하였기 때문이었다.

당가 입장에선 선우의 존재가 꼭 필요하였고

당시 선우에게는 이재원의 추격을 피할 수 있는 증명된 신분이 꼭 필요하였으니 말이다.

"어떤가요? 이제 오해라는 말이 납득이 가시나요?"

당서윤을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으드득

"......믿을 수 없어."

당진설은 악에 찬 눈빛으로 말을 내뱉었다.

"네가 오라버니를 죽이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믿지? 장선우와 네가 모의하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믿지? 아니, 애초에 직계혈족까지 전부 네 년놈들이 죽이고 당가의 실권을 장악했을 지도 모를 일이 아니지 않아? 마교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말이야!"

당진설은 발악하듯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설명자체는 무척이나 합리적이고 납득갈만한 설명이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일련의 상황들이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어째서 독왕의 죽음을 은폐하고 그 행세를 하였고

제자의 신분까지 만들어내었는지 전부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납득갈만한 설명임에도 불구하고 당진설은 그녀의 말을 부정하였다.

당서윤에 대한 뼛속까지 사무쳐있는 불신이

그녀의 해명을 완전히 부정시켜버렸기 때문이었다.

"언니는 지금 비약하고 계세요. 그것도 상당히 나쁜쪽으로 말이에요."

그녀의 반응을 본 당서윤은 골머리 아프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당진설은 객관성을 잃어버렸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이게 사건을 마주하기보단

감정에 입각하여 사건을 비약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무척이나 나쁜쪽으로 말이다.

골머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비약이 아니라 사실이겠지!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 아니더냐!"

당진설은 악에 바친듯 바락 바락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후우우.........무슨 말을 하든 소용이 없을 것 같네요."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 절레 내저었다.

이미 자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다다른 당진설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든 소용이 없을 것이다.

당서윤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끼이이익

그리고는 철문을 열어젖힌 뒤 그대로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도망치지마! 당서윤! 찔리나보지? 내가 진실을 말하니까 무서워 죽을 것 같아!? 양심의 가책이란 게 느껴지는 거야!? 제대로 해명해! 도망치지 말고 마주보란 말이야!"

그 뒷모습을 보며 당진설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악기와 독기가 가득 찬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질러지는 고함소리에도 불구하고 당서윤은 뒤조차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는듯이 말이다.

"도망치지마!! 이 더럽고 천박한 계집아! 남자에게 붙어먹은 천한 년아!"

이내 독방에는 당진설의 처절한 비명성이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

저벅 저벅 저벅

독방에서 나온 당서윤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채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멀지 않은 곳에

시원스러운 인상을 가진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어땠어?"

시원스러운 인상의 남자, 장선우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오해를 아주 많이 하고 있더라."

당서윤은 힘 빠진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오해는 풀어줬고?"

"아니."

당서윤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오해를 풀기엔 내가 너무 싫은가봐. 전혀 믿지 않더라구."

당서윤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런, 우리 서윤이 많이 속상했겠네."

선우는 안타까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속상할 것도 없어, 믿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으니까."

당서윤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래도 속상한 감정이 사라지겠어, 누구보다 당가를 위해 노력했는데, 당가를 팔아먹은 역적취급을 받으니 말이야."

"상관없어. 알아달라고 한 일도 아닌데, 뭐"

당서윤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네가 알아주잖아.....난 그거면 돼."

당서윤은 귓불을 살짝 붉힌 채 입을 떼었다.

본인 스스로 낯간지럽다는 느낌을 받은듯 하였다.

"흐흐흐흐흐......"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상당히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렇게 웃지마, 악당같아."

그리고 그 웃음을 들은 당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음흉한 그의 웃음소리에 절로 거부감이 든 까닭이었다.

"흐흐흐흐....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 나오네."

선우는 헤벌쭉 웃으며 말을 이었다.

딱딱한 그녀가 낯간지러워하는 말을 하며

귓불을 붉힌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웃음꽃이 피어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바보."

당서윤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

다소 새침해보이긴 하나

뺨이 붉어진 걸보면

귀엽다는 칭찬이 부끄러운듯한 모습이었다.

"아쉽네, 오늘 일정만 아니였으면 당장 덮치는 건데."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너무 예뻐서 마구마구 입맞추고

밤새도록 그녀와 함께하고 싶은 욕구가 절로 치솟았다.

하지만 그리할 수 없었다

이미 잡혀진 일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언니의 갱생때문이지?"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이 표정을 굳히며 입을 떼었다.

".맞아, 며칠동안은 당진설을 갱생하는데 써야할 것 같아."

".......그럼..어쩔 수 없지."

당서윤은 마찬가지로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나저나 괜찮겠어? 당진설을 갱생하려면....이래저래 비윤리적인 일을 행할 수밖에 없을텐데."

사실상 조련이었다.

비윤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죽진 않잖아, 그거면 돼."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하나 밖에 없는 혈육이잖아, 이대로 평생 햇볕조차 못본 채 썩어가는 건 원치 않아....적어도 갱생의 기회정도는 주고 싶어."

"갱생은 되겠지만....너도 알다시피 내 갱생 방법이 좀.."

선우는 말끝을 흐렸다.

자신의 갱생 방법은 무척이나 특수하였다.

성적 고문 및 쾌락을 통해 인간성을 완전히 개조시켜 갱생을 시키는 것이다.

"임신만 시키지마, 골치아파지니까."

당진설은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진짜...그거면 돼?"

선우는 되물었다.

"그거면 돼...."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답을 하였다.

마음이 그리 좋진 않았다.

갱생을 위해서라지만

자신의 남자를 공유하는 일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해하였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 인간성조차 회복하지 못한 채

옥에서 썩어들어가는 모습은 보기 싫으니까 말이다.

"대신 꼭 하나만 약속해줘, 갱생이 어렵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죽여주겠다고 말이야."

"알았어, 약속할게, 갱생이 어렵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죽이겠다고 말이야. "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거야. 당진설은 갱생될테니까."

당진설은 죽지 않을테니까.

결국 자지를 박으면 꼼짝 못하는 건 그 여자도 마찬가지일테니까 말이다.

'갱생시켜주지. 당진설.'

이내 선우의 확신 어린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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