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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44화 (945/1,419)

〈 944화 〉 945. 압살壓殺

꿀꺽

야율천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심상치 않은 여인의 모습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물밀듯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하나 같이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칠흑보다 어두운 묵빛의 갑옷

등 뒤에서 뻗어나온 네 개의 커다란 앞발

그리고 숨막힐듯 조여오는 거대한 살의까지

무엇 하나 기이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네년은 인간이 맞는 것이냐?"

야율천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도저히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는 기이한 모습에

이질감을 느낀 까닭이었다.

"내가 인간이고 아니고는 중요한 게 아니지."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너와 내가 적이라는 사실이다. 생사를 걸고 싸우는 대적 말이야."

요랑은 눈빛에서 진한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틀린 말이 아니군."

그녀의 말을 들은 야율천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하였다.

확실히 지금 상황에선 계집의 정체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저 괴물 계집과 자신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한다는 사실뿐인 것이다.

꽈아아악

야율천은 바윗덩어리같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꾸우우욱

그리고 통나무보다 두터운 다리에 온힘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언제든 도약할 수 있도록 말이다.

"네 년이 무엇이든! 나는 최선을 다해 네년을 죽일 것이다!"

콰아아앙

그리고 고함소리와 함께 그의 신형이 앞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하였다.

바람조차 초월할정도고

쾌속하기 그지없는 속도로 말이다.

쇄애애애애애액

이내 야율천의 신형이 요랑의 코앞까지 닿게 되었다.

'반응을 못하고 있다!'

그 모습에 야율천은 쾌재를 불렀다.

모습은 기이하기 그지없게 바뀌었지만

반응속도는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자신의 주먹에 반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 승리다!'

야율천은 그대로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요랑의 머리통을 깨부술 요량으로 말이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요랑이 머리를 뒤편으로 젖히더니 그대로 앞으로 쏘아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멍청한 년'

그 모습에 야율천은 비웃음을 흘렸다.

당장에라도 피해도 모자랄 판국에

되려 머리를 갖다대다니

어찌 비웃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콰아아아앙

이내 굉음성이 터지며 바윗덩어리 같은 야율천의 주먹과 요랑의 이마가 정면으로 맞부딪히기 시작하였다.

야율천은 확신하였다.

주먹이 이마에 맞닿은 순간

그녀의 뇌가 그대로 터져나갔을 것이라고 말이다.

두개골이 아무리 단단해도 뇌에 전해지는 충격파까지 흡수하지는 못할터이니 말이다.

"....주먹이 가볍네."

그때 그의 귓가에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뇌수가 터져나갔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계집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야율천은 재빨리 주먹을 회수하였다.

그러자 살갗이 찢어진 것인지

이마에서 핏물을 흘리고 있는 계집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할짝

"이번에는 살의殺意가 제대로 안담겼나봐?"

요랑은 이마에서 흘러내린 핏물을 핥으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하였다.

"이년이!"

그 비아냥에 분노가 차오른 야율천은 다시금 주먹을 내질렀다.

머리를 터트리고 말겠다는 강대한 의지를 담은 채 말이다.

터어업

하지만 그의 주먹은 뜻한 바를 이루어내지 못하였다.

요랑의 조막한 손바닥이 권격의 진로를 완전히 차단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젠장할!"

야율천은 인상을 와락 구겼다.

그리고는 반대 주먹을 그대로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터어업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요랑의 손에 잡힌 채 꿈쩍도 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개같은 년이!"

야율천은 오른 발에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그대로 들어올려 옆구리를 가격할 요량이었다.

꾸우우욱

하지만 소용없었다.

어느새 다가온 여인의 발이

자신의 양발을 그대로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모든 공격수단이 봉인당해버린 것이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

야율천은 안간힘을 쓰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아무리 밀어내보려고 해도

붙잡혀진 팔다리가 꼼짝도 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내가...내가..압도당했다고?'

그리고 야율천은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반절밖에 오지 않는 조그만 계집에게 힘으로 완전히 압도당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말도 안돼..'

야율천은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힘으로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자신이었다.

그 옛날 힘으로 산을 뽑고 기개로 세상을 덮었다고 전해지는 초패왕 항우가 살아돌아온다고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하던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이

힘으로 완전히 압도당해버렸다.

그것도 야수화를 통해 모든 힘을 개방한 상태에서 말이다.

어찌 이런 사실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어떻게? 팔다리가 전부 봉쇄당해버렸네?"

그때 조롱기 어린 요랑의 목소리가 야율천의 귓가를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그건 네년도 마찬가지다!"

야율천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팔다리가 봉쇄당한 건 자신뿐 아니었다.

자신의 주먹을 붙잡고 발등을 짓누르고 있는 계집 또한 마찬가지로 공격 수단이 완전히 봉쇄당하고 있는 것이다.

"난 너와 달라."

요랑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가 다르다는 거지?!"

야율천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다르긴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난 다리가 여덟 개 거든."

요랑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야율천은 아차싶은 표정을 지었다.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등에 돋아난 네 개의 거대한 앞발을 말이다.

쇄애애애애애액

그때 다리 중 하나가 야율천의 어깨를 향해 쏘아지기시작하였다.

'뚫을 수 있을 리 없다!'

그 모습을 본 야율천은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비록 본의치 않게 공격을 허용하긴 하였지만

자신이 상처를 입을 리 없었다.

강대한 외공과 초월적인 근육 그리고 견고한 뼈대가 하나가 된 자신의 몸을 꿰뚫을 수 있는 것 따윈 존재치 않는 것이다.

야율천은 확신하였다.

세상 그 어떤 것도 자신을 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푸우우욱

하지만 그런 야율천의 확신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날아든 요랑의 앞발이 그의 어깨를 그대로 꿰뚫어버린 것이다.

"끄아아아아악!"

이내 야율천은 고통 어린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생살을 파고드는 앞발의 움직임에

끔찍한 고통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악..어떻게...어떻게..!!"

야율천은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깨달음을 집대성하여 육체적인 한계를 뛰어넘고 초월적인 신체를 손에 넣게 된 자신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자신의 신체를 꿰뚫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정도로 놀라긴 이르지."

요랑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쇄애애애애애애액

푸우욱 푸우욱 푸우욱

남아있는 세 개의 다리가 야율천의 반대쪽 어깨 그리고 양 허벅지에 그대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금강불괴와 맞먹을 정도의 단단한 살갗을 꿰뚫고

한계이상으로 부풀어오른 근육을 꿰뚫더니

이내 견고하기 그지없는 뼛속까지 꿰뚫어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야율천의 처절한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뼛속까지 파고든 이질적인 감촉이 끔찍하기 그지없는 고통이 선사하였기 때문이었다.

아팠다.

너무 아파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놔라아아! 놓으란 말이다!"

야율천은 온몸을 뒤틀며 격렬히 반항을 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그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바위같은 커다란 주먹도

통나무같은 두터운 양다리도

옴짝달짝할 수 없었다.

어깨와 허벅지로 파고든 다리가

사지를 완전히 고정시켜버린 까닭이었다.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반항할 기회조차 완전히 박탈당해버린 것이다.

"젠장...젠장..젠장..젠장!"

야율천은 쉴새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과 박탈감 그리고 극도의 치욕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두들기기 딱 좋은 상태가 됐네."

요랑은 양 어깨와 양 허벅지가 꿰뚫린 야율천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움켜쥐고 있던 그의 주먹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다음 짓밟고 있던 그의 발등에서 발을 떼어내었다.

사지가 고정된 야율천과 대조되게

사지를 자유롭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아까 나한테 말했지. 한 방 한 방 죽이고 말겠다는 살의殺意를 담아서 내지르라고 말이야."

요랑은 사지가 고정된 야율천을 차갑기 그지없는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다음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기 시작하였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농밀하기 그지없는 흉악스러운 살의殺意가 그녀의 조막만한 주먹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수 백년간 위대한 포식자로 살아오며 자연스럽게 체득해버린 흉악스러운 살의殺意를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더불어 요력妖力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수백 년간 수많은 독물들을 잡아먹으며 쌓고 쌓았던 파괴적인 요력을 말이다.

이내 그녀의 양 주먹에는 요력妖力과 살의殺意가 하나가 되어 초월적인 거력을 형성시켰다.

감히 마주하는 것조차 두려운 초월적인 힘을 말이다.

"보여줄게, 네가 말한 살의殺意로 가득 찬 연격連擊을 말이야."

요랑은 살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자신에게 가르침을 내려준 고마운 짐승을 향해서 말이다.

쇄애애애애애애액

푸우우욱

이내 그녀의 강대한 주먹이 야율천의 오른쪽 가슴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근육을 짓누른 채 안쪽 깊숙히 말이다.

콰지지지직

이내 요랑의 주먹은 가슴뼈까지 닿게 되었고

그대로 오른쪽 가슴뼈를 함몰시켜버렸다.

쇄애애애애애애액

그리고 주먹을 회수함과 동시에 반대 주먹을 내질렀다.

콰지지직

이번에 왼쪽 가슴뼈였다.

오른 쪽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함몰되어버렸다.

콰지지지직

그다음은 좌측 갈비뼈였다.

콰지지직

그다음은 우측 견갑골이었다.

콰지지직

그다음은 우측 갈비뼈였다.

콰지지직

그다음은 좌축 견갑골이었다.

부유늑골, 복장뼈, 하악골, 삼악골, 두개골, 대퇴골, 엉치뼈, 척추까지

전신의 모든 뼈들이 전부 부숴지고 깨지고 박살나버렸다.

쉴새없이 내질러지는 요랑의 주먹으로 인해서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야율천은 처절한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남만야수궁의 궁주로서

품격조차 잃어버린 채

남만에서 강대한 수컷이라는

자부심조차 잃어버린 채

그저 비명을 내지르고 또 내지를 뿐이었다.

전신의 뼈들이 모조리 부숴지는 끔찍한 고통에 도저히 맨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그만...제바아아알...그마아아아아안!!!!!"

야율천은 애원하고 또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제발 그만해달라고

부디 이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처절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요랑은 연격連擊을 멈추지않았다.

그저 살의를 담은 채 내지르고 또 내지를 뿐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야율천의 끔찍한 비명성이 더욱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연격을 쏟아졌을까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금강불괴 저리가라할 정도로 단단했던 살갗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조금씩 조금씩 말이다.

'닳고...있어!?'

야율천은 경악을 하였다.

내구성이 한계에 도달하여 피부가 닳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강불괴에 다다른 자신의 피부가 말이다.

"안돼....안돼...안돼에에에에에에!!!!!!"

야율천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금강불괴와 같은 피부는 저 끔찍할 정도로 강대한 주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있는 최후의 보루였다.

그 보루가 깨진다면 자신의 온몸은 터져나가고 말 것이다.

근육과 뼈만으로는 저 강대한 힘을 단 한순간도 버텨낼 수 없을테니까 말이다.

"돼."

주먹을 내지르던 요랑은 차가운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다음 오른 주먹에 전력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살갗이 닳아버린 왼쪽 흉부를 향해

곧바로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북이 터지는듯한 굉음성과 함께 그의 흉부에 커다란 바람구멍이 뚫리기 시작하였다.

요랑의 전력이 담긴 주먹이 그의 왼쪽 흉부 전체를 그대로 꿰뚫어버린 것이다.

이내 야율천은 그대로 땅에 나자빠지고 말았다.

심장이 터져나가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절명해버린 것이다.

남만의 절대자의 최후라고 하기엔 허무하기 그지없는 죽음이었다.

"내가 말했지? 시체 보존하기 힘들거라고?"

요랑은 흉부에 바람 구멍이 난 수왕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용용아."

그리고 최고로 애정하는 자신의 애완도마뱀, 용용이를 불렀다.

쿵 쿵 쿵 쿵 쿵 쿵

그러자 거대한 굉음성이 울리더니 저 멀리 있던 용용이가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얘, 먹어."

그리고 즉사한 야율천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퀘에에에에에에에엑

그녀의 명령에 용용이는 기분 좋은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츄르르르르릅

용용이는 붉은 혓바닥을 내밀어 야율천의 시체를 그대로 끌어올리더니

그다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 안에 털어넣어버렸다.

으적 으적 으적 으적 으적

그리고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씹어먹기 시작하였다.

꽤나 질긴 식감을 자랑했지만

독기로 녹여먹으니 이만한 별미가 또 없었다.

으적 으적 으적 으적 으적

이내 사방에는 야율천이 씹히는 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남만을 평정했던 위대한 남만 야수궁의 궁주

야율천은

근본조차 없는 도마뱀에게 잡아먹혀

시체조차 온전히 보존치 못한 채 그대로 세상에 소멸해버렸다.

남만의 왕으로 군림하던 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허무하고 비참한 말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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