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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93화 (994/1,419)

〈 993화 〉 994. 나도 잡혀왔다..

"어서..말해봐...무슨 좋은 일이 있길래,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지 말이야."

요랑은 절망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당진설에게 다시금 물었다.

무척이나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

하지만 그녀의 물음에도 당진설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차오른 깊은 절망감이 그녀를 완전히 잠식해버린 까닭이었다.

인생을 반전시킬 유일한 희망이 그대로 강탈될 위기에 처해지게 되었는데 어찌 절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절망이 가득한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내뱉을 수 있겠는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 말이 없어? 지금 내 말 무시하는 거야?"

그녀가 말이 없자 요랑은 그녀를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절 여태까지..절 미행한 건가요?"

그때 침묵을 지키던 당진설이 떨리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절망과 별개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자신이 비자금을 파낸 그 순간

모습을 드러낸 것인지 말이다.

"물론, 네가 비자금을 파내려고 했다는 것도 알고 있지."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어..어떻게..그 사실을...어떻게...알게 된거죠?....살혼이 절...배신한건가요!?"

그녀는 살혼이 배신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완벽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계획이

그대로 노출될 리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탈옥부터 강탈 계획까지

무엇 하나 완벽치 않은 곳이 없었다.

내부자가 있지 않고서야 들킬 리 없는 것이다.

"아니, 얘네가 가르쳐줬어."

그때 요랑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옷 소매에 조그마한 거미들이 천천히 기어나오기 시작하였다.

"거...거미!?"

그 모습에 당진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갑작스러운 거미의 등장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난 종속시킨 거미들의 시각과 청각을 공유할 수 있거든"

요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뭐라구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진설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거미들의 시각과 청각을 공유할 수 있다니

어찌 그런 말도 안되는 사술邪術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덕분에 전부 보고 들을 수 있었어, 네가 탈옥한 그 순간부터...안전가옥에서 독왕의 비자금에 대한 존재를 밝혀낸 그 순간까지 전부 말이야."

".........허어..."

당진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살혼이 그녀의 손바닥 안에서 완전히 놀아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재경각주는 전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과 살혼의 탈옥부터

비자금을 탈환하기 위한 계획까지 전부 말이다.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지략만 따지면 중원 전체를 놓고봐도 상대할 이가 없다며 자부하던 자신이

이런 비참한 꼴이 되다니 말이다.

"어때? 이제 의문이 좀 풀렸어?"

요랑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흘렸다.

"..........충분히요."

"잘됐네, 그럼 이제 파던 거 마저 파, 비자금을 꺼내야지."

"거절하지요."

당진설은 독기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일으켜세운 뒤

요랑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이건 대체 무슨 의도려나?"

그 모습에 요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보시는 바와같아요, 당신에게 비자금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

당진설은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해? 수준 차이는 이미 충분히 겪어봤을 텐데?"

요랑은 우습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항조차 못한 채 그대로 제압당한 전력이 있는 당진설이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대항한다고 하니

괜스레 웃음이 흘러나왔다.

대체 무슨 자신감이란 말인가

"상대가 될 리 없겠죠, 저와 당신 사이에는 감히 재량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으니까요."

당진설은 요랑의 말에 동의하였다.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그녀와 자신과의 차이는 하늘에 닿을 듯 치솟아있는 태산만큼이나 높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비자금을 갖지 못하게 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이게 있다면 말이에요."

당진설이 품 안에서 무언가 움켜잡은 뒤

그대로 바깥으로 꺼내들었다.

그러자 주먹만한 커다란 구체덩어리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게 뭐지?"

그 모습을 본 요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난생처음 보는 물건에 대한 호기심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이건 벽력탄이예요......터지기만 한다면 반경 열장 내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흉악스러운 녀석이죠."

당진설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걸로 날 죽이려고?"

요랑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럴 리가요."

당진설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벽력탄이 아무리 위력적이라고해도

최소 화경에 다다랐을 그녀를 죽이는 건 무리였다.

그녀는 폭발력마저 쉽사리 해소시킬 수 있는 강대함을 지닌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저 제가 아니라면 어떤 누구도 비자금을 갖지 못하게할 뿐이에요.."

"심보가 왜 그렇게 못됐어?"

요랑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당진설의 의도를 파악한 까닭이었다.

그녀는 비자금을 완전히 증발시켜버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갖지 못하도록 말이다.

"제 성정이 못된 건 원래부터 알고 계시지 않았나요?"

당진설은 당당히 말을 내뱉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스스로가 윤리적인 인간이 아니란 사실을

그렇기에 당당할 수 있었다.

못된 년이 못된 짓을 하는 것 뿐이라고 말이다.

"그러게......그렇게 생각하니 새삼스럽지도 않네, 그냥 당진설이 당진설한 것 뿐이니까."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하였다.

확실히 원래 개같은 년이었던 걸 생각하며

납득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당진설이 당진설했을 뿐이였으니 말이다.

"알아주니 감사하네요."

당진설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터트릴 수 있겠어? 그거 터지면 넌 죽어."

요랑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벽력탄이 터진다면

지근 거리에 있는 그녀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고작 초절정 밖에 안되는 그녀가

반경 십장을 초토화시켜버리는 폭발력을

감당해낼 수 있을 리 없을테니까 말이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이대로 잡히면 다시금 금옥에 갇힌 채 비루한 삶을 연명하지 않나요? 그렇게 될바엔 여기서 폭사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어요? 적어도 당신에게 개같은 기분을 선사해줄 수 있을테니까요."

당진설은 표독스러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금옥에 다시 갇힌다면

다시금 비루하고 비참한 삶을 이어갈 것이다.

생이 다할 때까지 말이다.

그럴 바엔 비자금과 함께 폭사하는 편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적어도 눈앞에 있는 여자에게 더러운 기분을 선사해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요랑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진심이고 말고요. 언제든 터트릴 준비가 되어있어요."

당진설은 벽력탄을 높이 치켜들었다.

언제고 바닥에 내동댕이 치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래?"

말을 마친 요랑은 의심 어린 눈빛으로 그런 그녀를 응시하였다.

그리고 당진설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마주보았다.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눈빛 교환이 오고갔을까

피식

"눈빛이 떨리는데?"

이내 요랑이 피식거리며 미소를 흘렸다.

"제가...허세를 부린다는 건가요?"

"응, 내겐 그렇게 보여."

요랑은 부정하지 않았다.

"허세인지 아닌지 시험해보시겠어요?"

꽈아악

당진설은 더욱더 강하게 벽력탄을 움켜쥐기 시작하였다.

"한 번 해봐, 궁금하네, 진짜 터트릴 수 있을 지 말이야."

요랑은 그녀를 향해 한발자국 걸음을 떼었다.

".......오지마세요! 더 다가온다면 터트리겠어요!"

"그러니까 해보라니까? 말만 하지말고 말이야."

요랑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말이다.

'아니..대체..'

당진설은 타협따윈 없는 거침없는 발걸음에 그녀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설마하니 이렇게 앞뒤없이 그대로 치고들어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예상 밖의 상황이다.'

이런 식의 전개는 예상밖이었다.

원래 계획은 오백만 냥을 인질로 잡고 그녀와 협상을 할 요량이었다.

자신의 목숨과 절반의 금액을 보장해달라는 조건을 내건 채 말이다.

그런데 그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

재경각주가 앞뒤없이 치고들어왔기 때문이다.

비자금이 어떻게 돼든 상관없다는듯이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요랑의 신형이 점점 더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가다간 코앞에 닿게 될 것이다.

'제기랄!'

당진설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벽력탄을 쥔 손을 그대로 바닥에 던지려고 하였다.

타협에 여지가 없다면 이대로 비자금과 함께 폭사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부들 부들 부들

하지만 손이 도저히 움직이지 않았다.

이대로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죽을 생각을 하니

공포감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터트려야해...터트려야한다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뇌이고 또 되내였다.

터트려야한다고

죽어도 비자금을 넘겨선 안된다고

하지만 도저히 몸이 말을 들지 않았다.

그저 벽력탄을 쥔 손을 부들거리며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시도는 좋았어."

덥석

요랑은 부들거리는 그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손에 쥔 벽력탄을 그대로 빼앗아버렸다.

"결국 죽음의 공포는 극복치 못한 것 같지만 말이야."

요랑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당진설은 고개를 그대로 아래로 떨궜다.

자신이 완전히 패배했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자아, 그럼 이제 대충 수긍한 것 같으니까..."

요랑은 가벼이 당진설을 밀쳤다.

철푸덕

"으윽.."

그러자 당진설의 가녀린 몸이 그대로 땅바닥에 나자빠지기 시작하였다

"땅파."

요랑은 나자빠진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바닥에 처박힌 당진설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패배를 인정하였음에도 본연의 독기가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은듯 하였다.

"진설아, 잘들어 한 번만 말할테니까."

요랑은 그런 당진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땅을 파라는 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야, 네게 거부할 권리 같은 건 없어, 만약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뒈지게 처맞을테니까."

요랑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덤으로 어마어마한 살의를 내뿜은 채 말이다.

"크으으으윽..."

그러자당진설이 괴로운듯한 신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전신을 휘어감은 살의로부터

어마어마한 압력을 느낀 까닭이었다.

"눈 깔고 땅 파. 두 번 말 안해."

요랑은 싸늘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곧바로 표독스러운 눈빛을 내리깔고 땅을 파기 시작하였다.

푹 푹 푹 푹 푹 푹

이내 화봉요원에는 흙무더기가 파헤쳐지는 소리가 가득 울리기 시작하였다.

*******

푹 푹 푹 푹 푹

당진설은 땅을 파고 또 팠다.

마치 모든 땅을 뚫어내고 용암파내려는듯한 기세로 말이다.

그러자 어느새 그녀는 자신의 키보다 두배는 될법한 깊이의 구덩이를 파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구덩이 속에서 그녀는 발견할 수 있었다.

독왕이 숨겨놨던 어마어마한 재화를 말이다.

"이야, 이게 오백만냥치 금원보라 이거지?"

요랑은 그녀가 꺼내온 금원보를 바라보며 히죽거리기 시작하였다.

눈부신 광채를 직접 목도하니 흡족스러움이 절로 치솟은 까닭이었다.

'히히히히히....난 이제 부자야.'

자신은 이제 부자였다.

저 어마어마한 황금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젠 노동따위는 할 필요가 없었다.

자본이 자본을 벌어들이는 경제적 자유를 이룩 할 수 있게 될테니까

이제 비싼 이국의 과자를 아껴먹을 필요가 없었다.

넘치는 돈으로 과자 사업체 자체를 인수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흐흐흐흐흐흐..."

요랑의 입에서 음흉한 미소를 흘러나오기시작하였다.

돈을 쓰는 상상만해도 행복감이 절로 느껴진 까닭이었다.

'내 돈인데....내 돈인데..'

한 편 모든 비자금을 꺼낸 당진설은 한없이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비자금을 자신의 손으로 꺼내 고대로 헌납하였다는 생각을 하니

참을 수 없는 우울감과 절망감이 치솟았다.

본디 성취감이 크면 박탈감이 크다고 했던가

지금 그녀의 상태가 딱 그러하였다.

눈앞에서 비자금을 전부 빼앗겼다는 박탈감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것이다.

"고마워, 진설아, 네 덕분에 이렇게 불로소득이 생기네."

그런 그녀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요랑은 히죽거리며 그녀를 치하하기 시작하였다.

으드득

그리고 요랑의 치하를 들은 당진설은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자신을 놀린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한창 분해하고 있을 때였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명백한 사람의 발자국이 말이다.

'살혼!'

순간 당진설은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미끼를 자청했던 살혼이 자신의 흔적을 찾아

화봉요원에 당도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녀는 희망 어린 눈빛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응시하였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풀숲을 헤치며 등장한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살혼!"

이내 당진설은 반가운듯 언성을 높였다.

그녀의 예상대로 등장한 이의 정체가 살혼이였기 때문이었다.

"저를 구하러 오신거군요!"

당진설은 기쁜듯 언성을 높였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니, 나도 잡혀왔다."

살혼은 고개를 살며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네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진설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잡혀왔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왜 그렇게 굼떠?"

빠악

"끄아아악!"

그때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살혼의 고개가 그대로 숙여졌다.

뒤편에서 누군가 그의 뒤통수를 그대로 후려친 까닭이었다.

당진설은 깜짝 놀라며 그 뒷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시원스럽게 생긴 밉살스러운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장...선우....."

당진설은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불구대천의 원수

장선우를 말이다.

"오랜만이야, 당진설."

그녀를 마주한 선우는 장난스레 미소를 지었다.

"며칠동안 맛본 자유는 어땠어?"

그리고 조롱하듯 말을 내뱉었다.

으드득

그 말을 들은 당진설은 이를 으드득 갈기 시작하였다

이 모든 일에 재경각주 뿐 아니라 저 남자까지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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