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71화 (972/1,419)

〈 971화 〉 972. 저를...안아주세요.

가주 집무실

선우와 모용란

두 남녀는 탁자에 앉아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였다.

찻잔만을 만지작거리면서 말이다.

'무슨 말을...어떻게..꺼내야하지..'

모용란은 난감하였다.

그에게 무슨 말부터 꺼내야할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사 과정을 멋대로 엿들은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할까

아니면 정사를 엿들으며 자위를 한 사실을 변명을 해야할까

그것도 아니면 다짜고짜 무릎을 꿇은 채 제발 비밀로 해달라고 빌고 또 빌어야할까

알 수 없었다.

대체 무슨 말부터 내뱉어야할 지 말이다.

그렇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텅 비어버린 찻잔을 만지작거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이어졌을까

"좋아하시나봅니다."

대뜸 선우가 모용란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아...아니요! 좋아하지..않아요! 그...처음이예요...평소에는 절대..그런 적이.."

그 말을 들은 모용란은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변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혹여나 당가주가 자신을 색욕에 미쳐버린 탕녀로 오해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차를 말한 겁니다만.."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나름 타파하고자 차를 주제로 말문을 트려고 하였건만

아무래도 터무니 없는 오해를 한듯 싶었다.

"아.."

화아악

이내 선우의 의도를 파악한 모용란이 얼굴을 잔뜩 붉혔다.

괜히 찔려 이상한 오해를 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

".............."

이내 장내는 다시금 어색한 침묵이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민망해진 모용란이 더욱더 꿋꿋하게 입을 다물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하루종일 있겠네.'

이러다간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녀도 자신도 입조심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모용 부인."

선우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동자로 모용란을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네에..."

그리고 모용란은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어제 제 거처를 찾아오셨더군요......."

"......예에."

"그리고 거처를 엿들으셨지요? 지청술을 사용해서 말입니다."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거처에서 어떤 소리를 엿들으셨습니까?"

".......그...그러니까....육부인과...사랑을 나누는 소리를...엿들었어요."

".........그다음 무얼 하셨습니까? 꽤나 오랫동안 거처 앞에 머물고 계시던데 말입니다."

"..........."

모용란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였다.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수치스럽고 부끄러워

도저히 스스로 실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회피는 능사가 아닙니다, 모용 부인, 직면한 문제를 제대로 마주하지 않는다면 오해가 쌓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선우는 부드러운 어조로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문제가 있다면 회피하기보단 마주하여야한다.

회피만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모용부인을 오해하는 무례를 범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지청술로...거처...안을 엿들으면서....자기...위로를 하였어요......"

모용란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개미가 기어가는듯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잘 들리지 않는군요, 좀더 명확하게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거처 안을 엿들으며 무엇을 하였다구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오감이 기민하게 발달한 선우의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 만무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우는 들리지 않는다며 그녀를 종용하였다.

안그래도 나락까지 떨어진 그녀의 자부심을 자근자근 짓밟아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자기...위로를...하였습니다.."

화아악

모용란은 잘익은 홍시처럼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조금더 큰 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그대로 실토한 것이다.

숨기고 싶은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행동을 말이다.

"관음觀淫을 하며 자위를...하였다...그런 말씀이시군요."

".......관..관음은.....좀."

모용란은 신랄한 어조에 울상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아무리 그래도 관음은 너무 적나라한 말이 아니던가

"저와 육부인의 음란한 행위를 엿보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관음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선우는 차분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모용란은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 반박할만한 말이 전혀 떠오르지 않은 까닭이었다.

"꽤나 오랫동안 계시더군요....무려 이각이 넘는 시간을 말입니다.......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던 것입니까?"

".....그땐...정욕이....가득 차서...도저히 주체할 수가...없었어요...."

"결국 차오른 정욕을.... 관음을 통해 해소했다는 말이군요."

"...............맞아요..."

모용란은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찌 현숙한 귀부인이신 모용 부인께서 그런 천박하기 짝이 없는 일을 저지른 것입니까? 몰래 관음을 하며 수음手淫을 하다니요?"

선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게다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 전날에도 거처에 찾아와 관음을 하며 수음을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한 번은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게 반복되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모용부인."

선우는 그녀를 거세게 몰아부치기 시작하였다.

".......죄송해요오...정말...죄송해요오.."

모용란은 연거푸 사죄를 하였다.

사죄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 외에

그 어떤 말도 내뱉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바라는 건 사죄가 아닙니다, 모용 부인의 속마음이지요. 그러니 말씀해주십시오....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반복하여 저지른 것인지 말입니다."

선우는 그녀의 속내를 집요하게 캐묻기 시작하였다.

어물쩍 넘어갈 법도 하건만

끝까지 물고 늘어져 놔주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그저...당가주와...면담을 하고 싶었을 뿐이였어요...그래서...거처를 늦은 밤 가주의 거처를 찾아가게 된 거구요...."

"면담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천리지청술로 안쪽을 엿들으며 관음을 한다는 말입니까?"

"그..그건..혹시나..가주께서...주무시거나...부재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발동시켜본 거였어요.....관음을 하려는 의도는...전혀 없었어요,.."

모용란은 다급한 어조로 변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관음이 목적이 아니라고

자신은 뼛속부터 천박하고 음탕한 여자가 아니라고 말이다.

"좋습니다, 믿어드리죠."

선우는 인심썼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렇다면 이제 나머지 일들도 해명해주십시오....천리지청술을 통해 제가 운우지락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터인데, 어째서 지청술을 끊어버리고 돌아가지 않으신 것입니까?"

선우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건.......그러니까...그건.."

선우의 물음에 모용란은 뜸을 들이기 시작하였다.

제 입으로 실토해내는 게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어싿.

"그건?"

선우는 뜸을 들이는 그녀에게 다시금 물었다.

대체 무슨 이유가 있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냐고 말이다.

".......열락 어린 신음성과...비명성을 듣는 순간....도저히..주체할 수 없었어요.."

이내 모용란은 느꼈던 바를 그대로 실토하기 시작하였다.

"....정욕이 차올라.....전신을 뒤덮어버렸고......온몸의 감각을 예민하고 민감하게 만들었어요...이곳저곳에서..흥분이 차올랐고....전 그 흥분에 모든 걸...전부 맡겨버렸어요오..."

그녀는 적나라하게 묘사하기 시작하였다.

그 날 느꼈던 생생한 감정들을 온전히 말이다.

'수치..스러워..'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으며

심장이 쉴새없이 쿵쾅대기 시작하였다.

숨기고 싶은 치부를 스스로 드러냈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마치 당가주 앞에서 알몸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부끄러워어...너무...부끄러워어어..'

부끄러웠으며

수치스러웠다.

혼인도 하지 않은

외간 남자 앞에서 자신의 적나라한 면모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상황에 말이다.

그리고 치솟은 극도의 수치심은 그녀의 몸에

이변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하아...하아....하아."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하였고

쿵 쿵 쿵 쿵

심장은 더욱더 빠르게 뛰기 시작하였고

몸 속의 혈류가 쉴새없이 회전하였다.

온몸이 예민해졌으며

아랫도리가 시큰거리기 시작하였다.

'이상해...'

이상하였다.

분명 창피함에 고개를 숙인 채

크나큰 자괴감에 빠져들어도 모자랄 판국이건만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양감이 차오르며 흥분이 되기 시작하였다.

마치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미쳤어.....'

미쳤다는 말외엔

스스로를 형용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어찌 수치스럽고 적나라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며 흥분을 느낀단 말인가

"손을...천천히 내려 흥분으로....부풀어오른 가슴을 우악스럽게 주무르기 시작했어요...가주에게 만져지는 것을....상상하면서...말이에요.....그리고...반대손으로...잔뜩..적셔진...아랫도리를 매만지기 시작했어요....가주께서 직접....만져준다는...생각을 하면서요.."

모용란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무척이나 상세히 묘사하기 시작하였다.

스스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 드러낼 수록

배덕적이면서도 야릇한 쾌감이 전신에 그대로 치솟은 까닭이었다.

"...계속...매만지다보니까...속옷 위를...매만지는 걸로는 부족했어요....그래서 속옷을 옆으로 제치고...손가락을 직접 쑤셨답니다...하아아...하아.......물에 잔뜩 젖어있던지라...손가락을 수월하게 받아들여줬어요오.....그게.....한 번에..두 개나..말이에요....그게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좋았다.

수치스럽고 부끄러워지는 스스로가

외간 남자 앞에서 창기와 같은 천박함을 드러내는 스스로가 말이다.

'뭐야?......이 아줌마..왜 이래!?'

한편 그녀의 적나라한 자위 묘사를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급발진하여 분위기를 야릇하게 만드는 그녀의 행태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짓궂은 마음으로

그녀를 자극하여

기를 완전히 죽여버릴 요량이었다.

명가의 후예로서 자부심을 꺾어버리고

뻣뻣한 태도를 순종적으로 바꿔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의도가 아무래도 잘못 발현된듯 하였다.

그녀를 이상한쪽으로 흥분시켜버렸으니 말이다.

"하아아...하아.....하아.."

이내 모용란의 표정이 몽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치솟은 거대한 흥분이 그녀의 혼을 완전히 빼놓은 까닭이었다.

뚝 뚝 뚝 뚝

이내 매끈한 다리를 타고 흘러내린 애액이

바닥에 쉴새없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아니..왜 흥분하냐고!!?'

그리고 이내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다시금 주체할 수 없는 정욕에 휩싸였다는 사실을

마치 거처 앞에서 자위를 했던 때처럼 말이다.

'말려야한다.'

이건 결코 선우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선우는 그저 이번 일을 계기로

완벽한 우위에 설 계획을 하였을 뿐

이런 식의 흥분을 야기할 생각은 없던 것이다.

'설마...이렇게..상종도 못할 변태일 줄이야.'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설마하니

그 고귀하고 품격 높은 귀부인이

관음증에 수치와 부끄러움을 즐기는 피가학성애자일 줄은 말이다.

"그만! 그만하시오! 모용 부인, 더이상 그정도면 충분하오!"

선우는 다급한 어조로 언성을 높여 그녀의 말을 그대로 끊업버렸다.

"아니에요...하아....당가주께서는 분명..오해가..없기위해선.....회피가 아닌...정면돌파를 해야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하아아....저는...가주께..모든 사실을 전부 고하고 싶어요오오.."

"쌓인 오해따위는 없소, 어째서...부인이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충분히..이해하였으니..이제는..그만.."

"아니에요...하아아...부족해요...가주께선...좀더...좀더..저에 대해 아셔야해요오..."

모용란은 열락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부족하였다.

그는 더욱더 자세히 알아야한다.

자신이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말이다.

스르륵

모용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허리띠를 손으로 붙잡았다.

당장에라도 풀어버리려는 것처럼 말이다,.

"갈喝!"

그 모습을 선우는 정순한 내력을 담은 채 그대로 일갈을 내질렀다.

"크으으윽!!"

그러자 모용란이 괴로운듯 머리를 감싸쥐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일갈이 머릿속을 쉴새없이 뒤흔든 까닭이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명문가의 후예, 그것도 연왕의 후예라는 부인께서 어찌 외간 남자 앞에서 이리도 천박한 짓을 내보인다는 말입니까! "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크게 꾸짖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몽롱해졌던 모용란의 표정이 점차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일갈로 제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흐윽...흐윽...흐으윽...흐으윽.."

그리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또다시 정욕에 휩싸여 몹쓸 짓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는 자괴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관음을 하며 자위를 한 것만으로도 이미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그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술 더 떠 당가주의 면전에 대고 자위를 하려고 하였다.

알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즐기며 정욕을 채우려고 했던 것이다.

어찌 자괴감이 차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죽자..이건..죽는 수밖에..없어...'

모용란은 머리를 고정시키고 있던 비녀를 뽑아들었다.

콰직

그리고 그대 탁자를 내리쳤다.

그러자 비녀가 부숴지며 날카로운 날이 서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날이 선 비녀를 그대로 목울대에 가져다었다.

당장에라도 찌를듯이 말이다.

"그 비녀 내려놓으십시오, 부인, 다치십니다."

선우는 그녀를 다급히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찌를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가주...죄송합니다...정말..죄송해요...죽음으로...사죄하도록 하겠습니다...그러니......부디...저에 대한 이야기는...함구해주세요...제발요오...흐윽 흥윽.."

모용란은 닭똥같은 눈물을 뚝 뚝 흘리며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죽음으로 사죄하지 않아도 됩니다....부인에 대한 이야기는 철저히 함구할터이니.. 어서 비녀를 치워주십시오..."

"아니에요...저는..죽어 마땅해요...명문가의 후손으로서...씻을 수 없는 치욕과 죄를 지었습니다....더불어...타락하여...길가의 창기보다 더한 음탕한 탕녀가 되어버렸습니다....전....선조들께..사죄해야해요..."

모용란은 확고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미 죽음을 결심한 그녀였다.

이런 천박한 몰골로

더이상 살아갈 용기가 없는 것이다.

"아닙니다..,.본디 색욕은 종족번식의 욕구가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걸 음탕하다고 하며 수치스러워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방금전 까지 그녀를 쉴새없이 비난하던 선우는

곧바로 태세전환을 하였다.

그녀의 잘못이 없다는듯한 어투로 말이다.

"관음하고.......수치를 즐기면서...흥분을 하는 몸입니다..어찌 정상적인 욕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모용란은 처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본인만의 고유 욕망을품고 있기 마련이지요. 모용부인도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저 본인만의 고유 욕망일 뿐, 보편적인 취향과 다르다하여 틀린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이런 성적 욕망을..누군가에..들키고 싶지 않습니다......배척받고 싶지 않아요.....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한 모용세가의 새싹들에게..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요.."

"말하지 않았습니까?..철저히 함구를 하겠다고."

"못 믿겠어요......믿을 수가 없어요.."

모용란은 도리질치며 말을 내뱉었다.

도도하고 고귀한 척하는 모용가의 부인이

사실은 상종도 못할 변태였다니

자신이 생각해도 입이 근질거리는 화두였다.

그런 화두를 알게된 그를 어찔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죄송해요...흐윽...저도..믿고 싶은데...제..비밀이..너무..천박하고..추악해서..도저히..안심이..되지 않아요오.."

모용란은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가 고마웠다.

비루한 목숨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설득하는 그가 너무나 고마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약조한 철저한 함구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만약 취한 그가 술자리에서 잘못 내뱉는다면?

만약 그가 사랑하는 부인들에게 언질을 준다면?

만약이라는 가정들이 그녀에게 끊임없이 불신감을 선사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하면...절 믿어주시겠습니까? 모용부인."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는 모용 부인이 죽는 게 싫습니다. 어떻게든 당신을 살리고 싶습니다.....그러니 말씀해주십시오.....어떻게하면 절 믿고 비녀를 치워주시겠습니까?"

선우는 진심 어린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모용란은 죽어선 안되었다.

당가를 위해 개처럼 굴러야하거늘

어찌 이런 곳에 죽게 내려둔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이 남자는.....진심이구나...'

한 편 선우의 눈동자를 마주한 모용란은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살리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너무 고마웠다.

관음이나 하는 추악한 변태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말이다.

"............확신이 필요해요."

한참을 고민하던 모용란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얼굴을 살며시 붉힌 채 말이다.

"확신?"

".....예에...당가주께서..저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말이에요."

"그 확신이 무엇입니까? 말씀해주십시오."

선우는 뜨거운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저를..."

그러자 모용란은 안그래도 붉은 얼굴을 더욱더 붉히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안아주세요.."

그리고 곧바로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도저히 그와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은 까닭이었다

"...........네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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