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7화 〉 958. 모용가의 방문
쓰윽 쓰윽
당서윤은 마른 헝겊으로 애액과 정액으로 점칠된 아랫도리를 닦아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마른 천이 순식간에 흠뻑 젖어버렸다.
열락의 증거가 어찌나 많은 지
헝겊 한 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까닭이었다.
당서윤은 흠뻑 적셔진 헝겊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단순히 닦아내는 걸로는 감당치 못할듯 싶었다.
제대로 씻어야하는 것이다.
"내가......이래서..한 번이면 충분하다고.....한건데.."
이렇게 될 줄 알고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말했건만
선우는 자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책임을 지겠다는 명목하에 몇 번이고 사정을 토해낸 것이다.
어찌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비명까지 지르면서 좋아했던 주제에."
그녀의 날선 말에 선우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쾌락 어린 비명성을 내지르며 행복해하던 그녀였다.
이제와서 저런 말을 해봤자.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싫다고는 안했어."
당서윤은 얼굴을 살짝 붉힌 채 입을 떼었다.
싫은 건 아니었다.
다만 뒷처리가 번거로울 뿐
"솔직하네."
선우는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흘렸다.
".......사실이니까."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즐긴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심리적인 우위에 서기 위해서
싫었던 일인냥
피해를 본것마냥
허영을 부리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았다.
"귀엽네."
쓰담 쓰담
당서윤의 솔직한 대답에 선우는 애정 어린 미소를 지은 채 그녀의 뺨을 부드러이 어루만져주었다.
애정을 가득히 담은 채 말이다.
"............."
당서윤은 그런 선우의 손길을 일체의 저항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 살짝 숙인 채로 말이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듯이 바라보았다.
독기가 바짝 오른 고양이처럼
앙칼지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상반된 모습이
꽤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무슨 서른 한 살이 이리 귀엽다는 말인가
선우는 애정을 담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그녀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쓰다듬었을까
".....맞다, 서윤, 그거 기억나?"
선우는 무언가 생각난듯 말을 내뱉었다.
"......뭐?"
"내가 왕이 되었다고 했던 말."
"기억나, 분명 역적들을 일망타진하고 황제와 태자를 구한 후 대가로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고 했지?"
당서윤은 기억을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맞아, 잘기억하네."
쓰담 쓰담
선우는 기특하다는듯 그녀의 머릿결을 부드러이 쓰다듬었다.
마치 애완동물을 칭찬하는 것처럼 말이다.
"애 취급하지마."
당서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며 말을 내뱉었다.
물론 구태여 손을 내치진 않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에 관해서 할 말이 있는데........"
"그게 뭔데?"
"당가를 사천의 주요 사업체로 선정할 생각이야 "
"주요 사업체로?"
당서윤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앞으로 지역 개발에 관련된 여러가지 사업을 진행시킬 생각이야, 배수로 공사라던가, 편의시설 확충이라던가, 빈민구제, 관광 산업 개발 같은 것들을 말이야...."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사천을 책임지는 왕이 된 이상
대충 얼버무리며 지낼 생각따위는 없었다.
이왕할거면 제대로 할 생각인 것이다.
"그러니까 당가에서 주요 사업체로서 지역 개발 사업들을 도와줬으면 해.....물론 보수는 고생한 것 이상으로 지급할 생각이고."
"일감을 몰아주겠다는 소리야?"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거창하게 포부를 밝히긴 했지만
사실상 일을 몰아주겠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해준다면야 당가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긴 한데......"
당서윤은 뒷말을 흐리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내키지가 않아."
"어째서?"
"...........뭔가 부정하게 이득을 취하는 것처럼 느껴져."
당서윤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업체 선정은 무척이나 좋은 기회였다.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당가의 영향력과 지분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뭔가 내키지 않았다.
선우의 뒷배경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업체 선정은 내 주관이잖아? 내가 믿을만한 곳에 일을 맡기겠다는게 어떻게 부정일 수 있겠어?"
선우는 생각한 바를 내뱉었다.
뇌물이나 인맥을 통해 국가 사업의 사업체로 선정된 뒤 부실공사나 자재 관리로 장난질을 치며 세금을 해처먹는 업체가 수두룩한 판국이었다.
그런 날림업체에게 맡기는 것보단 당가에게 맡기는 편이 훨씬 더 나으리라
적어도 지원한 돈만큼의 값어치는 해줄테니까 말이다.
"당가를 선택한 건 최선을 위한 정당한 선택이야. 그러니 부정이라고 느낄 필요는 없어."
선우는 확고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당가가 부족한 곳이였다면
편의를 봐줄 지언정 구태여 일을 맡기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게
자신을 왕으로 임명해준 황제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였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당가는 부족치 않았다.
어떤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뛰어난 집단인 것이다.
어찌 일을 맡기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다른 대신들이 싫어할거야."
"대신들이?"
"네가 말한대로 국가 사업의 업체 선정은 고위 관리들의 연줄로 선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친인척이 운영하는 곳이거나 뇌물을 받아 챙긴 곳일 수도 있지....아마 기존에 있는 업체들도 분명 그런 식으로 선정된 곳일거야."
본디 국가 사업은 황족이나 고위 관리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나 뇌물로 연결된 업체들에게 맡기기 마련이었다.
그런 곳을 전부 밀어버리고 당가를 새로운 업체로 선정한다면 기존의 업체들을 밀어주던 관리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네가 밀어부친다면 일이 성사될 수는 있을거야. 고위 관리의 입김이 아무리 강하다지만 왕에 비하면 달빛 아래 반딧불이 수준에 불과하니까....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네가 정치적으로 고립이 되고 말거야."
당서윤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고립되는 건 상관없어."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차피 위정자 입장에선 자신은 이질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황족도 왕족도 고위 관리도 아닌
평민 출신으로 왕으로 임명된 존재였으니 말이다.
분명 겉으로는 떠받들여주지만 속으로는 한껏 무시를 하고 있을 것이다.
왕에 어울리지 않는 자라면서 말이다.
어차피 정치적인 고립은 예정된 수순인 것이다.
그러니 구태여 잘보일 필요는 없었다.
"네가 어떤 정책을 펼치든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으려고 들거야........황제에게 직접 상소를 올릴 수 도 있어.....왕으로서 올바른 품행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말이야.....그리고 최악의 경우 널 폐위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공작을 펼칠지도 몰라."
당서윤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노골적으로 적대를 한다면 이쪽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어."
선우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단순한 고립이라면 상관없었다.
이쪽도 무시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적대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쪽도 그에 걸맞는 대응을 할 요량인 것이다.
'이젠 당하고만 살 생각은 없으니까.'
스스로의 신념을 관철시킬 힘도 권력도 모두 갖춘 자신이었다.
당하고 살 생각따윈 없었다.
"어떻게 하려고?"
"간단해, 기어오르면 짓밟아주면 될 일이야."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말을 이었다.
"고위 관리들 중에는 네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황족이나 명가 후손들이 있을 수 있어."
"내 뒤에는 더 높으신 분이 있어서. 괜찮아."
선우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황족이든 명가의 후손이든
관계없다.
누가되었든 자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는 존재치 않았다.
황제를 장인으로 두고
대장군을 부인으로 맞이한 자신를 감히 누가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걱정말고 계열사 몇 개만 만들어둬.."
"계열사를?"
"업체 선정할 때 너무 노골적이면 티가 나니까, 계열사 몇 개를 섞어넣자고."
선우는 히죽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알았어, 그렇게 하도록 할게. 계열사 명호는 당가와 전혀 상관없는 것들로 지어두면 되는거지?"
당서윤은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똑똑해, 우리 서윤이."
선우는 대견하다는듯 당서윤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쓰담 쓰담
하나를 알면 열을 하는 그녀의 영특함에 꽤나 흡족스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애 취급 하지마."
당서윤은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싫으면 쳐내도 돼."
"..........싫다고는 안했어."
당서윤은 얼굴을 슬쩍 붉히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반응에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애정 어린 손길로 그녀를 매만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즐겁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이내 두사람 사이에서는 훈훈하기 그지없는 공기가 감돌기 시작하였다.
"한 번 더할까?"
선우는 뜨거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런 거..일일히 묻지마.....이 바보야."
당서윤은 부끄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 나름의 긍정의 표시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었고
당서윤은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무실에는 또다시 열락의 시간이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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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가 정문
"내 사천을 구한 영웅들을 직접 뵈고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왔다고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어찌 이렇게 길을 막아선다는 말인가?"
질좋은 비단옷을 차려입은 장년인이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죄송합니다, 가주께서는 허락되지 않은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하셨습니다."
수문위사 당훈은 사무적인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허락이라니? 감사 인사도 허락을 받고 하는 곳이란 말인가?"
"죄송합니다. 규정이 그러합니다."
"내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네, 그냥 들여보내주게나."
"안됩니다."
"자네 내가 누구인지 아는가? 아패시 삼대 거부라고 불리우는 장막일세! 그런데 어찌 이런 나를 홀대한다는 말인가!"
장년인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
한낱 수문위사따위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죄송합니다. 규정이라서요."
당훈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예외라는 게 있지 않은가! 나같은 사람은 시간이 금인 사람이야! 다른 이들과 똑같이 기다린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말일세!"
장막은 일장연설을 하기 시작하였다.
당가의 허락만을 기다려야한다는 사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죄송합니다. 규정이라서요."
물론 당훈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히이이익.."
장막은 열불이 난듯 얼굴을 붉혔다.
끝까지 규정을 고수하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허락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하지만 이내 속을 가라앉히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자신이었지만
차마 당가를 앞에 두고 행패를 부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쪽에 있는 서류창구에서 신상정보와 방문 목적을 작성해서 제출해주십시오"
장막의 태세전환에 당훈은 익숙하다는듯이 자연스레 서류 창구로 안내를 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장막은 곧바로 서류창구로 이동을 하였다.
최대한 빨리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다음."
그가 사라지자 당훈은 정면을 바라보며 소리를 내질렀다.
다음 차례 방문자를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그러자 여기저기 먼지가 잔뜩 묻은 꼬질꼬질한 이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고약하군.'
당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제대로 씻지 못한 것인지
고약한 냄새가 코끝을 찔러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거지들인가?'
당훈은 그들의 면면을 살피기 시작했다.
모습을 드러낸 이들의 연령대는 상당히 낮았다.
아이들과 갓 약관을 넘긴 이들이 대다수인 것이다.
'뭐지?....단체 구걸이라도 온 건가?'
당훈은 의아함을 느꼈다.
매듭이 없는 걸 보면 개방 소속의 거지들은 아닌듯 싶었다.
그렇기에 의아함이 들었다.
거지들이 뭣하러 당가를 방문한다는 말인가
"무슨 목적으로 방문하셨습니까?"
당훈은 의아한 속내를 감춘 채 사무적인 어조로 입을 떼었다.
"가주를 뵈러왔습니다."
그러자 꼬질꼬질 행색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미색을 자랑하는 여인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뗴었다.
'뭐지?.....이 당당함은?'
무척이나 당당한 그녀의 태도에 당훈은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거지가 뭘 믿고 가주를 대면하겠다고 말한다는 말인가
"가주는 뵙고 싶다고 아무나 뵐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알아요, 그러니 뵙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혹여 개방에서 오신 분이십니까?"
당훈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제가 거지처럼 보인다는 건가요!?"
그러자 여인이 자존심이 상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개방도 같다는 말이 모욕처럼 느껴진듯한 모습이었다.
"................"
그녀의 말에 당훈은 답을 하지 못하였다.
잔뜩 화가 난 그녀에게 차마 그렇다고 긍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가의 수문위사는 경우가 없군요! 수문위사는 본디 세가의 얼굴이 되는 신분일진대! 이렇게 무례하기 짝이 없다니!"
그녀는 잔뜩 얼굴을 붉힌 채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디.
"이번 사안에 대해선 당가주에게 직접 문책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녀는 흘깃듯이 당훈을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거지?'
그 태도에 당훈은 의아함을 느꼈다.
대체 뭘 믿고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감히 모용가의 직계혈족들을 개방도 취급하다니! 인생 최대의 굴욕이에요!"
"네에?"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들은 당훈은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모용가라니?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저희는 모용세가의 직계혈족들입니다! 개방도 취급이나 받을 정도로 천한 신분이 아니란 말입니다!"
여인, 모용란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훈은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이 거지들이 모용세가의 직계 혈족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