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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86화 (987/1,419)

〈 986화 〉 987. 탈출

철컥

끼이이익

열쇠가 맞물리고 낡은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쇠창살 사이로 언뜻 보였던

죄수의 모습이 온전히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두터운 쇠사슬이

머리 목 가슴 배 팔 다리 허리 가릴 것 없이

전부 휘감겨진 채로 결박당하고 있는 모습을 한 이질적인 죄수.

금옥 그 어떤 죄수보다 흉악하다는 최악의 죄수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자가...검신께서...직접 인계하였다는 최악의 죄수.'

그 모습을 본 당목은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근접 거리에서 그를 직접 마주하니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물밀듯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대체..뭐지..이 불안감은..'

당목은 알 수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 불안감이 물밀듯이 차오르는지 말이다.

분명 그는 두터운 쇠사슬로 전신이 묶인 채 완전히 결박되어있었다.

위험할 요소따위는 전혀 존재치 않는 것이다.

그런데 긴장이 되었다.

더불어 불안감이 쉴새없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겁을 집어먹은 모양이군."

그때 옆에 있던 당태가 피식거리며 입을 떼었다.

잔뜩 긴장한 신입 간수,당목의 모습이 꽤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죄...죄송합니다..."

"되었네, 자네만 그런 건 아니니 말이야."

당태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정말..입니까?"

"정말이고 말고, 죄수번호 4885, 저 놈과 처음 마주한 간수들은 대다수 겁을 집어먹는다네, 저놈이 풍기는 사이한 기운이 온몸에 스며들기 때문이지."

당태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신입이 4885에게 겁을 집어먹는 것은

새롭게 전입한 신인 간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은 통과 의례같은 것이었다.

놀랄 일이 전혀 아닌 것이다.

".....그렇군요."

당목은 납득했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신도 모르는 새 사이한 기운에 잠식되었다면

불안감을 느낄만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말게나, 사이한 기운을 풍기고 있긴 하지만 저놈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테니까."

당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전신이 쇠사슬에 묶여있을 뿐 아니라 두터운 안대로 눈이 가려져있고 입은 교룡의 가죽으로 만든 특수한 재갈이 물려져있네. 더불어 팔다리 모든 힘줄과 인대가 끊어져있기도 하지......이런 상황에서 저놈이 뭘할 수 있겠는가? 듣는 것 외엔 무엇하나 할 수 없는 저놈이 말이야."

그는 자신만만하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허어...엄청나군요...설마하니...쇠사슬이 끝이 아니었다니.."

그 말을 들은 당목은 감탄했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쇠사슬만으로도 충분한 결박이라고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윗선의 의견은 자신과 다른듯하였다.

쇠사슬만으로는 부족해

저렇게 이중삼중으로 결박을 해놓은 걸 보니 말이다.

"이제 좀 안심이 되는가?"

"네에, 한결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당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의 말을 들으니 불안감이 어느정도 해소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렇게 이중삼중으로 결박되어있는

4885가 자신을 쉽사리 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것 참 다행이로군."

당태는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아,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턱관절 빼는 법을 알려주겠네."

그리고 앞에 있는 4885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먼저 시범을 보일테니, 잘따라하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우렁찬 게 마음에 드는구만."

당태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결박되어있는 4885를 바라보았다.

"배식 시간이다, 허튼 짓을 할 생각은 안하는 게 좋을 거야. 언제고 베어버릴 준비가 되어있으니 말이야."

그다음 시리디 시린 어조로 단단히 경고를 하였다.

언제고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말을 마친 당태는 4885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기 시작하였다.

덥석

당태의 손이 4885 입쪽을 휘감고 있는 쇠사슬을 움켜잡았다.

"일단 입쪽에 있는 쇠사슬부터 풀어내야하네, 왼쪽으로 다섯 번 오른쪽으로 다섯 번 순서대로 말이야.....순서가 꼬여버리면 난감해지니, 실수치 말도록 하게.."

차르르륵

차르르륵

이내 쇠사슬이 무척이나 수월하게 풀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 지났을까

재갈이 물려있는 4885의 입이 완전히 드러났다.

"자아, 이렇게 쇠사슬이 풀리면 입이 그대로 드러나게된다네, 이제 턱을 빼는 요령을 알려주겠네."

당태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4885의 입에 물린 턱관절을 그대로 움켜잡았다,

마치 부숴버릴듯한 악력으로 말이다.

"턱 관절을 움켜잡을 땐 강력하게 잡아야하네, 자칫 미끄러져 잘못될 경우 신경이 엉망이 되어 죽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당태는 4885의 턱을 강하게 움켜잡은 채 말을 이었다.

"자아, 이 상태에서 중지와 검지를 양 어금니 사이로 꾸욱 질러넣게나. 이렇게 말이야."

꾸우욱

이내 당태는 4885의 어금니쪽 볼을 강하게 짓누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그대로 아래로 내리면 된다네."

우드드득

이내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4885의 턱이 그대로 벌려지게 되었다.

턱이 완전히 빠져버린 것이다.

"오늘도 잘 빠졌구만."

그 모습을 본 당태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언제봐도 완벽한 관절술이었다.

"자아, 이 상태에서 재갈을 살짝 아래쪽으로 거둬내고 으깬 감자를 쑤셔박으면 된다네.."

당태는 입 안에 물려있는 재갈을 잡아당긴 뒤 그대로 아래로 내렸다.

꽈악

그다음 주먹보다 살짝 잡은 알감자를 으깬 채 그대로 쑤셔박아버렸다.

"그다음 재갈을 다시 물리고 턱관절을 다시 맞춰버리면된다네."

우두두두둑

그리고 재갈을 다시 물린 뒤 움켜잡은 턱관절을 그대로 올려버렸다.

그러자 뼈가 맞물리는 소리가 울리며

빠졌던 턱이 그대로 원상복귀가 되었다.

"어떤가? 참 쉽지 않은가?"

당태는 당목을 돌아보며 물음을 던졌다.

"....저...저렇게 하면....제대로 씹을 수 있는 것입니까?'

감자를 넣은 채 그대로 재갈을 물려버렸다.

제대로 씹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래서 감자를 으깨 주지 않았는가? 씹을 필요는 없는 것이지. "

당태는 별 것 아니라는듯이 말을 이었다.

".......그걸로 충분한 겁니까?"

"충분하다네. 그 이상은 이놈에게 사치기도 하고 말이야."

"..............."

당목은 할 말을 잃었다.

상상이상으로 험악한 대우에

당혹스러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배식조차 저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먹이다니 말이다.

인권이라는 것 자체가 완전히 박탈된 느낌이었다.

"자아, 이제 자네가 해보게나."

이내 당태가 알감자 하나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네에!? 제가 말입니까!?"

그 모습에 당황한 당목이 다급히 되물었다.

"지금 여기 자네말고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바로..하는건.."

당목은 자신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겁먹지말게, 누구나 거쳐갔던 절차이니."

당태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만약 실수라도 하면.."

"실수를 해도 내가 보는 앞에서 해야 수습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만약 혼자서 실수한다고 생각해보게. 얼마나 끔찍한가?"

당태는 태도는 확고하였다.

양보할 기색따윈 전혀 없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 확고함을 알아본 당목은 이내 답을 하였다.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쇠사슬을 풀어놓았으니 턱만 빼버리면 될 걸세, 자아 어서 가보게나."

탁 탁 탁

당태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당목의 어깨를 가벼이 두드려주었다.

당목은 가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 시작하였다.

결박되어있는 4885를 향해서 말이다.

그다음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다음 4885의 턱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우두두둑

그다음 턱뼈를 곧바로 아래쪽으로 내려버렸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우두두두둑

그러자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울리며

턱이 그대로 벌려지기 시작하였다.

턱관절이 완전히 빠져버린 것이다.

'됐어!'

그 모습에 당목은 쾌재를 불렀다.

한 번의 시도만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이

여간 기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재갈만 빼면.'

당목은 그대로 재갈을 빼내기 시작하였다.

이제 으깬 감자를 먹일 차례였다.

"끄어어어어어어어어억."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4885가 괴성을 내지르며

먼젓번에 먹었던 으깨진 감자들을 그대로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뭐..뭐야!?'

그 모습에 당목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젠장, 무슨 일이야."

그때 옆에 있던 당태가 다급히 4885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바로 4885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웨에에에에에엑"

그는 으깨진 감자뿐 아니라 진하디 진한 위액까지 쉴새없이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제기랄 무슨 짓을 한겐가!"

당태는 당목을 바라보며 언성을 내질렀다.

"저..저는...시범보였던..대로..턱관절을.."

당목은 어안벙벙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턱관절만 건들였는데 왜 토를 한다는 말인가"

"그건..저도..잘.."

당목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금니 뒤쪽을 잡은 거 맞는 겐가?"

당태는 의심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그,....그러니까...어금니..뒤쪽이 아니라.. 어금니 밑쪽을 잡은 것 같습니다.."

"어금니 밑쪽은 미세한 신경들이 분포돼있어 위험한 곳이란 말일세!!"

"그럴수가.."

당목은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사고를 쳐도 단단히 쳤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우웨에에에에에엑!!!!"

그때 4885의 토가 더욱더 격렬하게 쏟아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케에엑..케엑..커억..갸르르르르르."

더불어 게거품을 물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봐도 위중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제기랄."

그 모습을 본 당태는 손을 뻗어 4885의 몸을 감싸고 있는 쇠사슬을 재빨리 풀어헤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4885를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선배, 지금 무슨 짓하시는 것입니까!? 왜 쇠사슬을 푸는 것입니까?"

그 모습을 본 당목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분명 어떠한 결박도 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쇠사슬을 풀어낸다는 말인가

"그럼 이대로 죽게 내버려둔다는 말인가?! 4885는 검신께서 특별 관리를 요청한 놈일세! 이대로 죽게내버려둔다면 크게 경을 치실 것이야!"

당태는 잔뜩 화가난듯 언성을 내질렀다.

사고를 친 신입이 답답한 소리를 하니 절로 짜증이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어서 돕기나 하게나! 징계받고 싶지 않으면!"

"알..알겠습니다!"

이내 두 간수들을 죄수를 둘러싼 채 쇠사슬을 풀어헤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다급한 손길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쇠사슬에 둘러쌓여있던

4885의 맨몸뚱아리가 그대로 바닥에 떨궈져버렸다.

그리고 떨궈진 4885는 그대로 축 늘어져버렸다.

마치 시체마냥 말이다.

그 모습을 본 당태는 재빨리 손을 뻗어 4885의 맥을 짚었다.

맥박의 흐름을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뛰지 않아!'

그리고 한층 더 심각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맥박이 전혀 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설마?'

당태는 불안한 표정을 지은 채

4885의 가슴팍에 귀를 가져다대었다.

제발 자신의 예감이 빗나가길 희망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 법이었다.

자신의 예감대로 4885의 심장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이다.

"당목! 당장 4885에게 심폐활생술을 시도하게!"

당태는 다급히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다음 곧바로 4885의 입에 숨을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아..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목은 재빨리 4885의 심장 부근을 쉴새없이 짓누르기 시작하였다.

당가에 전해내려오는 심폐활생술을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두 간수는 4885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기 시작하였다.

'살아야한다...살아야해!'

후우웁 후우웁 후우우웁

당태는 쉴새없이 숨을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남자와 입을 맞춘다는 사실이 수치스럽기 그지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뇌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으면 그대로 뇌가 정지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제발..살아..살아.. 살란 말이다!'

후우웁 후우웁 후우웁 후우붑

그렇게 당태는 몇번이고 몇 번이고 숨을 불어쉬었다.

그가 깨어날 수 있기를 빌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숨결을 불어넣었을까

'어...어..어?'

갑자기 머리가 핑도는 느낌이 들었다.

더불어 세상이 반전되듯이 쉴새없이 뒤흔들어지기 시작하였다.

'호흡이..부족한 건가.'

아무래도 숨을 너무 불어넣어

호흡이 곤란해진듯 하였다.

스르르륵

이내 당태의 눈이 서서히 감겨지기 시작하였다.

어지러움증을 도저히 견뎌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스르륵

그리고 이내 곧바로 눈을 떴을 때

당태는 이변을 목도하게 되었다.

자신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목도하게 된 것이다.

'나..나잖아?..어째서?'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정신차렸어! 살렸다고!"

그때 '자신'이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격앙된 표정으로 말이다.

'살렸다니?...난 죽은 적이 없는.......'

그렇게 의문 어린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넌...대체..으으읍!"

그때 무언가 입 속에 우겨지기 시작하였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입에 우겨넣어진 검은 재갈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당태의 눈이 휘둥그레해지기 시작하였다.

저 재갈은

4885의 입을 강제적으로 물렸던 재갈이었다.

그의 입을 봉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재갈 말이다.

"선배님, 대단하십니다....4885를 살리다니."

그때 당목이 감탄했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아무래도 자네에게 배식은 무리인듯하군. 앞으로는 내가 직접하겠네. 얼씬도 하지말게!"

"면목없습니다."

당목은 죄책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너무 기죽지말고, 처음부터 잘해내는 이가 어디있겠는가?"

"선배님..."

당목은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꼼짝없이 호된 질타를 받을 줄 알았건만

되려 위로의 말이 들려왔다.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우웁 우우웁 우우웁(.아니...야...저건 내가 아니라고! 내가 아니야!)"

당태는 재갈이 물려진 채로 격렬히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저건 자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찌 선배라 부르고

그를 따른단 말인가

"그런데 선배님, 저렇게 곧바로 재갈을 물려도 됩니까?"

"말하지 않았는가? 저놈은 몸을 갈아타는 요사스러운 사술을 쓰는 종자라네, 조심 또 조심하는 건 필수란 말일세."

"그렇군요."

당목은 납득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아, 그럼 다시 묶도록 하지, 우리가 너무 풀어놓은듯 하니 말이야."

"그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당목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칭 칭 칭

그리고 쇠사슬로 다시금 4885를 결박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결박되었던 것처럼 이중삼중으로 말이다.

"으으읍! 으으읍! 으으으읍! 으으읍!(저놈은 가짜야! 내가 진짜라고! 내가 당태야! 제기라아알!)

당태는 격렬히 괴성을 내지르며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입 안을 가득 메운 재갈이 그의 말을 완전히 차단해버린 까닭이었다.

이내 4885는 처음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원상복귀하게 되었다.

"후우, 묶는 거도 일이군요."

당목은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방울을 가벼이 훔치며 말을 이었다.

"물이라도 먹고 오는 게 어떤가? 꽤나 힘들어보이는데."

"아...하지만..아직 쉬는 시간이.."

"내가 용인해주겠네."

"정말입니까?"

"정말이고 말고, 대신 내 물도 좀 갖다주겠는가?"

"알겠습니다!"

당목은 희희낙락하며 걸음을 재빨리 옮기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이익

그리고 이내 옥에는 당태와 4885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괴롭지?"

당태의 몸을 뒤집어쓴 4885, 살혼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우우웁! 우우웁! 우우우웁!"

그러자 4885의 몸으로 들어간 당태가 격렬히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흐흐흐흐, 어쩌겠느냐. 네놈 팔자인 것을."

살혼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잘살도록 하거라, 내 네놈의 사정을 참작해서 지금까지의 무례는 특별히 넘어가도록 할터이니."

차악 차악 차악

살혼은 가벼이 쇠사슬을 두드렸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돌려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으으읍...으으읍..으으으으읍!!!!!!!"

이내 옥 안에는 괴성을 내지르는 죄수의 탈을 쓴 간수만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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