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7화 〉 978. 돈나올 구멍을 찾다.
멍
선우는 멍한 표정을 지은 채 허공을 응시하였다.
사백 만냥이라는 거금을 한 번에 날려버렸다는 충격에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한 까닭이었다.
'내가....내가..빈털터리라니..'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며
요랑에게 자랑을 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건만
이제는 전세가 역전이 되었다.
자신이 아닌 요랑이 경제적 자유를 얻게된 것이다.
어찌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한달 용돈이....사십 냥이라니.....그걸로 누구 코에 붙이라고..'
물론 일반적 사람들 입장에서 사십 냥은 결코 작은 돈은 아니었다.
일반 무사들의 봉급이 열 일곱냥이란 걸 감안한다면
웬만한 일반 무사의 두 배를 넘어서는 거금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백 만냥이라는 거액을 가지고 있었던
선우의 입장에선 너무나 미약하기 그지없는 금액이였다.
전장 이자만으로 매년 만단위의 액수가 쏟아지는 선우였다.
그런데 이제는 연 사백 팔십냥으로 살아가야하는 것이다.
어찌 적다고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어떻게 모은 돈인데..'
박탈감이 느껴졌다.
개처럼 구르고 차곡 차곡 모아둔 목숨 값들을
의천맹 이전이라는 다시 없을 대형 호재에 모조리 투자하여 만든 사백만 냥이었다.
또다시 만들 수 있을 지 없을 지
장담조차 할 수 없는 거액인 것이다.
그런 거액을 한순간에 날렸는데
어찌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미쳤지.....왜....그 때 아는 척을 해서..'
선우는 과거의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하였다.
만약 지청술을 쓰며 자위를 하던 모용란을 모른 척 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이렇게 살 순 없어...어떻게든...어떻게든..자본을 원래대로 되돌려야해...'
선우는 고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살순 없었다.
경제적 자유의 풍요로움을 제대로 경험한 선우였다.
그 풍요로움을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부를 축적하는 파이프라인을 다시 건설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선우의 눈빛에 의욕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본디 모든 일은 처음이 어려울 뿐
두 세번 반복이 된다면 적응이 되고 익숙해지면서 손쉬운 일로 탈바꿈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건 파이프라인 건설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한 번 파이프라인을 건설해놓은 전력이 있는 선우였다.
다시금 건설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현대와 다른 중원의 체계에 해메이던 처음과 달리
이제는 중원의 체계에 완벽히 적응하였고 돈을 굴릴 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돈을 어떻게 구하지? 세금을 거둬들일까?'
하지만 이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살짝 내저었다.
사천성의 세금을 끌어다쓰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든 까닭이었다.
이번 세외의 침략으로 사천성 전지역이 상당히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수많은 건물들은 불에 탔으며
상당수 병력이 손실되었다.
작년에 거둬들인 세금이
얼마나 남아있을 지 알 수는 없지만
피해 지역 복구비용과 전사자들의 위로금
그리고 지역민들을 위한 구제기금으로 사용된다면 빠듯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지...대체.....어떻게 돈을 마련할 수 있지?'
선우는 돈 나올 구멍을 고심하기 시작하였다.
파이프라인 건설에 앞서
목돈이 필요하였다.
돈이란 본디 액수에 맞춰 굴려지기 마련.
크게 굴리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큰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적을 토벌하고 받은 돈들은?.....안돼...그거..전부....사천성의 세금으로 편입되었어.....재난기금으로 쓰일 수밖에 없어.......어떻게..하지....어떻게 해야..돈을...만들 수 있을까..'
선우는 고심하고 또 고심하기 시작하였다.
용돈이나 받아쓰는
기둥 서방이 아닌
경제적 자유를 이룩한
풍요로운 가장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선우의 눈빛이 더욱더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
"아부우우...부부우."
연우는 조막만한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푸근한 미소가 지어지게 만들었다.
"기분이 좋은듯 하네, 우리 연우."
그 모습을 본 북궁연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조그만 팔다리를 열심히 파닥거리는 자식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우리 연우는 어쩜 이리도 귀여울까? 혹여 선계에서 내려온 선동仙童인 거니?"
"하우우 우와아아아."
"뭐? 그냥 우월한 아비와 어미의 핏줄을 그대로 발현한 것 뿐이라고? 실로 맞는 말만 하는구나, 우리 연우는."
북궁연은 자문자답을 하며 연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였다.
말문이 트이지 않은터라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도 그거대로 나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의도는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워넣으면 될 일일테니까 말이다.
"우리 연우.....엄마해보렴, 엄마."
"어마~!"
연우는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이빨 없는 아이치곤 꽤나 명확한 발음이었다.
"후후후후...........이러다 10살 때 초절정에 오르는 게 아닌 가 모르겠네."
북궁연은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제는 엄마라는 말을 제대로 내뱉을 수 있는
연우의 영특함이 꽤나 흡족스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이러다간 최초로 10대 초반에 초절정에 도달한 경이적인 고수가 태어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후후후후후.."
상상만해도 행복감이 절로 차올랐다.
"꺄아아아아~"
연우 또한 어미의 미소가 기분 좋은 지 마주보며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이내 두 모자의 웃음꽃이 방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똑 똑 똑 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와."
"아부우우!"
끼이이이익
그녀의 허락이 끝나기 무섭게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울리더니 그대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북궁연의 낭군이자.
연우의 아비인 선우였다.
"연우야~ 아빠왔다~"
방 안에 들어온 선우는 곧바로 연우를 얗해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부우웅
그리고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곧바로 연우를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꺄하아아아....아부..아부우우..아부우~~"
그리고 들어올려진 연우는 선우를 바라보며 방긋방긋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보는 아비의 등장에 꽤나 반갑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못본 새 더 큰 것 같은데?"
선우는 꽤나 무거워진 연우의 중량을 느끼며 입을 떼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어, 우월한 핏줄과 우수한 육아의 효과가 발현된거지."
북궁연은 뿌듯한 표정을 지은 채 가슴을 폈다.
연우의 성장이 꽤나 자랑스러운듯한 모습이었다.
"고마워, 이렇게 노력해줘서......독박 육아나 시키고 말이야."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고마움을 표하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녀 홀로 아이를 키우게 만든것에 대한 미안함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독박 육아라니? 그런 말같지도 않은 단어는 어디서 배워온거야?"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이해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응?"
"어미가 자식을 키우는 건 당연한 거잖아? 그런데 독박육아라니?"
"하지만 자식은 공동 양육이 전제되어야하는 거잖아?"
"선우, 너는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어."
북궁연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본디 어미와 아비는 그에 걸맞는 역할이 있기 마련이야. 어미는 어린 자식의 곁을 지키며 아이를 올바르게 양육할 의무가 있는 거고, 아비는 자식이 안전히 자라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할 의무가 있는 법이야. 따뜻한 잠자리라던가 풍족한 먹거리같은 걸 말이야"
북궁연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우리는 서로 그 의무를 다하는 것 뿐이야, 넌 나와 연우에게 양육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난 네가 제공해준 풍족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양육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상황이지. 그런 상황에서 독박 육아라는 말은 전혀 맞는 말이 아니야."
그녀는 확신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네가 가장으로서 무엇 하나 부족한 게 하나 없는데 어찌 독박 육아라는 말같지 않은 말로 너를 폄하할 수있겠어? 그런 말은 가장에 대한 존중을 모르는 부족하고 미성숙한 악덕한 계집이나 지껄이는 말이야."
"그...그런거야?"
"그런 거야."
북궁연은 확고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말을 바꿀게...고마워..양육의 의무를 훌륭히 완수해줘서."
"당연한 일이야, 사랑하는 너와 나의 아이인걸?"
북궁연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의 칭찬이 꽤나 기분좋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왠일이야?"
"당연히 너랑 연우를 보려고 왔지."
"다른 용무가 있을텐데?"
북궁연은 의심스러운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진짠데..."
"그거 알아? 넌 거짓말하면 오른쪽 눈썹이 살짝 위로 올라가고 입매가 살짝 비틀려져."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빙빙 돌려서 말하지 말고 용건부터 말하는 게 어때?"
"내가 거짓말하면 그렇게 티나?"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당서윤과 똑같은 특징을 잡아내는 그녀를 보니
당혹스러움이 절로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거짓말이 얼마나 티나면 만나는 여인마다 거짓을 잡아낸다는 말인가
"응, 완전."
"........뻘쭘하네......"
"괜찮아, 어설픈 거짓말이 네 귀여운 점 중 하니니까."
북궁연은 고혹스러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선우의 모든 게 귀여웠다.
외모, 성격, 가치관
어설픈 거짓말까지 전부 말이다.
".........사실 용건이 있긴해."
선우는 민망한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내뱉었다.
"뭔데?"
"혹시......서윤이한테...들었을 지 모르겠는데.."
"아, 그 모용란과 동침하여 사백 만냥을 전부 날린 이야기를 말하는 거야?"
"......알고 있었네?"
"네가 사백 만냥을 양도하겠다는 증명서에 수결을 찍은 직후 모든 부인들이 소집되었거든."
"..그럼 전부 다 아는거야?"
"그렇다고 볼 수 있지."
"..........."
선우는 슬며시 얼굴을 붉혔다.
모용란과 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전부 퍼져버렸다는 생각에
괜스레 민망함이 든 까닭이었다.
"그러니까...연...이게 어떻게 된거냐면.."
"변명할 필요 없어, 사정은 전부 전해들었으니까."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해해주는거야?"
"본디 우월한 수컷은 수많은 암컷에게 씨를 뿌리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법이지, 그 본능을 어찌 억누르라고 할 수 있겠어? "
북궁연은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러니 기죽지 말아, 선우, 너는 누구보다 우월한 수컷이야, 암컷을 안고 씨앗을 퍼트리는 건 네 우월함 속에 각인된 본능이니 말이야."
"..........고마워, 그렇게 생각해줘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고마워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이지."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모든 재산이 분배되어서...내가 지금 빈털터리 거든?"
"돈이 부족한거야? 그럼 배분받은 내 돈을 가져가도록 해. 지금 내겐 그리 필요한 것은 아니니."
"아니, 돈은 됐어, 네게 정당히 배분된 돈인데, 내가 그걸 어떻게 받겠어?"
선우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이미 분배된 돈을 돌려받을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부정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 위자료가 아니던가
그런 돈을 어찌 돌려받겠는가
"그럼 뭘 어떻게 해주면 되는데?"
북궁연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증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혹시 잔혈검귀 피상득이라고 기억해?"
"기억나, 네가 머리통을 냉동 보관해달라고 했던 현상수배범의 이름이잖아?"
북궁연은 기억난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피상득이라면 확실히 기억속에 각인된 이름이었다.
머리통만 따로 냉동 보관해본적은 처음이였기 때문이었다.
"맞아, 그놈이 피상득이야."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가 잊지않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잘 보관되고 있어?"
"북해빙궁 최하단에 있는 빙옥굴氷獄窟에 보관되고 있어. 그곳이라면 완벽한 냉동보관이 가능하거든."
북궁연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럼 혹시 그 녀석 머리통을 당가로 보내달라고 서신을 보내줄 수 있을까?"
"시간이 꽤나 걸릴 거야.....기본 운송료에.....냉기공을 익힌 무인들까지 섭외할 경우 금액적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을 거고"
완벽한 냉동 상태로
머리통을 운반하기 위해선
상당한 인건비와 운임료가 들 수밖에 없었다.
냉기공을 익힌 무인을 여럿 섭외해야하며
그들의 식대를 비롯한 여러가지 인건비들이 복합적으로 청구되기 때문이었다.
북해빙궁이 멀쩡하다면 북해빙궁의 무인들로 대체하면 될 일이지만
현재 북해빙궁에는 빙공으로 마땅한 성취를 이룬 이가 전무하다시피 하였다.
결국 음한지기 계열의 무공을 익힌 외지인을 섭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관없어, 그대로 진행해줘. 돈이 얼마나 들든 말이야."
"현상금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있어. 선우."
북궁연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걱정마, 그럴 일은 절대 없을테니까."
선우는 확신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중원 사정에 무지한 북궁연은 모르겠지만
피상득의 머리통에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었다.
현상금으로 중원 오대 거부 중 하나인
손창벽의 재산 중 절반이 걸려있는 목이였기 때문이었다.
그 목만 손창벽에게 갖다바친다면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었다.
한순간의 쾌락으로 날려먹은
사백 만냥이라는 거대한 손실을 말이다.
'다시 경제적 자유를 복구하는거야!'
선우의 눈빛이 다시금 야망으로 불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