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5화 〉 996. 너 뒈질래?
당가 최고의 의원들이
상주하고 있는 당가의 의료 지원 담당 부서
활의각活醫閣
그곳 심처에 위치한 고급스러운 병상 위
온몸을 이곳 저곳을 붕대로 칭칭 동여 맨 환자 하나가 누워있었다.
환자의 상태는 만신창이라고 칭해도 어색치 않은 끔찍한 모습이었다.
감겨진 붕대를 뚫고 피고름이 쉴새없이 흘러나왔고
숨쉬는 게 힘든 것인지
호흡은 거칠기 그지없었으며
전신이 망가져있는 것인지
몸조차 뒤척이지 못한 채 그대로 고정되어있었다.
말그래도 만신창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인 것이다.
".......하아아아...끔찍하구나."
그 모습을 본 살혼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내뱉었다.
무척이나 안타깝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이다.
"끔찍하지? 보는 것보다 더 아플거야, 겉은 물론 내부도 완전히 엉만진창이니까."
선우는 공감하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끔찍할 수밖에 없었다.
각종 고문은 물론
내공까지 폐해놓은 상태로
몇 달은 방치해두었다.
겉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엉망진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군요."
살혼은 무거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자아, 그럼 이제 저 친구의 고통을 덜어주도록 하자구, 살혼."
"꼭..그리 해야겠습니까? 이대로 진행해봤자 고통의 대물림밖에 되지 않습니다."
살혼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상관없어, 적법하다면 고통의 대물림정도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어."
선우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래도 당사자의 의견을 물어봐야하는 것 아닙니까!?"
살혼은 간절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야,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저 친구도 저 몸을 좋아할지도.."
"야."
선우는 싸늘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뒈질래? 그냥 바꿀래?"
그리고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죽닥치고 바꾸면 되는 것을
기를 쓰고 반항하니 짜증이 치밀어오른 것이다.
"이대로 바꾸면 저 고통을 제가 감내해야하지 않습니까!"
살혼은 반발하듯 언성을 높였다.
한눈에 봐도 끔찍하기 그지없
"네 몸인데 네가 감내해야지. 대체 누가 감내하는데?"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저 만신창이가 된 몸의 본래 주인은 살혼이었다.
그런데 어찌 제몸에 들어가기 싫다고 발악한다는 말인가
"좀더 이성적으로 생각하시지요, 검신이여."
살혼은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 막 일류티를 벗어난 평무사나부랭이보단 제가 더 쓸모가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래 봬도 화경 최상위 고수입니다. 더구나 첩보, 암살, 은신, 잠입까지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런 수하를 두는 게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살혼은 열변을 토해내며 스스로의 쓸모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몸을 갈아타는 술법만 쓸 수 있다면 여자든 남자든 노인이든 아이든 언제고 갈아탈 수 있습니다. 불사의 수하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검신이여...아니...장 형....아니..주군....부디 이 미천한 살수를 수하로 거둬주십시오...내...주군을 정성을 다하여 보필하도록 하겠소이다."
그의 어투는 간절하기 그지없었다.
저 고통만이 가득한 신체로는 돌아가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당가의 무사는 고통받게 냅두고 대신 너를 수하로 부리라 이 말이야?"
"그렇습니다. 저놈보단 제가 훨씬 더 용이할 것입니다. 능력도 확실하고 말입니다! 영명하신 주군이라면 어떤 선택이 좀더 합리적인 현명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주군 저를 선택해주십시오.."
살혼은 간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흐음..확실히 저녀석 보단 네가 쓸모 있긴 할거야. 네 말대로 당가의 평무사가 네놈보다 무공 수위부터 암살, 첩보, 은신, 잠입, 변장까지 무엇 하나 더 나은 것이 없을테니까."
선우는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살혼이라는 인간 자체는 무척이나 쓸모가 많은 인간이였으니 말이다.
화경 최상위에 다다른 경지는 물론
다방면으로 쓸모가 많은 이혼술마저 보유하고 있었다.
아마 암살, 첩보, 은신, 잠입, 변장, 정보 취득같은 은밀함과 신속함을 요구하는 작업에 한에서는
그를 따를 이는 당대 아무도 존재치 않을 것이다.
그만큼 특출난 인재였으니 말이다.
"그...그렇다면!"
선우의 말을 들은 살혼은 눈을 반짝였다.
그가 자신의 요구를 수용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근데 난 쓸모있는 놈보단 신의있는 인간을 더 선호해."
"네에?"
"쓸모 있으면 뭐해, 언제고 배신할지 모를 쓰레기 새끼인데."
선우는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절대...절대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을 내가 어떻게 믿고?"
"계약서라도..쓰신다면.."
"무법자인 네가 계약서를 지키겠다고? 소림사에서 만천화우를 쓴다고 말하지 그래?"
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말같지도 않은 소리에 절로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법따위는 나몰라라하는 암살자 새끼가
무슨 계약서란 말인가
"그렇다면 금제라도..걸어놓으시면.."
"내공이라도 금제해놓으라고? 그러면 넌 평무사만도 못한 존재가 되는데?"
"그럼..음양고라도 심어두신다면.."
"몸을 갈아타면 그게 무슨 소용인데?"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
선우의 반문 은 살혼은 입을 꾹 다물었다.
반박할 만한 말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믿음을 줄 방도 따윈 존재치 않은 것이다.
"언제고 뒤통수만 노리는 너랑 달리, 금옥의 간수, 당태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세가를 위해 헌신하던 무사야, 그런 당태하고 네놈을 맞바꿀 리 없잖아?"
좀더 쓸모있다고 하여
당가의 무사와 살혼의 목숨을 맞바꿀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당가의 복수를 다짐하던 살혼과 오직 세가를 위해 일로정진한 성실한 평무사 당태와는
그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니 말이다.
"그러니까 지랄말고 빨리 바꿔, 영혼까지 소멸시켜버리기 전에."
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선우의 말에 살혼은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선우의 확고한 태도에 포기를한듯한 모습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이내 살혼은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자신의 몸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그의 몸 주위로 사이한 기운이 쉼없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몸을 바꾸는 기괴한 사술.
이혼술이 시전된 것이다.
솨아아아아아아아
이내 폭출된 사이한 기운들이
두사람을 그대로 둘러싸버렸다.
그리고 쉴새없이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허억!"
이내 당태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그리고 재빨리 고개를 좌우 흔들기 시작하였다.
정신 차리려는 의도가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얼마니 지났을까
"선...선우님...대체..이게..어떻게..된 일인지.."
이내 당태는 어안벙벙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현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이 말이다.
"야."
선우는 그런 당태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너 뒈질래?"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로 말이다.
"네에?"
당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짜고짜 적의를 내보이는 선우의 태도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분명 말했을텐데, 몸 바꿔 놓으라고 말이야, 내 말이 우스운거야?"
"그게...무슨 소리인지.."
당태는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되물었다.
"말로 해선 안되겠네."
선우는 짜증 어린 표정을 지지었다.
그리고 오른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오른 손에 불그스름한 물들여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불에 달궈진 쇳덩이처럼 말이다.
"계속 약 팔 생각이면 마음대로 해, 나도 나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까."
선우는 불그스름한 오른 손을 위협적으로 들이밀며 말을 이었다.
"...........선우님....저는 진실로..."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당태는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보는이로 하여금 동정심이 절로드는 모습이었다.
"정확히 셋을 셀거야. 만약 셋을 셀 동안 그 역겨운 연기를 때려치지 않는다면.......강제로 때려치게 만들어주겠어. 살혼."
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당장에라도 손을 들이밀 기세로 말이다.
"하나...."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기 시작하였다.
"둘..."
정확히 그의 장심을 향해서
만약 이대로 붉게 물들여진 손길이 닿게 된다면
그는 끔찍한 고통에 몸서리치게 되리라
"세에.."
막 선우가 마지막 숫자를 부를 때쯤이였다.
"잠...잠깐!"
당태가 재빨리 고함을 내질렀다.
무척이나 다급한 어조로 말이다.
"사실대로..말하겠습니다! 몸 안바꿨습니다! 바뀐 척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실직고하기 시작하였다.
사실을 몸이 바뀐 척 연기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야, 내 말이 우스워? 아니면 말같지 않게 느껴지는거야?"
선우는 사나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게....이대로..들어가면....너무 아플 것 같아서.......버틸 수 있을 때까지...좀만 더 버텨보자는 마음에.."
"간봤다는 거네, 속을 지 안속을 지 말이야."
"...가..간을 보다뇨!?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입니다...."
"그럼 뭔데? 내가 눈치 못챘으면 쭉 죽 닥치고 있었을 거잖아. 안그래?"
".............."
순간 살혼의 동공이 지진이 난듯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정곡이 찔린 것이다.
"동공 흔들리는데?"
그 눈빛을 알아차린 선우가 입을 떼었다.
"......저..그러니까..그게.."
살혼은 변명거리를 내뱉으려고 입을 떼었다.
이러다간 저 괴물같은 놈이 진짜 영혼까지 베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두 번 말안해. 바꿔."
선우는 그런 살혼을 말을 그대로 끊어버렸다.
더 들어봤자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또 수작부리면 이번엔 진짜 베어버릴거야. 너도 알텐데? 나라면 영혼만 베어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야."
".알...알겠습니다."
살혼은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선우의 눈빛에 담긴 진한 살의를 느낀 까닭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수작을 부리다 걸리면
영혼째로 말살되버리라
살혼은 다시금 원래 몸으로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축 늘어진 몰골로 말이다.
그리고 손을 뻗어 원래 몸의 입을 강제로 벌리기 시작하였다.
"후우우우우우.."
그다음 벌려진 입 안으로 숨결을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영혼을 안착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털썩
그러자 당태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버렸다.
"끄으윽...으으윽...아픕니니다....아픕니다....주군....아편...아편을...놔주십시오..."
동시에 만신창이가 된 살혼의 입에서 앓은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성공적으로 몸을 교환한듯하였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곧바로 쓰러진 당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맥을 짚어보았다.
다행히 정상적인 맥박이 그대로 전해지기 시작하였다.
"....주군...그새끼 말고...저를 좀 신경써주십시오...제가 더 심각한 상태입니다요...으윽....."
살혼은 앓는 소리를 내며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이 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왜 당태가 안깨어난 거지?"
선우는 그런 애원을 가뿐히 무시하며 제 할 말만을 이어갈 뿐이었다.
"기절해서 그렇습니다......아무래도..고통이 가득 찬 제 몸에 갇히다보니..온전한 정신으로는 버텨낼 수 없던 것이지요....그래도 몸이 바뀌었으니 이제 알아서 깰 겁니다...그러니..부디...저부터...신경 좀 써주십시오..아편을...아편을 주십시오..빨리.."
지금 저런 새끼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위급한 자신부터 신경써야하는 것이다.
"치료부터 해야겠군."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어서...어서 저를 치료해주십시오! 아편을 있는대로 다 처박아주십시오! 어서요!"
살혼은 눈을 빛내며 말을 내뱉었다.
드디어 선우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쓰으윽
그때 선우가 쓰러진 당태를 품에 안은 채 그대로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아니 주군! 그 새끼 말고 저를 챙겨주셔야죠!"
살혼은 즉각적으로 반발하였다.
저놈은 그저 기절한 것 뿐이다.
온갖 고통 속에 사로잡혀있는 자신과는
그 심각성을 비교조차 민망한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저놈부터 챙겨든다는 말인가
"넌 더 아파도 돼, 임마."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당태를 안아든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살혼을 남겨둔 채 말이다.
"주군! 주군! 주구우운!!!!!"
살혼은 발악하듯 언성을 높였다.
이대로 냅뒀다간 정신이 나갈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이 반복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뚝
그러자 이내 선우가 걸음을 멈춰세웠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살혼을 바라보았다.
"주..주군! 역시 절 이대로 냅두지 않으실 생각이시군요!"
살혼은 반색하였다.
역시 그냥 겁만 줄 생각인듯 싶었다.
이렇게 되돌아온 걸 보니 말이다.
"아, 이대로 냅두면 안될 것 같아서."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그대로 지풍을 날렸다.
팍 팍 팍 팍
날아든 지풍은 그의 혈을 그대로 점해버렸다.
"................"
그러자 발악거리던 살혼의 입이 그대로 다물어져버렸다.
더불어 온몸이 뻣뻣히 굳어지기 시작하였다.
아혈과 마혈을 짚혀버린 것이다.
살혼은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는듯한 의미가 담긴 눈빛이었다.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있어."
선우는 그런 살혼의 해명 요구를 그대로 무시한 채 곧바로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뒤조차 돌아보지 않은 채 말이다.
'시발놈아아아아!!!! 적어도 수혈을 짚어어어어!!!!!!'
그 모습을 본 살혼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물론 아혈이 짚힌터라 소리가 새어나오진 않았지만 말이다.
이내 방 안에는 끔찍한 고통에 휩싸인 살혼만이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