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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48화 (949/1,419)

〈 948화 〉 949. 필멸必滅의 폭풍

"끄아아아아아아악!!!!!!!"

혈불이 처절한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평생을 함께해왔던 진리의 작대기를 잃어버렸다는 박탈감과

신체에서 가장 고통에 민감한 아랫도리가 잘려지며 생겨난 극심한 고통이 그를 미치도록 괴롭게 만든 까닭이었다.

고통스러웠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그저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제기라아아아아알!!!!!! 내가 고자라니!!!! 내가...내가 고자라니!!!!!"

혈불은 억울하다는듯 고함을 내질렀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비극이 자신에게 찾아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억울하였기 때문이었다.

왜 하필 자신이라는 말인가

세상에 절반이 남자가 아니던가

그놈들 중 가장 쓸모없는 새끼의 작대기를 가져가면 될 것을

어찌 불법을 설파하는 진리의 작대기를 가져간다는 말인가

억울하였다.

너무 억울하였다.

평생토록 몸바쳐 헌신한 대가가

고환 절단이라는 사실이

끔찍할 정도로 억울하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제기라아아알!!!"

혈불의 비명성이 더욱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마음 속 깊이 차오른 억울함과 상실감 그리고 끔찍한 고통이 점점 분노로 치환되었기 때문이었다.

화가났다.

자신을 이꼴로 만든 장본인에게

분노가 치솟아올랐다.

다시는 진리를 설파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버린 장본인에게

살의가 치밀어올랐다.

신의 육체를 훼손시킨 불경하기 그지없는 년에게 말이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거대한 혈기血氣와 살기殺氣가 요동치더니 혈불의 신체를 감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소뢰음사의 비전 절기인

밀종대수인을 극성으로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선천지기까지 전부 담아서 말이다.

그러자 그의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고환이 잘려나간 자리가 순식간에 아물어버렸다.

더이상 핏물이 터져나오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구 척에 불과했던 키가 점점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십 척

이십 오 척

삼십 척

오십 척

팔십 척

종국에는 백이십 척에 다다를 때까지

그리고 백 이십 척에 이르는 키에 걸맞게 신체 각부위들이 커다랗게 팽창하기 시작하였다.

더욱더 크고

더욱더 길며

더욱더 두터우며

더욱더 거대하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혈불은 이미 인간이라고 칭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모해버렸다.

백 이십 척에 이르는 거대한 키

그 키에 걸맞게 가득 들어차 있는 두터운 근육들까지

혈불은 인간의 모습을 완전히 탈피하였다.

마치 고대 신화 속에 나오는 거인을 연상케하는 모습을 변모해버린 것이다.

"..............."

그 압도적인 광경을 직접 목도한 운설은 넋을 잃고 말았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광경에

머리가 순간적으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찌 인간의 몸이 저리도 거대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이건 이치에 벗어난 일이었다.

순리를 벗어난 비인非人의 길인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넋을 놓았을까

[죽여주마아아아!!!!!!]

부우우우웅

이내 혈불은 운설을 향해 커다란 발을 내리찍기 시작하였다.

마치 개미를 밟아죽이듯이 말이다.

"망할."

다가오는 정신을 차린 운설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발을 튕겨 허공으로 튀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곤륜 최절정의 신법이라고 불리우는 신법.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스으으으윽

운설은 커다란 소매자락을 이용해 바람의 방향을 조절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띄워 내려찍혀지는 발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콰아아앙

이내 운설이 있던 곳에 커다란 발이 내려찍혀지며 굉음성을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위험했어.'

운설은 안도를 내쉬었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그대로 짓뭉겨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쇄애애애애애애액

그때 어디선가 공기가 터지는듯한 파공음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앞을 보니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혈불의 거대한 주먹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휘익 휘익

운설은 재빨리 소매를 휘저으며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소용돌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대한 바람을 말이다.

그리고 날아드는 거대한 주먹을 향해 그대로 날려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러자 이내 혈불의 거대한 주먹과 소용돌이가 맞부딪히며 대치를 하기 시작하였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대치를 이어갔을까

콰아아앙

이내 만들어진 소용돌이가 그대로 소멸해버렸다.

혈불의 강대한 주먹을 견뎌내지 못하고 완전히 파훼되어버린 것이다.

쇄애애애애액

이내 소용돌이로 인해 잠시 멈춰섰던 혈불의 주먹이 다시금 내질러지기 시작하였다.

공중에 떠있는 운설을 향해서 말이다.

'위험하다.'

운설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이러다간 꼼짝없이 격추당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휘이익 휘이익

운설은 다시금 소매자락을 휘저었다.

그러자 바람의 방향이 전환되며 그녀의 신형이 더욱더 위쪽으로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애애애액

이내 혈불의 주먹이 그녀가 떠 있었던 곳을 그대로 꿰뚫고 지나갔다.

간발의 차로 주먹의 궤도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후우우.."

그 모습을 본 운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직격타는 피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부우우우우웅

그렇게 안도를 하고 있는 그 때였다.

어디선가 공기를 가르는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설마!?'

운설은 불안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곧바로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커다란 손바닥의 모습을 말이다.

'젠장할.'

운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검을 들어올렸다.

바람의 방향을 전환하여 도망치기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직접적으로 맞대응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인 것이다.

'제발 실속 없는 공격이길.'

그녀는 부디 저 거대한 손바닥에 덩치값 못하는 실없는 공격이길 고대하며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날아드는 손바닥을 향해서 말이다.

콰아아아앙

이내 운설의 검과 혈불의 거대한 손바닥이 맞부딪히며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액

콰아아앙

그와 동시에 운설의 신형이 그대로 바닥에 처박혀버렸다.

손바닥에 담긴 거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그대로 나가떨어진 것이다.

"쿨럭."

바닥에 처박힌 운설은 핏물을 토해내었다.

호신강기를 두른다고 두르긴 하였지만

모든 충격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한 까닭이었다.

".....젠장할...더럽게 아프네."

온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몸 속에 내장이 뒤틀렸고

전신의 뼈가 골절된 것 같았다.

그저 거력을 정면으로 마주한 것만으로 말이다.

그렇게 한창 불평을 쏟아내고 있을 때였다.

쿠우우우웅

그녀가 쓰러진 곳에 혈불의 거대한 발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쾌속한 속도로 말이다.

"망할."

그 모습을 본 운설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후속타까지 완벽한 새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쉴틈조차 주지 않고 몰아부치는 걸 보면 말이다.

쿠우우우웅

이내 혈불의 커다란 발을 쉴새없이 내리찍기 시작하였다.

쿠우우웅

쿠우우웅

쿠우우웅

확실히 죽이겠다는듯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발을 굴렸을까

이내 혈불은 천천히 발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온몸이 터져나갔을 철천지 원수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응!?]

하지만 기대가 완전히 어긋나버렸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잔뜩 파여진 땅바닥뿐이었다.

어디에도 계집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발바닥에 붙었나?]

혈불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발을 들어올려 발바닥을 살폈다.

혹여 그녀의 잔해가 발바닥에 붙어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하지만 발바닥에도 그녀의 잔해따위는 존재치 않았다.

모습을 완전히 감춰버린 것이다.

[어디냐아아! 어디있는 것이냐!]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혈불은 온사방을 짓밟고 깨부수며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별안간 모습을 감춰버린 원수에 대한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아직 제대로 된 원수조차 갚지 못하였다.

그런데 대체 누구 마음대로 사라질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화가 났다.

너무 화가나 미칠 것만 같았다.

[나와라! 이 겁쟁이 같은 년아! 가랑이를 사이에 도자기를 넣어 깨뜨릴 년아!]

혈불의 고함 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욕하는 것도 더럽게 천박하네."

그때 그의 귓가에 선명하기 그지없는 여인의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거기냐!]

혈불은 그 목소리를 따라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꽤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롯히 떠있는 여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부처라는 새끼가 그렇게 천박해야 되겠어?"

운설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오호라! 거기 있었구나! 거기 꼼짝 말고 있거라! 내 당장 달려가서 네놈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혈불은 거대한 거체를 거침없이 움직이며 그녀를 향해 쉴새없이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오직 죽이고 말겠다는 일념을 담아서 말이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이내 혈불은 그녀와 다시금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가랑이를 잘라버린 철천지 원수와 말이다.

[죽어라!]

혈불은 한치의 망설임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그녀의 온몸을 터트리고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말이다.

그리고 그 의지에 반응한 그의 주먹에는 초월적인 의지가 담겨지기 시작하였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초월적인 의지가 말이다.

운설은 심유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그저 가만히 응시하였다.

자신에게 날아드는 거대한 주먹을 말이다.

'멍청한 년, 자포자기 하였구나!'

반항조차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혈불은 확신하였다.

그녀가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고 말이다.

[전신을 터트려주마아아아!!]

그는 생각하였다.

초월의 의지가 담긴 주먹이 닿는 순간

그녀의 모든 것들이 터져나갈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그녀와 주먹이 맞닿기 직전이었다.

이변이 일어났다.

쿠우우우우웅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혈불의 신형이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혈불의 주먹이 허공을 후려치기 시작하였다.

신형이 꺼지면서 주먹의 궤도마저 완전히 바뀌버린 까닭이었다.

[젠장할!]

혈불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꺼진 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을 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발버둥을 치면 칠 수록 몸이 땅속으로 더욱더 깊게 빠져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지독한 늪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아...아니..어찌!?]

혈불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이변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아무런 징조도 없이 땅이 꺼져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어찌 발버둥을 치면 칠 수록 땅속으로 더욱더 깊숙히

빠져든다는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번뜩

그때 혈불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였다.

[계집!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그리고는 그대로 고개를 들어올린 채 고함을 내질렀다.

자신을 이곳으로 유인한 장본인을 향해서 말이다.

그는 확신하였다.

이변의 원흉이 저 건방진 계집이라는 것을

"그저 순응하게 만들었을 뿐이야."

그의 물음에 운설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땅을 꺼지게 한 묘수는 간단하였다.

자연을 발현된 자신의 의지에 순응하게 만든 것 뿐이었다.

순응하는 검.

자연검自然劍을 통해서 말이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더냐!]

혈불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모르는 건 지옥에 있는 염마왕閻魔王에게 물으려무나. 아가."

운설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그러자 검 끝에 거대한 바람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하였다.

마치 폭풍을 연상케하는 거대하기 그지없는 바람이 말이다.

[젠..젠장....젠장...젠장..젠자아아앙!!!!]

그 모습을 본 혈불은 발악하듯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거대한 폭풍에 담겨진 필멸必滅의 의지를

아무리 자신이 백이십 척에 다다르는 거대한 몸뚱이를 가지고 있다해도

저 폭풍을 정면으로 맞는다면 속절없이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건 필멸必滅의 폭풍이었다.

눈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멸하고 마는 초월의 폭풍 말이다

[살려줘어어어!! 죽고 싶지 않아아아!! 살려줘어어어!!]

혈불은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죽고 싶지 않았다.

아랫도리를 잃어 삶의 의욕이 상당수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죽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생을 이어가고 싶은 것이다.

"네놈에게 죽은 이들도 지금 네놈과 같은 심정이였을 거란다. 아가."

운설은 심유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저 받아들이거라. 자연의 섭리를."

휘익

운설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끝에 모여든 필멸必滅의 폭풍이

구덩이 속에 갇힌 혈불을 향해 그대로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말겠다는듯이 거칠기 짝이 없는 기세로 말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제기라아아아아아아알!!!!!!!!!!!]

이내 거대한 굉음성과 함께 혈불의 비명성이 온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

.

.

그렇게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

구덩이 속에 있던 혈불은 완전히 소멸되어버렸다.

세상에 존재했던 그 어떤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

천축제일인이라고 불리우던 이의 최후치고는 무척이나 허무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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