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2화 〉 993.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봐?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아그작 아그작 아그작
거대하기 짝이 없는 악룡이 커다란 아가리를 쩌억 벌린 채 우악스럽게 입을 놀리기 시작하였다.
-끼에에엑...끼이익...끼에에에엑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소름을 돋게 만드는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그리고 당진설은 그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보았다.
악룡을 마주한 순간 떠오른 수많은 의문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저 거대한 괴물은 대체 무엇인가
대체 고독관에 저런 괴물이 어찌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오라버니는 이 사실을 알고 있던 것일까
알고 있다면 어째서 이런 사실을 말해주지 않은 것일까
말들이 전부 씨몰살당해버렸는데 이제 비자금은 어떻게 옮길 것인가
아니 애초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혼이 저 괴물을 감당할 수 있을까
복잡하였다.
너무 복잡해서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멍하니 지켜보았을까
-정신차려라! 계집!
그때 그녀의 귓가에 날카로운 음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내력에 소리를 실어 은밀히 음성을 전달하는 전음밀입의 수법이었다.
-위급한 상황에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더냐!
목소리의 주인은 살혼이었다.
비자금을 털기 위해 함께 고독관에 임시 동맹원 말이다.
-죄송해요...당황해서..
당진설은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황이고 자시고 지금은 그딴 여유를 부릴 시간따윈 없다! 이대로 있다간 뒈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살혼께서...감당치 못할 존재인가요?
-장담할 수 없다.
살혼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있는 초월적인 존재와 마주한 순간
살혼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괴물과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무조건적인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몸 성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럴 수가.....
당진설은 마찬가지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혼마저 죽인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암살자이자
화경에 다다른 절대강자인 살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존재의 등장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일단 말들이 포식하고 있는 틈타 도망가도록 하지. 화봉요원쪽으로 앞장서도록 하라.
-화봉요원에 가겠다구요!?
-그럼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가자는 말이더냐?
살혼은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하였다.
-말들이 전부 죽어 짐마차를 끌 수 없는 상황이예요. 거기다 당신조차 감당 못할 존재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비자금을 챙기자는 건가요?
당진설은 이해가 안되었다.
지금 상황은 최악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비자금을 옮길 수단은 사라졌고
위협적인 괴물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목숨조차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화봉요원을 향하겠다니
어찌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럼 이대로 포기하자는 말이더냐!?
-재정비를 해서 다시오자는 말이예요!
-다시 온다고 달라질 것 따윈 없다! 나조차 감당키 힘든 괴물이 있는 마당에 재정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차라리 이대로 강행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혈해 최고의 고수인 자신조차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괴물 앞에서
재정비따위는
의미 없는 짓이었다.
차라리 강행하여 비자금을 챙겨오는 게 훨씬 더 나은 선택지일 것이다.
-화봉요원은 고독관 최심부에 있어요! 저런 괴물을 달고서 그곳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화봉요원은 고독관 최심부에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괴물을 달고 갈 생각따윈 없다.
-그럼 어떻게 하시게요?
-내가 미끼가 되어 괴물을 따돌리겠다.
-네에?
-내겐 냄새는 물론 기척마저 없앨 수 있는 잠영술 있다. 괴물을 따돌리는 건 어렵지 않지.
살혼은 자신 어린 표정을 지었다.
괴물을 따돌리는 것따윈 어렵지 않았다.
잠영술로 기척과 냄새를 완전히 지워버린다면
눈뜬 장님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될테니 말이다.
-그러니 네년은 먼저 화봉요원으로 향하도록 하라. 나는 저 괴물을 따돌리는 즉시 따라가도록 하지.
-어떻게 따라오시게요?
-네년의 몸에 천리추종향을 뿌려둔 상태이다. 추적따윈 어렵지 않지.
-천리추종향을 뿌려놨다구요!?
당진설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천리추종향이라니
금시초문이었다.
어찌 자신도 모르게 몸에 그딴 추적향을 뿌려둘 수 있다는 말인가
-네년이 배신할 지도 모를 일이 아니더냐? 언제고 대비는 해두어야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어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되지 않았더냐? 멀리 떨어져도 네년을 찾을 수 있으니.
살혼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미안함따윈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저열한 살수주제에.'
그리고 당진설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뻔뻔한 그의 태도에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어쨌든 내가 저 괴물의 주의를 끌테니, 슬그머니 뒤편으로 돌아서 화봉요원으로 향하도록 하거라.
-알겠어요.
당진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부아가 치밀어오르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그의 말을 거역할 순 없었다.
어쩌면 비자금을 챙길 수 있는 유일한 계획일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스르르륵
이내 당진설은 가벼이 보법을 밟으며 뒤편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은밀하게 말이다.
그리고 살혼은 그런 그녀의 앞쪽에 선 채 가만히 응시하였다.
우적 우적 우적
두 마리의 말을 씹어먹고 있는 괴물의 모습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응시하였을까
꿀꺽
이내 목넘김과 함께 괴물의 목울대가 한 차례 떨리기 시작하였다.
포식을 완전히 끝마친 것이다.
쓰윽
포식을 끝마친 괴물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먹잇감을 가져다준 고마운 인간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끼에에엑.....끼에에엑..헤에에엑..
괴물은 찢는듯한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이제 이 고마운 인간을 먹을 심산이었다.
새로운 별미로서 말이다.
오싹
순간 살혼은 오싹함을 느꼈다.
눈앞에 괴물이
자신을 먹잇감으로 인지하였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젠장할, 위대한 살수인 이 몸이 근본도 없는 미물에게 먹잇감 취급을 받다니!'
이내 살혼은 오싹함이 가시고 부아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수백 년동안 무림의 공포로서
군림하였던 전설적인 존재가 아니던가
그런 자신이 연약한 먹잇감 취급을 받았다.
언제나 포식자의 입장에 서있던 자신이 피식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감히...미물따위가...'
자존심이 상했다.
한낱 미물따위에게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살혼의 전신에 농익은 마기가 치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독무 무공인 흑암잔혈마공을 극성으로 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죽일 수는 없었도 한 칼정도는 제대로 먹여주마.'
살혼은 생각하였다.
저 오만한 미물에게
자신의 위대함을 직접 보여주겠다고
연약한 피식자가 아닌
동등한 포식자임을 각인시켜주겠다고 말이다.
우우우우우웅
이내 살혼이 쥐고 있던 검에서
칠흑보다 어두은 묵빛 강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마기魔氣와 살기殺氣를 합쳐 강기로 형상화시킨 것이다.
'머리통을 베어주지.'
강기를 형성시킨 살혼은 몸을 살짝 낮췄다.
그리고 용천혈에 마기를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언제든 튀어오를 수 있도록 말이다.
콰아앙
이내 용천혈에 집중되던 마기가 터지면서
살혼의 신형이 그대로 허공에 치솟기 시작하였다.
땅과 발바닥 사이에 일어난 반탄력을 이용해 몸을 띄운 것이다.
쇄애애애액
이내 살혼의 신형이 괴물의 머리쪽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인간을 얕보지마라! 괴물!"
살혼은 칠흑보다 어두운 묵빛의 강기를 그대로 휘둘렀다.
정수리쪽을 그대로 베어버릴 심산이었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휘이이이익
콰아아앙
괴물이 앞발을 들어올려 날아드는 살혼을 그대로 후려쳐버린 것이다.
강기가 정수리에 닿기도 전에 말이다.
쇄애애애애액
두터운 앞발에 후려쳐진 살혼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콰앙
콰앙
콰앙
수많은 독수림毒樹林들을 부숴대면서 말이다.
쿠우우우웅
그리고 이내 꽤나 멀리 떨어진 커다란 거목에 그대로 처박히게 되었다.
".....쿨럭....쿨럭.."
주르르륵
거목에 처박힌 살혼은 그대로 핏물을 토해내었다.
전신에 파고든 거대한 거력에
내장은 물론 뼛속까지 그대로 파열된 까닭이었다.
'.........동등한 게... 아니었다....'
아무래 착각을 해도 단단히 한듯 싶었다.
저 괴물과 자신은 결코 동등하지 않았다.
포식자와 피식자 간의 관계가 더 알맞는 것이다.
"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처먹을...."
욕지거리를 내뱉고 또 내뱉었다.
한없이 초라한 스스로의 모습에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그렇게 한창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을 때
굉음성과 함께 천지가 뒤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놈이 오고 있어.'
부르르르
그 소리에 살혼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괴물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망가야해.'
살혼은 다급히 잠영술을 시전하였다.
미끼로서 역할을 수행하려면 좀더 이목을 끌어야했지만
지금 그에게 역할 수행에 대한 의지 따윈 남아있진 않았다.
그저 살겠다는듯 의지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스르르륵
이내 살혼의 신형이 흐려지더니 그대로 고독관 내부에 녹아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좋아....이제..안전하다.'
살혼은 안심을 하였다.
극성에 다다른 잠영술이라면
저 괴물의 눈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한창 안심하고 있을 때였다.
쿵 쿵 쿵 쿵
어느새 자신을 날려보낸 초월적인 존재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스르르르륵
살혼은 그 초월적인 존재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발소리를 죽이고 숨조차 멎은 채로 말이다.
어차피 자신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괴물의 시야에 완전히 벗어나려는 그때였다.
데구르륵
갑자기 괴물이 노란 빛깔의 눈동자를 서서히 돌리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서 말이다.
낼름 낼름
그리고는 그대로 혓바닥을 이리저리 낼름거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음식을 먹기 전 입맛을 다시는 것처럼 말이다.
'아닐거야...아닐거야..아니고 말고..'
살혼은 격하게 부정하였다.
자신의 잠영술은 완벽하였다.
기척은 물론 냄새, 소리까지 전부 지워버리는 것이다.
그런 자신의 잠영술을 한낱 미물따위가 꿰뚫어볼 리 만무하였다.
'아닐거야...그냥 우연히..마주친 걸거야.'
그렇게 정신적인 안정을 추구하고 있을 때였다.
슈루루루룩
갑자기 괴물의 붉은 혓바닥이 그대로 내질러기 시작하였다.
정확히 살혼이 서있는 위치를 향해서 말이다.
"망할!"
살혼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면 곧바로 몸을 날렸다.
콰아앙
그러자 이내 혓바닥은 살혼이 서있던 바닥을 그대로 강타해버렸다.
"......젠장할.."
그 광경을 본 살혼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신법을 극성으로 발휘해 그대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오직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끼에에에에에엑~~~
그 모습을 본 괴물은 기쁜듯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본디 포식에 앞서 가벼운 운동은 식욕을 돋구는데 큰 공헌을 하기 마련이었다.
괴물은 살혼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배를 채워주기 전 이렇게 운동까지 시켜주니 말이다
더 맛있게 먹어주겟다고 다짐하며
괴물은 거대한 발을 빠르게 놀리기 시작하였다.
오직 포식을 위해서 말이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이내 사방에는 괴물의 발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타타탁 타타탁
"하아.....하아...하아...하아.."
당진설은 입에 단내가 느껴질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머리까지 어질거렸지만
그녀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살혼이 미끼를 자청하긴 하였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최악의 변수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하는 것이다.
'살거야... 살아서...비자금을 챙길거야...그리고 복수할거라고!'
그녀는 생에 대한 의지
비자금에 대한 탐욕
복수에 대한 야망을 불태우며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우뚝
이내 그녀는 걸음을 멈춰세웠다.
"크으윽!"
콧끝을 마비시킬 정도의 진한 독기가 그대로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체...무슨..'
당진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주위를 둘러봤다.
갑자기 진해진 독기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자 온갖 기괴한 모양의 풀들이 시야를 가득 메우기 시작하였다.
"아.."
그 모습을 본 당진설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어느새 화봉요원에 당도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비자금....비자금...비자금!'
화봉요원에 당도하였음을 깨달은 그녀는 곧바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독왕의 비자금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가장 태양 모양의 커다란 검은 꽃 찾고.....그 꽃을 중심으로...왼쪽으로 백사십 팔보.....그리고..보름달 모양의 붉은 꽃의 뒤편으로 이십팔보.......그리고 달을 옮겨놓은듯 새하얀 백색의 꽃 오른쪽으로 백십오보를 가면........가슴어림께 정도 오는 돌산이....'
그녀는 당진철로부터 전해들은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독초들의 위치나 모양이 바뀌지는 않은터라
순조롭게 위치를 찾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하였을까
이내 그녀는 오라비가 말한 커다란 공터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표식의 의미로 쌓아두었다던 돌산을 말이다.
'저곳이다!'
돌산을 마주한 당진설은 눈을 빛냈다.
와르르륵
푹 푹 푹
그리고 곧바로 돌산을 무너뜨린 뒤 검을 이용해 그 아래를 파기 시작하였다.
내력까지 이용하여 필사적으로 말이다.
'나와라! 제발..나와라..제발 나와!'
푹 푹 푹 푹
그녀는 간절함을 내비쳤다.
제발 나오라고
부디 자신을 절망케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땅을 팠을까
쿵
검끝에 무언가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다급히 안쪽을 살피니 궤짝같은 게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꾸우욱
푸욱
당진설은 그대로 힘을 주어 검을 비틀기 시작하였다.
콰지직
그러자 검이 박혀진 궤짝이 뒤틀리며 그 내부가 드러나더니 그대로 어마어마한 광채를 내뿜기 시작하였다.
황금빛의 광채를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당진설은 환희에 젖은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찾은 것이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독왕의 비자금을 말이다.
환희에 젖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돈이면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백만 냥이라는 거금이면
무엇이든 가능할 것이다.
다시금 세력을 형성시킬 수도 있을 것이고
초기자본으로서 재산 증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처절한 복수도 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지.'
당진설의 눈빛이 야망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처절한 복수를 할 심산이었다.
자신을 비참한 꼴로 만든
장선우와 당서윤에게
그리고 당가 전체에게 말이다.
".....장선우......당서윤........너희 년놈들은.....이제 최악의 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당진설은 읊조리듯 말을 내뱉었다.
살의로 가득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기분 되게 좋아보이네."
그때 당진설의 뒤편에서 발랄한 음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움찔
그러자 당진설은 몸을 가늘게 떨리기 시작하였다.
목소리를 인식한 순간
형용할 수조차 없는 공포감이 전신을 휘어감은 까닭이었다.
'설...설마..'
그녀는 불안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서 말이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적안의 절세 미인을 말이다.
"뭐,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봐?"
적안의 절세 미인, 요랑은 장난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나도 들어볼 수 있을까?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말이야."
요랑의 장난기 어린 미소가 더욱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당진설의 낯빛이 마치 죽은 사람처럼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녀를 마주한 순간
끝을 알 수 없는 커다란 절망을 느낀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