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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58화 (959/1,419)

〈 958화 〉 959. 뭐지? 이 거지는?

"정녕 모용가의 직계 혈족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당훈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되물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설마하니 저 꼬질꼬질한 이들의 정체가

오대세가 중 한 곳인

모용세가의 직계 혈족이라니

어찌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 것 따윈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수문위사로서 눈썰미가 부족해도 한참은 부족하군요."

모용란은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며 말을 내뱉었다.

명가 후손인 자신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수문위사에 대한 반발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명가의 후손이라면 옷차림이 누추하다고해도 풍기는 분위기가 남다른 법이거늘

어찌 그런 미묘함마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말인가

수문위사로서 실격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눈썰미인 것이다.

'당가의 수준도 알만하구나.'

모용란은 눈살을 찌푸렸다.

본디 수문위사란 가장 처음 방문객들을 마주하는 이들이었다.

어찌보면 세가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중요한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가 이리도 눈썰미가 없다니

당가의 수준도 알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이 모용가를 넘어 천하제일가로 우뚝서게 되다니...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 된 게 분명해.'

그녀는 생각하였다.

세상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되었다고 말이다.

'우리 모용가는...멸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는데..'

기본은 물론 내실마저 완벽한 모용가는 멸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건만

어찌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은 당가가 천하제일세가로 우뚝설 수 있다는 말인가

분했다.

절로 분한 감정이 차오르는 것이다.

'행색이 저런데...내가 어떻게 알아?'

한 편 당훈은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거지 중에서도 상거지꼴로 나타난 주제에

자신들을 못알아봤다고 성을 내는 게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온갖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고약한 냄새마저 풍기는 이들을 누가 명문가의 혈족이라고 알아보겠는가

'모용가의 혈족들은 무척이나 세련된 이들이라고 들었는데........'

당훈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듣기로는 모용가는 연왕의 후예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이들로 알고 있었다.

그 높은 자부심으로 인해 언제나 청결과 화려함을 강조하며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다고 들었다.

언제 어디서든 명가의 명예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개방도 저리가라할 정도로 꼬질꼬질한 거지꼴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죄송합니다...제가 결례를 범하였습니다."

당훈은 일단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행색만 보고 방문객을 판단한 건

수문위사로서 본분에 어긋나는 잘못이라고 여긴 까닭이었다.

"흥."

하지만 당훈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모용란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이미 상할 대로 상한 속이 풀리지 않은 까닭이었다.

"저어...그런데...어쩌다 그런 행색이?"

당훈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누구보다 품위를 우선시하는 그들이 거지꼴을 한 채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알 필요 없습니다."

모용란은 새침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수문위사 따위에게 구구절절 사정을 설명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당신은 그저 수문위사로서의 본분만을 지키도록 하세요."

"...........예에...알겠습니다."

당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개인적인 궁금증이 차오르긴 하였지만

말하기 싫다는 걸 구태여 캐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그녀의 말대로 수문위사로서 직분에 어긋하는 행위였으니 말이다.

"자아, 그럼 어서 길을 트세요, 당가주를 만나야겠습니다."

"아쉽게도 그리 할 수는 없습니다."

당훈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구요!?"

그 말을 들은 모용란은 화가는듯 쌍심지를 켠 채 언성을 높였다.

눈썰미 없고 우매하기 짝이 없는 수문위사에게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온전히 밝혔다.

그런데 길을 터줄 수 없다니

어찌 이런 무례를 보일 수 있다는 말인가

"현재 당가는 허락받지 않은 외부인의 출입을 엄금하고 있습니다."

"저는 모용세가의 모용란입니다!"

"네에, 그래도 안됩니다....출입을 원하신다면 허락을 받으셔야합니다."

"정말 무례하기 짝이 없군요! 모용가의 직계에게 이런 취급을 하다니! 가주께 직접 문책을 요구할 것입니다!"

모용란은 잔뜩 화가난듯 얼굴을 붉힌 채 언성을 높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까닭이었다.

"죄송합니다, 규정이라서요."

당훈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럼 당장 기별을 넣어주세요! 모용가의 혈족들이 당가를 방문했다고 말이에요!"

"그렇다면 일단 내방 신청서를 작성해주시겠습니까?"

"내방 신청서?"

"저쪽 창구에 가면 내방 신청 양식이 있습니다. 가서 양식에 쓰여진대로 이름과 소속, 방문 목적, 방문 일시 등을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당훈은 한쪽 구석퉁이에 있는 서류 창구를 가리키며 말을이었다.

"저런 것까지 작성하라는 말인가요? 명문가의 혈족인 이 모용란에게요?"

"내방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면 기별을 불가합니다. 당가의 규정에 따른 절차이니 따라주셨으면 합니다."

당훈은 차분히 가라앉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굴욕이에요.....이 모용란 인생의 최대 굴욕말이에요!"

모용란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리고 몸을 휙 돌리더니 그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서류가 쌓여져있는 창구를 향해서 말이다.

그리고 내방 신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생각보다 말을 잘듣는 그녀였다.

***************

집무실

"하아...하아...하아...하아.."

당서윤은 침상에 널부러진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선우와 나눴던 운우지락으로 인해 심신 전체에 어마어마한 쾌락과 피로가 몰려온 까닭이었다.

"그렇게 좋았어?"

선우는 정액과 애액으로 점칠된 당서윤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하아....하아.........그런 거..묻지마....바보야.."

당서윤은 선우의 넓찍한 가슴을 두드리며 말을 내뱉었다.

노골적인 물음에 부끄러움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궁금해서 그래, 행복할 정도로 만족했는지 말이야."

그녀가 부끄러움을 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집요하게 물음을 이어갔다.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보니 장난기가 절로 치솟은 까닭이었다.

"........좋았어.."

"얼마나?"

"......엄청..많이...많이.."

당서윤은 고개를 숙인 채 간신히 답을 하였다.

"흐흐흐흐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알 수 없는 정복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렇게 웃지마...바보야."

콩 콩 콩

당서윤은 그런 선우의 가슴을 가벼이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좋아서 그래, 좋아서...흐흐흐."

하지만 선우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진짜..못 말려.."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꾸우욱

그리고는 선우의 넓다란 가슴에 파고든 채 머리를 기대었다.

그의 온기를 느끼듯이 말이다.

선우는 파고드는 그녀를 부드러이 감싸주었다.

이내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행복한 일상을 구가하기 시작하였다.

똑 똑 똑 똑 똑

그때 누군가 다급히 집무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아가씨,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금적화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벌떡

화들짝 놀란 당서윤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선우와 운우지락을 나눈 장소가 집무실이라는 사실을 새삼 인지한 까닭이었다.

"급..급한 일인가요?"

"예에, 꼭 확인해주셔야할 사안인듯 합니다."

"..........무슨 일인가요?"

당서윤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당가에서 금적화는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웬만한 일들은 그녀의 선에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확인을 필요로 하니

의문이 들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자신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모용세가의 직계 혈족들이 당가의 내방을 신청하셨습니다."

금적화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모용세가의 직계 혈족들이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저 멀리 요녕 땅에 머무르고 있어야할 이들이 별안간 사천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로 오고가며 정을 쌓을 정도로 친분을 쌓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습니다....내방 목적으로는 당가주와의 면담을 요청하셨습니다."

금적화는 공손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래요?"

"네에, 어떻게 할까요?"

"........내방을 허락해주세요. 그리고 외빈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전해주세요. 준비가 되는대로 곧바로 만나러 가겠습니다."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비록 데면데면하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내칠 정도로 사이가 나쁜 이들이 아니었다.

일단 내방을 허락을 해주는 게 맞는 일이리라

"알겠습니다. 그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금적화는 공손한 태도로 명을 받들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곧바로 떠나가기 시작하였다.

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후우."

금적화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당서윤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운 뒤 널부러진 옷을 주워입기 시작하였다.

"바로 가려고?"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씻어야하니까."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땀과 정액 그리고 애액이 점칠된 몸뚱아리였다.

모용가의 직계를 마주하기 앞서 제대로 씻어내야하는 것이다.

덥석

"안씻어도 예쁜데?"

선우는 그녀의 매끈한 다리를 붙잡으며 말을 이었다.

주물 주물 주물

더불어 천천히 아랫도리 쪽으로 진입시키기 시작하였다.

짜아악

"나도 알아."

당서윤은 진입해오는 선우의 손을 가볍게 후려치며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옷을 챙겨입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아쉬운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몇 번이고 운우지락을 나눈 상태이긴 하였지만

여전히 그녀가 좋고 사랑스러운 선우였다.

더욱더 진한 애정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불가피하게 일을 그르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모용가의 방문으로 인해서 말이다.

어찌 아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뭐해? 빨리 옷입어."

이내 완벽히 옷을 차려입은 당서윤이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처음 봤던 때와 다를 바없이

도도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나?"

"여기 너말고 누가있는데?"

"내가 왜?"

"당가주는 너 잖아, 이 바보야."

당서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내뱉었다.

"아!"

그녀의 말에 선우는 깨달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탄성을 내뱉었다.

항상 본래 얼굴로 행동하다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자신이 당가주를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같이 씻어야하니까.....빨리와."

당서윤은 몸을 돌린 채 말을 내뱉었다.

"같이 씻을거야?"

그 말을 들은 선우는 흥미로운듯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그 편이...좀더 빠를테니까.....그러니까..빨리 따라와.."

저벅 저벅 저벅

말을 마친 당서윤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선우는 그런 그녀의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

외빈실

딱 딱 딱 딱

모용란은 쉴새없이 손톱을 물어뜯었다.

심리적인 초조함이 행동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왜 이렇게...안와?'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외빈실로 안내받아

당가의 가주를 기다린 지

벌써 반시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불구하고 당가의 가주는 코빼기조차 보이지가 않았다.

초조함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때 귓가에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러고보니.......사흘간 아무것도 먹지 못하였구나.'

그 소리에 모용란은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혔다.

명가의 자손으로서 천박한 소리를 내었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부끄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어다.

'이렇게 오래 기다릴 줄 알았으면...뭐라도..먹고 올껄...'

그녀는 살짝 후회를 하였다.

내방 허락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자마자 홀로 외빈실로 직행한 그녀였다.

충분히 씻고

먹고와도 된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그럴 시간이 없다며

홀로 외빈실에 들어앉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게 악수가 된듯하였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고통스러움 또한 배가 되니 말이다.

'제발..빨리 오세요....이러다간..뱃가죽이..달라붙겠습니다.'

그녀는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한시라도 빨리 당가의 가주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빌고 빌었을까

끼이이익

경첩에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외빈실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에 모용란은 열려지는 외빈실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한쌍의 남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바늘에 찔려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을 차가운 인상의 중년인과

꽃보다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선녀같은 여인이 말이다.

'독왕과 독서시.'

그 모습을 본 모용란은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정체가 당가의 기둥이라고 칭해지는 두 명의 직계 혈족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드디어 만나는구나.'

모용란은 눈빛에 기쁨의 감정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당가주를 만났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뭐지? 이 거지는?'

한 편 모습을 드러낸 독왕, 정확히 말하면 독왕으로 변모한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개방도 저리가라할 정도로 추레한 몰골의 거지가 눈을 반짝였기 때문이었다.

'모용가가 아니라 개방도가 방문한 건가?'

사실은 개방도의 방문이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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