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54화 (955/1,419)

〈 954화 〉 955. 장난을 걸다.

스르르륵

선우는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옆쪽으로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곤히 자고 있는 아리따운 여인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같이 열락의 밤을 보냈던 옥령이었다.

'잘자네.'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의 뺨을 부드러이 쓰다듬어주었다.

"흐으음...으음."

그 감촉을 꽤나 마음에 든 것일까

옥령이 기분 좋은 잠꼬대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귀여워.'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가에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미인은 잠꼬대마저 아름답다고 하던가

옥령의 잠꼬대는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함이 차오르게 마력을 품고 있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일어나야지.'

선우는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하였다.

마음같아선 좀더 죽치면서 그녀의 잠꼬대를 질릴 때까지 감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사천으로 돌아온 이상

여러모로 처리해야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락 사락

이내 몸을 일으켜세운 선우는 조심스레 옷가지를 챙겨입기 시작하였다.

살금 살금

그리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신경에 거슬리지 않도록 말이다.

".......벌써 가시게요?"

그때 귓가에 옥령의 비몽사몽한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이런.'

순간 선우는 안색을 굳혔다.

조심한다고 조심했건만

아무래도 그녀를 깨운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깼어?"

선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머리를 쓰다듬었을 때요."

옥령은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잠꼬대 하던데?"

"오랜만에 응석을 살짝 부려봤답니다."

"못 당하겠네."

선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옥령의 태연한 연기에 그대로 속아넘어가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선우의 말을 들은 옥령은 배시시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반응이 꽤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금방 일어나셨네요, 더 주무셔도 되는데..."

옥령은 의아한듯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평상시에는 아침잠이 많은 선우였다.

그런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나서는 게 꽤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사업 관련된 일로 서윤이와 몇 가지 상의할 일이 있어서.'"

"사업이요?"

"응, 이제 왕이 됐잖아? 당가에게 좋은쪽으로 여러가지 사업을 제안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

"당가입장에선 크나큰 홍복이네요."

"서윤이가 좋아하겠지?"

"네에, 아마 그런 제안이라면 항상 곤두서있는 얼굴이 사르르 풀릴지도 모르겠네요."

옥령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거 기대되네, 앙칼진 살쾡이같은 서윤이가 강아지처럼 순둥하게 변한다면 말이야."

선우는 피식거리며 말을 이었다.

옥령의 말이 꽤나 우습게 들린 까닭이었다.

"그럼 다녀오세요, 저는 좀더 잠을 청하도록 할게요. 선우."

옥령은 손을 살며시 흔들기 시작하였다.

"같이 가도 되는데?"

"거절할게요......한계이상으로 채워넣어서인지, 거동이 불편해서요."

옥령은 아랫배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말을 내뱉었다.

임신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며 그의 씨앗을 쉴새없이 받아들였던 옥령이었다.

움직이는 게 불편한 건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괜스레 미안하네."

선우는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맞는 열락에 밤에 힘이 너무 과하게 들어간듯 싶었다.

현경이 그녀가 얼얼하다며 못일어날 정도니 말이다.

"미안하실 거 없어요......제가 원하던 일인걸요?"

옥령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제 나이에 임신하려면 이정도 열정은 있어야하지 않겠어요?"

옥령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기이한 열망을 담은 채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부탁드려요, 낭군님."

"걱정마, 임신할 때까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도와줄테니까."

선우는 확신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몇 번이고 도와줄 생각이었다.

옥령 또한 임신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

집무실

쓰윽 쓰윽 쓰윽

차분한 인상을 가진 절세미인

당서윤은 빠르게 붓을 놀리기 시작하였다.

일필휘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로 단숨에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붓을 놀렸을까

꾸욱

이내 글을 마친 당서윤은 글 끄트머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가주의 직인을 서신 제일 하단부에 박아버렸다.

"후우.."

완성된 서신을 본 당서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다음 그대로 들어올려 한쪽 구석에 올려두었다.

먹이 완전히 마를 수 있도록 곱게 펼친 채로 말이다.

그리고 다시금 붓을 잡고 일필휘지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글을 써내려갔을까

똑 똑 똑

갑자기 누군가 집무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바쁩니다, 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다음에 방문하세요."

당서윤은 종이에 시선을 집중한 채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마치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듯이 말이다.

끼이이이익

그때 그녀의 귓가에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를 들은 당서윤은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그러자 익숙한 남자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무척 급한 용무인데, 들어가도 될까?"

남자의 정체는 선우였다.

"이미 들어왔으면 뭘 굳이 허락 맡으려고?"

당서윤은 삐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이미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온 그였다.

그런데 무슨 허락을 더 맡는단 말인가

"그건 또 그렇네."

선우는 피식 거리며 말을 이었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급한 용무가 뭔데?"

당서윤은 곧바로 본론을 물었다.

그가 말한 급한 용무가 무엇인지

"네 얼굴 보러왔어."

"그게 급한 용무야?"

당서윤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나한텐 제일 급한 용무야."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당서윤이 보고싶다.

이보다 급한 일이 어디있다는 말인가

"미친놈."

"오랜만에 듣네."

선우는 재밌다는듯 낄낄거리기 시작하였다.

변함없이 신랄한 그녀의 말투가 꽤나 재밌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헛소리 할거면 나가, 나 바빠."

당서윤은 내쫓듯이 손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아니, 뭐가 그리 바쁘길래, 낭군님 얼굴을 볼 시간이 없어?"

선우는 궁금하다는듯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인적 손실 및 물적 손실에 대한 뒷수습을 해야해."

"피해가 생각보다 적다고 하지 않았어?"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는 거지 아예 없다는 말은 아니었어."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각 성문에 자리잡고 있었던 연합의 사업체 대다수가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어......사업체를 운영하던 연합원들 상당 수가 목숨을 잃기도 했고 말이야, 사업체 복구비용을 산정하기도 해야하고 유족들에게 장례 비용 및 보상금도 지원해야해.....그리고 전쟁에 참여한 연합원들에게 공훈에 따른 직위 상승과 지원금도 보장해줘야하고 말이야."

당서윤은 골치아프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골치아프겠네."

선우는 동의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어째서 그녀가 바쁘다고 했는지 십분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처리할 일이 저렇게 많다면 충분히 바쁠만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하는 게 어때?"

"이미 충분히 분담하고 있어, 기존에 만들두었던 기준대로 정리한 후 내게 최종적으로 결재받는 식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으니까."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차라리 심사단을 만드는 게 어때?'

"심사단??"

"기준대로 나눠어진 보상안이 타당한지 심사하는 인원을 따로 뽑으면 되잖아? 그럼 네가 구태여 일일히 결재할 필요는 없게 되지 않겠어?"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흥미로운 제안이긴 한데, 지금은 안돼."

"어째서?"

"심사단을 구성하려면 무척이나 객관적인 이들을 내세워야할 거야, 정에 휩쓸리지 않는 부동심을 갖춘 이들로 말이야. 뿐만 아니라 연합과는 관련이 되도록 적은 외부인을 영입해야할 거야. 편파 심사니 뭐니 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조건이 엄청 까다롭네."

"그게 문제야, 조건이 까다로워서 사람을 구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그렇다고 보상금 지급 시기를 늦출 수도 없고 말이야."

당서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보상은 최대한 빨리 지급되어야했다.

유족들의 입장에선

한 가정의 기둥뿌리가 뽑아나간 상황이었다.

보상금 지급이 미뤄진다면 필연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찌 연합을 위해 애써준 이들의 가족들이 그런 대우를 받게 한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내가 좀더 고생하는 게 나아.....힘들긴 하지만 이게 최선일테니까."

당서윤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매번 느끼지만 너는 손해보고 사는 성격이야."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헌신적이었다.

최대다수를 위해 본인만 희생하면 된다는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이곳이 무협지 속이 아닌

이세계였다면

그녀는 성녀로 추앙받았을 지도 모른다.

본인보다 다른 사람을 우선시하는 희생 정신은

쉽사리 가질 수 없는 성스러운 개념이였으니까 말이다.

'마음에 안들어.'

하지만 선우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위해 본인의 건강마저 희생하는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헌신적인 사람이 존경스럽긴 하지만

자신의 여인만큼은 안그랬으면 좋겠다.

그냥 본인의 행복만을 추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선우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드르르륵

그떄 선우가 한쪽 구석퉁이에 있는 의자를 끌고오기 시작하였다.

털썩

그리고 이내 그녀의 맞은 편쪽에 의자를 놓고 그대로 앉아버렸다.

"뭐야?"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일을 나누면 손해도 나눠지지 않겠어?"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됐어, 나 혼자할 수 있어."

당서윤은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구태여 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알아, 너 혼자할 수 있는 거, 그래도 같이 하고 싶어. 일이 빨리 끝나야 너를 안을 수 있지 않겠어?"

선우는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미친놈."

"미쳐있는 건 옛날부터 알고 있었잖아?"

선우는 유들유들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마음대로 해."

이내 당서윤은 마지못해 허락을 하였다.

그가 고집을 꺾을 생각이 단 일푼도 없다는 걸

인지한 까닭이었다.

"탁월한 선택이야."

선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의지를 끝까지 관철했다는 사실이

꽤나 흡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것부터 맡아줘, 동문 지부에서 희생당한 연합원들 신상정보와 사망 원인이야, 그 밑에 있는 건 기준에 맞는 소견서고, 소견서 내용과 일치하면 그대로 결재해줘."

쓰으윽

당서윤은 거대한 서류뭉치를 선우쪽으로 건네었다.

"나한테 맡겨."

선우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믿어볼게."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당서윤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신감 넘치는 연하의 낭군이 꽤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쓰윽 쓰윽 쓰윽

쓰으윽 쓰윽

이내 집무실에는 두 남녀의 붓질 소리가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

선우는 책상에 머리를 그대로 처박아버렸다.

상상이상으로 과중된 업무에 체력이 제대로 탈진된 까닭이었다.

자신만 믿으라며 호언장담하며 호기롭게 달려들었던

서류작업이었다.

그런데 왠걸 삼분 지 일정도 끝나니 체력이 그대로 탈진되어버렸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반복업무에 뇌가 지쳐버린 것이다.

선우는 슬며시 고개를 올렸다.

그러자 무심한 표정으로 서류작업을 이어가는 당서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쓰윽 쓰윽 쓰윽

그녀는 자신이 탈진하여 책상에 머리를 처박건 말건 하던대로 서류작업을 이어갈 뿐이었다.

'쪽팔리다.'

머리를 처박은 선우는 쪽팔림을 느꼈다.

뭔가 여러모로 입만 산 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된 것 같은 게 아니라 진짜 입만 산놈이었다.

어찌 이렇게 의지가 박약하다는 말인가

쓰윽 쓰윽 쓰윽

'쟤는 안지치나?'

선우는 기계적으로 서류작업을 이어가는 당서윤을 신기하다는듯 바라보았다.

자신과 달리 묵묵히 일을 해나가는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힘들면 누워서 자도 돼, 그만 관찰하고."

그때 귓가에 차분한 당서윤의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듯 하였다.

"안지쳐?"

선우는 궁금하다는듯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지치지."

"근데 어떻게 그렇게 멀쩡하게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거야?"

"부동심不動心."

그녀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부동심不動心?"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 정신적인 피로에도 무너지지 않는 법이야."

"버티고 있긴 하지만 힘들긴 하다는 거네?"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당서윤은 서류작업을 이어가며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딱딱한 어조로 말이다.

"조금만 쉬었다 하는 게 어때?"

혼자 쉬기 미안했던 선우는 그녀에게 휴식을 권하였다.

똑같이 힘들다면 그녀 또한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됐어."

"그러지 말고, 좀만 쉬자아아."

"혼자 쉬어."

그녀는 방어는 단단하였다.

도무지 파고들 틈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뭔가 싫다 싫다하니까....더 쉬게만들고 싶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단단한 방어는 선우의 정복 욕구를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강제로라도 그녀를 쉬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선우는 살짝 신을 벗었다.

그러자 맨발이 그대로 탁자 밑에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드러난 맨발을 살며시 뻗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고운 맨다리가 위치하고 있는 곳을 향해서 말이다.

꾸우욱

이내 선우의 발가락이 그녀의 고운 다리에 닿게 되었다.

움찔

그리고 그 감촉에 당서윤은 몸을 움찔거리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접촉하는 남자의 감촉에 몸이 반응을 하고만 것이다.

"하지마!"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다리를 옆으로 휙 빼버렸다.

마치 다시는 닿기 싫다는듯이 말이다.

'생각보다 예민한데?'

그 모습에 선우는 장난감을 발견한 악동같은 미소를 지었다.

뭔가 재밌는 장난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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