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7화 〉 948. 진리의 작대기
급소란 무엇인가
조금만 다쳐도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을 줄 수 있는 부위이자
스치기만해도 극심한 고통을 선사해줄 수 있는 곳이자 노리는 곳이 암묵적으로 금지가 된 예절의 부위
세인들은 그런 중요 부위를 뭉뚱그려 급소라고 칭한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급소라고 칭해지는 부위가 셀 수 없이 많았다.
신체에서 가장 부드럽고 연약한 눈알.
수많은 신경이 분포되어있는 인중.
자칫하면 뇌가 흔들릴 수 있는 얇은 턱.
뼈의 두께가 얇아 자칫 잘못하면 뇌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 있는 관자놀이.
오직 얇은 피부로만 둘러쌓여있는 목울대
가벼운 접촉만으로 숨을 턱 막히게 만드는 명치.
몸 밖으로 튀어나온 내장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치명 부위, 사타구니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급소들이 분포해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중 가장 치명적인 급소는 무엇일까?
아마 이런 질문을 받는 이들의 성별이 남자라면 열이면 열 모두 사타구니를 선택할 것이다.
수컷이라면 유일한 약점 사타구니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수컷의 고환은 바깥으로 튀어나와있는 내장이었다.
고작 작은 구슬 두 알따위가 무슨 내장이냐고 꾸짖는 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고환은 명실상부 내장이었다.
냉각을 위해 불가피하게 바깥으로 노출되어버린 치명적인 내장 말이다.
심장과 간장, 위, 대장, 소장과 같은 내장들은 두터운 근육과 지방 그리고 늑골로 감싸여져있다.
두뇌 또한 가장 견고한 두개골로 감싸여져있다.
진화된 몸이 가장 중요한 내장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환만큼은 남달랐다.
정자 생산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피부 한장만 두른 채 바깥으로 그대로 튀어나와버린 것이다.
무척이나 무방비하게 말이다.
그렇기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비유하자면 얇은 피부 한장을 두른 심장이 사타구니에 달려있는 격이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만약 그 체외로 빠져나온 심장이 가격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남자들은 말한다.
고환을 가격당한 고통은 가히 생살이 불꽃에 태워지는 고통, 작열통과 맞먹는다고
아니 그 이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온몸이 타는듯한 고통과 더불어 뇌의 산소가 부족해져 심한 두통과 구역질을 동반할 뿐더라 심할 경우 단번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수컷이라면 고환 가격의 고통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알고 있기 마련이었다.
수컷으로서 태어났다면 한 번쯤은 그 극심한 고통을 느껴본 적이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고통을 알기에 수컷들의 세계에서는 암묵적인 규칙이 하나 존재하였다.
그건 바로 고환 가격 금지의 법칙이었다.
전투시 다른 어떤 부위도 타격이 허용되지만
고환만큼 타격을 불허한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수컷으로서
서로의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규칙의 여파로 인해 웬만큼 머리가 굵은 남자들은 피치 못할 사고가 아니라면 고환에 극심한 고통을 느낄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미성숙한 어린 아이가 아니라면 장난이라도 고환을 가격을 하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 혈불은 피치 못할 사고에 직면하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솟아오른 땅이 고환을 정통으로 직격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금강불괴에 다다른 자신이 고통을 느낄 정도로 강대한 힘으로 말이다.
쿵
이내 뒤편으로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아랫도리부터 치솟은 극심한 고통을 도저히 견뎌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아팠다.
너무 아팠다.
머리가 핑핑 돌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올정도로 말이다.
살면서 이정도 고통을 느껴본 적 없는 혈불이었다.
날 때부터 귀족 집안의 자제로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지내다 소뢰음사에 들어가 강대한 무공을 손에 넣은 그였다.
그런 그가 고환을 가격당할 일이 어디있었겠는가
최초이자
최악의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혈불의 입에서 고통 어린 비명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지날 수록 고환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배가되어버린 까닭이었다.
온몸 깊숙한 곳으로부터 차오른 원초적인 고통.
감히 말로 형용할 수조차 없는 끔찍하기 그지없는 고통.
그저 비명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아픔이 해소될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고통을 호소하였을까
와락
이내 혈불의 안면이 흉신악살처럼 사정없이 구겨지기 시작하였다.
고통이 어느정도 가시자 참을 수 없는 거대한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이런 끔찍한 고통을 준 장본인에 대한 분노가 말이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으드드득
혈불은 이에 금이갈 정도로 강하게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리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강대한 살의殺意를 내뿜은 채 말이다.
"생각보다 멀쩡하네."
그가 몸을 일으켜세우자 운설은 신기하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자연검의 묘리를 이용해 땅을 솟게 만든 그녀였다.
그것도 상당히 강대한 힘을 담아서 말이다.
분명 아랫도리는 그대로 터져나갈 것이고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정신을 잃을 게 뻔하다고
그리 생각하였다.
그런데 눈앞에 괴승은 예상보다 너무나 멀쩡하였다.
예상처럼 사타구니가 터지지도 않았으며 극심한 고통에 정신을 잃지도 않았다.
모든 것을 버텨낸 것이다.
아랫도리를 터트릴 정도의 강대한 공격도
정신이 잃을 것 같은 극심한 고통도 말이다.
"생각보다 강골인가 보네."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예상보다 단단한 신체를 구축하고 있는듯 하였다.
"지금..네년이...무슨 짓을 한 것인지..아느냐?"
혈불은 고통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인지
간신히 더듬거리면서 말을 내뱉었다.
"왜 모르겠어? 땡중새끼 아랫도리를 후려쳐버렸잖아?"
운설은 재밌다는듯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틀렸다..너는..지금...살아있는 부처를 욕보이는 짓을 한 것이다...신을 모독했다는 말이다!"
혈불은 살기 어린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을 내뱉었다.
자신은 살아있는 부처였다.
풍진세상을 구원하러온 초월의 존재인 것이다.
그런 자신의 사타구니가 가격당하였다.
구원의 막대기가 그대로 짓뭉개질 뻔한 것이다.
이건 모독이었다.
위대한 구원자에 대한 모독말이다.
"괜찮아, 난 불교를 안믿거든"
운설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곤륜이라는 도가 문파를 뿌리로 두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입장에선 부처가 뒈지건 아랫도리가 터져나가건 하등 상관없는 일이었다.
도교의 최고신인 원시천존도 아닌데
모욕하면 뭐 어떻다는 말인가
"어리석은 년...무지하여..사태의 심각성조차 파악치 못하고 있구나."
"무지한 건 너지, 땡중새끼야, 아랫도리를 처맞고도 주제파악 못하고 이렇게 나불대고 있잖아? 또 처맞고 싶어?"
운설은 비아냥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으드득
그녀의 말을 들은 혈불은 다시금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콕콕 쑤셔오는 날카로운 말에 짜증이 절로 치솟은 까닭이었다.
".......말이 안통하구나."
혈불은 붉게 물들인 양주먹을 들어올렸다.
양 주먹에는 한눈에 봐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힘이 잔뜩 담겨져있었다.
"꼭 말빨 딸린 새끼들이 말 안통한다고 주먹부터 들어올리더라."
운설은 혈불의 행동을 콕 집어 비웃으며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이내 두 절대고수가 대치를 하기 시작하였다.
각자의 무기를 들어올린 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위대한 불법의 깨달음을 전해주겠다!...계집!"
이내 혈불이 성난 들소처럼 거칠게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핏빛으로 물들인 붉은 주먹을 굳게 말아쥔 채 말이다.
"미친놈아! 바지부터 입고 덤벼!."
운설은 눈살을 와락 찌푸린 채 고함을 내질렀다.
덜렁거리며 달려오는 혈불의 모습에 역겨움이 절로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이내 혈불의 붉은 주먹과 운설의 철검이 맞부딪히며 커다란 굉음성과 함께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강정시 전체를 뒤덮어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말이다.
************
쇄애애액
혈불의 주먹이 머리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쾅
운설은 검을 살짝 들어올려 주먹을 튕겨내었다.
쇄애애애액
그러자 이번에는 반대쪽 주먹이 비어있는 가슴을 노리고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콰앙
검자루를 가볍게 돌려 검면으로 주먹의 경로를 차단시켜버렸다.
그러자 곧바로 주먹을 회수하더니 다시금 반대편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마치 쉴틈을 주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하지만 운설은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그저 날아들는 연격을 최소의 움직임으로 막아낼 뿐인 것이다.
두 사람의 공방은 오랫동안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누구 하나 유효타를 낸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 수 재간은 있는 년이구나!"
혈불은 쉴새없이 주먹을 날리며 감탄을 내뱉었다.
상상이상으로 강한 그녀의 무공에 절로 감탄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천축무림의 절대자로서 군림하던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과 맞상대할 정도의 강자라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너는 입 터는 거치곤 별볼 일 없네.."
운설은 비아냥거리며 말을 이었다.
"한낱 인간도 마음대로 못하는 새끼가 무슨 부처야?"
"참으로 요망한 아가리로다! 아랫도리를 진리의 몽둥이로 뚫리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지 보겠다!"
혈불의 주먹이 더욱더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주먹이 더욱더 붉게 물들었고
그에 비례하여 주먹에 담겨진 무게 또한 더욱더 무거워졌고
속도 또한 그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빨라졌으며
한방 한방에 거대한 살기가 담겨져있었다.
콰앙 콰앙 콰앙
주르르륵
그리고 그 강대한 주먹에 운설의 신형이 뒤편으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힘싸움에서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건방진 년! 또 지껄여보거라! 본 불이 부처가 아니라고? 본 불이 별볼 일 없다고?"
혈불은 악에 받친듯한 어조로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치욕스러움과 모욕감이 느껴졌다.
계집따위에게 자신의 정체성이 완전히 부정당했다는 사실에.
자신은 살아있는 부처였다.
미욱한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초월적인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부처가 아니란다.
입만 산 약자에 불과하단다.
어찌 치욕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모욕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틀렸다! 본 불은 부처다! 너희같은 어리석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세상에 내려온 신이란 말이다!"
스르르르륵
이내 혈불의 전신이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핏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말이다.
동시에 쏟아지는 연격이 더욱더 강대해지기 시작하였다.
한 발 한 발
주먹이 닿을 때마다
운설의 신형이 뒤편으로 쭉쭉 밀려날 정도로 말이다.
"감히 신에게 맞선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
꽈아아악
우우우우우우웅
혈불은 오른쪽 주먹을 더욱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혈기血氣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계집을 단번에 꿰뚫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말이다.
콰아아아아아
그 의지에 반응한 것일까
그의 오른 주먹에는 미증유의 거대한 힘이 담겨지더니 점점 커다랗게 부풀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소뢰음사의 절기
밀종대수인密宗大手印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쇄애애애애애애액
커다랗게 부풀어오른 붉은 주먹이 운설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들을 부숴버리겠다는듯이 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운설은 검지 손가락을 하나 지켜세웠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손가락 끝에서 청명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푸른 하늘은 품은 것처럼 맑고 청명한 빛이 말이다.
쇄애애애애애액
운설은 날아드는 붉은 주먹을 향해 망설임없이 손가락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앙
이내 푸른 일지一指와 붉은 일권一拳이 맞닿으며 굉음성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터져나온 충격파가 두 사람의 온몸을 덮쳐들었지만
둘 중 그 누구도 뒤편으로 밀려나는 이는 없었다.
대등한 전력이 맞부딪혔다는 증거였다.
"어떻게...한낱..손가락으로..내 주먹을!?"
혈불은 경악을 하였다.
밀종대수인密宗大手印을 통해 위력을 더욱더 극대화시킨 권격이었다.
웬만한 인간이라면 닿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터져나갈 정도의 강맹한 위력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강맹한 주먹이 고작 손가락 하나를 뚫어내지 못한 채 저지당해버렸다.
완전히 무용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찌 경악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한낱 손가락이 아니야, 건천일지공乾天一指功이라는 멋들어진 이름도 있다구."
운설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밀종대수인密宗大手印은 강하였다.
살짝 긴장이 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못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은 그보다 강하였으니까
".......괴물같은 년."
혈불은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그녀가 따먹을 대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전심전력을 다해야할 난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제일 괴물같은 새끼가 누구보고 괴물이래?"
운설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주먹이 사람몸통보다 커다란 새끼가 누구보고 괴물이라는 말인가
"천마를 제외한다면 중원에는 본 불의 적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거늘...아무래도 생각을 바꿔야겠구나....네년은 강하다......본불이 최선을 다해야할 만큼."
혈불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불법의 가르침을 받아야할 계집에서
자신과 같은 경지에 다다른 위대한 무인으로 말이다
"아쉽게도 최선을 다할 기회는 없을 것 같네."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
"너 이제 죽을 거거든."
"그게 무슨 말도..."
싸늘
혈불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였다.
금속 특유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소중한 아랫도리에서 말이다.
주르륵
주르륵
혈불은 식은 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였다.
저 차가운 감촉의 정체를 너무나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건 검의 감촉이었다.
검이 아랫도리에 맞닿아있는 것이다.
"검이 놀고만 있을 줄 알았어?"
운설은 식은땀을 흘리는 혈불을 바라보며 악동같은 미소를 지었다.
"비...비겁하다! 무인으로서 어찌 이런 급소를 노린다는 말인가!"
"이건 비무가 아니라 전쟁이잖아? 어떻게든 죽이는 게 급선무가 아닐까?"
"전..전쟁이라도..지킬 건 지켜야..하는 법! 그곳은..건들지 않는건...남자들 간의 암묵적 규칙이다!"
"난 여자라서 그런 거 몰라~"
운설은 재밌어 죽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시주.....우리 조금 더 이성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겠는가?...내 잘못했네...중원을...침공을 멈추도록 하지....그리고 당장...소뢰음사로 돌아가 올바른 불법을 전달하도록 하겠네......부디..그곳만큼은..자르지..말아주게나...내..이리 간곡히 부탁함세.."
혈불은 무척이나 비굴한 표정을 지은 채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혈불에게 있어
아랫도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런 소중한 보물을 잃는다는 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싫어."
운설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어찌 그런!"
"이 더러운 아랫도리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능욕했겠어? 남자 손 한 번 탄 적 없는 처녀도, 지아비가 있는 유부녀도 , 아이가 있는 어미도 전부 이 아랫도리로 농락하고 고통스럽게 했겠지?"
"본 불은 처녀만을 고집하였다! 유부녀와 아이가 있는 어미따위는 건들지 않았다는 말이다!"
혈불은 발끈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오직 처녀만 시식하던 그였다.
비처녀를 건드렸다니
어찌 이런 크나큰 모욕이 있다는 말인가
"어쨌든 수많은 여자들한테 고통을 줬잖아....그러니까 벌을 받아."
"그저 불법을 전달한 것 뿐이다! 미욱하고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전해준 것 뿐이다!"
"미친놈, 깨달음을 전하는 게 강간이냐?"
"본 불은 강간을 하지 않았다! 내부의 깨달음을 정을 통해 전해준 것 뿐이다! 네년도 본불이 가지고 있는 진리의 작대기를 맛보게 된다면..."
서걱
혈불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였다.
무언가 잘려지는 경쾌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기 때문이었다.
툭
곧이어 무언가 바닥에 그대로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아닐거야..아닐거야...아닐거야...아닐거야.'
혈불은 불안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평생을 함께하며 불법을 설파하게 도와주었던 진리의 작대기가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모습을 말이다.
이내 혈불은 깨달을 수 있었다.
진리의 막대기가 잘려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혈불의 처절한 비명성이 강정시 전체에 퍼져나기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